[인디콕] 다분히 의도적인 인디게임 5선

기획기사 | 박태학 기자 | 댓글: 8개 |


※ 인디콕은 격주에 한 번 연재됩니다.

2주만에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도 선정하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검증이 끝난 대중적인 작품을 고를지,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는 게임이 좋을지... 그 사이에서 저울질하는데 시간이 많이 갔어요.

일단 제 나름의 타협점을 찾긴 했어요. 게임플레이에서 충분한 재미를 갖춘 동시에, 기획 단계에서 개발자의 의도가 엿보이는 작품 위주로 체크했습니다.그 과정에서 외국 인디게임씬의 최신 트렌드를 보여주는 작품도 몇 개 들어갔습니다.

아,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주는 가격 안 보고 골랐어요. 그래서 몇몇 작품은 제가 생각해도 좀 비쌉니다. 스팀은 워낙 할인을 많이 하니, 이런 게임들은 할인할 때 사세요. 지금 사서 '돈 값' 할지는, 저도 장담하긴 어려워요.






  • 게임명 : Brigador
  • 개발 : Stellar Jockeys, Gausswerks
  • 유통 : Stellar Jockeys
  • 장르 : 액션
  • 가격 : 20,500원
  • 한국어 : 지원
  • 출시일: 2016. 6. 3


  • 사방에서 쏟아지는 적을 폭포수같은 화력으로 쳐부수는 게임입니다. 적뿐 만 아니라 화면 내 오브젝트도 대부분 파괴 가능해 시원한 게임플레이가 일품이죠. 게임플레이만큼이나 시스템도 심플합니다. 뭐든 다 때려 부수고, 거기서 돈을 얻고,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면 끝이죠.

    출시된 지 3년이 지났는데, 개발팀이 초심 잃지 않고 꾸준히 업데이트가 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 합니다. 희소식도 하나 있는데요. 올해 7월 30일에 한국어가 정식 업데이트되면서 진입장벽이 확 낮아졌습니다. 슈팅에서 오는 손맛이 워낙 좋은 탓에, 그냥 별 생각없이 켜도 몰입감이 괜찮습니다. 특히, 예전에 '크림슨 랜드' 같은 류의 게임을 좋아했다면 거의 100% 확률로 이 게임이 마음에 들 거예요.

    하나 걸리는 점이라면 20,500원이란 가격인데... 이게 재밌기는 하나, 깊이있는 게임이라 말하긴 어렵거든요. 정가 기준으로 가성비가 그렇게 좋지는 않아요. 일단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50% 이상 세일할 때 사는 걸 추천합니다.

    여담으로 개발팀은 현재 BRIGADOR KILLERS라는 후속작을 개발 중입니다. 2020년 출시 목표라고 하는데, 이번 작품을 해보고 마음에 들었다면 이 작품도 눈여겨 보시길 바랍니다.

    Brigador 스팀 페이지













  • 게임명 : A Short Hike
  • 개발 : adamgryu
  • 유통 : adamgryu
  • 장르 : 시뮬레이터, 어드벤처
  • 가격 : 7,650원 (스팀, 8월 6일까지)
  • 한국어 : 미지원
  • 출시일: 2019. 7. 30


  • 힐링 게임의 미덕인 '따뜻함'을, 게임 내 거의 모든 요소에서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의도적으로 해상도를 낮춰 포근한 분위기를 강조한 그래픽, 30대 초중반 아재가 보기에도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 꿀이라도 바른 듯 달콤한 멜로디의 음악이 어우러졌죠.

    플레이어는 작은 섬에 도착한 꼬마 새를 조작해, 섬의 가장 높은 산 꼭대기에 올라가야 합니다. 처음에는 등반 실력도, 활공 능력도 모두 부족하기에 생각만큼 쉽지 않아요. 그러니 열심히 섬을 돌아다니며 황금 깃털을 모아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낚시도 하고, 달리기 경주도 하는 등 여러가지 즐길 거리가 배치되어 있지요. 잔잔한 분위기 속에 섬을 돌아다니며, 탐험 및 즐길 거리를 스스로 찾아가는 게임입니다. 말 그대로 휴양지 온 느낌이라고 할까요.

    A Short Hike의 가장 큰 특징은 최근 외국 인디게임 씬에서 조금씩 유행하고 있는 Lo-fi 그래픽을 유저의 감정 자극 장치로 활용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저같은 30대 게이머라면 이 그래픽이 대중적이던 시절을 기억할 거예요. 아마 10대 초중반 쯤인데, 그 때 그 시절 추억을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 지을 때 있잖아요. 개발팀은 Lo-fi 그래픽을 이런 유저들로 하여금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매개체로 본 겁니다. 그리고 게임의 분위기 역시 이러한 향수를 자극하는 데 맞춰져 있고요.

    플레이타임이 아주 긴 게임은 아닙니다만, 훈훈한 감정을 4~5시간 정도 느껴보고 싶은 유저라면 매우 좋은 선택입니다. 의외로 플랫포머 식 퍼즐 구성도 탄탄한 편이라 제법 몰입감도 뛰어납니다.

    A Short Hike 스팀 페이지













  • 게임명 :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 개발 : Landfall
  • 유통 : Landfall
  • 장르 : 샌드박스 시뮬레이터
  • 가격 : 15,500원
  • 한국어 : 미지원
  • 출시일: 2019. 4. 1


  • 개리 모드처럼 '갖고 놀기 좋은' 게임 좋아하시는 분, '캐리어 한 부대랑 배틀크루저 한 부대랑 싸우면?'과 같은 설정 놀이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게임을 주목하세요. TAPS는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방패병 vs 궁사', '바이킹 전사 vs 중세 기사'를 실제로 보여주는 가상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완전 정확한 전투 시뮬레이터'라는 이름답게,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적인 전투를 보여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사실적인 물리 엔진으로 각종 전투를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어요. 한데 이 작품을 '웃긴 게임'으로 만드는 요소 역시 물리 엔진에 있습니다. 사실적이긴 하나, 전쟁 게임의 그 섬뜩한 사실성이 아니에요. 물리적 법칙에 의한 사실성이 의도적으로 강조됐고, 덕분에 전투 하나 하나가 참 우스꽝스럽게 흘러갑니다. 동영상 보시면 아마 바로 이해가 갈 거예요.

    별다른 시나리오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플레이어 스스로 설정하는 데 흥미가 없다면 금방 질릴 수 있습니다. 이런 류의 게임은 결국 추가 콘텐츠가 중요해요. 유닛이나 지형 등이 추가될수록 플레이타임도 확 늘어나는 만큼, 향후 꾸준한 업데이트가 중요해 보입니다.

    유튜브에 게임 제목 검색해보면 넘어지는 방패병 하나에 몸을 비틀어가며 절규하는 서양 게이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냥 구경만 해도 웃기니, 한 번 체크해보세요.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스팀 페이지










  • 게임명 : ZeroRanger
  • 개발 : System Erasure
  • 유통 : System Erasure
  • 장르 : 종스크롤 슈팅
  • 가격 : 12,500원
  • 한국어 : 미지원
  • 출시일: 2018. 9. 29


  • 종스크롤 슈팅. 매니아 중의 매니아를 위한 장르라고 불리죠. 사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패미컴 시절 엄연히 인기 장르 중 하나였고, 오락실에서도 나름 존재감을 보여주던 장르였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방 프로젝트' 시리즈나, '벌레공주' 시리즈와 같은 탄막 계열이 종스크롤 슈팅 지분을 넓혀가면서 지금은 극한의 컨트롤과 동체시력을 요구하는 장르로 인식된거죠.

    ZeroRanger는 오랜만에 등장한 고전적인 종스크롤 슈팅 게임입니다. 오락실에서 볼 수 있던 1945와 같은 느낌이라 보면 되는데, 재미있게도 전문 개발사가 아닌 종스크롤 슈팅 마니아들이 모여 만든 게임이에요. 덕분에 슈팅의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는 적 배치와 탄환 구성 면에서 기본기가 탄탄합니다. 의외로 스토리가 강조된 게임인데, 후반에 반전 요소를 삽입해 잔잔한 감동을 이끌어냅니다. 물론, 이를 100% 이해하기 위해선 약간의 영어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만...

    시작부터 한숨 쉬게 만드는 탄막 슈팅이 아닌 만큼, 난이도 역시 초심자라도 도전해볼만 한 수준입니다. 물론, 쉽다는 얘긴 절대 아니고요. 잘 짜여진 스코어링 시스템, 이에 따라 팍팍 퍼주는 컨티뉴로 어떻게든 돌파 가능하게 만들어줍니다. 장르가 장르인 만큼 대중적인 게임은 아닙니다만, 게임의 역사를 말할 때 반드시 들어가는 종스크롤 슈팅인 만큼 장르 입문을 위한 게임으로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ZeroRanger 스팀 페이지










  • 게임명 : FAITH
  • 개발 : Airdorf Games
  • 유통 : Airdorf Games
  • 장르 : 공포
  • 가격 : 무료, 1,000원(선택)
  • 한국어 : 미지원
  • 출시일: 2017. 10. 2


  • 참신함이 차고 넘치는 인디게임씬에서도 압도적인 독창성으로 단숨에 제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입니다. 철저한 의도 아래 만들어진 구시대적 그래픽만으로 일단 마음에 들었어요. 게다가 공포라니? 이 그래픽으로 뭐가 무섭겠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해 본 결과... 거짓말 안 하고 생각보다 꽤 무섭습니다.

    '무섭다'는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선 시각뿐 만 아니라 청각적인 요소도 중요합니다. FAITH의 배경음 및 효과음은 게임 그래픽처럼 다분히 의도적으로 일그러졌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기괴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오히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그래픽과 사운드이기에, 그 틈새에 플레이어의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가 커졌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 상상력에 뭍어있는 공포는, 실감나는 그래픽과 사운드로 전달할 수 없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이런 거, 최신 게임에선 느끼기 힘들어요.

    FAITH는 스토리가 꽤 중요한 게임이고, 챕터가 진행될수록 스멀스멀 반전 요소가 나올 낌새도 보입니다만, 아쉽게도 한국어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몇몇 유저들이 제작한 한국어 패치가 있으니 한 번 체크해보시길 바랍니다.

    아, 중요한 거 한 가지.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입니다. 기본적으로 홈페이지에서 정식 버전을 무료로 배포 중이고, OST나 웰페이퍼가 포함된 디럭스 버전은 단 돈 1,000원에 불과합니다. 더 고민할 게 있나요?

    'FAITH' itch.io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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