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크리스마스 그리고 연말. 다가오는 새 시즌 노트북은 어떻게 고를까?

기획기사 | 백승철 기자 | 댓글: 1개 |



한때는 전자제품을 산다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에게도 분명 군대를 전역하고 마련한 첫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일주일은 매몰되던 시절도 있었는데.

잘 모를 땐 CPU가 뭔가 중요한 것 같고 가볍고 좋다는 주변의 반응에 내 용처를 망각한 채 i7를 탑재한 그램을 산 경험도, 하드한 코딩을 위한 것도 아닌 학부 수준의 교육용으로 현존 최고 수준의 게이밍 노트북을 사서 2년 내내 어깨 통증에 시달리며 대학 시절을 보낸 이력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웃픈 얘기지만 그땐 자판도 물티슈로 정성스레 닦을 정도로 귀중하게 다루며 잘 썼던 것 같다.

기사를 쓰는 일에 익숙해지고, 또 그게 내 일 중에 하나가 되고 난 뒤로부터 뭔가 전자제품을 사기 직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이거 리뷰 할까?"가 그 즐거움을 방해하기도 한다. 뭐 물론 그게 중요할 때 억제기 역할도 함께 하다 보니 지갑 사정이 숨 쉴 정도는 되는 것도 같고. 하드웨어는 알면 알수록 그런 것 같다. 특히, 하드웨어의 요소들이 완성품이 되어 제 기능을 하는 노트북이 가장 그렇다.

제아무리 값비싼 고급 요리라고 한들 당장에 내 몸에서 천 원짜리 컵라면을 원할 수가 있다. 각각의 생활 패턴, 용도, 습관 그리고 취향과 가격까지 전부 사용자에게 어울리는 제품을 고를 수 있고, 반대로 얘기하면 이젠 내게 맞는 제품을 찾아야 되는 시대다. 이는 가격 대비 성능에 목숨을 거는 사용자도, 디자인 하나만 보고 구입하는 유저도, 특정 브랜드에 대한 경험이 너무 만족스러워 해당 제품만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전부 근거 있는 소비를 한다는 이야기.

나는 내 셀프 크리스마스 선물로 디자인과 제품 마감 원툴인 업무용 태블릿을 샀다. 게임은 고사하고 인터넷을 켜는 것만으로도 버벅대긴 하는데 지금 당장 환불해 줄 테니 새 제품을 골라보라고 해도 이 제품을 선택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고 태블릿을 바라보는 내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대체재가 없다.

내가 태블릿을 고르며 느낀 점인데, 무수히 많은 노트북을 만져본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 내가 이 제품을 어떠한 목적으로 사용할지를 정해놓고 들여다보면 제품 리스트의 반절은 날려보낼 수 있다. 연말에 지갑 사정이 풍족하여 노트북을 고민하시는 인벤 가족들께 용도별 노트북에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보려 한다.


사무용/작업용 노트북
CPU와 가격, 디스플레이와 가벼움



▲ 15인치 대비 1.5kg는 꽤 준수한 무게다. 'ASUS 젠북 15'

노트북을 고르는 데에 있어, 사무용 노트북이 가장 어렵다. 선택할 수 있는 제품군이 가장 많은 데다, 고려해야 할 것들이 다양하고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가령 "가벼웠으면 좋겠어"의 기준이 뭘까? 재밌게도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물리적인 무게가 아니라 사용자가 노트북을 장시간 사용하는지, 배터리 충전기를 따로 갖고 다니는지이다. 밖에서 오래 쓰지 않고 평소에 노트북만을 가지고 다닌다면 얇고 가벼운 노트북이 의미가 있겠지만, 충전기를 항상 갖고 다니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1kg 중반 대의 초경량 노트북에 500g가량을 추가하면 2kg가 넘는다는 얘기가 되니까.

별도의 배터리 충전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을 예정이며 단순 회의 및 사무용도의 제품을 찾는다면 초경량 노트북보다 오히려 나처럼 태블릿을 고민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무용 전자기기에 대한 시리즈 기사도 예정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분들께서는 기대해도 좋다.

다만 바깥으로 도는 업무가 많아 별도로 배터리 충전기를 휴대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무게 하나만 보고 결정하기엔 다소 아쉽다. 앞서 언급한 대로 맥북 에어보다 가벼운 1kg 초반대의 초경량 노트북을 산들, 결국 배터리 충전기와 함께 들고 다닌다면 더 무거워지는 것이 현실이니까.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도합 2kg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나 더, 창을 여러 개 띄운다면 화면 크기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 16인치까지 넘어가기엔 사무용도로는 좀 부담스러운 편이고, 노트북이라면 작게는 13인치, 크게는 15인치 선에서 고민하는 것이 좋겠다. 이 구역은 철저히 성향인 만큼 뭐가 좋다고 표현하면 말 그대로 "선 넘네"가 되는 파트다. 다만 15인치의 디스플레이를 선택한다면 무게가 늘어난다. 물리적으로 화면이 커지니, 감안할 수밖에. 그 가볍다고 소문난 맥북 에어 15인치가 1.5kg 대인 것을 감안하여 선택하도록 하자.

CPU만큼은 최신형을 추천한다. 외장으로 그래픽이 빠져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물리적으로 노트북의 두께와 무게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 차라리 CPU에 힘을 주는 편이 낫다. 최신식을 고집한 이유는 요즘 출시되는 보급형 프로세서에도 충분히 일상생활 가능한 CPU 퍼포먼스와 내장그래픽 성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그렇다 한들 무거운 작업에 용이한 플래그십, 그러니까 i7 혹은 R7 급은 과하다. 보급형에서 메인스트림 급(i3~i5, R3~R5) 선에서 선택해 주는 것이 좋겠다.



▲ 4K OLED 디스플레이로 압도적인 그래픽 작업 환경을! '에이서 스위프트 엣지 OLED'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사무용 노트북인 경우고, 멀티미디어 혹은 조금 무게 있는 툴을 사용하여 업무를 보는 사람이라면 얘기가 확 달라질 수 있겠다. 사진 편집이나 간단한 영상 작업 같은 경우 말이다. 이러한 환경에 있는 유저들은 대부분 카페 등의 야외로 나가게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더라.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동료 기자 또한 사무실 PC를 두지 않고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업무를 보는 것이 편하다고.

이런 경우엔 빠른 작업 속도를 위해 CPU를 한 체급 더 올리고, 가벼운 휴대성에 중점을 주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또한 사진 편집 등도 고려한다면 해상도와 패널도 좋을수록 좋다. 신경 쓸 수 있다면 명암비를 따라갈 수 없는 OLED 패널 정도는 꼭 추천하고 싶다. 게임하는 사람들이야 "16인치에 FHD도 과하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픽 작업을 하는 사람들한텐 다른 얘기일 테니. 아울러 사무용도는 15인치 선에서 정리가 되었지만, 여기는 16인치까지 고려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워낙 띄우는 창도 많고 화면이 클수록 퍼포먼스가 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OLED 패널의 뛰어난 명암비, 겪어보면 차원이 다르다.




게임용/하이엔드 노트북
사용 환경과 필요 사양



▲ AMD 7 7840HS + RTX 4060의 구성! '레노버 2023 리전 Slim 5 16APH'

요즘 게임용 노트북은 흑백논리로 따져야 한다. 사양과 무게를 최소화하여 건강한 몸을 갖춘 후 어떻게든 들고 다닐 수 있게끔 하거나 혹은 아예 가정집에서 붙박이로, 그러니까 '시즈 탱크 모드'를 고려하고 모니터만 연결하여 PC처럼 사용하는 경우로 말이다.

전자일 경우, 내 개인적인 마지노선은 노트북 본체 무게 2kg 중반이다. 배터리 충전기까지 해서 4kg를 넘어가면 사용자 본인의 몸을 가꿔야 할 것 같다. 막상 어깨에 메면 "생각보다 가벼운데?"할 수 있겠으나, 두세 시간만 지나면 찾아오는 통증에 노트북을 원망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사양은 높을수록 좋지만, 가격이 문제다. 후술할 노트북의 경우 확실히 좋은 사양을 고르는 것이 좋겠지만 들고 다닐 수준이 되는 노트북은 어느 정도 절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산을 200만 원 이하로 잡아, R7 - RTX 4060 수준으로 세팅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게임 성능을 고려했을 때 RTX 4070까지 생각하는 것이 좋겠으나, 그럼 200만 원을 훌쩍 넘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양이 빵빵한 게이밍 노트북 하나로 집에서 PC처럼 활용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은근히 많았다. 큰 화면을 원한다면 모니터만 따로, 진짜 컴퓨터처럼 쓰고 싶다면 키보드와 마우스까지 준비해서 PC처럼 세팅해서 사용하더라. 1인 가정이 많아지며 공간적인 문제도 해소되는 듯하다.



▲ 디자인과 성능, 가격까지(?) 압도적인 게이밍 노트북, '델 에일리언웨어 M18'



▲ 18인치가 부담스럽다면 16인치의 '델 에일리언웨어 M16'도 고민할 수 있겠다.




마치며
노트북 구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두 부분은 사용할 수 있는 예산과 용도에 따른 사양이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다양해진 만큼 "다들 좋다니까" 구입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여러 노트북 후기를 살펴본 후, 가격 대비 성능 최고의 노트북을 구입했지만 무거워서 못 들고 다니겠다는 후기를 많이 봤다. 거꾸로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을 하기 위해 높은 가격의 노트북을 샀는데 알고 보니 CPU만 좋을 뿐, 내장그래픽 환경의 제품이어서 FPS 온라인 게임도 끊긴다는 후기도 마찬가지고.

다양한 사양을 갖춘 노트북, 그 외에 파생되는 태블릿 등의 등장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잘 알아보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다. 숫자나 용어도 너무 어렵고 정리가 좀 잘 되어 있는 사이트나 커뮤니티를 참고해 봐도 돌아오는 건 선택지가 더 늘어났다는 것뿐, 결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잘 모르고 구입할 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맥북 에어가 좋다길래 책 몇 권과 함께 큰마음 먹고 샀지만 결국 맥에 적응하지 못해 방출해버린 것도, 가격 대비 성능을 따졌을 때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배제해야 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에 만족하는 것도, 사무용 태블릿은 OS가 윈도우였으면 좋겠다는 고집에 경쟁 제품 대비 2배는 더 주고 산 것도 결국 내 취향에 의한 선택이었고 매우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남들이 다 좋다는 것엔 이유가 있다"라는 것이 잘 먹히지 않는 분야가 노트북인 것 같다.



▲ 부디 좋은 선택이 되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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