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격변하는 중국 게임시장, 2024년의 동향은?

기획기사 | 윤서호 기자 | 댓글: 4개 |



3,029억 6,400만 위안(한화 약 55조 1,515억 원), 최근 중국 음수협게임공단이 발표한 2023년 중국 게임산업 총 매출이다. 게임 이용자 수는 2023년 기준으로 약 6억 6,800만 명을 기록했다.

이렇듯 방대한 시장인 만큼, 한동안 중국 게임 시장을 겨냥한 국내 게임사의 행보가 이어지곤 했었다. 실제로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대박'을 친 회사의 소식을 어렵지 않게 들어볼 수 있었고, 그와 관련한 밈까지 돌 정도였다. 2016년 이후에 소위 '한한령'이라는 말이 들려올 정도로 중국 시장이 닫힌 뒤에는 관심이 비교적 멀어졌지만, 이후 점차 판호가 열리기 시작하면서 하나둘씩 국내 게임의 재진출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작년 12월 갑작스런 규제 발표에 이은 혼란과 올해 초 이를 수습하기 위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어느 때보다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판호 발급 재개, 좁아진 문을 조금씩 여는 중국 시장



중국 게임 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키워드는 앞서 언급한 '판호'다. 중국 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허가권으로, 중국 국가광파전시총국 산하 국가신문출판서에서 발급한다. 중국 게임사에서 중국에 서비스할 때 필요한 '내자판호'와 외국 게임사가 중국에서 서비스할 때 받는 '외자판호' 두 종류로 나뉘어있으며, 우리나라 게임이 중국에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외자판호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2017년 3월 이후, 2020년 12월 2일 '서머너즈 워'가 외자판호를 받기 전까지 국내 게임이 판호를 받은 건수는 한 건도 없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9년 총 1,570개의 게임에 판호를 발급하고 이중 외자 판호는 185건이었으나, 우리나라 게임은 포함되지 않았다.

판호를 한동안 아예 발급하지 않았던 우리나라 게임보다는 사정이 나았지만, 중국 게임업계에서도 판호가 잘 안 나온다는 이야기가 해당 시기에 돌고 있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까지는 연 평균 7천~8천 건의 판호를 발급했으나, 2018년 2,064건에 2019년 1,570건으로 급감하는 추세를 보였다. 심지어 2021년 7월 22일부터 2022년 4월 11일까지는 판호를 일절 발급하지 않았다.



▲ 경제참고보에서는 게임을 '정신적 아편'으로 보도하고 이후에는 판호 발급이 중단되는 등 악재가 겹쳐졌다

그러나 그 시기부터 조금씩 중국 시장의 문이 열릴 기미가 보였다. 2021년 2월 '가디언 테일즈'를 시작으로 6월 '카운터사이드', '검은사막 모바일' 등 국내 게임들이 판호를 받으면서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판호 발급 재개 이후인 2022년 12월에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제2의 나라'와 'A3: 스틸 얼라이브', 엔픽셀의 '그랑사가'가 판호를 받았다. 2023년 3월에는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킹덤',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8월에는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오리진', 12월에는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2 위메이드의 '미르M' 등이 판호를 받고 일부는 중국 시장에 출시한 상황이다.

특히 2023년에는 판호 개방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이벤트 참가 등 점차 다양한 방향으로 판로가 열리기 시작했다. 차이나조이 2023에서는 '메이플스토리M'과 '로스트아크'가 중국 퍼블리셔인 세기천성과 텐센트를 통해서 출품했으며, 그보다 일주일 앞서 개최된 '빌리빌리 월드'에서는 블루 아카이브가 요스타의 자회사인 상하이 로밍스타를 통해 참가하는 등 2019년 이후 아예 맥이 단절됐던 신작 게임의 중국 오프라인 이벤트 개최가 진행되고 있었다.









▲ 판호 발급 재개 이후 국산 게임의 중국 출시가 다시 이어지고 있다


"일부 보류됐지만" 강화되는 규제



통상 중국 게임 시장 진출의 걸림돌로 '판호'를 꼽지만, 판호 발급 이전부터 게임 업계에서는 중국 당국의 검열 및 규제 정책을 또다른 변수로 꼽았다. 중국 진출을 위해서 해골 이미지나 해골 몹을 다른 걸로 교체한다던가 하는 일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례다.

실제로 판호를 발급하는 신문출판서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중국 내에 출시되는 모든 게임은 중국 헌법을 위반하거나 주권을 위협하는 것, 중국의 이익, 안보를 해치거나 전통과 문화를 해치는 모든 것, 미신을 조장하거나 음란물, 약물, 폭력 등 문화와 전통을 해치는 모든 것을 담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다 해도 판호 발급은 별개의 문제이며, 또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이후에도 당국의 정책 방향에 따라서 재검열을 받을 여지가 있다. 이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실제로 2017년에는 중국 문화부가 '벽람항로', '붕괴3rd', '음양사' 등 중국 게임을 무작위로 추첨, 재검토에 돌입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8년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는 '공산당 19대정신'을 관철하면서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국가광파전시총국으로 개명되고 중앙선전부 산하로 들어가는 등 조직 개편이 일었고, 이후 '크로스파이어', '황야행동' 등 기존에 서비스 되고 있던 게임과 여러 플랫폼, 그리고 게임 개발사에 재검열을 진행했다.



▲ 2017년 후반부터 광전총국 등 정부 부처의 검열 및 재검열이 이어졌다


중국의 게임 규제는 콘텐츠 검열에만 그치지 않았다. 2016년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모든 게임 개발사가 미성년자의 인터넷 접속을 제한할 수 있도록 보호장치를 설치하고 콘텐츠 규범 및 온라인 게임 사용 시간을 규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미성년자 인터넷 보호 조례'를 발표하면서 게임 이용자의 접속까지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2017년에 인민망 보도를 통해 법안 발의 준비 중이었던 해당 내용은 2021년 8월 18세 미만 청소년이 주말과 휴일에만 하루 1시간씩 게임을 즐기게 하고 실명 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규제가 발표되면서 현실화됐다.

특히 규제 발의 전 중국 경제참고보에서는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기사를 보도하면서 중국 게임 관련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기도 했다. 해당 보도 이후에 텐센트의 주가는 10% 하락했으며, 펄어비스와 위메이드는 각각 9%, 12.5% 하락했다. 해당 기사 보도 몇 시간만에 경제참고보는 기사를 삭제했으나,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관련 규제는 현재도 유효하며, 심지어 미성년자가 하루 2시간만 스마트폰을 이용하게 하는 '모바일 인터넷 미성년 모드 구축 지침'까지 발의된 상황이다.



▲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규제에 이어 하루 2시간씩만 스마트폰을 이용하게 하는 규제도 발의됐다

이처럼 규제가 점차 심화되는 가운데, 12월 22일에 국가신문출판서가 '온라인 게임 관리 대책'을 발표하면서 방점을 찍었다. 해당 대책의 주요 사항으로는 유저끼리 강제 전투 금지(17조) 및 유저 유도를 위해 일일 로그인, 최초 충전 및 연속 충전과 같은 이점을 줘서는 안 되며 충전 한도를 설정하고 서비스 규칙에 게시해야 한다. 고가 거래를 제공하거나 묵인하면 안 된다(18조), 확률형 아이템 판매시 확률 합리적 설정 및 게임 내 재화로 확률형 아이템 보상과 동일한 성능 아이템 획득할 방법 제공(27조) 등이 있다. 이와 더불어 '사회주의 핵심 가치 전파', '우수한 중국 전통 문화 계승'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대책 발표 이후 중국 게임 시장이 극도로 위축되는 사태가 이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텐센트와 넷이즈 주가가 16%, 28% 급락하고 중국 게임 기업의 시장 가치가 800억 달러(한화 약 104조 원) 가까이 감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당사자들이 제기한 우려 사항을 주의 깊게 경청하겠다"며 1월 22일까지 업계와 이용자 의견을 받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로이터 통신의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안건을 제시한 중앙 선전부의 펑 쉬신이 규제안 발표 이후 출판부 책임자 자리에서 해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좁아진 문을 피해 글로벌로 눈을 돌린 중국 게임계
이처럼 최근 수년간 중국의 온라인 게임 규제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으나, 최근 규제를 재고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이유에는 중국 게임 업계 주가 폭락 및 시장 위축이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이번 규제는 그간 중국의 주요 게임사들이 중국 게임 시장이 위축되자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는 상황에 그 근간이 된 모델마저도 뒤흔들 수 있는 조치이기에 재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코로나19 유행 이후에, 20주년을 맞았던 2023년 차이나조이는 게임사들의 참가가 저조하면서 중국 최대 게임쇼라는 평이 무색할 정도의 모습을 보였다. 상하이 시 정부에서 주최하는 차이나조이는 전시관 10개 이상을 활용하는 방대한 규모뿐만 아니라 텐센트, 넷이즈 및 그들과 파트너십을 맺은 여러 해외 게임사들이 참가하면서 양과 질 모두 발전해왔다. 특히 2017년부터는 SIE에서 중국의 콘솔 게임 개발사를 지원하는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로스트 소울 어사이드', '기원: 변이' 등 중국 게임사들이 개발 중인 콘솔 게임들을 현장에서 시연할 수 있었다. 차이나조이 2023에서도 이러한 게임들을 접해볼 수 있었으나, 몇몇 부스를 빼고는 대부분 기존 작품의 현장 이벤트 위주로 꾸려지는 등 게임쇼로서 밀도가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 중국 최대의 게임쇼, 차이나조이가 2023년에 20주년을 맞이했지만



▲ 코로나19 이후 축소된 전시관을 다시 확장하지 못했고, 신작 시연이나 소개 대신 현장 이벤트가 주를 이루었다

오히려 중국 게임사들은 그로부터 몇 주 후에 개최한 '게임스컴' 그리고 그 이후에 개최한 TGS, 지스타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텐센트는 컨퍼런스를 통해 어쌔신 크리드 IP 기반 모바일 게임 '어쌔신 크리드 제이드', 커맨드 앤 컨커 IP 기반 신작 '커맨드 앤 컨커: 리전' 등을 발표했다. 넷이즈는 서브컬쳐 오픈월드 RPG '프로젝트 무겐'을 최초로 공개했으며, 게임 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중국 콘솔 게임 기대작 '검은 신화: 오공'도 게임스컴에 참가, 최초로 부스 시연 기회를 가졌다.

한국 진출을 위한 움직임도 더욱 뚜렷해졌다. 이번 지스타에서는 특히 중국 서브컬쳐 게임 개발사 및 퍼블리셔들이 여느 때보다도 더 활발히 참가했다. 쿠로 게임즈는 자사의 오픈월드 RPG 신작 '명조: 워더링 웨이브'의 한국어 더빙 및 글로벌 동시 출시 확정과 함께 게임스컴, TGS에 이어 지스타에서 최신 버전을 공개했다. 특히 현장에는 솔론 디렉터 등 주요 개발진이 방문하면서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뉴럴: 클라우드', '리버스 1999'의 퍼블리셔인 하오플레이는 당시 중국에도 출시되지 않은 '소녀전선2'와 '프로젝트 메테우스'의 관련 정보를 지스타에서 풀기도 했다. '명일방주'의 개발사 하이퍼그리프는 신작 '팝유컴'을 TGS에 이어 지스타에서 공개했으며, 턴제 RPG 신작 '엑스 아스트리스'의 오프라인 시연을 지스타에서 최초로 진행했다. 이후 하이퍼그리프는 자체 서비스 브랜드 '그리프라인'을 공개하고, 명일방주 IP 신작 '명일방주: 엔드필드'의 테스터 모집에 나서는 등 해외 게임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 중국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 해외 게임쇼에서 다양한 신작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하루 아침에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이미 2021년 중국 규제가 심화되면서 중국 게임사들이 해외 지사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재구축, 글로벌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텐센트가 해외 게임 서비스 사업을 위해 출범한 '레벨 인피니트'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한편, 2020년 출시한 '원신'의 성공에 자극받은 중국 게임사, 특히 서브컬쳐 게임 개발사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당국의 규제 및 판호 발급 중단 장기화로 자국 출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해외 시장은 돌파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그로 인해 중국 내수 위주로 개발 혹은 퍼블리싱을 진행하던 업체들이 더욱 위축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실제로 차이나조이 2019에서 명함을 주고 받았던 중국 중소 게임업체가 중국 판호가 막힌 상황에서 해외로 나갈 파트너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다가 폐업했다는 소식도 전해듣기도 했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 퍼블리셔 관계자에게서는 개발사보다 오히려 퍼블리셔가 판호 발급 중단 이후 더 힘들어졌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중국 게임 시장은 역성장까지 기록했다. 2021년 규제가 적용된 이후인 2022년에는 중국 게임 시장의 전체 매출은 약 2,658억 8,400만 위안(한화 약 48조 원)으로 2965억 원을 기록한 2021년 대비 10% 역성장했다.



▲ 코로나19에 이어 당국의 규제, 판호 발급 중단 등으로 22년에는 역성장을 기록했다(출처:GPC )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퍼블리셔 및 플랫폼도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으로 나섰다. 2023년 중국의 해외 출국이 비교적 자유로워진 뒤에는 빌리빌리가 PlayX4 B2B로 참가했으며, 요스타는 인벤과의 인터뷰를 통해 더 다양한 게임을 발굴하고자 한국에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내부 상황이 당국의 규제 및 여러 상황으로 인해 불안한 가운데, 글로벌도 비중을 높이면서 성장하고 있는 중국 게임사들의 주요 모델을 살펴보면 현재까지 콘솔 패키지보다는 확률형 아이템에 기반한 부분 유료화 라이브 서비스형 게임이 다수다. 이런 상황에서 BM 및 여러 게임 구조를 통째로 뒤바꿀 수 있는 규제가 발표되면서 논란이 커진 만큼, 당국에서 이례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사태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인 것도 무리는 아니다. 특히 지난 12월 신화망 보도에 따르면 중국 게임의 해외 매출액이 2023년 164억 달러(한화 약 21조 5,609억 원)을 기록, 4년 연속 연매출 1천억 위안(한화 약 18조 5천억 원) 이상의 성과를 올린 만큼 당국에서도 쉽게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2023년 중국 게임의 해외 매출액은 21조 원을 돌파했으며, 대부분이 부분유료화 게임이다(출처:신화통신)


이전과 달라진 중국 시장, 그 맥을 짚어야


▲ 로스트아크는 10일 기상술사 업데이트에 앞서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다

한때 국내 게임 업계에서는 국산 게임이 판호만 뚫고 중국에 출시하면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돌고는 했다. 실제로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등 중국 시장에 진출해서 큰 성과를 거둔 사례들이 있었고, 그 성과에 고무된 여러 기업들이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그간 중국 게임에서 강세를 보였던 국산 PC MMORPG는 이번에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로스트아크'는 출시 초기 위게임 인기 순위 10위권 안에 안착한 것에 이어 오는 1월 10일 기상술사 업데이트 예고와 함께 위게임 인기 게임 1위에 재등극하는 등, 주요 업데이트 때마다 확실한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모바일 게임은 한 차례 문이 닫힌 뒤 다시 마주한 중국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대박'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센서타워 조사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과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는 9월 기준으로 각각 430만 달러(한화 약 58억 원), 290만 달러(한화 약 39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나마 메이플스토리M이 중국 출시 후 앱스토어 4위를 기록하고 서비스 35일 만에 약 5500만 달러(한화 약 742억 원)의 수익을 기록하면서 매출 부문에서 성과를 거뒀다. 한 발 먼저 중국 시장에 내딛었던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은 출시 직후 앱스토어 1위를 기록했으나, 4개월 만에 100위권 밖으로 밀리기도 했다.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부진 원인으로는 중국 모바일 시장만의 파편화되고 독자적인 생태계로 트렌드를 읽기 어렵다는 점, 최적화 문제 등이 손꼽혔다. 중국 시장은 구글이 막힌 만큼, 이를 대체하는 안드로이드 앱마켓이 다수 존재한다. 주요 플랫폼만 해도 탭탭, 빌리빌리, 텐센트 마이앱, 화웨이 앱마켓, 오포 소프트웨어 스토어 등 다양하다. 앱마켓 외에도 유저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나 SNS, 스트리밍 사이트도 QQ, 웨이보, 빌리빌리, 도유TV, 텐센트 비디오 등 여러 갈래로 분산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기종의 스마트폰을 시중에서 사용하고 있는 만큼, 최적화 대응도 쉽지 않다.



▲ 모바일은 마켓뿐만 아니라 기기까지 다양해서 대응이 까다롭다

또한 해외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이 막힌 사이, 미리 해외에서 플레이한 유저들의 정보를 토대로 하는 이른바 '미래시'도 폭넓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블루 아카이브'는 출시 초 다소 부진했으나, 12월 메인스토리 3편 에덴조약 2장 하편 업데이트에 반주년 이벤트 이후 일부 총력전 필수 카드로 꼽히는 노도카(온천)이 추가되는 227호 온천장 운영일지! 업데이트와 함께 빌리빌리 인기 순위 10위권에 복귀하는 등 선행 서버에서 진행했던 주요 업데이트의 흐름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해외 유저들과 교류하면서 게임에 앞으로 적용될 업데이트 관련 이슈에 공동 대응하는 등, 닫혀 있던 시장과 달리 유저들은 상당히 활발하게 해외 동향을 살펴보고 공유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처럼 중국 게임 시장은 그간 보지 못했던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섣불리 다가가기는 아직 힘들다. 외자판호는 2023년에는 3차례에 걸쳐 발급을 했지만, 언제든지 당국의 정책에 따라서 중단될 수도 있다. 특히 판호를 발급 받았음에도 과몰입 방지를 이유로 출시가 유예되고 있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같은 사례도 발생할 여지가 있다. 그나마 최근 규제를 제기한 인선이 교체가 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다른 담당자가 또 어떤 정책을 발의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1월 22일까지 의견을 듣겠다는 발표를 한 만큼, 그 후에 추가로 어떤 조치가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는 있다.



▲ 던파 모바일은 판호도 받았고 출시 일정도 나왔지만 직전에 과몰입 방지 시스템 강화 권고로 유예된 바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렇게 중국 게임 시장이 예측이 불가능해진 만큼 중국 내에서도 해외 시장을 노리는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재작년부터 주요 게임사들은 해외 게임쇼에 좀 더 무게를 싣는 행보를 보였으며, 올해에도 '검은 신화: 오공', '소녀전선2', '젠레스 존 제로', '명조: 워더링 웨이브' 등 다양한 신작들이 해외 출시 혹은 테스트를 예고하면서 공략에 나서고 있다.

또한 중국 내에서 모바일-PC뿐만 아니라 콘솔까지 크로스플랫폼을 지원하는 게임이 늘어나면서 콘솔 게임이 확장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음수협게임공단이 발표한 2023년 중국 게임산업 매출을 살펴보면 콘솔 게임 매출액은 28억 9,300만 위안(한화 약 5,283억 원)으로, 2022년 대비 22.93%의 증가세를 보였다. 여기에 '검은 신화: 오공' 등 콘솔 패키지 게임 대작이 등장하고, SIE가 중국 콘솔 게임 개발사를 지원하는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가 재개되면서 그간 비교적 저조했던 콘솔 게임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동안 국산 콘솔 게임이 부재해서 판호를 발급받지 못했으나, 작년 'P의 거짓'과 '데이브 더 다이버'를 비롯해 올해 '스텔라 블레이드' 등 콘솔 게임 대작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만큼 확장되고 있는 중국 콘솔 게임 시장을 눈여겨보고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SIE가 중국 개발사를 지원하는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가 재개, 콘솔 게임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중국 게임 시장은 열기 힘들지만 열리면 대박의 기회가 쉽게 찾아오는 엘도라도처럼 여겨졌다. 2020년까지 굳게 잠긴 동안, 접근하기 어려운 시점에서는 더더욱 과거 대박 사례의 향수에 젖어 그러한 낭설이 더욱 잦았다. 물론 폐쇄적인 중국 시장 특성상 퍼블리셔와 파트너사의 신뢰도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언급됐지만, 성공을 위한 기회비용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한동안 굳게 닫힌 문을 조금씩 열고 있는 중국 게임 시장은 그간 업계에 낭설처럼 돌았던 것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방대한 규모의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한 생태계, 그리고 각종 규제에 적응하거나 혹은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몇 년 동안 진화해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 흐름을 다시 파악하고 2024년의 동향을 훑어보면서 조금씩이나마 열릴 기미가 다시 생긴 중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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