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계' 다다른 게임패스, 각광받던 구독형 게임의 미래는?

기획기사 | 김규만 기자 | 댓글: 29개 |



개별 타이틀을 구매하는 대신, 월 이용료만 납부하고 수 많은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구독형 게임 서비스는 미래 시장의 주력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했습니다. 심지어 유비소프트나 EA 등 개발사 또한 자체적인 구독 서비스를 마련하기도 했죠. 2022년 초 Xbox는 게임 패스(Game Pass)가 2,5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발표하는 등 여느 미디어 콘텐츠 시장과 다르지 않게 게임 시장에서 또한 구독형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하려는 움직임이 확실히 엿보였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일상에 깊숙히 파고든 구독형 서비스가 게임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입지를 넓히는 모습은 분명하지만, 한 편으로는 여타 콘텐츠에 비해 게임 시장에서 구독형 서비스가 갖는 한계 또한 분명하다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지난 해 막바지에 이르러 각종 외신에서 밝힌 "Xbox 게임패스의 이용자 유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소식 또한 이러한 시선에 무게를 더하고 있죠.

구독형 게임 서비스, 2023년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



▲ 일제히 가격 인상이 발표된 구독형 서비스들, 게임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분들이 이미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시피, 지난 2023년은 디지털 콘텐츠는 물론 의류, 화장품, 심지어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로 구독경제가 확산되며 소비자의 피로감 또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거기에 물가 상승에 따른 서비스 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구독자 정체, 또는 감소를 보이는 서비스들도 종종 눈에 띄는 한 해였죠.

게임 서비스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습니다. 구독형 게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Xbox나, 2022년 새롭게 정책을 내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모두 한 차례 요금 인상을 추진했죠. 애플 또한 자사의 앱 서비스 요금을 줄줄이 인상하며 애플 아케이드 또한 월 4.99달러에서 6.99달러로 인상하기도 했습니다.

또, 최근 외신은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게임 플랫폼에 소액 결제와 광고를 포함할 수 있다는 소식을 일제히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같은 소식을 다루며 넷플릭스가 소규모 모바일게임을 너머 더욱 퀄리티가 높은 게임에 대한 비용 청구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헤일로' 시리즈 개발자 조세프 스테튼 크리에이티브 리더를 지난 8월 영입하며 AAA게임 개발에 대한 의지를 비추기도 했습니다.

한편, VR 시장을 선도하는 메타(Meta)는 지난해 6월 여러 가지 VR 게임을 구독형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메타 퀘스트+'를 발표하며 구독형 게임 서비스에 진입하는 것을 밝혔습니다. 특이사항으로는 수 많은 게임을 제공하는 대신, 매월 2종의 엄선된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는 색다른 접근을 시도한다는 점이겠습니다.



▲ '엄선된 VR게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발표된 '메타 퀘스트+'

구독형 서비스에 대한 요금 인상이나, 그간 구독형 서비스가 없던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도 물론 많은 의미를 갖지만, 정작 게이머에게는 "구독할만한 게임이 있었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 게임 기업들이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보통 오래 전에 출시가 이뤄진 게임이나 업데이트를 기반으로 한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 국한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보통 방대한 구독형 게임 라이브러리를 갖추고 있는 Xbox 게임패스에 집중되는 것이 사실이죠.

희망찬 소식은, Xbox 게임패스의 경우 지난 2022년보다는 월등히 많은 핵심 타이틀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포르자 모터스포츠'같은 Xbox 게임 스튜디오의 핵심 신작은 물론이요, 포르자 호라이즌5 랠리 확장팩, 헤일로 인피니트 업데이트 등 기존 게임에 대한 업데이트도 진행했습니다. 게다가 베데스다와 그 자회사의 신작들, 이를테면 '스타필드'나 '레드폴', '하이파이 러시' 등의 게임들도 게임패스 데이원을 지원하며 모처럼 풍족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었죠. 각 게임의 평가는 둘째 치고 말입니다.

한편, 'P의 거짓'의 Xbox 게임패스 데이원 입점은 국내 게임 산업에서 더욱 부각되어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중소규모 국산 게임들이 게임패스에 입점한 사례는 있지만, Xbox가 직접 독일 쾰른 곳곳에 전시할 정도로 공을 들인 국내 게임은 아직 'P의 거짓'이 유일합니다. 게다가 해당 게임은 게임패스 데이원 출시 이후에도 누적 판매량 백만장 이상을 돌파하며 출시 첫 달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Xbox 게임패스는 2022년보다 훨씬 풍족한 한 해로 지난해를 넘겼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바라보는 걱정섞인 시선이 줄지 않은 것은 왜일까요?


Xbox 게임패스, 한계에 다다랐다?



여러 해외 외신이 Xbox 게임패스의 미래 성장에 대해 걱정하는 이유는 여러 측면이 있지만, 가장 큰 두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지금까지 폭발적인 구독자 수 성장을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인상된 구독 요금과 소비자가 기꺼이 이를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타이틀'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걱정에 대한 근거로, 외신들은 Xbox가 지난 2022년 초 2,500만 명의 구독자를 달성했다고 말한 이후 한 번도 Xbox 게임패스의 총 구독자 수를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을 들고는 합니다. 이후 2년 간 분명 어떤 식으로든 통계상의 변화가 있었을 텐데, 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말이죠. Xbox 대신 시장 조사 업체 옴디아(Omdia)가 지난 해 한 차례 Xbox 게임패스의 구독자가 4,170만 명에 달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는 기존 Xbox 라이브 골드(멀티플레이를 가능하게 하는 구독형 서비스)이용자가 해당 서비스 이름이 'Xbox 게임패스 코어'로 전환되며 편입된 수치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 편입니다.

또 하나는 지난해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보고서가 공개되면서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의 인센티브 달성 목표에 게임패스 구독자 수가 제외된 점 때문인데, 게임패스 구독자 목표치는 2020년부터 꾸준히 해당 CEO의 급여 목표에 포함되어 있었던 사항이었습니다. 이를 밝힌 매체 Axios Gaming에 따르면 사티아 나델라 대표는 지난 2020년까지 게임패스 가입자 증가에 대한 급여 목표를 꾸준히 달성해 왔지만, 이후 2년간은 계속 미달에 그쳤습니다.

게다가 SEC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Xbox 콘텐츠 및 서비스 수익에 대한 사티아 나델라 대표의 목표 성장치는 4.4%였으나, 실제로는 0.7% 성장에 그쳤습니다. 게임패스 성장률의 경우 2022년에 목표로 했던 73% 성장률에 크게 못 미치는 28%만을 달성한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이유에서 Xbox가 게임패스 가입자 수치를 더 이상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하는 것은 비약이겠지만, 그 성장세가 한 풀 꺾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습니다.



▲ "게임패스의 수입은 Xbox 전체의 15%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적 있는 필 스펜서

사실, Xbox 게임패스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은 지난 2022년 필 스펜서 Xbox 게이밍 부문 대표가 인정한 적도 있습니다. 어느 순간 게임패스는 콘솔을 보유한 대부분의 게이머층에게 이미 도달했고, Xbox의 전체 콘텐츠 및 서비스 수입의 15%를 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모두를 위한 게임(Gaming for Everyone)"이라는 기치를 내건 Xbox는 이 한계에 다다른 콘솔 시장 이용자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는 모습입니다. 게이머들은 이미 Xbox가 물리적인 콘솔 시장 경쟁 체제에서 한 걸음 물러난 것을 인지하고 있죠. 언제 어디서든, 플랫폼에 상관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Xbox 게임패스의 가치는 분명 매력적인 것이지만, 많은 업계 전문가들은 콘솔도 없고, 코어 게이머도 아닌 이들을 게임패스의 울타리 안으로 초대하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구독형 게임 서비스에 대한 말, 말, 말
지난해 Xbox 게임패스를 중심으로 한 구독형 게임 서비스 시장의 사례를 살펴보면, 그간 구독형 게임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취해 온 회의론자들의 이야기에 무게가 좀 더 실리는 느낌입니다. 미국의 초대형 게임사 테이크투(Take-Two) 인터렉티브의 CEO 스트라우스 젤닉 또한 구독형 게임 서비스 회의론자 중 한 명입니다.

수년 전부터 스트라우스 젤닉은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선형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매우 다르다"며, 구독형 게임 서비스의 이용자 풀을 확장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예측해 왔습니다. 그는 게임 구독 서비스는 일종의 카탈로그 사업이고, 주어진 기간동안 다양한 타이틀을 플레이하는 데 관심이 있는 소비자층에게만 매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트라우스 젤닉 대표는 이러한 구독 서비스가 소비자 뿐 아니라 개발자와 퍼블리셔 모두에게 경제적인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이러한 이유를 들어 출시 시점이 오래 된 게임을 구독형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은 무방하나, 신작 타이틀을 출시 첫날부터 제공하는 것은 그 경제성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하기도 했죠.

지난 2022년 새로운 방향의 구독형 서비스인 PS PLUS를 출범한 소니의 입장도 비슷했습니다. 짐 라이언 SIE CEO 또한 스트라우스 젤닉 CEO와 유사한 이유를 들어 구독 서비스에 신작 게임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답변했죠. 이 두 게임패스 회의론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렇겠네요. "게이머와 개발자, 퍼블리셔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투자의 선순환이 중요한데, 신작 출시 첫날부터 구독형 서비스에 게임을 내거는 것은 그 방법이 아니다"라고요.



▲ GTA6를 게임패스 데이 원으로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이는 이유

어느 쪽의 말이 정답인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애초에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일 수도 있고요. 실제로 출시와 동시에 Xbox 게임패스에 신작을 출품한 개발사들의 이야기도 상당 부분 나뉘는 측면 또한 존재합니다.

'P의 거짓' 사례를 예로 들어볼까요? 네오위즈 라운드8 스튜디오의 최지원 디렉터는 해외 외신 GameRant와의 인터뷰를 통해 Xbox로부터 많은 마케팅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며, 게임패스의 수 많은 게이머 커뮤니티에 신작을 소개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전했습니다. 게임패스에 입점하고, 출시 첫날 게임을 제공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투자를 받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P의 거짓처럼 글로벌 게이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개발사가 신작을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 디볼버를 비롯한 유명 인디 레이블의 경우 지난해 중순 구독 서비스에 자사의 퍼블리싱 타이틀을 포함하려는 플랫폼의 제안을 거부한 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유는 타이틀의 가치와 수익 기회를 과소평가하는 구독 거래 제안이 있었다는 것인데, 해당 게임이 어떤 작품인지 알 수 없는 만큼 넘겨짚을 수는 없지만 소규모 게임에 대한 투자가 이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 정도로는 생각해볼 만 하겠습니다.

또 이는 지난해 중순 문건 유출을 통해 알려진 Xbox 게임패스 입점 시 예상 지불 비용 리스트와도 궤를 같이 합니다. 공개된 후보 명단 리스트에는 수억 달러의 예상 지불 비용이 명시된 AAA게임도 있었던 한 편, 지난해 최고의 게임으로 확정된 '발더스 게이트3'에는 다잉라이트2 입점 예상 비용보다 10배 낮은 500만 달러를 명시해 둔 모습이 포함돼 커뮤니티에서 유행을 타기도 했습니다.

각기 다른 의견이지만 모두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있고, 어떤 유행의 서비스가 됐든 일장일단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수많은 산업에서 구독형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이유 또한 실보다는 득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려하는 측이 이야기하는 '지속가능한' 방향에 대해서는 Xbox 또한 여러모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인 것으로 보입니다.



▲ 반면, 지난해 게임패스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 낸 'P의 거짓'도 있다


독점작을 경쟁 플랫폼에? '하이파이 러시'에 대한 우려
이처럼 Xbox 게임패스의 성장 한계와 그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글로벌 게임 산업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바로 지난주에는 Xbox의 독점 게임이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게이머들 사이에 큰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소문의 주인공은 탱고 게임웍스의 '하이파이 러시'와 '씨 오브 시브즈'로, 전자는 지난해 깜짝 출시를 통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후자는 독특한 게임성으로 꾸준한 유저 풀을 확보한 Xbox 진영의 핵심 타이틀이고요. 이처럼 저만의 위치를 확고하게 한 Xbox 독점 게임이 타사 플랫폼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Xbox에 친화적인 개발자들을 비롯한 다수의 게이머들이 SNS에 우려 섞인 의견을 게시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우려를 표하는 입장에서 드는 핵심 근거는 소위 "모두를 섬기려다가는 결국 아무도 섬기지 못하게 된다"는 유명한 비즈니스 격언과 맞닿아 있습니다. 타사 플랫폼에서 Xbox의 독점 게임(이었던 것)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된다면, 과연 Xbox는 자신의 정체성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입니다.



▲ '하이파이 러시' 스위치 출시 소문에 격분한 것은 다름아닌 Xbox 팬들

"모두를 위한 게임"은 Xbox가 내건 핵심 가치이기도 하고, 또 Xbox는 콘솔 게이머층을 넘어 자사 타이틀이 가진 영향력을 전 플랫폼에 걸쳐 확장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몇 안 되는 독점 타이틀을 굳이 다른 플랫폼에 출시하는 전략은 현재 Xbox 팬들에게 혼란을 더하고만 있는 모습입니다.

또 한가지, 이러한 전략이 반대로도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Xbox가 자사의 독점 타이틀을 닌텐도 스위치나 플레이스테이션에 출시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SIE나 닌텐도가 그들이 가진 독점IP를 기꺼이 Xbox에 출시할 것일지. 지금으로서는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처럼 들릴 뿐입니다. 아무리 기존 Xbox 사용자들이 게임패스를 통해 독점 게임을 '먼저' 플레이해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독점작이 하나둘씩 다른 플랫폼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될 경우 종국에는 게임패스를 구독해야 할 이유조차 남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생각해 볼만 한 주제입니다.

물론 이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콘솔 게임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이미 '천장'에 다다랐다는 의견이 주류로 자리잡고 있으며, 더 많은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유저층이 필요한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독점 타이틀을 다 플랫폼에서 판매할 수 있다면, 이같은 경제 상황 속에서 퍼블리셔나 개발사의 수익성 향상에 일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팬들의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 Xbox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해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Xbox 진영의 두터운 팬들조차 이번 소식에 대해 반감을 표명한 가운데, 앞으로도 커뮤니티와 상의 없이 독점작의 멀티플랫폼화가 이뤄진다면 Xbox의 브랜드 충성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돌고 돌아... 결국 중요한 것은 '게임'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클라우드 게이밍'이 Xbox 게임패스가 처한 상황을 타개할 핵심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수 년이 지난 지금도 활성화되기에는 멀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리적인 디바이스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전국에 인터넷 접근성이 확보된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들쑥날쑥한 네트워크 속도 때문에 제대로 된 게임플레이 경험을 확보하는 데 아직도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가입자 2,500만 명 이상을 확보한 Xbox 게임패스는 구독형 게임 서비스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넷플릭스 구독자와 비교하면 10%에 머무를 정도로 그 규모가 작은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이야 MS의 막대한 자본과 자사 게임 스튜디오를 통해 라이브러리를 충당할 수 있지만, 과연 이런 식의 사업이 언제까지고 유지될 수 있을지, 스트라우스 젤닉 대표가 말한 대로 아직 그 탄탄한 근거가 나타나지도 않고 있는 실정이고요.

돌고 돌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게임'입니다.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다른 미디어 콘텐츠와 다른 점. 그 사용자의 생리 또한 확연히 다른 점. 같은 구독형 서비스라도 게임 산업에서 유독 어려운 모습이 드러나는 점 모두 '게임'이 그 바탕에 있습니다.



▲ 말도, 탈도 많았지만 베데스다 역대 최대 출시작이라는 기록을 얻은 '스타필드'

지난 2023년은 수 많은 대작 게임들이 쉴 새 없이 출시되며 지갑을 위협한 한 해로 게이머들의 기억에 남았습니다. 개중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들이 호평을 받았던 것도 있고, 반대로 세간의 기대를 모두 어깨에 짊어진 채로 출시돼 안타까움만 남겼던 사례도 있죠. 발더스 게이트3, 호그와트 레거시, 젤더의 전설: 왕국의 눈물, 파이널 판타지16 등. 하나하나가 각각 다른 해에 출시됐다면 GOTY 최다 수상을 다툴 정도의 작품들이 올해 모두 출시됐는데, 안타깝게도 이들 모두 Xbox와 게임패스와는 거리가 먼 타이틀이었습니다.

시장 조사 업체 Circana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4월 구독형 게임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지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약 2%정도 상승에 그쳤습니다. 그에 반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판매된 게임들의 매출은 확연히 상승했습니다. '호그와트 레거시'는 지난 12월 2,200만 장 판매를 돌파했고, '디아블로4'는 출시 일주일만에 1조 원 매출을 달성하며 역대 블리자드 게임 중 가장 빠르게 판매된 게임 기록을 갱신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Xbox 게임패스 최대어라고 할 수 있는 '스타필드'는 어떨까요? 기대와 다른 실망스러운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베데스다 게임 출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게임패스 데이 원 출시임에도 스팀 글로벌 매출 차트 2위, 영국 판매 차트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상적인 판매량을 보였습니다. 물론, Xbox 게임패스가 그 성적을 기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 코지마 히데오 X 조던 필 작품이라니, 기대해야겠지?

어떤 미디어보다 하나의 작품에 많은 시간을 쏟는 매체인 만큼 게임 소비자의 충성도는 두텁고, 결국 개발사는 완성도 있는 '게임'을 통해서만 소비자인 게이머의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Xbox 게임패스의 구독자 증가율이 멈춘 듯 보이는 것은 생각보다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떤 '게임'을 통해 기존 구독자를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Xbox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해서야 결국 마무리된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건만 봐도 말이죠. Xbox는 게임패스에 라이브러리를 추가할 수단으로 공격적인 인수를 멈추지 않을 모습처럼 보이고,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 앞으로 지켜볼 일만 남았습니다.

지난 TGA 2023(The Game Awards 2023)에서는 또 다른 희망적인 소식도 있었습니다. 코지마 프로덕션의 대표 코지마 히데오가 조던 필 감독과 직접 발표한 신작 'OD'가 공개된 것이죠. Xbox 게임 스튜디오의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독특한 게임플레이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아직까지 게임패스 데이 원 출시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그간 행보를 보면 어렵지 않게 게임패스에서 플레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년 전부터 핵심 BM으로 떠오른 구독형 게임 서비스는 이렇듯 아직 갈 일이 멀어 보입니다. 실물 콘솔 사업까지 제쳐두고 가장 앞으로 달려가는 중인 Xbox는 더 많은 고민을 짊어지고 있을 테죠. 이처럼 수면 위로 드러난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올 한 해의 행보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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