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20주년 ①] 나의 과거이자 우리의 기억, 스타크래프트

기획기사 | 장민영, 남기백 기자 | 댓글: 53개 |



기억이란 건 참 신기하다. 얼마 전에 있던 일이 기억이 안 나는가 하면, 오래전 일들이 뚜렷하게 머릿속에 남아있기도 하니까. 기억 속에 과거는 찬란한 추억이 될 수도, 스쳐 지나가는 순간일 수도 있다.

2018년 3월 31일, 스타크래프트가 나온 지 20년째 되는 날이다. 20년 전이 선명하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약 10년~20년 전의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전국적으로 인기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기억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왕년'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어른들의 이야깃거리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스타크래프트는 선명한 기억이다. 20년 전 과거가 지금도 또렷하다면, 그 어떤 순간보다 소중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소중함을 간직하고 있는 세 사람, 전용준 캐스터-김정민-엄재경 해설과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와 함께 한 시기를 돌아볼 수 있었다.



스타크래프트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기까지





평범한 고등학생, 만화가, 지방 방송국 직원이었던 이들이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 10년이 넘는 시간을 바쳤다. 그것도 자신의 업으로 말이다. e스포츠라는 말조차, 새로운 방송 산업으로 성공한다는 보장 역시 없던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스타크래프트에 모든 걸 쏟기까지 그 과정이 궁금했다.

김정민 해설은 프로게이머에 도전하던 시기를 떠올리며 "첫 시작은 그냥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 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회에도 나가면서 였죠. 당시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끌면서 전국 피시방 대회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거든요. 두 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프로게이머를 향해 간 거죠.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같이 해보자는 사람들이 점점 주변에 생기더라고요.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서 한국 e스포츠 협회를 비롯한 각종 리그, 구단들이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프로게이머를 시작할 때 역시 더 잘 될 거라는 확신은 없었죠. 그런데, 갑자기 인터넷에 저에 대한 글들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저를 보려고 대회장에 찾아오는 분들이 생기기도 했고요. 제 주변 환경 역시 급격히 좋아졌어요. 그런 과정을 경험하면서 '아, 이제 제대로 해봐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라고 회상했다.




스타크래프트와 관련한 방송과 프로씬이 생긴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을까. 방송국 직원이었던 전용준 캐스터도 "제가 스타크래프트 방송 캐스터를 할 때는 이미 인기가 있는 분야였는데요. 방송이라는 게 게임이나 콘텐츠의 인기가 먼저 있어야 가능하거든요. 당시 스타크래프트는 모두의 이야기였죠. 젊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30-40대(현 50대-60대)까지도 스타크래프트 이야기를 하던 시대였습니다. 게임을 하는 분들에게는 스타크래프트와 관련된 일들이 정치 뉴스만큼 뜨거운 이슈이기도 했어요. 당연히 게이머가 자부심을 가질 만한 시대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재경이 형과 제가 일했던 방송사에서는 지상파 방송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 고민을 했고, 대중에게 접근하기 위해 최신 유행에 맞추려고 한 게 스타크래프트였습니다"고 당시 방송국이 스타크래프트를 보는 관점을 알렸다.

이어서 "대회가 시작되자 지금보다 더 큰 상금이 걸렸어요. 63빌딩을 빌려서 대회를 하고, 당시 돈으로 1억 원이 넘는 큰 우승 상금이 걸렸죠. 그런 상황에서 지방 방송사 아나운서가 대회를 맡을 수 있다는 건 꽤 단기간 내에 성장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 현상의 흐름이란 걸 제가 알고 있었고요. 캐스터로 활동을 시작하고 일주일 만에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생겼어요. 그리고 제 월급을 뛰어넘는 액수를 제시하면서 행사 진행을 맡아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스타크래프트 방송이 전통 방송과 스포츠와 비교하면 분명 위험성이 있는 분야는 맞죠. 하지만 돈으로 보나 명예로 보나 충분히 그만큼 선택할 만했습니다"며 e스포츠에 뛰어든 이유를 들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스타크래프트를 중계했던 엄재경 해설 역시 그 결과에 놀랐다고 했다. "하이텔 배 스타 대회 같은 거로 방송을 시작했는데, 재방송을 보는 시청자 수가 엄청난 거예요. 당시 케이블TV에서 자체 제작 프로그램 중에 이 정도 시청률이 나오는 게 없었죠. 제가 개인적으로 푹 빠져있던 게임은 맞지만, 이 정도로 인기 있을 줄 전혀 모르고 시작했어요. 확신은 방송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느끼게 됐죠. 만화 역시 그릴 때부터 재미있으면, 남들도 재미를 느낄 거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스타크래프트도 마찬가지였죠. 제가 99 PKO(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라는 대회의 해설을 준비할 때부터 그 에너지를 느꼈어요. 잘 될 거라는 느낌보다는 '재미있겠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죠. 주변 만화가 선배님들이 '언제까지 해설할 거냐?'라며 저를 말리기도 했는데, 저는 재미있으니까 될 거라는 생각만으로 뛰어들게 됐죠."


10년의 흥행
e스포츠로서의 스타크래프트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는 재미만으로 게임이 e스포츠로서 흥행할 수 있었을까. 최근까지도 '게임성이 좋다, 재미있다'는 평을 들었던 게임은 많았지만, 스타크래프트 만큼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던 게임은 나오지 않았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인기를 끌고 e스포츠로 활성화 되기까지. 스타크래프트가 불러온 현상은 신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전용준 캐스터는 "스타크래프트가 게임성이 가장 뛰어났냐, 그건 모르는 거예요. 성공의 비결을 부분부분 분석해도 왜 다른 게임은 인기가 없는지 이해가 안 돼요. 다른 게임 역시 재미가 있었거든요. 그건 또 개인마다 다르니까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거의 독점했죠.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이 스타크래프트라는 사실은 변함없거든요. 그걸로 모든 게 만들어진 거예요. 스타크래프트보다 재미있는 게임을 또 만들더라도 이만큼 인기가 있을 거라는 확신은 못 할 겁니다"며 운을 뗐다.

e스포츠로서 흥행에 대해서는 "스포츠가 재미있는 이유는 '경쟁' 있어서 그래요. 경쟁이라는 게 스포츠의 전유물도 아니고 RPG 게임의 레이드도 경쟁이 될 수 있죠. 많은 사람들 중에 1등을 가리는 과정이 가장 큰 재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덧붙여 김정민 해설은 "e스포츠를 열어야겠다는 생각과 상관없이 이미 온 동네마다 피시방 대회가 진행되고 있었어요. 알아서 자체적인 문화가 형성된 거죠. 전문적으로 피시방 대회에만 나가서 돈을 버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어요. 저만 해도 고등학생 때 돈을 꽤 벌었거든요. 부산에 가서 게임 대회에 나갔는데, 당시 돈으로 200만원을 주더라고요. 그런 문화가 굉장히 자연스러웠죠. 제가 학교에서 가장 잘했는데, 주변 친구들이 다른 학교와 붙어보는 게 어떠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송파구에 있는 몇 개 학교를 돌았죠. 더이상 경쟁할 거리조차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프로씬이 나오게 된 겁니다"고 치열했던 스타크래프트의 경쟁에 대해 언급했다.



▲ 조지명식, 허영무의 '악마의 손'에 당황한 KT 이영호-김성대(출처 : OGN 화면)


게임을 직접 하는 사람들에게 경쟁이란 게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에 함께 할 수 있었다. 스타크래프트가 다른 게임과 또 다른 점은 무엇이었을까.

엄재경 해설은 "유독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로 잘 된 이유는 보기가 좋다는 점이에요. 전혀 게임을 모르던 사람들이 한두 번 보면 어떤 게임인지 알아요. 게임에서 기상천외한 전략만 나오면 보기가 힘들거든요. 그런데, 스타크래프트는 비슷한 패턴으로 가다가도 그 안에서 조금씩 다른 게 나와요. 그런 면에서 절묘했죠."라며 이해하기 쉬운 관전을 이유로 들었다. 김정민 해설 역시 "스타리그의 팬으로서 경기를 보면 '과연 이번 공격을 막을 수 있을까'라는 긴장감이 절로 들더라고요. 저도 스포츠광이라 새벽같이 경기를 챙겨보는데, 그 정도 긴장감이 나오는 장면은 찾기 힘들었습니다"는 말로 스타크래프트만의 '보는 재미'를 언급했다.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부분은 그들의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선수를 넘어 관계자들까지 별명이 있었고, 게임 외적인 재미가 발생한 것이다. 리그 초창기에 프로게이머들에게 별명을 지어주는 것으로 유명했던 엄재경 해설은 "그런 것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선수도 있더라고요. (홍) 진호한테 왜 그런 상황에서 공격해서 패배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어요. 본인도 여러 방법이 안 통해서 그랬겠지만, 당시 대답이 자신이 '폭풍 저그'니까 그렇게 했다는 거였어요."라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서 "우리 문화가 인터넷 문화와 같이 성장했잖아요. 한때 한국의 인터넷 문화를 이끌어가는 곳이 '스타크래프트 갤러리'였어요. 많은 유저들이 참여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재미있는 걸 공유했죠. 이런 인터넷 문화가 이전과 가장 다른 건 유저가 참여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런 문화가 스타크래프트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고 봐요."라고 일반 유저들이 참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스타리그 당시 'MC 용준'이라는 별명이 있었던 전용준 캐스터는 "중계라고 하는 건 대회와 선수가 어쨌든 중심이 잖아요. 그들의 뒤에서 일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죠. 그런데, 조금 더 팬들의 입장에서는 친숙한 사람, 어쩌면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는 거고요. 저를 뭐라고 불러도 좋아요. 그냥 전용준, 캐스터, 전 MC라고 해도 되는 건데, 저를 'MC 용준'이라고도 불러주는 거잖아요. 그만큼 저 사람을 부를 이유가 많이 생겼다는 거로 생각해요. 역할 외에 다르게 불리는 사람은 필요하다고 인정받는 거 잖아요. 영광스러운 일이죠"라며 팬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했다.

스타리그의 이야기는 스스로 만들어가기도 했다. 스타리그 특유의 조지명식에 대해서 전용준 캐스터는 "국내에서 자신의 상대를 뽑거나 도발하는 건 개인적인 경험에서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상금도 어마어마한데, 아이들 장난처럼 대진을 만들기도 했잖아요. 누구는 인생을 걸고 하는 일인데 말이죠." 이에 대해 엄재경 해설은 "미국 프로레슬링에서 그런 게 있긴 했어요. 하지만 그건 이미 결과가 결정된 '쇼' 잖아요. 그런데, 스타리그는 스포츠와 쇼가 결합된 형태였어요. 이야기 거리가 많아서 보는 재미가 있는데, 경기 자체는 또 살벌한 실전입니다. 중계를 하면서도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죠."라며 조지명식의 역할에 대한 답변을 나눴다.


그때도 지금도 최강일 수 밖에
끝없이 성장했던 프로게이머 경기력





시간이 흐를수록 스타크래프트 게임 내적으로 더욱 단단해졌다. 프로게이머들이 10년 넘게 경쟁한 결과, 개발자가 상상한 것 이상의 플레이를 해내면서 e스포츠의 경기 수준을 드높인 것이다. 기존 강자를 뛰어넘는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곤 했다.

그렇게 쌓아올린 e스포츠 프로씬에 대해 김정민 해설이 말문을 열었다. "프로게이머 시절에 대부분이 정말 죽도록 연습했던 거 같아요. 팀 연습이 끝나면 될 사람들은 잠을 줄이고 개인 연습을 더 했어요. KT에서는 인터넷, 핸드폰이 안되는 연수원으로 보내기도 했죠. 다른 운동선수들이 지내는 곳에서 훈련도 해봤습니다. 한 달에 외출 한 두 번 정도...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출전 기회를 잡게 되니까요. 출전해서도 이겨야 살아남는 것이고요. 하루 종일 빌드를 갈고 닦고 연습실 안에 박혀서 살았죠. 그랬더니 다른 일을 할 때 인내심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왔는데, 프로게이머 시절이 더 힘들었어요. 지금도 온종일 방송을 준비하는 거 역시 당시 생활에 비하면 별게 아닐 정도예요."라며 당시 프로게이머들의 지독한 연습량에 관해 설명했다.



▲ 최연성 감독이 바라본 김택용은?

더욱 무서운 점은 모두가 노력하는 상황에서 승자가 될 사람은 소수밖에 없다는 것. 승부는 재능과 종족 상성의 차이일까.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재능이 뛰어난 선수로 김택용을 말한다. 프로토스로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저그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극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SKT T1 스타팀에서 선수부터 감독까지 지냈던 최연성 감독의 말이 떠올랐다. "연습량은 무조건 천재를 이겨요. 그런데 천재가 연습량까지 많으면 최고인 거죠. 원래 재능 있는 친구는 연습을 소홀히 하게 되거든요. 1등은 연습량도 1등이에요. 스타크래프트 게임단 시절에 우리 팀에서 가장 연습을 많이 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연습생 한 명이 김택용이라고 하더군요. 김택용은 당시 팀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였거든요."

상성과 한계를 극복하는 것에 대해 전용준 캐스터는 "다른 분야를 보면 손가락이 3개인 피아니스트, 신장이 작은 농구 선수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경우가 있어요. 스타크래프트에는 3개의 종족이 있잖아요. 그리고 종족의 상성이라는 게 프로들 사이에서도 앞선 예시만큼 극복하기 힘든 걸 수 있어요. 그걸 극복한 선수는 일부분일 수 밖에 없었죠. 그게 김택용이나 이영호가 될 수 있는거고요. 스타크래프트에서도 다른 분야와 동일한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노력으로 극복하는 선수들이 있었다고 봅니다. 영역은 다르지만, 한계를 극복한 사람들은 존중받아야 하죠."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의 수준은 단순히 게임 재능이 뛰어난 천재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다. '1등'이 되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노력해왔기에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스타크래프트가 가져온 것
과거의 스타크래프트가 현재에 주는 영향





한국은 e스포츠에서 최강국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e스포츠라는 말을 탄생하게 했던 스타크래프트가 현재 프로 게임씬에 준 영향은 무엇일까.

지금도 다양한 종목을 맡고 있는 전용준 해설은 "외국과 한국의 e스포츠의 차이가 있어요. 외국은 e스포츠가 클럽 형태로 운영되서 이 분야에 처음 일해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코치-선수-관리자 모두 그렇죠. 하지만 한국 e스포츠는 원래 전통 스포츠단에서 일하던 분들이예요. 예를 들어, KT는 KT 스포츠단의 업무 중 하나가 게임단이죠. 그런 분들은 기본적으로 선수를 어떻게 관리할 줄 알거든요. 야구-농구 선수를 관리하던 시스템이 온 거죠. 대기업팀에서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선수들이 오랫동안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을 떠올려보면, 이기석-국기봉 같은 선수들이 그렇게 오래 하지 못했잖아요. 반대로, 이영호-홍진호-김택용 같은 선수들은 오래 했거든요. 선수를 관리했던 분들이 게임단이 창단되면서 일을 같이 해왔어요. 거기서 만들어진 시스템과 훈련이 선수들의 슬럼프가 있었을 때 잡아줄 수 있는 거죠. 지금의 KSV 이지훈 단장, LoL 최연성 감독이 나온 거죠. 스포츠 구단의 프론트와 함께 일했던 분들이 다른 e스포츠 종목에서도 일하는 겁니다. SKT T1의 특정 게임 구단이 만들어진 건 얼마 안 됐을 지언정, SKT 스포츠단은 정말 오랫동안 해왔던 것이거든요. 그들만의 노하우를 발휘하면서 다른 종목, 다른 팀에 가도 성공할 수 있죠."라고 답변했다.



▲ 스타1 시절부터 지금까지 e스포츠 명맥을 이어온 통신사


스타크래프트와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있었다. 김정민 해설은 "예전에는 e스포츠와 관련된 부정적인 댓글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 e스포츠 뉴스가 올라오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 됐고, 그 안에 몇 백 개의 댓글이 달리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일 섭외가 들어올 때 작가분들에게 팬이었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e스포츠랑 상관없는 분야인데, 프로게이머 당시의 팬들이 나이가 들어서 곳곳에 있더라고요. 최근에는 아이돌 가수들의 운동회 행사에도 간 적이 있어요. 스포츠와 상관없는 게임 방송인인데 불러준 거잖아요."

"그리고 스타리그가 중국 e스포츠에 큰 영향을 줬거든요. 제가 중국에 한번 간 적이 있는데, 대표님이 저를 비롯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의 이름과 닉네임을 모두 알더라고요. 현장에 갔더니 휘황찬란한 호텔에서 대접해줬죠. 그런 팬분들이 ‘나도 협력업체나 자본이 생기면 스타리그 같은 리그를 해봐야지’라는 생각이 마음 한쪽에 있었나 봐요. 그런 분들이 방송국이나 대회를 열면서 e스포츠 판이 전 세계적으로 커진 것이죠. 유럽이나 북미 역시 마찬가지예요. 스타 게이머 출신의 팀 리퀴드의 대표분 역시 그렇죠. 본인의 취미와 업무를 접목해서 회사를 키우고 투자를 해나가는 분들이 많더라고요."라며 스타크래프트를 보고 자란 이들이 만들어낸 변화에 관해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진부할 수 있는 질문, '스타크래프트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관해 물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기억이 있는 이들의 답변은 다를 것 같았다.




전용준 캐스터 : 2004년에 광안리에서 열렸던 대회 영상을 제가 가지고 있어요.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 영상만 보면 눈물이 나더라고요. 나름대로 분석을 열심히 해봤어요. 처음에는 당연히 그곳에 모인 10만 관중이라는 수치 때문인지 알았죠. 그 이후로 국회의원, 장관님들까지 e스포츠 행사에 올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다시 그 영상을 보니까 그때 내가 보이더라고요. 10만 관중과 엄청난 세트장이 보이는 게 아니라 그 당시 내 모습이 보였습니다. ‘스타가 나다’라는 생각이 아니에요. 광안리 프로리그를 생각하지 않으면 그 당시 내가 보이지 않아요. 대한항공 스타리그 역시 거대한 격납고가 떠오르는 게 아니라 그 당시 내가 보이는 거죠. 30대 때 나의 모습이. 스타크래프트는 그 당시의 나를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거예요. 2004년에 전용준이 뭐했는지 물어본다면, 잘 안 떠올라요. 그런데, 광안리를 떠올리면 제 모습이 나타나요.

저뿐만 아니라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했던 분들에게는 그 당시 본인들이 보일 거 같아요. 그래서 리마스터가 나올 때 그렇게 많은 인원이 부산에 오셨잖아요. 스타크래프트는 과거의 나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더라고요.



▲ 다시 모인 'GG투게더' 광안리


엄재경 해설 : 아들 같고, 친구 같아요. 스타리그가 생긴 게 2000년인데, 제 아들이 태어난 해에요. 아들이 자라나는 걸 보면서 e스포츠가 성장하는 걸 봤어요. 다른 분야에서 제가 무엇을 이뤘다는 내색을 안 해요. 그래도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에는 주인 의식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좋은 친구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김정민 해설 : 우연히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를 하게 돼서 e스포츠 업계에서 20년 가까이 일하고 있잖아요. 지금까지 프로게이머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그래서 더 게임을 좋아하려고 노력하죠. 또 스타크래프트와 관련된 새로운 확장팩이나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될 때마다 어떤 앨범이나 영화보다 더 설레곤 합니다. 항상 기다리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죠.

오랫동안 들어도 전혀 질리지 않는, 앞으로도 듣고 싶은 말은 “스타크래프트 경기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예요. 진짜 스타크래프트를 잘 만났다. 프로게이머와 해설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스타크래프트가 잘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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