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펍지vs넷이즈' 저작권 침해 소송, 5대 쟁점 정리

기획기사 | 원동현 기자 | 댓글: 19개 |
지난 2018년 4월 2일, 펍지주식회사(이하 펍지)는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을 통해 넷이즈 측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넷이즈 측에서 개발 및 서비스 중인 ‘Knives Out(이하 KO)’과 ‘Rules of Survival(이하 ROS)’이 펍지의 ‘배틀그라운드’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것이 이번 소송의 이유다.

이에 넷이즈 측은 지난 4월 6일 자사 작품에 대한 권리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7월 17일 화요일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 측에 공식적인 반대서면을 제출했다. 넷이즈는 해당 반대서면을 통해 펍지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했으며, ‘장르를 독점하려는 시도는 부끄러운 것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본 사건은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펍지 측의 법률 대리는 SIDLEY 법률사무소, 넷이즈는 QUINN EMANUEL URQUHART&SULLIVAN 법률사무소가 담당한다.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는 펍지와 넷이즈, 인벤에서 양사 간 주요 쟁점을 정리해봤다.



쟁점1) 게임의 구조, 규칙, 그리고 장르적 특성



▲ (좌) 배틀그라운드 경기 면적 축소 시스템 (우) Rules of Survival "

펍지 측은 배틀그라운드의 게임 구조, 규칙 등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측면들이라고 주장했다. 레드 존, 전자기장, 그리고 DBNO(Down But Not Out) 등 다채로운 시스템에는 시각적 혹은 음향적인 작업물이 담겨있기에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배틀그라운드 내 차량, 소비품, UI 등 다양한 요소에 펍지 만의 독특한 표현법이 들어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넷이즈 측은 DAVINCI EDITRICE S.R.L. v. ZIKO GAMES, LLC 판례를 예시로 들며 “게임의 구조, 규칙, 그리고 표준적 삽화 원칙에 관한 요소들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전자기장으로 플레이어를 유도하거나, DBNO로 팀 플레이를 강조하는 것은 게임 구조 및 규칙에 해당되는 요소이며 생존에 필요한 소비품, 차량 등은 배틀로얄 장르를 표현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라는 주장이다.

표준적 삽화 원칙(Scene a faire)이란?

어떤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특정한 표현이 표준적이거나 필수적인 경우, 해당 표현은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므로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원칙.

■ 판례 : DAVINCI EDITRICE S.R.L. v. ZIKO GAMES, LLC(Case 4:13-cv-03415)

이탈리아 보드 게임회사 Davinci Editrice는 지난 2002년 RPG 카드 게임 ‘Bang!’을 출시하며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후 중국의 보드 게임 회사 Yoka Games가 개발하고 Ziko Games가 미국 내 배급을 맡은 ‘Legends of the Three Kingdoms(LOTK)’가 출시됐으나, 기본적인 게임의 규칙이 거의 동일하여 논란이 됐다.

이에 Davinci Editrice(원고) 측은 ‘카드 게임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요소들을 침해당했다’며 Ziko Games(피고)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6년 4월 27일 텍사스 남부지방법원은 저작권법의 기본인 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적 논리에 근거하여 LOTK와 Bang!의 룰(아이디어)이 유사한 것은 사실이나 아트(표현) 등에서 차별화되었기에 피고 측이 원고 측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쟁점2) ‘Winner Winner Chinken Dinner', 캐치프레이즈의 저작권



▲ (좌) 배틀그라운드 승리 화면 (우) Rules of Survival 승리 화면

펍지 측은 'Winner Winner Chinken Dinner'라는 문구가 “유머와 놀라움을 전해주는 요소”라며, “해당 캐치프레이즈는 펍지 주식회사와 배틀그라운드의 일종의 엠블럼처럼 쓰이기도 하는 등 하나의 저작권 보호 요소”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넷이즈 측은 지난 2014년의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서 내려진 판례를 예시로 들며 해당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해당 판례에 의하면 짧은 문구는 어떤 독특한 방식으로 배열됐다 하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는 요소가 아니기에 펍지 측의 캐치프레이즈 역시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이 넷이즈 측의 주장이다.

■ 판례 : Gorski v. The Gymboree Corp.,(Case No.: 14-CV-01314-LHK)

2011년 ‘lettuce turnip the beet’라는 문구에 대한 저작권을 Gorski 측에서 등록했다. 이후 2014년, Gymboree 측이 해당 문구를 포함한 의류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Gorski(원고) 측은 지난 2014년 3월 21일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Gymboree(피고) 측은 원고 측이 티셔츠에 저작권 침해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며 본 소송이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피고 측의 주장에 동의하며 “짧은 문구는 어떤 독특한 방식으로 배열됐다 하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쟁점 3) 가상적 유사성(Virtual Identity)



▲ (좌) 배틀그라운드, AKM 라이플 (우) Knives Out, AK-47

펍지 측은 무기, 탄알, 방어구, 의류 등 다양한 장비에 자신들 만의 독특한 표현이 가미되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프라이팬 같은 경우는 "많이 이들에게 사랑받는 배틀그라운드의 아이콘"이라며, "게임 내 유머를 자아내는 순수한 예술적, 창의적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넷이즈 측은 이러한 펍지 측의 주장은 '가상적 유사성'에 대한 고려가 결여되어있다고 지적했다. 동일 장르의 두 게임, 혹은 현실을 묘사하는 두 오브젝트를 비교하기 위해선 원고 측에서 '실질적 유사성'이 아닌 높은 기준의 '가상적 유사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넷이즈 측의 지론이다.

넷이즈는 과거의 판례를 예시로 들며, 가상 정체성 기준에 의해 색깔이나 모양새 등 사소한 차이만으로도 저작권 침해 행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판례 : Capcom U.S.A. Inc. v. Data East Corp.

지난 1994년, 캡콤 측은 '파이터즈 히스토리(Fighter's History)'를 개발한 Data East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1993년 출시된 '파이터즈 히스토리'가 1991년 출시되었던 자사의 대표작 '스트리트 파이터2'와 상당 부분 흡사하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였다.

캡콤 측은 '스트리트 파이터' 특유의 전투 방식, 캐릭터의 외형, 조작 연계 및 조합 시스템 등을 '파이터즈 히스토리'가 무단으로 모방하여 저작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994년 10월 31일, 법원 측은 파이터즈 히스토리 내 몇몇 캐릭터들과 스페셜 무브들이 스트리트 파이터와 상당히 유사한 것이 사실이나, 이 역시 표준적 삽화 원칙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가상 유사성은 부족하다고 판시를 내린 바 있다.



쟁점4)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펍지 측은 '배틀그라운드'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시청각적 특징이 2차적 의미(Secondary Meaning, 식별력을 갖춘 '기호'로서의 의미)를 획득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보급상자나 치킨을 이용한 축하 문구 같은 게임 속 요소를 통해 쉽게 배틀그라운드를 연상할 수 있으며, 이는 배틀그라운드만의 고유한 요소로 작용하여 하나의 '트레이드 드레스'로 기능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넷이즈 측은 '배틀그라운드'에 '기능성'이 존재하여 하나의 '트레이드 드레스'로서 인정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디바이스의 외형 장식, 색깔과 같은 예술적 측면으로만 인정받을 수 있으며, 게임의 구조나 규칙 같은 요소는 기능성을 갖추고 있기에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란?

제품의 고유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색채·크기·모양 등 무형적인 가치를 뜻하며, 미국 연방 상표법(Lanham Act) 제43조에 의해 보호받는 디자인 특허의 한 종류다. 트레이드 드레스로 인정 및 보호받기 위해서는 '비기능성', '식별력', '혼동가능성'을 갖추어야 한다.

비기능성(Non-Functionality) : 실용적인 기능성을 내포하면 안 된다.

식별력(Distinctiveness) : 독특한 구조나 장식 등으로 고유한 이미지를 형성, 소비자들이 해당 상품을 쉽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차별적인 요소는 없으나 2차적 의미를 통해 고유한 이미지가 형성된 경우에도 인정된다.

혼동가능성(Likehood of Confusion) : 소비자들이 논란이 되는 상품과 본 상품을 비교할 때 혼동할 가능성이 존재해야 한다.

■ 판례 : Glassybaby, LLC v. Provide Gifts, Inc.CASE NO. C11-380 MJP

지난 2011년 6월 6일, 미국의 유리 양초 용기 제조사 Glassybaby(원고)는 Provide Gifts(피고)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Glassybaby는 자사 특유의 용기 디자인을 Provide Gifts가 무단 도용했으며, 자사의 디자인이 하나의 트레이드 드레스로 인정받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워싱턴 서부 법원 측은 Glassybaby의 제품이 트레이드 드레스로 인정받기에는 충분한 식별력을 갖추지 못했으며, 해당 제품의 디자인이 '무기능성'이라는 증거를 충분히 제출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쟁점5) 불공정경쟁법(Unfair Competition Law)




펍지 측은 캘리포니아주 사업 및 직업법(Business and Professions Code) 17200조에 의거해 넷이즈의 행위는 불공정경쟁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은 불공정경쟁의 의미를 '불법적'이고, '불공정'하며, '사기적'인 사업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펍지 측은 자사의 정식 라이센스를 받아 개발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이 출시 되기 이전에 넷이즈가 자사의 게임을 모방한 ROS와 KO를 출시한 행위가 위와 같은 불공정경쟁법에 저촉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넷이즈의 권리 침해 행위로 인해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받았으며, 이와 같은 침해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는 이상 피해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넷이즈 측은 펍지가 불공정경쟁법의 범위 및 의미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불공정경쟁법의 적용 대상으로 지정될려면 펍지 측이 주장했듯 '불법성', '불공정성', '사기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허나 펍지 측은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다는 모호한 주장만을 펼쳤을 뿐, 어떤 법을 넷이즈가 위반하여 어떤 불공정한 피해를 입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 넷이즈의 주장이다.

불공정경쟁법(Unfair Competition Law)이란?

불공정경쟁은 상표권 혹은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무형 자산을 권리 없이 침해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 외에도 허위광고, 영업 비밀 침해, 상품에 관한 허위 정보 기재 및 표시 역시 불공정경쟁행위에 속하며, 이러한 비도덕적 거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 불공정경쟁법이다.

■ 판례 : Stern Electronics, Inc. v. Kaufman 523 F. Supp. 635

과거 미국의 아케이드 게임 개발사 스턴 일렉트로닉은 일본 코나미사에서 개발한 'Scramble'에 대한 라이선스를 취득, 미국 내 배급을 담당하여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후 해당 게임과 게임 내 시청각적 요소들을 미국 저작권청을 통해 저작권 등록을 하였다.

하지만, 옴니 비디오 게임즈 측은 해당 게임의 시청각적 요소를 그대로 모방하여 동일한 제목의 게임을 출시했으며, 이에 스턴 일렉트로닉 측으로부터 제소당했다.

옴니 비디오 게임즈 측은 게임 화면 내 시청각적 요소가 동일하더라도 컴퓨터 프로그램이 다를 뿐더러, 애초에 시청각적 요소는 해당 프로그램의 결과물이기에 이번 소송은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 연방 항소법원 측은 게임의 이용자에 따라 시청각적 요소의 배열이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나, 모양이나 색깔 등 근본적인 부분이 동일하기에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다며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번 법적 분쟁이 시사하는 바는?




이번 소송의 핵심 키워드들은 '표준적 삽화 원칙', '트레이드 드레스', 그리고 '불공정경쟁법'이다. 특히, '트레이드 드레스'의 경우 규정이 모호하고 권리 보호의 존속 기간이 영구적인 만큼, 실제 보호 대상으로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다. 국내에서 잘 알려진 트레이드 드레스로는 빙그레 사의 '바나나 우유 디자인', 코카콜라 사의 '콜라병 디자인' 등이 있다.

만약, 펍지의 '배틀그라운드'가 하나의 트레이드 드레스로서 인정받게 된다면 국내외 게임 업계에 상당히 큰 시사점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한맥국제특허법률사무소 박진호 변리사는 "트레이드 드레스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상표로서의 식별력이 인정되어야 하고, 비기능적이며, 오인-혼동의 가능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배틀그라운드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시청각적 특정이 동 게임의 폭발적인 인기에 비추어 보건대, '2차적 의미(Secondary meaning)'를 취득하고 오인, 혼동 가능성이 있음을 배제할 수는 없을지라도, 과연 이러한 전체적인 이미지와 시청각적 특징이 이른바 '비기능성'이 있을지 여부가 문제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이러한 전체적인 이미지와 시청각적 특징이 사용자로 하여금 최소한의 사용상 편의성을 제공하는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며, 펍지 사에서는 이러한 비기능성을 입증하는 것이 이번 소송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법무법인 센트로의 이수희 변호사는 "저작권법 자체가 시장통제의 기능이 있고, 그로 인한 가처분은 막대한 영업적 손실을 야기하기에 미국에서도 보수적으로 판단되는 경향이 있는 분야"라며, "펍지사에게 쉽지 않은 소송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ROS는 배틀그라운드와 매우 유사한 것이 사실이나 '게임' 장르는 음악이나 영화와 같은 타 분야에 비해 예술성 부분에서 평가 절하되어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 대상으로 인식되기 쉽지 않다. 만약 본 소송에서 펍지사가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지 못하면 불공정경쟁에 대한 주장도 기각될 개연성이 매우 높고, 이 경우에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손해의 전보가 어렵다. 이에 펍지사는 위 저작권 침해에 관한 다툼 외에도 넷이즈의 표절과 펍지사가 받은 경제적 손해 간의 개연성을 적극 증명 및 주장해야 한다"며 향후 펍지의 행보가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수희 변호사는 "지적재산권 분야는 아직 역사가 짧은 탓에 그 판단 기준이 매우 경직되어 있다"며, "만약 펍지사가 본 소송 어떠한 부분에서라도 승소한다면 저작권법의 영역에 큰 의미를 지닌 사례를 남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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