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만들기 ①] 1인 게임 개발에 한 번 도전해보았습니다 - 예고 및 기획 단계편

기획기사 | 윤서호 기자 | 댓글: 13개 |



"게임은 어떻게 만들까?"

게임을 즐기는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내용입니다. 물론 실제로 게임을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게임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들은 곳곳에 있죠. 업계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디씬, 대학교, 특성화고, 그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자신의 게임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서당개가 풍월을 읊는다고 하던가요, 그들을 취재하던 입장에서 어느 정도 게임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으로나마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입사하기 전에는 게임개발자교육 NCS 과정을 6개월 동안 수료하기도 했죠. 입사 면접 때는 그때 만든 포트폴리오 일부를 들고 가기도 했습니다. 물론 6개월 벼락치기 과정으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것은 어림도 없었고, 그저 일러스트와 사운드 기획서 정도만을 갖고 갔을 뿐이었죠.



▲ APK나 exe파일도 없는, 그냥 기획서와 일러스트만 남았습니다

"다시 한다면, 포트폴리오는 완성할 수 있을 텐데..."

입사하고 취재를 계속 하면서 가슴 한 켠으로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물론 다시 시도해도 똑같이 아쉬움을 느낄 게 분명하지만, 사람은 실패에서 배운다고 하잖아요? 그때 그 실패에서 여러 가지 느낀 것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 다시 한다고 해서 제가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아쉬움은 짙게 남을 거긴 합니다. 그래도 그때보다는 나은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고자 합니다. 사실 그런 게 없으면, 발전이 있을 수가 없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시작하게 된 '게임만들기' 프로젝트, 사실 이 프로젝트는 전문가가 만드는 것이 아닌 만큼, 결과물의 퀄리티는 보장할 수 없습니다. 또한 게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세하게, 혹은 개발자들에게 피와 되고 살이 되는 알찬 내용을 다루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게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단편적으로나마 공유하고, '한 번 나도 게임 만들어볼까?'라고 생각하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들어가기에 앞서서 - 포트폴리오는 왜 실패했을까?




굳이 실패한 포트폴리오는 왜 들먹이느냐, 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실패에서부터 배운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제가 만든 포트폴리오는 실패라고 하기도 민망합니다. 완성한 작품이 미진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기 때문에 아예 만들지도 못해서 실패한 케이스이기 때문이죠.

처음에 제가 기획한 게임은, 옛날에 개인적으로 쓰던 소설에서부터 비롯됐습니다. 그 작품은 게임 판타지, 그것도 액션이 난무하는 판타지입니다. 여기다가 주인공의 능력은 에너지파나 파동권처럼 빔을 뿜어내거나 투사체를 발사하거나 그런 능력도 아니었어요. 파이트 스타일도 RVD나 레이 미스테리오처럼 화려한 스타일이었고요. 사실 제가 그때 생각하던 게임의 모양새는 '젯 셋 라디오 퓨처'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도시를 이리저리 빠른 속도로 들쑤시고 다니는 그런 게임 말이죠. 즉 실패할 것이 눈에 훤했습니다.



▲ 이런 스타일의 액션을 만들고 싶었지만, 초짜 혼자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죠

이런 말이 있잖아요. '대작병', 자신이 뭘 만들게 되면, 대작을 만들고 싶어하는 그런 증상 말이죠. 딱 그 병에 걸린 셈이었습니다. 게임개발자 교육 하나 달랑 듣고, 거기다가 전공도 그 분야와 무관했던 초짜가 도시를 이리저리 누비고 다니는 액션을 뚝딱 만들어내기란 무리였습니다. 3D는 더 무리였던 게, 그때 3D MAX를 처음 접했거든요. 기능은 배우면 어느 정도 안다지만, 단순히 기능을 안다고 해서 3D를 멋있게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죠. 모델링에는 또 다른 노하우가 필요했으니까요.

그래서 2D로 방향을 선회해봤지만.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캐릭터는 많이 끄적여봤기 때문에 어떻게든 디자인하고 그릴 수 있었지만, 사물이나 배경 연습은 거의 안 했던 탓에 배경 작업이 진도가 안 나갔던 것이죠. 제가 수료하던 과정은 국가 과정인 만큼 결과물 제출은 필수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배경 작업은 그저 생색내는 정도로 시간에 쫓겨서 대충 만들어서 내버렸죠. 그렇게 작업 템포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 제출했던 완성본은 아닙니다만, 아무튼 이것보다 크게 낫진 않을 겁니다.

그나마 사운드는 예전에 피아노를 배웠고, 성당에서 미사 반주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이해도는 있었습니다. 다만 클래식 위주로 배웠기 때문에 현대, 그것도 앞서 말했던 '젯 셋 라디오 퓨처'풍의 모던하고 펑키한 액션과는 어울리지 않았죠. 그렇다고 해서 그 사운드를 만들어 줄 사람이 있던 것도 아니었어요. 당시 옆자리에 작곡을 전공하신 분이 있었지만, 그분은 클래식 전공이라서 제가 원하는 스타일로 곡을 쓸 수가 없었죠. 그래서 기획서로 "이렇게 만들 생각입니다"라고 적는 게 전부였습니다.



▲ 제작한 사운드 기획서 일부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로 볼 수 있습니다)


프로그래밍은 교육 과정에서 배운 것이 전부였으니, 당연한 말이지만 제대로 하질 못했죠. 과제로 내주는 코드를 입력하고, 엔진에 적용해보기에 바빴습니다. 실제로 6개월 정도 진행되는 교육에서, 어떤 복잡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코드가 나올 리가 없었습니다. 그냥 횡스크롤 러닝 게임이나 종스크롤 슈팅, 3D로는 공굴리기 이 정도가 다였죠.

당시에는 "이런 건 내가 만들 게 아니야"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예, 지금 생각하면 정말 접싯물에 코를 박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니, 이전에도 이미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교육 과정 수료날에 다른 사람들이 꽤나 괜찮은 러닝 게임이나, 그래도 모양새는 갖춘 횡스크롤 플랫포머를 들고 왔을 때 말이죠. 물론 그 게임들이 플레이타임은 짧고, 엄밀히 말해서 퀄리티가 좋진 않았어요. 그래도 어쨌든 그림과 기획서만 남은 저와 달리 실제로 돌아가는 APK파일이나 exe파일을 들고 왔잖아요? 그걸 보고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만 막심했습니다.



▲ 마리오처럼 게임을 단순하면서도 재미있게,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꼈죠.

요약하자면 1) 자기 분수도 모르고 너무 과한 기획을 짰으며 2) 자기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에 대해 인지를 못했다. 3) 여기에 장르에 대한 편견까지 있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 이런 경험은, 게임을 만들어보려고 도전하신 분들이라면 처음에 한두 번 겪어보셨을 겁니다. '대작병'이라는 것에 대한 강연 기사도 있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그 기사를 보고 "이건 내 얘기다" 싶었어요. 가슴이 찔리다 못해 구멍이 숭숭, 적혈구양과 백혈구군이 무더기로 쏟아져나오고 혈소판쨩이 피브린 들고 바삐 뛰는 모습이 눈에 훤할 지경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취재] '던전을 찾아서' 개발일지 - 약이 없는 병, 대작병은 어떻게 예방할까?



■ 기획 - 만들기에 앞서 설계도를 그려나가는 단계




저 자신에 대한 분석과, 이전 실패에 대한 분석은 어느 정도 된 만큼 이번에 만들 게임에 대해서 기획을 하는 단계에 들어가보자 합니다.

게임 제작에서 기획 단계는,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스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실질적인 프로그래밍이나 그래픽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게임에 무엇이 들어가야 하고, 어떤 것들을 만들어야 하는지 큰 그림을 짜두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흔히 통칭해서 '기획'이라고 부르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디렉터, 프로듀서, 시스템 디자이너, 컨셉 디자이너, 레벨 디자이너, 시나리오 라이터 등 다양한 직군이 이 단계에 참여합니다. 물론 저는 1인 제작을 하게 된 만큼, 그 모든 걸 제가 다 도맡아야 하죠.

여기에 기획 단계에는 한 가지 더 추가됩니다. 기술적인 제약이나, 제조상의 제약 같은 것도 고려해서 플랜을 짜는 일이죠. 플랜을 짜기 위해서 일단 다시 제 상황으로 돌아가보죠. 일단 교육 수료 후에 2년 동안 작업을 하지 않았으니, 실력은 이전보다 더 떨어진 상태입니다. 그리고 당시에 교육 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큐베이스나 3D MAX,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활용할 수 없죠. 그렇기 때문에 사운드 작업과 3D 작업은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그때보다 조금 나아진 것이 있다면, 에셋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죠. 교육 과정에서는 수업의 성과를 보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에셋이나 오픈소스 활용이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제약이 없는 만큼, 제가 부족한 부분을 에셋 스토어에서 어느 정도 찾아서 메울 수 있죠. 다만 그것을 어떻게 잘 버무리느냐, 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 에셋 스토어에서 어떤 에셋을 쓰고, 이를 응용할지도 문제입니다

사용 가능한 도구는 집에서 사용하는 게이밍 노트북과 태블릿, 몬스터고DJ, 그 외에 회사 컴퓨터가 있었습니다. 그래픽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스케치나 컨셉 아트를 끄적일 연습장도 작업 도구가 될 수 있죠. 영화나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사용하는 스토리 보드도 좋은 도구였습니다. 프레임이 미리 그려져있기 때문에 인터페이스나 컷씬을 간단하게 시각화할 때 도움이 되기도 하고, 시나리오를 정리하기도 좋았거든요.



▲ 출력해서 사용하고 있는 스토리 보드(출처: boords.com)

그럼 이제 제가 만들고자 하는 게임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전에는 제가 원래 쓰던 작품에 맞춰서 게임을 기획했기 때문에, 원작에 맞춰서 너무 게임을 거창하게 만들려고 했었죠.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쓰려고 했던 작품을 게임에 맞춰서 변화시키는 것을 우선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게임의 장르부터 정하고, 그에 맞춰서 설정과 게임의 틀을 잡아가는 과정을 우선적으로 했습니다. 또 플랫폼을 정하는 것도 중요했죠. 플랫폼에 따라서 해상도나 인터페이스가 달라지는 데다가, 자주 사용하는 코드도 달라지거든요. PS4 같은 경우에는 별도의 데브킷을 사용해야 하고요.



▲ 당연한 말이지만, 플랫폼에 따라 해상도나 인터페이스가 달라지고, 빌드도 달라집니다

여기엔 물론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부터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2D 횡스크롤을 선택했습니다. 2D 횡스크롤은 교육 과정에서 한 번 실습한 적도 있고, 제 작품의 핵심 파트인 캐릭터의 스프라이트는 어떻게든 그려서 작업이 가능했죠. 그림을 잘 그리진 못하지만, 적어도 제 캐릭터는 그려낼 수는 있었으니까요.




▲ 어설프긴 하지만, 어쨌든 스프라이트 작업은 가능합니다

처음에는 3D도 생각은 해봤습니다. 교육 과정에서 3D 모델링을 안 해본 것은 아니고, 3D 작업이 한 번 에셋이 갖춰지면 2D 스프라이트보다 훨씬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죠. 다만 앞서 말했든 지금 3D MAX를 사용할 수 없고, 무엇보다도 맵핑을 못하기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3D 모델링 작업에 대해서 아예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잠깐 첨언하자면, 모델링 작업은 크게 틀을 잡아가는 모델링 작업과, 여기에 텍스쳐의 질감 혹은 색을 입히는 맵핑이라는 작업이 들어갑니다. 맵핑 작업은 단순히 색을 칠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3D를 2D 화면에 '면을 펴서 올려놓는다'는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서 입체를 하나하나 벗겨내서 면 위에 나타낸다는 거죠. 마치 메르카토르 도법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UV맵에 미리 만들어둔 맵이미지를 넣어서 자신이 만든 3D 모델링에 색을 입히는 작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 쉽게 말해 면을 하나하나 펴서 색상을 그 면에 덧댄다고 보면 됩니다

사실 오픈 소스로 이런 맵핑이나 모델링 파일도 찾아볼 수 있지만, 앞서 말했듯 3D MAX 사용이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제외를 해야 했습니다. 최근에 픽시브에서 만들어낸 vRoid라던가 다양한 툴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런 작업툴들이 엔진과 호환되는지도 확신하기 어려웠고요.

또한 2D 횡스크롤은 가장 기본적인 장르이기 때문에 에셋이 많고, 시중에도 참고 자료들이 많았습니다. 아울러 제가 생각해둔 것과 부합하는 장르이기도 했고요. 엔진은 겉핥기로나마 배운 유니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죠. 플랫폼은 모바일, 그것도 안드로이드를 우선으로 고려했습니다. 아무래도 참고자료가 국내에서 구하기 쉽기도 하고, 직접 빌드를 만들어본 경험도 있었기 때문이죠. 다만 iOS는 실제로 구동 테스트를 한 적이 없어서 가능할지 확신은 없었습니다.



■ 게임의 설정, 그리고 기획에 맞춰 다듬기




"그럼 만들려는 게임이 어떤 내용이고, 또 어떤 게임인데요?"

사실 이것은 게임 제작뿐만 아니라, 창작에서도 꽤나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글을 쓸 때도, 저 틀을 제대로 안 잡고 쓰면 결국 맥락없이 중구난방 흘러가기 일쑤였거든요. 무엇보다도 맥이 확실하게 잡혀있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어필하기도 어렵고요.

제가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생각해둔 설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 13차원(가제)

(ㄱ) 제 13차원의 뜻은, 무대가 제 13번째 평행세계라는 의미. 즉 다중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ㄴ) 제 13차원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 유채림은 어느 날 갑자기 도시가 붕괴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평행세계의 틀이 '뫼비우스'라는 조직에 의해서 무너지게 되면서 세계가 원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 것.

(ㄷ) 붕괴에 휘말리게 된 채림은 의식을 잃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이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ㄹ) 자신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온 성유미와 오중구는 '가면'이 자신의 본모습을 외계로부터 지키기 위해 발현한 보호기재라는 것을 알려준다. 아울러 '가면'이 드러나면서 자신의 내재된 힘이 각성했다는 것도 일러준다.

(ㅁ) 채림은 유미, 중구 등과 함께 세계를 왜곡하는 '뫼비우스'를 물리치고, 세계를 원상복구하고자 한다.

원래는 소설로 우선 쓰려고 했던 소재인 만큼, 실제 설정은 좀 더 복잡했습니다. 등장 인물도 많고, 일종의 이능력 배틀물처럼 다양한 능력이 등장하는 데다가 더 복잡한 시놉시스를 구상해뒀으니까요. 그렇지만 게임, 그것도 선형화된 동선에 기술의 제약으로 간단하게 만들어야 하는 2D 횡스크롤에서는 제가 생각해둔 모든 것을 담아낼 순 없었습니다. 이미 그렇게 해보려다가 실패했던 전례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설정을 간단하게, 핵심만 요약해서 추려냈습니다. 그리고는 이 부분을 어떻게, 2D 횡스크롤로 구현할 것인지도 생각을 해봐야 했습니다. 아울러 어떻게, 작품을 좀 더 차별화할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하고요.

우선 2D 횡스크롤 플랫포머, 혹은 액션의 특징을 떠올려보죠. 다양한 적들이 있고, 곳곳에는 가시 함정 같은 트랩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은 허공에 떨어지면 죽죠. 게임에 따라서 적과 한 번만 접촉해도 죽거나, 일반적인 3라이프 룰을 보듯 세 번까지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혹은 그보다 더 많이, HP 형태로 있기도 하고요.




앞서 언급했던, 제가 만들고자 하는 작품의 주요 테마는 '가면'입니다. 이계와 뒤섞여서 무너져가는 세계 속에서 자기 자신을 지탱해줄 수 있는 보호기재이자, 캐릭터들의 각성과 동시에 등장한 상징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따라서 이 '가면'에 대한 설정을 먼저 확고하게 잡는 것이 중요했죠.



▲ 가면은 단순히 얼굴을 가리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가면' 설정

1) 보호기재: 이계로부터 침식 당해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

2) 내면의 각성 상징: 내면의 힘이 각성해서 외부로부터 보호기재인 가면이 생긴 것이기 때문.

3) 이계와의 융합 및 세계의 붕괴 현상은 계속되고 있음. 즉 외부로부터의 침식 현상도 계속 되고 있고, 가면이 이를 막아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외부의 충격을 받거나, 적의 공격을 받으면 가면에 균열이 생긴다. 또한 침식을 막아낼 때마다 가면을 유지하기 위해서 힘이 소모된다. 힘을 다하거나 혹은 가면이 부서질 경우, 이계에 침식된다.

여기에 착안해서 '가면'의 상태를 HP로 치환하면 어떨까, 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혹은 가면 아이콘 형태로 HP 게이지를 만들 수도 있겠죠. 공격을 받거나 함정에 빠지면 가면의 게이지가 줄어들고, 가면이 없어지면 게임오버, 이런 식으로 말이죠.

여기에 차별화를 위해서 타임어택 요소를 넣는 것도 고려했습니다. 원래도 가면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 내에 적을 없애야 한다는 설정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착안해서 가면은 제한된 시간 동안만 유지가 되고, 이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안전지역에서 회복을 해야 한다는 설정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죠.



▲ 사실 이 개념은 바람의 크로노아 2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원래 설정대로라면 HP와 가면이 완벽히 동일한 개념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로 분류를 하게 되면, 그만큼 구현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시스템이 복잡해집니다. 이 부분을 감당할 수 있냐고 자문했을 때, 답은 'No'였죠. 그렇기 때문에 HP=가면으로 일원화하고 아이템 및 기타 설정을 해나갔습니다.

2D 횡스크롤 플랫포머냐, 액션이냐 하는 부분은 사실 고민이 많았습니다. 욕심대로라면 현란한 액션을 만들고 싶지만, 실력이 안 되는 만큼 액션을 구현하기는 어려웠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점프해서 적을 밟아죽이거나, 혹은 적을 죽일 수단이 없어서 피해다니는 플랫포머 형태로 만들기에는 원래 생각해둔 것과 너무 괴리감이 컸습니다. 결국에는 액션은 최소한으로나마, 찌르기나 베기 정도를 넣는 수준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죠.



▲ 그냥 플레이할 땐 간단해 보였던 것도, 직접 만들 때는 간단하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었죠

캐릭터의 이름이나, 주요 소재에 대한 설정을 짠 다음에는 게임 속 이야기의 무대, 즉 배경에 대한 것도 설정을 짜야 합니다. 이 부분은 원래부터 현대물을 생각해둔 만큼, 현대 도시를 무대로 삼았죠. 키워드는 '현재 대한민국에 있을 법한 가상의 도시'였습니다. 배경을 못 그리고, 특히나 도시의 전경은 아예 못 그린다는 한계가 있긴 했습니다. 이 부분은 일부 '도시가 붕괴 현상 때문에 폐허가 됐다'라는 식으로 메운다거나, 혹은 에셋을 활용하는 식으로 메워가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죠.

원래 설정은 우리나라의 도시를 모티브로 한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에셋에 따라서 이 부분은 변경될 수도 있었죠. 사실 그게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가상'이라는 카테고리보다는 '현재'의 '대한민국', '도시', 이 카테고리가 더 중요했으니까요. '가상'이라는 점은 제 13차원이라는 타이틀과,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평행세계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만큼 그 부분에서 어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 사실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예전에 다니던 학원가의 이미지이긴 합니다

사운드도 그에 맞춰서 현대적인 사운드를 확보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았습니다. 물론 오디오 인터페이스 및 신디사이저, 작곡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에셋을 구하거나, 무료 음원을 구해서 충당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봐야했죠. 물론 무료 시퀀서나 미디 프로그램으로 작업할 수 있긴 합니다. 다만 제대로 사용해본 적이 없는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작업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점도 고려해봐야 했습니다.

UI와 인터페이스 등도 대강이나마 스케치로 끄적이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생각해봤습니다. 이 부분을 사실 컴퓨터로 할 수도 있지만, 원래 아이디어라는 것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법이죠. 그걸 순간적으로 캐치해서 키워드로 배열해두거나, 혹은 끄적인 뒤에 다시 리마인드해서 점차 설계를 완성해나갔습니다.

사실 기획 단계는 앞서 말했듯, 게임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가는 작업입니다. 그만큼 더 심층적으로 파고 드는 작업이죠. 엔진은 어떻게 쓸 것이고, 에셋은 뭘 쓸 예정이며, 가용 시간은 얼마인지, 예상 플레이 타임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유저층을 대상으로 만드는지 등등 고려할 것이 많았습니다. 이 부분을 다 클리어할수록 디테일이 살아있는 게임이 되지만, 반대로 생각이 많아지면서 진도가 나아가지 않아 늘어져버린 프로젝트도 존재합니다.

우선은 완성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고민은 나중에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사전 기획은 이 정도로 하고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사실 기획은 더 자세하게, 꼼꼼하게 할수록 실제 제작할 때 드는 수고가 적긴 합니다. 그렇지만 생각이 많으면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다는 것도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실천에 옮기도록 한 것이죠.



▲ 생각이 너무 많으면 종종 고민으로 이어지고는 합니다

실제로 이 게임은 하나의 완성된 게임이 아닌, 일종의 포트폴리오에 가깝습니다. 스테이지도 하나에서 많으면 둘 정도만 구현할 예정이죠. 사실 프로그래밍 파트에서 제 능력치는 0에 수렴하는 만큼, 다양한 리소스나 긴 러닝타임을 소화해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작 과정 중에도 게임에 전체적인 맥락을 다 담아내기보다는, 기획해둔 것에서 핵심을 추려내서 단순화하는 과정을 추가로 거치게 될 예정입니다.

사실 백날 이렇게 말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어떤 구체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몇 배는 더 효과적이죠. 다만 지금 작업 중이기 때문에, 완성이 되면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우선 다음 번에 보여드릴 부분은, 캐릭터 디자인에 관한 부분이 되겠습니다. 주인공과 조력자 NPC, 악역 및 몹의 디자인을 어떤 식으로 작업해나갔는지 공유할 예정이죠. 다만 제 그림 솜씨가 딱히 좋지 않은 점, 심지어 2년 전보다 더 그림 실력이 떨어진 데다가 포토샵 기능도 많이 잊어버렸다는 점을 미리 양해의 말씀 구하면서 마치겠습니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1) 자기 분수도 모르고 너무 과한 기획을 짰고,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에 대해 인지를 못한 데다가 장르에 대한 편견까지 있어서 포트폴리오를 말아먹었었다.

2) 그 실패를 교훈삼아서 자가점검을 우선 하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서 기획에 들어갔다.

3) 장르에 맞게 설정을 다듬고, 게임 안에 들어갈 요소를 고려했다. 캐릭터, 액션, 사운드, UI 및 인터페이스, 에셋 활용, 배경 등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갈 것인지 대략적으로 플랜을 짜고, '어떻게 만들겠다'라는 것을 구체화했다.

4) 게임의 대략적인 개요는 다음과 같다.

타이틀명: 제 13차원

장르: 2D 횡스크롤 액션(플랫포머에 가까운)

배경: 가상의 현대, 대한민국의 도시(경기도권, 혹은 서울)

등장 인물: 유채림(주인공), 성유미, 오중구(조력자 NPC), '뫼비우스'(악당들)

스토리 라인: 뫼비우스의 음모로 세계가 이계와 뒤엉키고 붕괴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가면'으로 자기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일부 인원(유채림, 성유미, 오중구 등)이 '뫼비우스'에 맞서 세계를 원상복구하고자 한다.

주요 소재: '가면'

가면의 역할: 보호기재이자, 능력을 각성했다는 증거.

게임 속에서 풀어내는 가면의 역할: HP

어떻게 타 게임과 차별화를 둘 것인가?

1) 가면은 적에게 공격받거나, 함정에 걸리는 것 외에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계의 침식 때문에 사라지게 된다. 즉 게임 오버가 된다.

2) 가면을 원상복구하는 방법은 아이템, 혹은 안전지역에서 휴식하면 된다.

사용 엔진: 유니티(겉핥기로나마 배운 적이 있어서 선택)

플랫폼: 모바일, 특히 안드로이드(iOS 구동 테스트해본 적이 없음)

사용 프로그램: 포토샵, 클립스튜디오, 그 외 유니티 에셋스토어의 에셋 등

주로 활용하게 될 에셋: 배경, 사운드 관련 에셋









▲ 기획안 일부(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기획안을 디지털로도 작성해서 저장, 분류해둘 준비도 얼추 했습니다



▲ 기획안대로 그려본 타이틀 로고 초안



▲ 그에 맞춰서 디자인을 다시 해보지만



▲ ...포토샵 기능을 다시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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