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세상을 바꾸는 기술' 점자 시계부터 외골격까지, 웨어러블 기기 6선

기획기사 | 정수형 기자 | 댓글: 9개 |


▲ 세계 최초의 점자형 스마트 워치 '닷 워치(Dot Watch)'

두 발로 걷고 뛰는 행동.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일상에 일일이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냥 숨 쉬듯 너무 당연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별 생각 없이 행하는 것들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하루가 저무는 노을빛을 보면 누구나 감탄을 터트리겠지만, 만약 이를 볼 수 있는 눈이 없다면? 두 다리로 마음껏 걷거나 뛰고 싶은데 다리가 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면? 평소에 당연하다고 느끼던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면 그 불편함을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진 자에게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자에게는 알고 있던 감각을 되살려주는 장애인 보조기기는 그래서 필요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 이슈가 많아지면서 장애인 보조기기의 범위와 성장세 또한 높아지고 있다.

과거의 장애인 보조기기가 단순한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면, 최근에는 IT와 접목되어 알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을 일깨워 주거나 편의를 증가시킨 웨어러블 기기로 재탄생하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기업 닷(Dot)에서 만든 세계 최초 점자형 스마트 워치인 '닷 워치(Dot Watch)' 같은 사례가 대표적인 예이다.

오늘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눈에 띄는 몇가지 제품들을 선정해보았다. 기존보다 훨씬 편리한 방법으로 평범하게 걷고, 소통하고,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장애인 보조 웨어러블 기기 6종을 지금부터 확인해보자.


박쥐처럼 음파로 사물을 파악하는 웨어러블 '수누'
거리와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진동세기




미국 스타트업체인 수누에서 개발한 '수누(Sunu)'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웨어러블이다. 이 제품은 손목에 착용하는 팔찌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마치 박쥐처럼 음파를 통해 사물을 인식하고 착용자에게 진동으로 알려준다. 진동은 착용자와 사물 간의 거리 및 크기에 따라 더 크고 빠르게 울려 사물에 대한 정보를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수누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는 현재 지팡이와 안내견에 의존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 가령, 지팡이의 경우 무릎 높이 이상의 장애물을 파악하지 못해 부딪히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안내견 역시 관리의 어려움과 데리고 다니지 못하는 환경에서 난처해지는 부분이 존재한다. 수누와 같은 기술이 점차 발전하게 되면 이러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수누의 공동 창립자 페르난도 알베르토리오는 향후 구글 지도나 페이스북과 연결해 복잡한 도시에서도 시각장애인이 불편해하지 않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 전하며 앞으로도 편의를 위해 많은 발전을 이룰 것을 밝히기도 했다.





점자가 아닌 글씨도 손으로 읽을 수 있는 '오알캠'
점자 전환기의 새로운 패러다임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읽을 수 있는 글자로써 그들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지만, 막상 일상에서 점자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대중화된 시설에는 점자가 마련되어 있지만, 있는 곳보다 없는 곳이 더 많은 게 현실. 점자에 의존해야 하는 시각장애인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웨어러블 '오알캠(OrCam)'이 개발되었다.

오알캠은 Amnon Shashua 교수와 Ziv Aviram의 공동 설립으로 개발된 제품으로, 점자가 아닌 일반 글씨를 인식하고 읽어주는 획기적인 제품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오알캠을 안경에 부착하고 읽고 싶은 글씨에 손을 가져다 대면 오알캠에 내장된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손의 움직임을 포착해서 읽어준다.

신문, 책, 식당의 메뉴판부터 스마트폰까지 손으로 가리킬 수 있는 글자는 모두 인식이 가능하다. 심지어 사람 얼굴도 미리 입력해둔다면 판별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바코드 데이터를 통해 제품을 식별하거나 현금, 색상까지 감지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외골격이 주는 자유 '피닉스'
두 발로 걷는 자유로움




수많은 히어로 중 그나마 재현하기 쉬운 히어로가 바로 아이언맨이라고 한다. 실제로 기계 슈트가 조금씩 개발되고 있으며, 이미 미육군에서는 기계 슈트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외골격 시스템을 개발한 상태다. 외골격 시스템은 쉽게 말해 기계의 힘을 빌려 지구력을 늘리거나 무거운 물건도 들 수 있게 해주는데, 이를 이용해 신체 능력이 약해 스스로 몸을 움직이기 힘든 사람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 US Bionics기업은 기존의 무거웠던 외골격 시스템을 모듈 방식으로 바꿔 무게와 가격을 줄인 '피닉스(Phoenix)'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12.25kg의 무게로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외골격이며, 파츠가 나뉜 모듈 방식으로 타 외골격보다 쉬운 탈착이 가능하다. 또한, 한 번의 충전으로 4시간 연속으로 걸을 수 있다.



진동으로 소리의 방향을 알려주는 '누구나 넥밴드'
뒤에서 들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를 느끼고 피하자




뒤에서 울리는 자동차의 경적을 듣고 피하기는 매우 쉽다. 하지만, 경적을 들을 수 없다면? 경고를 울리는 소리,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피할 수 없고 바라볼 수 없게 된다. 이런 청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국내 웨어러블 기업 유퍼스트에서 세계 최초로 소리의 방향을 진동으로 알려주는 '누구나 넥밴드'가 개발되었다.

이 제품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어폰 넥밴드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되어있지만, 일반적인 넥밴드와 전혀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일정 이상의 데시벨이 감지되면 소리가 나는 방향에서 진동이 울려 소리를 듣지 못해도 소리의 방향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 귀에 장시간 끼고 있어야 하는 보청기와 달리 목에 걸면 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착용해도 불편함이 덜하다.



소통의 장벽을 넘어주는 신개념 태블릿 '유니'
실시간 수화 번역기




청각장애인이 수화를 배우지 않은 사람과도 불편함 없이 소통할 수 있는 태블릿이 등장했다. 로체스터 공대의 MotionSavvy팀에서 개발한 '유니(Uni)'는 청강장애인과 청취자가 서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만드는 양방향 통신 장치로써, 일반적인 태블릿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카메라로 손동작을 인식하고 이를 문장으로 번역해주는 '유니'는 미세한 손동작까지 인지할 수 있는 립 모션 기능이 탑재되었으며, 청취자가 수화를 올바르게 알아들었는지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사용자가 자신의 기호를 직관적으로 추가할 수 있도록 저장하는 기능도 내장되어 있으며, 새로운 수화 및 어휘가 지속해서 업데이트되고 있다. 현재 번역이 가능한 언어는 영어뿐이지만 향후 더 많은 언어를 지원할 계획이며, 태블릿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용으로도 개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흔들림없는 편안한 식사를 위해 '라이프웨어 스테디'
최대 70%까지 떨림 억제 가능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손이 떨리는 수전증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증상이 심해지면 물건을 잡는 것은 물론 혼자서는 식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이런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미국에 위치한 Liftware기업에서 '라이프웨어 스테디(Liftware Steady)' 웨어러블이 개발되었다.

이 제품은 전자식으로 된 손잡이에 전용 수저, 포크, 포크 수저를 부착할 수 있으며, 제품의 전원을 켜면 손 떨림을 구분하는 센서가 가동된다. 만일 의도치 않은 움직임이 감지된다면 움직이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수저를 움직이게 되며 손 떨림의 약 70% 정도를 보완해줄 수 있다.

라이프웨어 스테디는 경미한 진동부터 중증, 심한 떨림까지도 제어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전증 외에 치매, 근육 경련, 근무력증, 자폐를 가진 사람들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배터리는 완충 시 1시간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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