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이슈①] 中 '판호' 규제,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

기획기사 | 박태학 기자 | 댓글: 45개 |
2018년 국회 국정감사가 2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국감 역시 추석이 끝난 직후, 즉 10월 중에 열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국감은 지난 1년간 정부의 각 주무부처 행보를 재조명하고, 과정과 결과에 대한 평가가 오가는 무대다. 게임 산업은 꾸준한 성장과 함께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이 때문에 매번 국감 때마다 언급되는 소재 중 하나다.

그렇다면, 올해 국감에 등장할 게임 관련 이슈로는 어떤 게 있을까. 1년 이상 국내 게임의 중국 게임 시장 진출을 가로막고 있는 장벽, '판호'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판호' 발급 방법과 의의
중국에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

판호는 출판물에 대한 국제 표준 번호를 의미한다. 출판물이라는 명칭에서 보이듯 통상적 의미로는 인쇄물에 부여하던 번호였지만, 온라인 시대로 접어들면서 범주를 확장했고 게임도 판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에 포함됐다. 일반적으로 발급 절차는 '저작권', '판호', '비안'까지 총 3단계로 진행된다.

저작권 증명은 국가판권국에서 담당한다. 게임사는 해당 게임의 저작권을 갖고 있다는 증명자료 및 소스코드 60여 페이지, 그리고 소프트웨어 작동 스크린샷까지 첨부해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약 1개월 이상이 소요되지만, 발급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문제는 2단계, '판호'다. 판호는 중국 국가신문출판 광전총국(이하 광전총국)에서 담당한다. 광전총국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매월 1회 이상 신규 판호 발급 현황을 공지했다. 선전성, 폭력성 등을 기준으로 광전총국에서 자체 심의를 한 후 판호를 발급하는 게 지금까지의 과정이었다.



▲ 광전총국 공식 홈페이지 스크린샷


판호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APK와 게임 소개서, 수권서, 계약서, 그리고 앞서 발급받은 저작권까지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게임 운영사가 직접 신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쇄물에 부여하던 번호, 즉 출판물에 대한 표준 번호이기에 출판사에서 판호를 신청해야만 정식으로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중소 모바일 게임사는 대부분 판호 대행 서비스 업체에 별도의 의뢰비를 지불한 후 처리한다.

판호는 내자 판호와 외자 판호로 구분된다. 중국 현지 게임사를 제외한 모든 국가의 게임사는 외자 판호로 신청해야 한다. 외자 판호는 내자 판호에 비해 절차가 복잡하며, 발급 지연도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에 따라 다르긴 하나, 한한령 이전에는 판호 발급에 대략 2개월의 시간이 소비됐다. 마지막 절차인 비안은 문화부에서 담당하며, 인터넷을 통해 1~2주면 발급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한한령 여파에 따른 한국산 게임의 판호 발급 제한

2016년 7월 국내 사드 배치가 확정된 직후,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류 콘텐츠 수입 금지령 카드를 꺼냈다. '한한령(限韓令)'이라 명명된 해당 금지령의 여파로 한류 관련 주가가 대폭 하락했고, 중국인들의 소비 의존도가 높은 한국산 콘텐츠 시장도 직격타를 맞았다. 게임 산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존 모바일 게임의 판호 발급 단계는 '권고'였다. 2016년 7월 이후 '의무'로 변경됐다. PC 온라인 게임과 동일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국 외 모바일 게임 외자 판호 발급이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진 셈이다.

복잡해진 절차보다 큰 문제는, 한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2016년 7월 이후, 지금까지 한국산 게임이 중국 판호를 받은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광전총국은 '발급 불가'가 아닌 '심사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불가 원인을 알아야 수정하는 국내 게임사 입장에선 즉각적인 대응도 어렵다. 비준이 늦어지는 동안 APK나 소스코드가 불법으로 유출되어 중소 게임사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2017년 11월 23일,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의 회원사로 구성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중국 게임업체들의 저작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한령 발생 이전에 중국 게임 시장에 입성한 작품들은 물론, 2017년 급부상한 '배틀그라운드'도 정식 서비스 전 20여 종의 저작권 침해 게임물이 불법 서비스되고 있다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국내외에서 많은 인기를 끈 '배틀그라운드'는 정식으로 중국 게임 시장에 진출하고자 작년부터 문을 두드렸지만, 역시 판호 발급 문제로 발이 묶인 상황이다. 그 사이 중국의 온라인, 모바일 게임 시장에 수많은 배틀로얄 게임들이 출시됐고, 몇몇 게임은 이미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서비스가 밀리면서 외국 게임과의 경쟁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셈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펍지 주식회사와 텐센트가 공동으로 개발했음에도 아직 판호를 받지 못했다. 때문에 현재 중국에선 유료화 모델을 뺀 버전이 '베타 테스트'라는 명목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한령 해제 후 배틀그라운드 판호 발급이 이루어진다 해도, 이미 다른 배틀로얄 게임을 즐기고 있는 중국 게이머들이 오롯이 배틀그라운드로 복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배틀그라운드'가 판호 이슈로 골머리를 앓는 사이, 수많은 유사 게임이 시장에 출시됐다.


올해 3월, 판호 담당 업무를 넘겨받은 중앙선전부의 영향으로 판호 발급이 한층 더 까다로워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3월 21일 중국 관영 통신사인 신화사를 통해 발표된 '당과 국가기구 개혁 방안' 제 11조항에 따르면, 기존 광전총국에서 담당했던 영화 및 신문출판 관리 업무는 중앙선전부로 모두 이관됐다. 게임 판호는 신문출판 관리 범위에 포함되므로, 판호 발급 역시 중앙선전부의 업무다.

중앙선전부는 기존의 사상검열은 물론, 당과 정부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신문을 비롯한 각종 대중매체를 적극 활용해왔다. 광전총국에서 분할된 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은 물론, 중국 문화부의 직접 감독권까지 보유하고 있다. 즉, 당과 정부의 뜻에 반하는 정보라면 아예 취급을 금지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즉, 중앙선전부는 정치적 성향이 매우 강하고, 중국 정부의 분위기를 직접 대변하는 부서로 해석된다. 판호 발급에서 정치 및 외교적인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중국 국무원 조직개편 이후, 타국가 기업에게 발급하는 외자 판호 비준이 전면 중단되었고, 자국 기업에게 부여하는 내자 판호 발급도 더욱 까다로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 영향으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중국 출시 여부가 불투명해졌고, 넷마블은 작년 중국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을 서비스할 계획이었으나 판호를 발급받지 못해 출시를 잠정적으로 미룬 상황이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온라인'도 판호 문제로 중국 게임 시장 문 앞에서 대기 중이다.

올해 초부터 한중 관계가 조금씩 풀리면서 한한령도 해빙 분위기를 보이고 있지만, 판호 발급 지연 문제는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판호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에 여러 차례 의견을 전달했지만, 중국 관련 부처는 "한국 게임을 차별하고 있지 않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내놨다.



▲ 광전총국으로부터 판호 발급 업무를 넘겨받은 중앙선전부는 정치적 성향이 매우 강하다.
(이미지는 중국 공산당을 상징하는 낫과 망치)


한국무역협회 상해지부가 올해 6월 8일 발표한 중국 게임산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의 게임산업 시장규모는 약 33조 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중국 게임산업의 연평균 복합 성장률은 27.6%를 기록했고, 이중 모바일 게임 시장규모는 19조 원으로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2017년 중국의 게이머 숫자는 약 5억 8300만 명으로, 지난 5년간 7.3% 늘어났다. 이를 토대로 4년 후 중국 게임산업이 45조 원을 돌파하고, 게이머는 7억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렇듯 중국 게임산업이 큰 폭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한국 게임들의 현지 시장 개척이 있었다. 중국은 2016년까지 한국 게임의 최대 수입국이었으며, 현재도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는 여전히 중국 PC 온라인 게임 전체 매출의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2017년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한국 게임 수출액의 36.4%가 중국, 대만,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만, 현재 중국의 게임산업 트렌드는 모바일 게임이 주도하고 있고, 성장폭도 가장 크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2013년 당시 중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규모는 1조 8000억 원 규모였지만, 불과 5년 만에 19조 원 대로 성장했다. 10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실제로 2017년 6월 기준으로 중국 10대 게임은 모두 모바일 게임이거나, 모바일 게임 플레이를 지원하며 MOBA, FPS, 전략, RPG, 액션 등 장르도 다양하다. 판호 규제가 장기화되면, 국내 게임사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게임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2017년 중국 게임시장 현황 (출처 - 한국무역협회 상해지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17년 4분기 및 연간 게임 콘텐츠산업 동향 분석 보고서에는 국내 게임산업 매출액이 17년 1분기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명시되어 있다.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게임 콘텐츠 수출액이 6.2% 감소했다. 중국의 판호 규제가 직접적인 수치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판호로 인한 한국 게임사들의 분위기는 지난 6일 마무리된 차이나조이 2018 현장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올해 차이나조이는 약 51,000평, 15개 전시장 규모로 운영됐다. 하지만 엔씨, 넥슨, 넷마블과 같은 대형 3사를 비롯한 대다수의 한국 게임사들이 불참했다.

그나마 들어간 카카오게임즈, 그라비티 등의 국내 게임사 역시 라이선스 계약 발표 등 비즈니스 미팅이 전부였으며, 일반인들에게 개방되는 B2C에 부스를 낸 한국 게임사는 한 군데도 없었다. B2B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주도로 국내 35개 중소 게임사들의 작품을 모은 한국 공동관(KOREA PAVILION)이 운영되기는 했지만, 주목도 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 보기는 어려웠다.


한국 게임시장에 들어온 중국 게임 현황은?
웹게임은 사실상 점령, 모바일 게임시장도 빠르게 점유율 높이는 중

한국산 게임의 중국 시장 진출이 막힌 것과 반대로, 중국산 게임은 어느 때보다도 한국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웹게임 시장은 2010년대 초부터 중국산 게임에 사실상 점령됐다. 작년 한국 웹게임 시장 규모는 2,700억 원대로 추산된다. 이중 눈에 띄는 국산 웹게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 삼아 물량공세로 들어온 중국산 웹게임이 시장을 점거했기에, 대다수 국내 게임사들은 신규 웹게임 개발에 손을 뗀 상태다.

모바일 게임 시장 역시 과거와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금일(8월 13일) 기준, 현재 우리나라 구글플레이 매출 100위에 중국에서 개발한 게임은 총 34개다. XD글로벌의 '소녀전선', '벽람항로', '테이스티 사가'는 서브컬쳐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었고, 미호요의 '붕괴3'는 높은 그래픽 완성도를 선보이며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모바일 SLG 장르는 웹게임과 마찬가지로 중국산이 아닌 게임을 찾기가 더 어렵다. '뮤오리진2', '라그나로크M'은 한국의 인기 IP를 활용해 중국 개발사에서 만들었고, 모두 매출 상위권에 위치했다.

IGA웍스가 올해 4월 3일에 발표한 '2017년 국내 중국 모바일 게임 성적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한국 구글플레이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 수는 총 136개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매출 순위 20위 안에 진입한 중국산 게임의 연간 총매출액은 74% 상승했다. 6위~10위 내 중국산 게임들의 연간 매출액이 전년대비 292% 급증한 것에 따른 결과다.

IGA웍스는 국내 전문가와 협력하는 중국산 게임들이 급증함에 따라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성공하는 게임들의 숫자도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6년 한국 퍼블리셔를 통해 들어온 중국산 게임은 39개였지만, 2017년에는 총 65개로 늘어났다.

국내 게임사가 판호로 묶인 2017년, 중국 게임사들은 자금력을 앞세워 한국 게임 시장을 공략했고, 그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 깊숙이 파고든 중국산 게임들의 현황에 반해 한국산 게임이 중국 게임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건, 기업 간의 문제를 넘어 국가와 국가 간의 콘텐츠 산업 경제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 13일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8개의 중국산 게임이 포함되어 있다.



판호 문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국내 게임사는 새로운 활로 개척 중이나, 장기적 성장 위해선 반드시 해결되야 할 문제

중국 진출 경로가 막히면서, 국내 게임사들은 다른 방향으로 생존과 발전을 모색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으로 국내 게임사들의 매출은 오히려 전년 대비 12.4% 증가한 매출 12조 2,400억 원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다. 대중국 수출 경로가 막히자 인도, 동남아시아, 대만, 북미, 유럽 등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만을 동남아 시장 진출에 앞선 주요 거점이자 중국 시장 진입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을 2017년 6월 대만에 출시했고, 엔씨소프트 역시 '리니지M'의 첫 해외 진출 국가를 대만으로 선택해 작년 11월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모바일게임 글로벌 실시간 순위 집계 사이트인 '모바일 인덱스'에 의하면, '리니지M'은 현재도 대만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유지 중이며,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도 순위권에서 찾아볼 수 있다.



▲ 13일 기준 대만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이미지 출처 - 모바일 인덱스)


지난 7월 12일 개최된 '게임 신흥시장 오픈포럼'에서 차이나랩 김두일 대표는 "외자 판호가 아닌, 내자 판호 발급을 검토하거나 iOS 선출시로 중국 시장에 진입 가능하다"고 말했다. 내자 판호는 중국 내 판호 대행사를 통해 중국산 게임으로서 판호를 받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저작권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대행사가 쥐게 되므로,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iOS의 경우 별도의 판호 없이 국내와 같은 방법으로 게임을 등록 가능하므로, 중국 게이머들의 사전 평가를 받아볼 수 있다.

올해 차이나조이 2018 비즈니스관에 배치된 한국공동관을 규제 완화의 첫 예시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한중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았던 2017년에는 차이나조이에서 '한국'이나 'KOREA'라는 명칭 자체를 허용하지 않아 'KOCCA PAVILION'이라는 이름으로 나가야 했지만, 올해는 'KOREA PAVILION'으로 참가했다. 많은 참관객을 모은 건 아니지만, 국가 명칭을 사용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한한령 완화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는 게 주된 평가다.

또한, 차이나조이 2018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룽투코리아 양성휘 대표는 복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판호 문제는 단기적 현상이며, 올해 하반기나 내년 쯤 해결될 것"이라 말했다. 창유를 포함한 중국 대형 게임 퍼블리셔들도 '한한령이 풀리면서 판호 문제도 조금씩 해결될 것'이라 내다봤다. 중국 현지 게임사들이 현재 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 차이나조이에 돌아온 '한국' 명칭


하지만, 한한령 해제가 판호 문제의 완벽한 해결로 이어질 것이라고 속단하긴 어렵다. 사드로 얼어붙은 한중관계가 해빙중인 것과 별개로 국내 게임은 17개월간 단 한 건의 판호도 발급받지 못했다. 2017년 3월에 비준한 '크로스파이어 모바일'은 앱 빌드 변경에 의한 판호 갱신이었기에 신규 게임을 기준으로 본다면 18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광전총국에서 중앙선전부로 판호 비준 업무가 이관된 후 판호 발급이 사실상 막혔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황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업계에서는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판호 관련 부처 실무진과의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 밝혔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4월 17일, 한중문화콘텐츠 교류 민간사절단을 구성해 중국 북경을 방문, 공산당 대외연락부 왕야쥔 부부장을 만나 "한중 FTA 체결 이후 서비스 분야의 후속 협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한국 게임의 판호 심의 재개 및 각종 인허가 조치 완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덧붙였다.

중국 외 국가 진출, 내자 판호 획득은 국내 중소 게임사에겐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말하긴 어렵다. 또한, 중국 거대 기업과 손잡아 우회 진출하는 전략 역시 상황에 따라 엎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몬스터헌터: 월드'가 텐센트 자체 게임 플랫폼인 '위게임'에서 13일부로 판매가 중지됐다. 위게임 측은 "게임 콘텐츠 중 일부가 관련 규제 및 정책을 준수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판매 중단 명령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최대 게임 기업인 텐센트와 손을 잡고도 중국 판매에 빨간 불이 켜진 것으로, 이는 판호 규제의 직접 대상인 국내 게임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중국 게임 산업은 어느 때보다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이는 국내 게임사들에게 있어 가장 큰 기회의 땅이라는 의미로도 연결된다.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의 수출액은 약 1조 3,600억 원을 기록했지만, 판호 문제 이전에 중국 게임 시장에 진출한 '던전앤파이터', 스팀을 통해 북미와 유럽에서 판매의 절반을 기록한 '배틀그라운드'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게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분석이다.

판호 발급 문제로 게임사들의 발이 묶이는 현상은, 국내 게임업계의 위축을 넘어 국가 콘텐츠 산업의 축소 및 경제적 손실로도 직결된다. 업계의 장기적인 성장 및 중소 게임사의 글로벌 신화가 새롭게 탄생하기 위해서는 판호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만큼, 정부와 게임업계가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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