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미국의 현실 랜덤 박스! 만족 or 분노? '루트 크레이트' 두 달 체험기

기획기사 | 석준규,서지운 기자 | 댓글: 22개 |




"띵-동!"

언제나처럼 쿨하게 택배 상자를 던져두고 쏜살같이 사라지는 미국의 택배 배송 직원들. 이렇게 벨이라도 눌러주면 감지덕지요, 평소에는 말도 없이 우편함에 넣어두고 휙 사라지기가 일쑤이다. 모쪼록 그렇게 현관에 덩그러니 놓여진 것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사이즈의 정육면체의 검은 박스였다.

랜덤 박스, 혹은 수수께끼 상자. 어느덧 어른이 되어 게임에 '현질'을 조금씩 하게 되다보니 더 익숙해진 개념.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우리를 설레게도, 분노에 땀을 쥐게 되기도 하는 그 이름. 누군가는 고작 디지털 쪼가리에 도박을 건다고 폄하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내용물이 성공적이든 실패에 가깝든 간에, 상자를 열 때 느끼는 짜릿한 손맛은 어쩌면 그 안에 든 것보다 더 큰 재미와 가치임을 안다. 그 뻔한 불확실성과 성공 시의 짜릿함, 혹은 실패의 분노까지도 랜덤 박스가 그 자체로 존재감을 가지는 큰 이유인 것이다.

미국에 거주 중인 인벤 글로벌 현지 팀은 '덕력'의 유지를 위해 다양한 게임 굿즈 사이트를 탐색하다가, '루트 크레이트'라는 굿즈 랜덤 박스 쇼핑몰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알고보면 역사가 꽤 깊은 루트 크레이트.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소비자에게 다가가며, 과연 그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다양한 루트
박스 시리즈가 있지만, 우리는 루트 '게이밍'을 위주로 살펴보았다.




▲ 다양한 종류의 루트 시리즈들


앞서 말했듯, 루트 크레이트에는 다양한 하위 분야가 있다. 영화와 코믹 등에 집중하는 루트 크레이트에 이어 게임 콘텐츠에 집중하는 루트 게이밍, 재패니메이션에 집중하는 루트 아니메, 의류가 들어있는 루트 웨어, 심지어는 애완동물 상품이 든 루트 펫츠 등이 준비되어 있다. 분야가 다양한 만큼 매니아의 분포도 상당한 편. 루트 크레이트의 인증 게시판에는 구독자들이 자신이 받은 상품들을 자랑하고 있기도 하다.

그 중 루트 게이밍은 월마다 새로운 키워드와 그에 해당하는 게임들의 종류를 미리 제시한다. 가령 '미친 과학자' 라던가 '야생' 따위의 키워드를 두고, 해당 키워드에 맞는 게임 네 가지 정도를 묶는 방식. 이를테면 '미친 과학자' 콘셉트에는 메가맨 시리즈와 포탈, 레지던트 이블, 사이코너츠 등이 모여 있었고, 등장 인물들의 매력적인 수트에 집중하는 '수트 업' 콘셉트에서는 오버워치, 인저스티스, 헤일로 등의 게임이 묶여 있는 것이다.




▲ 이런 식으로 상품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 월마다 다른 키워드들




▲ 포탈이 메인 사진이면 안 살 수가 없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가격은 얼마일까? 루트 시리즈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루트 게이밍의 월 구독 가격은 24.95 달러에 배송비와 세금이 붙는다. 미국 내에서는 35달러 정도에 배송이 가능했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더 큰 배송비가 붙는 것은 당연하겠다. 이 정도의 가격으로 상자 안에는 도합 60에서 100달러 상당의, 4-6가지의 굿즈가 들어있다고 한다. 당연히 낱개 굿즈의 종류와 갯수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프리미엄 굿즈를 노리는 사람보다는 해당 게임의 가능한 한 많은 굿즈를 모으는 사람에게 더 유혹적일 듯 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가끔씩 '선택된 자'에게 500달러에서 1,000달러 상당의 특별 기념품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기자의 마음을 움직였던 포탈 건 1:1 레플리카나, 오큘러스 리프트 세트를 준다던가 말이다. 하지만 이 대륙의 국민 수와 전 세계 유저들의 수를 생각했을 때, 일찌감치 희망은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못 받을 거 알지만...


결제는 월 단위 결제로 이루어지며, 결제 시 배송이 아닌 월 말에 배송이 되는 방식. 하지만 결제 정보를 입력한 때부터 자동 구독 개념이므로, 노리던 키워드의 달이 끝나고 물건을 받고 그걸로 만족했다면, 따로 구독을 취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분명히 한 달 플랜을 눌렀지만 다음 달 박스가 자동 결제되는 이상한 시스템을 맛본 뒤 황급히 취소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다. (그 후 굉장한 애원의 재구독 이메일이 수시로 오는데, 결심이 굳었다면 과감히 삭제해도 된다.)



▲ Geek을 노리는 수많은 랜덤 박스 사이트들


넓디 넓은 미국에는 루트 크레이트와 같은 원리의 또다른 다양한 사이트들이 많다. 물론 이 사이트들은 각각 다른 콘셉트로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루트 크레이트에는 없는 어린이 용품 랜덤박스가 있는가 하면 스낵, 건강 용품, 심지어는 란제리 랜덤 박스를 운영하는 사이트도 있다. 이들의 기본 원리는 모두 같다. 보다 적은 돈으로 더 큰 가치지만 불확실한 물건을 얻는 재미. 물론 이런 재미만을 노리는 것도 있겠지만, 사실 뭘 사려고만 해도 생각보다 먼 길을 자동차로 이동해야 하는 지역적 특성 상, 이런 박스 배송 서비스가 많은 사람들의 '귀찮음'을 상당 부분 해결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이즈와 스타일만 어느 정도 맞으면 옷을 그다지 가리지 않고 입는 사람들도 많으니 말이다.

흥미로운 현실 랜덤 박스, 루트 게이밍. 우리는 지난 겨울에 진행된 콘셉트인 '미친 과학자'와 지난 달에 도착한 '수트 업' 상품을 재미로 뜯어 보았다. 과연 루트 게이밍 박스 안에는 어떤 상품들이 있을까? 과연 랜덤 박스는 돈값을 했을까? 아니면 분노와 허탈함만을 남겼을까? 사진으로 판단해보자.




▲ 만감이 교차하는 미스터리어스한 박스




▲ 상자 안쪽이 동행 큐브인 것을 보고 안심한다.




▲ 접으면 뭔가 동행 큐브가 되는 모양. 택배 상자를 재활용하는 센스인 것인가.




▲ 첫 번째로 튀어나온 것은 레지던트 이블 티셔츠! 사이즈는 미리 신청한다.




▲ 해당 월을 상징하는 뱃지가 들어있고,




▲ 그 외에는 조그마한 박스들이 들어있다.




▲ 가장 먼저 뜯어본 것은 포탈 관련 박스. 포장 만으로 만족이다.




▲ 의외의 물건이! 넥타이가 나왔다.




▲ "저와 동행하시겠습니까?" 파티 및 연회에 어울리는 소품이다.




▲ 아무튼 그렇다.




▲ 다음은 메가맨 시리즈의 박스!




▲ 너무 당연하게 상자처럼 블루스의 헬멧이 들어 있었다. 마감이 제법 뛰어나다.




▲ 다음은 고전(?) 명작, 사이코너츠의 상자




▲ 오! 라즈푸틴의 고글이 들어있다.




▲ 더욱 힙해진 파티보이




▲ 그리고 애매한 포스터가 들어있고,




▲ 조립된 동행 큐브까지 하면 '미친 과학자' 키워드는 끝! (포탑은 미포함)




▲ 나중에 받은 '수트 업' 상자도 열어볼까?




▲ 대부분의 키워드에 오버워치를 넣은 것은 꽤나 의도된 듯 하다.




▲ 이번 달 키워드의 뱃지




▲ 가장 먼저 보인 건 인저스티스 2 티셔츠




▲ 당연히 등장한 오버워치 상품!




▲ 수트 하면 역시 파라일까?




▲ 헤일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 디오라마 식인데, 크기도 적당하고 기대보단 만족스럽다.




▲ 왜인진 몰라도, 사우스파크의 '쿤과 친구들' 깃발도 들어 있다.




▲ 마찬가지로 좀 애매한 포스터로 마무리.



생각을 해보니, 국내에도 이와 같은 현실 랜덤 박스 사업을 시도했던 업체가 여러 군데 있었다. 하지만 팍팍한 현실에서, 일단 돈을 냈으면 손해는 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터라 그다지 유쾌한 이벤트였다기보다는 실질적인 혜택이 더 많은 이벤트였던 경우가 많았고, 때론 시즌이 지난 상품의 재고처리 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몇몇 참신하고 유쾌한 시도들이 있지만, 아직은 루트 크레이트처럼 크게 재미를 보진 못하고 있는 모양.

두 달 간의 루트 게이밍 박스를 열어본 결과, 호기심에 이끌려 같이 결제를 했던 동료 기자와의 결론은 '좀 애매하다' 였다. 다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키워드의 상징적인 게임의 굿즈를 조금의 재미와 함께 가질 수 있었다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손해를 엄청 봤단 느낌은 들지 않는 정도랄까. 모처럼 새로운 재미를 기억으로 안고, 오늘도 재구독을 애원하는 이메일을 본 척 만 척 한다. 사실은 당장 다음 달 키워드를 내심 궁금해하며 말이다.



▲ 이번 달은 ROAD RAGE!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