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사도 괜찮을까요?" 닌텐도 스위치, 7개월을 사용한 기자가 전합니다

기획기사 | 정필권 기자 | 댓글: 63개 |

올해 3월 3일 출시한 '닌텐도 스위치'의 인기는 하늘을 뚫을 정도로 솟구쳤습니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리뷰어들과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갓겜' 반열에 들어섰고, 여기저기서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습니다. 국가 코드도 사라졌고, 독자 파워 규격까지 포기하면서 범용성도 갖췄었거든요. 기기 오류 문제가 발목을 잡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스위치를 향한 전 세계 게이머들의 열망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국내 정식 출시 소식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이들도 있었습니다. 출시 초, 기기 공급이 워낙 적어 품귀 현상에 시달렸거든요. 게다가 국내 출시는 언제쯤 이루어질 것인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출시 반년이 지나서 '닌텐도 스위치'의 국내 정식 발매가 확정됩니다. 11월 3일부터 예약 구매를 시작해서 오는 12월 1일 정식 출시하는 촉박한 일정으로 말이죠.

조만간 예약구매를 시작하는 시점이기에, 3월부터 지금까지, 약 7개월 동안 스위치를 사용했던 경험을 전하고자 합니다. 홍콩에서 스위치를 구매하고 나서, 온갖 문제점과 불편함이 남아있던 시기를 거침과 동시에, 스위치를 통해서 두근거림을 느꼈던 것까지 모두 말입니다.



▲ 사실, '야숨'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스위치는 할 게임이 없잖아요?"
출시 7개월, 게임은 많지만..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

스위치를 사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바로 이거였어요. 스위치 구매 당시에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AAA급 게임이 없는 상태였거든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양한 게임들이 출시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부족하다는 평가는 계속해서 나왔습니다.

PC보다 성능이 낮은 콘솔 기기의 메리트는 결국, '독점작'들에 달려있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닌텐도가 보유한 독점작들이 많기는 하지만, 출시 초반부터 여러 가지가 준비가 된 것은 아니었고요. 실제로 출시 초반에 할 게임이 없어서 몇 가지 게임을 구매하고 거의 플레이를 하지 않은 것도 많았죠.

다만, 출시 7개월이 지나가는 지금 시점에서는 꽤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타이틀들이 준비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지만, '암즈(ARMS)', '스플래툰2' 등의 멀티플레이 위주 게임들은 몇 시간이고 플레이하기 충분합니다. '몬스터헌터' 같이 시리즈 전통적으로 긴 플레이 타임을 자랑하는 게임들도 스위치로 이식됐고요.



▲ 기사 쓰면서 확인해보니.. ★G2 밖에 안 왔는데 125시간 정도 플레이를...

퍼스트 파티가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 할 만한 게임들도 많습니다. 닌텐도의 정책이 친화적으로 바뀌면서 다양한 인디 게임들이 스위치로 이식되기도 했고요. 사내의 스위치 보유자들이 즐기는 게임과 기대하는 게임도 천차만별입니다. '몬스터헌터XX'를 잡고 사는 기자가 있고, '스플래툰2'를 계속하는 사람, '스타듀밸리'를 하며 멘탈의 안정감을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서로 취향이 다르다 보니, 하는 게임들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인디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위치를 마련하는 것을 고민해 볼 만 합니다. 다른 플랫폼에서 검증됐던 인디 게임들이 스위치로 계속해서 이식되고 있고, 스위치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인디 게임들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상태거든요. 닌텐도 퍼스트 파티 외에도 인디 게임을 즐긴다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닌텐도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스위치의 구매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게임들을 제외하면 다른 플랫폼으로 출시됐었던 것이 대부분이고,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과 같은 퍼스트 파티 게임들에 큰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특정 게임 하나만을 위해서 스위치를 구매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이후 출시작 중에 마음에 드는 게임이 없다면 더더욱요.



▲ 취향이 갈리면, 게임이 많이 나와도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취향에 따라서 판단 기준이 달라질 것이기에, 섣부른 결론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스위치로 출시된 게임이 적지는 않다'는 점이에요. 취향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절대적인 숫자는 많고, 나름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도 여럿 있습니다. 퍼스트 파티와 서드 파티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게임들이 출시될 예정이기도 하고요.



▲ 10월 27일(국내 12월 1일) 나오는 '마리오 오디세이' 외에도 다양한 게임들이 대기 중.


'닌텐도 스위치' 실제로 써보니, 뭐가 좋았나?
장소의 제약 없는 플레이 - 앉아서, 누워서, 화장실에서도.

누군가 저에게 "스위치를 사고 나서 가장 좋았던 점이 뭐냐?"라고 묻는다면, "음... 큰 화면으로 게임을 하다가, 배가 아프면 화장실에도 들고 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대답합니다. 지저분한 표현이긴 합니다만, 거치와 휴대를 이리저리 옮길 수 있는 컨셉이 스위치만의 특징이자 장점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출시 전에는 의구심을 가질 만했습니다. 장소의 제약을 없애면서 기기의 성능은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하기 어려워졌거든요. 저도 사용 7개월 차지만, 입수 전에는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도 했고요. 하지만 스위치를 실제로 사용하면서 '여기저기서 플레이하는 경험'이 여러모로 각별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보이는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죠.



▲ '뭐, 결국 집에서 거치로만 쓰겠지?'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더랬죠.

개인적으로는 '손에서 놓기 어려운 게임기'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독에다 꽂아넣고 게임을 큰 화면으로 앉아서 플레이하다가, 갑자기 배가 아프면 그대로 뽑아서 화장실에 들고가서 플레이할 수 있고요. 앉아서 플레이하다가 허리가 좀 아프다 싶으면, 누워서 플레이를 계속 이어서 할 수 있습니다. 거치와 휴대 전환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손에서 놓지 않고 생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배터리 용량도 나름 적절한 수준으로 느껴졌습니다. 지속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야생의 숨결' 기준으로 약 3시간 정도. 높은 그래픽이 출력되는 것이 아니라면, 꽤 오랜 시간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몬헌XX는 대략 네 시간 넘게, 몇몇 인디 게임은 더 오랜 시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고요. 배터리야 오래 가는 게 더 좋겠지만, 나름대로는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장 때문에 KTX로 부산과 서울역, 집을 왕복하면서도 버틸만했습니다.



▲ 광고 영상에서만 이렇게 쓰지 않을까 생각했더니...

또한, 출시한 게임들도 나쁘지는 않았어요. 퍼스트 파티 외에도 인디 게임을 즐기기에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개인적으로는 100만 원 넘게 들여서 부품을 맞춘 PC에서 AAA급 게임을 돌리고, 인디 게임들은 스위치로 플레이하는 패턴이 자리 잡아 버렸습니다. 굳이 PC를 켜지 않아도 인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보니, 스팀으로도 사고 스위치로도 또 사버린 게임들도 몇 개 있고요.

게임 플레이 환경이 달라지면서 얻을 수 있는 경험도 달라진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입니다. 실제로 사용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것입니다만, 지금까지 몇 년간 유지했던 게임 플레이 환경이 변화할 정도로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스위치 구매 이후로 다른 콘솔 기기와 PC를 잘 이용하지 않게 될 정도였으니까요.



▲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휴대-거치 전환의 경험은 각별합니다.

또한, '가족들과 자연스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즐거움을 줍니다. Wii가 '스포츠'로써 가정에 갖춰졌다면, 스위치는 '게임'으로 가정 단위에 파고들 수 있습니다. 가족, 연인, 친구들 앞에서 조이콘을 빼 들고 건네며, 함께 게임을 즐기는 모습은 스스로 묘한 감정에 빠져들게 했습니다. 스위치 CF에서 '에이ㅎㅎ 저건 조금 많이 오버지'라고 생각했던 장면이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었으니까요.

살짝 조미료를 치자면, 대중에게 흥밋거리로 다가갈 수 있다고나 할까요? 콘솔 게임을 즐기는 방식 전체에 변화를 줘버렸습니다. 조카가 곁으로 다가와 "삼촌, 이거 모야? 모야?"라고 물었을 때, 조용히 조이콘을 쥐여주고서 함께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꽤 즐겁기도 했고요. 단순 파티 게임인 '1, 2 스위치'도 친구들과 술내기를 할 때 각별하게 사용하는 중입니다.



▲ "지는 놈이 오늘 술값 쏘는 거다"


그래서 단점은 없나?
조이콘의 나약한 내구도, 액정 문제, 부가 액세서리 구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 플레이 경험이 달라지는 것은 굉장한 장점이지만, 기기의 내구도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부가 액세서리도 몇 가지를 꼭 갖춰둬야 하니, 거의 뭐 돈 먹는 하마 급으로 많이 들어갔습니다.

가장 많이 고장이 나는 '조이콘'부터 이야기를 해볼게요. 보통 기기가 파손되는 사례들은 기기를 떨어뜨리는 경우 발생합니다. 본체는 플라스틱임에도 나름 튼튼한 편이지만, 조이콘은 양쪽에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이 파손되는 부위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수명이 긴 소모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리저리 떼었다 붙였다 하다가 실수로 대리석 바닥에 떨어뜨린다고 치면... 고장이 날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기능도 많아서 가격도 비싸고요.

따라서, 기기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파우치 구매는 필수적으로 자리 잡습니다. 출시 초에는 간단한 것밖에 없었습니다만, 지금은 다양한 파우치가 1~3만 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죠. 아. 그리고 스위치 액정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산산조각은 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사용 시 긁힘이 남는 사례가 많습니다. 될 수 있으면 강화 유리 필름을 붙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 파우치는 이것저것 써봤는데, 젤다 한정판에 있던 파우치가 제일 나은 느낌.

조이콘 그립감도 나쁜 편은 아닙니다만, 다양한 게임을 즐기기에는 살짝 무리가 있습니다. 기계 구조 상 십자버튼이 서로 떨어져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그립에 끼워도 폭이 조금 좁아서 어색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개인의 선택 영역이지만, 여유가 된다면 프로 콘트롤러(이하 프로콘)는 하나 쯤은 구매해둘 만 합니다.

프로콘은 다른 무선 컨트롤러와 비교했을 때, 한 번의 충전으로 장시간 사용할 수 있습니다. 1회 충전을 해두면 퇴근 후 3~4시간 게임을 한다는 전제하에 1주일 이상 배터리가 지속됩니다. 자이로와 HD 진동을 지원하니 조이콘에서 느낄 수 있던 게임 플레이도 그대로 가능합니다. 대신 가격이 조금 비쌉니다. 진동과 아미보 연동이 필요 없다면, 국내 업체에서 제작한 패드를 써도 됩니다. 가격이 절반이거든요. 무선 및 자이로도 지원 되고요.



▲ 거치 형태에서는 프로콘이 딱 맞습니다.

마지막으로, 스위치는 무선 이어폰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두셔야 합니다. 후속 모델이 나온다면 개선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재로서는 음성채팅과 무선 단자 등을 지원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기기상에서 블루투스도 지원 되는데 말이죠. 듀얼쇼크처럼 패드에 단자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음성채팅을 위한 과정도 '답이 없는' 수준에 가깝습니다. 아니, 그냥 답이 없습니다. 스플래툰2에서 친구들과 음성채팅을 하려면, 별것 아닌 플라스틱 단자에 핸드폰과 본체를 연결하는 기묘한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차라리 핸드폰으로 통화하면서 게임하는게 나을 정도에요. 앞으로 개선될 것 같은 여지도 적어서, 그냥 다른 대안을 찾는게 빨라 보입니다.



▲ 그림으로 봐도 해괴한데, 사진으로 보면 더 기가 찹니다.


그럼, 살만합니까?
적어도 돈값은 한다고 봅니다. 후회는 안 하실 거에요.

오는 12월 1일. 타 국가보다 9개월여 늦게 출시되는 국내에서 기기 출시 초반에 판매를 견인하는 '퍼스트 파티'는 이미 준비된 상황입니다. '야생의 숨결'은 한국어화를 거쳐서 2018년 출시할 예정이고, '마리오 오디세이'가 런칭 타이틀로 준비됐습니다. 여기에 '마리오카트8 디럭스', '마리오+래비드 킹덤배틀'까지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이 뒤를 이을 예정입니다. 국내 기준으로만 해도 이렇고, 다른 나라 마켓으로 가면 다양한 게임들을 더 많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또한, 스위치 구입을 기점으로 게이밍 경험 전반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겁니다. 기기 자체가 게이머와 비게이머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고,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 이정도 까지는 아니지만, 같이 스위치로 놀 수 있어요. 약 파는 거 아닙니다. 정말로.

그렇다고 닌텐도 스위치가 '킹갓엠페러 콘솔'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배터리, 플라스틱 액정, 답 없는 부가 시스템 등은 구매 시에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단시간에 개선될 수 있는 문제들도 아니니까요. 그러므로, 자신의 판단 기준을 따라, 얼마나 할 게임들이 많고, 활용할 수 있는지 심사숙고함이 옳습니다.

오는 11월 3일 국내 예약 구매를 시작하는 닌텐도 스위치. 어디까지나 개인의 판단에 달려있겠지만, 적어도 후회할 만한 기기는 아닐 것이란 생각을 던져봅니다. 7개월을 미리 써본 입장에서는 "츄라이 츄라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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