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결산 ③] "올 해는 무슨 게임하고 놀았어요?"

기획기사 | 인벤팀 기자 | 댓글: 113개 |



회의 중에 문득 나온 한 마디. 잠시 다들 고민하더니 서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유명한 타이틀도 제법 나왔고, 기대했던 대작도 나오고 해서 기자들도 겹치는 타이틀이 있을 줄 알았죠. 처음 나온 대답은 "나는 군단". 뭐, 와우 확장팩이야 어느 정도 예상했던 거기도 한데 다음 대답은 좀 의외였습니다. "전 세상은 요지경.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요."

그렇게 조금씩 이야기를 더 하고 보니 기자들 모두 재미있게 즐긴 타이틀이 제각각이었습니다. 개인마다 선호하는 장르와 타이틀이 조금씩 다르긴 해도 어느 정도 공감대는 다들 있었거든요. 그리고 나온 타이틀 중에는 출시된 지 꽤 된 타이틀도 있었습니다.

매년 새로운 게임이 나오고, 또 기대를 한몸에 받은 대작이 나오기도 합니다. 기대에 못 미쳐서 실망하는 게임들도 부지기수. 하지만 막상 나온다고 다 해보는 것도 아니죠. 가끔은 미래의 즐거움으로 남겨뒀다가 나중에 플레이하는 타이틀도 있습니다. 게이머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시겠죠?

며칠 남지 않은 2016년, 인벤 기자들이 올 한 해 무슨 게임을 놀았는지 소개합니다.(※ 재미있게 즐긴 타이틀이다 보니 약간의 과장된 표현, 속칭 약팔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추천인(졸리기 전까지) - 강민우 기자

'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올해 디아블로3가 그랬다. 노잼 게임에 치이다 보니 수면제 게임이 더 나았다. 일명 노가다 사냥, 극한의 파밍. 게다가 지독히 반복 플레이를 요구한다. 좀 할만 하다 싶으면 초기화가 된다. 객관적 사실만 놓고 보면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게임이다. 근데 시즌만 되면 기어이 하게 된다. 참으로 묘한 매력이다.

디아블로3를 하는 과정은 이렇다. 퇴근 후 씻고 컴퓨터를 켠다. 스팀 라이브러리를 뒤적거린다. 디비전? 음 아직 패치 전이야. 문명 한판만? 안돼 내일 출근해야 한다. 상점 페이지로 넘어가자 스팀 개인화 화면이 나를 잡는다. 어! 스테이 오브 디케이 새로운 에디션이 나왔나? 작년부터 살까 말까 고민했던 하우 투 서바이벌? 아니면 요즘 잘나간다는 아스트로니어! 구매 결정을 했다면 스팀게임을 아니면 디아블로를 켠다. 죽숨을 200개 정도 모으면 어김없이 졸음이 쏟아진다. 매달 이번 시즌만 해야지 하다가 벌써 시즌9를 앞두고 있다.

얼마 전 블리즈컨에서 공개된 네크로맨서가 나의 가슴에 다시 불을 질렀다. 아이언메이든 걸고 액트4를 질주했던 과거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그래 그땐 나도 안죽지만 너도 참 안죽었지. 박형근 기자가 쓴 '강령술사 17년의 역사편'을 보니 더욱 그렇다. 이제 허리 굽은 부두술사는 안녕. 지긋지긋한 달걀귀신, 지옥개, 덩치 부두도 안녕이다. 내년에는 뼈와 살을 주무르는 네크로맨서를 다시 할 테다.








추천인 - 박태학 기자

난 와우가 싫었다. NPC 머리 위 노란 느낌표도 싫었다. 띄엄띄엄 떨어진 퀘스트 동선도 마음에 안 들었다. 맵은 넓은데 갈 곳은 정해져 있었다. 우락부락한 캐릭터도 별로였다. 와우는 그 전까지 내가 즐겼던 게임들과는 좀 많이 달랐다. 당시엔 거부감이 더 컸다.

그게 11년 전, 와우 오리지널이 막 시작했을 때다. 한 달 결제하고 만렙 언저리까지 키우고 접었다. 누가 그랬다. 와우는 만렙부터 시작이라고. 난 동의 안 한다. 만렙 전에도 재밌고, 만렙 달아도 재밌는 게임이 더 좋은 거다.

11년 만에 와우를 다시 켰다. 군단 출시되고 타격감 좋아졌다는 말을 들었다. '뭐 할 것도 없는데 이거나 해 보자'라는 생각이었다. 20레벨까진 무료였다. 그거 끝나고 바로 3달 결제했다. 후배 기자도 꼬셔서 2달 결제하게 만들고 공짜로 한 달 더 받았다. 지금 4개월 째다. 하루도 안 쉬고 했다.

그때 그시절 와우와는 너무나 많이 달라져 있었다. 퀘스트 동선은 맞춤정장처럼 편안하게 개편되었고(거지같은 아웃랜드 제외), 캐릭터는 어디 좋은 데 가서 성형이라도 받았는지 꽤나 봐줄 만 했다(답이 없는 인남캐 제외). 레벨업 속도나 전사의 타격감은 '디아블로 3'의 그것과 같았고, 세 줄을 가뿐히 넘겼던 단축키도 두줄 이하만으로 충분하게 수정됐다. 나이 서른이 넘은 게이머가 해도 불편함은 없었다.

리치왕의 분노 이후 와우는 라이트 유저를 향해 구애를 멈추지 않았다. 타격감까지 손 본 와우는 내 기준으로 '왕의 귀환'이라 부를 만 했다. 난 복귀 유저라 부르기도 뭐한, 애초에 제대로 와우를 하지도 않은, 오히려 와우를 상당히 비판적으로 바라본 유저였다. 그런 날 '미치게' 만들다니... 내가 졌다. 블리자드를 우습게 봤다. 내 기준에서 올해 GOTY는 오버워치가 아니다. 날 준비가 된 팬으로 만든 군단이다.








추천인(제발 같이 합시다) - 양영석 기자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좀 더 다채롭게 게임을 즐긴 것 같다. 콘솔, PC 온라인, 모바일 게임 플랫폼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즐겼는데…그중에 가장 오래, 재미있게 즐긴 것 중 하나를 꼽자면 아무래도 '길티기어 Xrd-Revelator-'다. 개인적으로 유독 대전 격투 게임을 좋아하는 데다 시리즈 팬이라는 이유도 크고, 워낙에 임팩트 있던 작품이라서. 그리고 다섯 차례나 구매한 시리즈니까 뽕을 뽑도록 즐겁게 해야 된다(사인은 3회[PS3, PS4, PC], 레벨레이터는 2회[PS4, PC]).

일단 XRD부터 들어간 스토리모드는 콘텐츠 하나만으로도 최소한 팬들에게만큼은 이 게임을 살만한 가치를 부여해준다. 이거 하나만 봐도 마치 게임을 오랜시간 플레이한 개운함이 남을 정도니까. 하지만 워낙에 게임이 어려운 편이라 태생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건 어쩔 수 없다. 실제로 주변에도 도전해봤다가 저공 대시나 캔슬, 실드등 사용법과 운용에서 절레절레하고 그만둔 사람이 많아서 안타깝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전도를 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개발진의 장인정신과 철학 하나는 끝내준다. 3D그래픽에서 광원과 연출을 개선해서 2D로 보이게 만드는 노력은 3D 그래픽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정도. 특유의 연출을 일일이 제작했을 뿐 아니라 매일매일 언더웨어의 디자인과 색이 바뀌는….캐릭터도 있을 정도로 쓸데없는 곳까지 세밀하다. 많이 맞아서 지쳤을 때 얼굴에 반창고가 붙거나 옷이 지저분해지는 연출까지도 눈에 잘 띌 정도로 살아 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이런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X침 연출 모음(출처 : Chaos Productions Inc.)

개그 철학은 이미 예전부터 잘 알려져있다. 속칭 X침이라고 불리는 위대한 의사 앞에선, 캐릭터의 속성과 카리스마 따윈 무의미하다. 개그를 위해서 망가질 땐 철저히 망가진다는 철학. 간혹 어설프게 망가졌다 하더라도 수술대 앞에서는 누구도 예외일 순 없다. 사실 이걸로 전파를 많이 시도해봤는데 이거만 보고 웃고 안 하더라.

주력 캐릭터는 조니와 밀리아. 밀리아는 손이 좀 안따라줘서 놔줘야 하나 고민이 있고...조니는 많이 하긴 했지만, 기본 실력이 좀 형편없는 편이라 대전만 가면 와장창 깨진다. 로망캔슬도 제대로 못 쓰고 공중 캔슬을 유독 필요할 때 못하는지라 승률이 처참하다. 이번에 스팀 판으로 나와서 스팀 계정은 대전 전적이 없으니 비슷한 클-린한 새내기들과 함께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원래 싸움은 X밥들 싸움이 제일 재미있는 법이다.








추천인(추천 안함, 나만 할꺼임) - 정재훈 기자

얼마 전 PC&콘솔 결산을 쓰면서 기대에 못 미친 게임으로 디비전을 넣었다. 이 자리에서 솔직히 말한다. 디비전 많이 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내 지난 1년간 뭔 게임을 했느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생각을 좀 했는데 생각나는 게 주변 기자들 찝쩍대면서 같이 디비전 하자고 꾀고 다닌 거밖에 없다.

출시 초의 부진이 너무 컸다.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틀 내로 사망할 듯 껌뻑대는 서버와 싸우며 가까스로 만 레벨을 찍고 나니 힘이 다 빠졌다. 문제는 그 인식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는 거다. 언더그라운드, 그리고 서바이벌 업데이트를 거치며 지금의 디비전은 꽤 할만한 게임이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건 비밀인데 엄청 재밌다. 근데 재밌다고 하면 사람들이 욕하니 어디서 재밌다고 말도 못 하겠다.

어쨌든 디비전이 게임다운 게임이 된 이후부터, 앞서 말했듯 수없이 전도 활동을 펼쳤다. 내가 다 도와줄 테니 한번 해봐라, 지금 세일하니 싸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이 가관이다. 디비전을 깔았더니 하드가 울먹거려서 어쩔 수 없이 지웠다고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늘어놓는가 하면, "하~ 디비전 그거 고티 하나도 못 받지 않았습니까? 그걸 아직도 하십니까?"하고 무턱대고 공격이 들어온다. Y기자 내가 다 기억했다. 옆자리에서 하는 게임을 보니 그대도 딱히 할 말은 없을 텐데.



재밌는건 나만 할거다 ㅋㅋ

그렇게 어영부영 혼자서 게임을 하다 보니 1년이 지났다. 이젠 나도 더는 같이 할 사람을 찾을 이유를 못 찾겠다. 보통 게임 기자 하면 퇴근 후 게임만 할 것 같지만, 생각 외로 게임 기자들은 집에서 그리 게임을 많이 하지 않는다. 게임이 일이 되어버려서 오히려 취미로 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난 예외다. 별다른 약속이 없는 한 컴퓨터를 켜고 그날 할 게임을 생각하곤 하는데, 문제는 게임이 취미에서 벗어나 버려서인지 가끔은 뭘 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다. 게임을 하기 전에 이미 질려버리는 거다.

그러다 보니 디비전의 아이콘만 애증 섞인 눈으로 지켜보다 이내 눈을 돌린다. 켜면 또 재밌다고 할 거 다 알면서도 뭔가 얄밉다. 네가 처음부터 재밌었으면 내가 이 모양이 아닐 텐데 말이야. 물론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추천할 생각은 없다. 게임의 참 재미를 모르는 겜알못 기자들에게 디비전의 재미는 너무 사치다. 딱히 바라는 것도 없다. 그냥 어디 가서 고티 하나만 좀 줏어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고티 에디션도 나올 거고 사람도 더 늘어날 테니까….








추천인(누울 수 있으면) - 이현수 기자

올해 무슨 게임을 하고 놀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플레이타임으로만 따지면 '풋볼매니저2017'과 '위쳐3'가 압도적이었고,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게임은 '파이널판타지15'였기 때문이다. 10년간 결과물에 실망했으나 내 10년도 그리 대단한 건 없었다. 대학, 군대, 취직, 연애로 점철된 내 10년은 녹티스의 모험보다 평범했다.

그래서 펜과 노트 앞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과연 어떤 게임을 하고 놀았을까. 어떤 게임을 적을까. 그리고 써내려간 게임 이름은 놀랍게도 리메디의 신작 '퀀텀브레이크'였다. 리메디의 이름값에 도달하지 못한 스토리텔링과 기술적 문제 등이 발목을 잡았던 그 게임 말이다. 심지어 이게 게임인지 웹드라마인지 모르겠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던 그 게임이다.

'퀀텀브레이크'는 묘한 구조로 되어 있다. 게이머가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막'과 드라마처럼 스토리를 구경하는 '에피소드'로 나뉜다. 막에서 행했던 일들이 분기를 통해 에피소드에서 진행되는 형식이다. 전형적인 TPS 액션 어드벤쳐 스타일의 게임인데 막은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지루하다는 평가가 있었고 에피소드는 도대체 왜 집어넣었느냐는 불만이 많았다.



시간 왜곡이기 때문에 스토리가 직관적이지는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난 이게 좋았다. 처음에 배운 몇 가지 기술을 재학습할 필요 없이 끝까지 이용할 수 있는 플레이 방식과 30~40분의 플레이를 즐기고 난 뒤에 30분 정도 이어지는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이보다 더 편할 수 없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귀가했는데 게임에서 또 피곤할 필요가 없으니까 너무 좋았다.

처음에는 기억의 조각 혹은 데이터 잔해를 모아야 한다기에 굉장히 거부감이 들었지만, 웬만하면 스토리를 진행할 때 다 얻을 수 있다. 괴이쩍게 숨긴다거나 하는 것이 없어서 편했다. 무엇보다 플레이타임이 모든 도전 과제를 해제하는데 20시간 정도면 되어 깔끔했다.

게임을 좋아하고 하고는 싶지만, 시간적인 여건이 안될 때가 있었는데 그 기간을 훌륭하게 메꿔준 게임이 '퀀텀 브레이크'였다. 소파에 누워 플레이하기엔 그만이었다. 보스전이 조금 맨송맨송하기는 하지만 뛰어난 스토리 및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이 훌륭했기에 개인적인 견해에서 올해 최고의 오락거리가 아니었나 싶다.









추천인(고통을 즐길 수 있으면) - 정필권 기자

명암이 강렬한 아트웍. 자동으로 저장되는 게임 플레이. 세이브·로드 따위 없는 하드코어함. 2015년 '다키스트 던전'을 처음 봤을 때부터 오랫동안 플레이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 왔다. 그리고 예측은 적중했다. 간간히 찾아오는 게임 불감증과 우울하고 정체된 감정을 치료하는 데에는 이것 만한 게 없었다.

덕분에 2015년 얼리 엑세스로 처음 나왔을 때부터 하드디스크 한구석을 차지하던 게임이기도 했다. 반쯤 박살 나버린 개인의 멘탈을 치유하는 것은 역시나 극한의 상황을 '다이스 갓'의 힘을 빌려 극복할 때였다. 그런 의미에서 다키스트 던전은 개인적인 최고의 게임이었다.

던전을 진행하다 보면 난데없이 크리티컬로 대미지를 받지 않나, 파티의 성전사 녀석은 도벽이 있어서 전리품을 횡령하질 않나... 노상강도는 열지 말라는 상자를 기어이 열어버리는 등 말도 안 듣는 파티원들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나름의 재미를 줬다.



쓰던 기사가 날아갔을 때의 표정과 같다.

게임 내내 부정적인 효과만 경험하게 된다면 '하... 뭐 이런 게임이 다 있냐' 싶겠으나, 가끔 터지는 크리티컬의 손맛과 정신병을 이겨내는 파티원들의 강인함이 나를 즐겁게 했다. 던전에서 파티원들이 말을 지지리도 듣지 않다가, 연달아 고통을 극복하고 실패할 뻔한 원정을 승리로 이끌어 나가는 쾌감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개인적인 어려움이 덮친 상황에서 다키스트 던전을 꾸준히 플레이했던 것은, 암울하기 짝이 없는 일들을 이겨내는 영웅적 쾌감을 느끼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고통을 즐기게 되는 것은 종국에는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어있기 때문이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새벽이 온다고 누군가 말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여전히 다키스트 던전을 실행한다. 언젠가 찾아올 새벽과 최종적인 즐거움을 맞이하기 위해서 말이다.









추천인 - 윤홍만 기자

메탈 기어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메탈 기어 솔리드5: 더 팬텀 페인(이하 메기솔5: TPP)'은 여러모로 감회가 새로운 게임이었다. PS2를 사고 맨 처음한 게임이 '메탈 기어 솔리드2'였고 친구의 PSP를 빌려서 한 게임은 '메탈 기어 솔리드 포터블 옵스'였다. 이쯤되면 알겠지만 PS3로 처음 한 게임은 '메탈 기어 솔리드4'였다. 남들은 게임을 만들랬더니 영화를 만들었다고 혹평을 했지만 시리즈의 팬인 기자에게 있어선 그마저도 만족스러웠다.

그랬기에 '메기솔5: TPP'가 나온다고 했을 때의 기대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전작이자 프롤로그격인 '메기솔5: 그라운드 제로즈'가 너무나도 작은 분량으로 인해 혹평을 받았을 때도 '고작 프롤로그에서 이 정도의 연출을 보여줄 정도라면 본편은 얼마나 더 재밌다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메기솔5: TPP'에 대한 기대감을 불태울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출시된 '메기솔5: TPP'는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영화 같은 연출을 극대화하려던 게 외려 독이 된 4편의 단점을 개선해 컷신을 대폭으로 줄였고, 폐쇄된 공간에서 펼쳐졌던 이야기는 거대한 오픈월드를 배경으로 옮겨졌다. 이처럼 변화를 겪은 '메기솔5: TPP'였지만 시리즈의 장점인 영화 같은 스토리는 여전했다. 아니, 게임을 하면 할수록 감독인 코지마의 연출력이 더욱 물이 올랐다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컷신은 줄었지만 코지마의 연출력은 더욱 물이 올랐다

하지만 완벽한 걸작이 탄생했다고 믿었던 기대는 챕터 2에 들어서자 사라져버렸다. 미완의 스토리, 중구난방한 연출 등 이게 정말 그 코지마 감독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이러한 미완의 결과물에는 코지마 감독과 코나미 사이의 불화가 원인이 됐겠지만, 그렇다 해도 이런 어이없는 완결을 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렇게 최고의 걸작이 됐을지도 모를 '메기솔5: TPP'는 아쉽게도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 하지만 '메기솔5: TPP'를 보면 항상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만약 코지마 감독과 코나미의 불화가 없었더라면 '메기솔5: TPP'는 어떤 완성도를 갖췄을까?'

이 의문에 답해줄 사람은 없겠지만, 앞으로 코지마 감독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서 태어날 메탈 기어 시리즈를 생각하며 다소 우울해진 기분으로 나는 오늘도 코지마 감독산 마지막 메탈 기어 시리즈인 '메기솔5: TPP'를 플레이한다. 코나미가 아닌 코지마 감독의 메탈 기어 시리즈를 기리기 위해…….









추천인 - 박광석 기자

"후-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군. 나는 지금 폭풍이 불어오는 아카디아 만의 한가운데에 있다…"

지난 추석. 여러가지 일로 귀성길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홀로 집을 지키는 우울한 상황이었지만,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의 에피소드 하나를 마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센치한 감성에 푹 젖어 있었다. 담배를 한 대 입에 물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지금에 와서는 떠올리기도 민망한 '중2병' 망상을 최고로 전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일년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게임을 꼽자니, 역시 이때의 망상을 불러왔던 게임,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매번 할인 시즌마다 스팀을 통해 게임을 구매하고, 어떤 게임인지 알아보기 위해 잠깐씩이나마 플레이해보곤 하지만, 하루하루 스토리를 진행할 때마다 엔딩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이 '아깝다'라고 느낀 게임은 오랜만이었다. 물론, 이러한 애정을 원동력으로 삼아 모든 도전과제를 달성한 게임도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가 유일하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돈노드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3인칭 어드벤처 게임으로, 어떤 사건을 계기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게 된 주인공 '맥스 콜필드'가 이 능력을 사용해 고향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야기다. '시간을 되돌리는' 맥스의 능력에 의해 다양한 인물들과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유저의 선택에 의해 하나씩 크게 바뀌게 된다.

모든 스토리 중심 게임이 그렇듯, 어떤 부연 설명도 직접 플레이하는 것만 못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사족을 달지 않겠다. 이야기의 끝에는 놀랄만한 반전이 등장하는데, 본인은 이 반전을 동료 기자의 플레이 장면을 보고 미리 알아버린 상태로 게임을 접했다. 그래도 정말 재밌게 플레이했지만… (※ 플레이할 예정이라면 스포일러를 꼭 조심할 것!)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보다 느긋한 분위기를 선호하고, 자신의 선택 하나하나가 이야기에 반영되는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꼭 놓쳐선 안 될 작품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하지만 너무 깊은 감정이입은 주의하자. 게임 속 등장인물인 '클로이 프라이스'처럼 자신의 머리를 파란색으로 물들이고 싶다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추천인 - 김규만 기자

'올해 무슨 게임을 하고 놀았냐?'는 질문에 11월 20일에 출시한 이 게임 이야기를 해도 될까? 잠시 고민을 했다. 하지만, 디스아너드2를 출시 당일 접한 이후, 그 전까지 무슨 게임을 가장 많이 즐겼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만큼 이 게임은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엔딩을 네 번 본 지금도 계속 플레이하는 중이다.

원래 한 가지 게임을 오래 붙잡고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엔딩이 여러가지로 나뉘어 있거나 하나 이상의 캐릭터로 같은 스토리를 반복하는 종류의 게임에 빠르게 염증을 느끼는 편이다. 그렇게만 본다면 '디스아너드2'는 거의 쥐약이나 다름없다. 모든 엔딩을 보려면 카오스 수치를 다르게 해서 플레이해야 하고, 거기에 주인공은 두 명이니 그 모든 과정을 한 번 더 진행해야 하니 말이다.

게임의 스토리를 큰 스포일러 없는 선에서 이야기하자면, '디스아너드2'는 전작의 시간대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플레이어가 전작에서 어떤 선택을 했든 에밀리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뒤를 이어 여제가 되었고, 전설의 암살자 코르보 아타노는 다시 호국경의 신분으로 수도 던월과 자신의 딸을 보좌한다.

그러던 어느날, 선대 여제 '제스민 칼드윈'의 추모 행사에 연고도 없는 여인이 느닷없이 찾아와 자신이 선대 여제의 숨은 누이(그러니 에밀리에게는 이모가 된다)라고 밝히며 앞으로 자신이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자처한다. 그와 동시에, 에밀리와 코르보는 자신들의 정적을 암살해 왔다는 누명을 쓰게 되고, 둘은 이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군도 제국의 남쪽 섬, '서코노스'로 떠나게된다.

그렇게 대뜸 등장해 나라 하나를 통째로 빼앗고, 수도를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든 정체불명의 이모를 처치하는 것이 '디스아너드2'의 주요 내용이지만, 스토리가 이 게임을 올해 가장 재밌게 즐긴 게임으로 뽑은 이유는 아니다. 바로 이런 스토리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더 꼽고 싶다.



기상천외한 능력들이 두 배로 늘어났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디스아너드2 또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게임이다. 눈앞에 보이는 모두를 죽여 "목격자만 없으면 암살"이라는 옆동네 암살자들의 신조를 따르거나, 공을 더 들여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게임을 클리어할 수도 있다. 때문에 게임을 다시 플레이해도 처음과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 있고, 오히려 맵을 숙지하고 난 뒤라 더 재밌는 방법을 시도하게 된다. 과정이 저마다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면, 좋은 엔딩과 나쁜 엔딩에 의미가 어디있겠는가. 다른 엔딩이 보고 싶다면 다시 '새 게임'을 눌러 다른 방법으로 플레이하면 될 뿐이다.

거기다 최적화와 관련한 여러 이슈가 많았던 출시 초기와 다르게, 지금은 프레임도 어느정도 안정화를 이뤄낸 상태고, 무엇보다도 '뉴게임+'모드가 생겨 전 회차에 모은 룬을 그대로 가지고 시작할 수도 있게 되었다. 가장 큰 문제라면 공식 한국어화가 안 되었다는 점인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전작과 같은 행운을 기다려 보도록 하자. 2017년이 찾아와도 한동안은 암살에 매진할 예정이니까.









추천인(본심을 숨기지 마십시오) - 김상균 기자

올해 처음 블리즈컨 2016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오스)’을 즐기기 시작했다. 맞다 ‘히린이’다. 예전부터 다양한 MOBA 게임을 즐겨왔었기 때문에 ‘히오스’에 대한 장벽은 거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히오스’는 다른 게임보다 플레이하기 훨씬 수월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결국 ‘히오스’의 시공에 빨려 들어가 헤어나질 못하게 됐다.

금년 ‘히오스’의 흥행 원인 중 한 가지를 뽑자면, ‘오버워치’의 인기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히오스’의 대규모 신규 패치와 함께 ‘오버워치’의 오니겐지 스킨 버프 효과에 힘입어 신규 유저층이 대량을 유입되었다. 이벤트가 진행되었던 초창기 땐 ‘겐지 파티’라는 5인 파티가 생기기도 하였다.

물론, 현재 당시 유입되었던 모든 유저층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예전보다는 ‘빠른 대전’, ‘영웅 리그’의 큐가 잡히는 속도가 확실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큐를 돌려놓고 담배에 화장실을 다녀와도 게임이 잡히지 않았지만, 요새는 그럴 여유가 없다. 예전부터 ‘히오스’를 즐겼던 유저라면 필히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이처럼 ‘히오스’가 ‘도타 2’ 같은 길을 걷지 않고 국내에서 명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히오스’의 특정 유저층들의 낚시성(?) 홍보글과 ‘히오스’ 스트리머의 꾸준한 노력도 명줄 유지에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히오스’의 정신적 지주로 부상하고 있는 ‘침착맨(이말년)’은 트위치tv 중심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 ‘히오스’의 재미를 알리고 있다.

병신년은 ‘히오스’에게 정말 특별한 해가 될 것이다. 앞으로의 성장성을 입증했으며, 유저층 또한 눈에 띄게 달라졌다. 더불어 우주처럼 드넓은 세계관을 지니고 있는 블리자드이기에 앞으로 등장할 영웅들이 정말 기대가 된다. 아직까진 고오급 레스토랑이라는 이미지를 떨쳐버릴 순 없지만, 내년에는 누구나 찾는 인기 레스토랑으로 거듭나길 희망해본다. 시공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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