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①] 정유년(丁酉年), 닭 잡아라!

기획기사 | 이현수 기자 | 댓글: 44개 |



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닭'의 해다. 요즘 들어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단어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 닭은 '삼국유사'의 혁거세 신화에 나올 정도로 한민족이 오랫동안 기른 동물이자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시보(時報)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또, 여명(黎明)과 축귀(逐鬼)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로 옛날 사람들은 닭이 우는 소리와 함께 밤을 지배하던 마귀나 유령이 물러간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영묘한 힘이 있다고 믿어서 마을에 돌림병이 돌면 닭의 피를 대문이나 벽에 바르기도 했다.

이처럼 한민족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닭. 게임 속에서는 닭이 어떤 활약을 하고 있는지 모아봤다. 이름하여 '정유년 닭 잡아라!' 다른 문장으로 읽힌다면 기분 탓이다.










마비노기- 말복 더위에는 닭고기 아니겠습니까?

촉촉한 감성으로 기억되고 있는 '마비노기'에는 닭이 등장한다. 일반적인 닭 말고 여타 다른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매우 거대한 크기의 닭이 등장해 레이드를 펼쳤다.

이 '마당을 나온 거대 수탉'은 2011년 말복 이벤트로 기획된 몬스터로 말복 더위에 먹는 삼계탕 한 그릇처럼 이 수탉은 모닥불 감성에 젖어있던 유저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다. 삼계탕의 시작은 일제강점기 시절 백숙에 백삼 가루를 넣으면서부터다. 휴전선 이북 지역에서는 닭곰탕이라고 부른다. 곰탕은 말복 말고도 저녁에 주문하면 거의 다 비울 정도로 맛있다고 한다.





검은사막- 닭은 잡아야 제맛

닭은 잡아야 제맛이다. 특히나 도망간 닭이라면. 요즘 여러모로 뜨거운 '검은 사막'에는 '도망간 닭'을 잡는 퀘스트가 존재한다. 아주 초반에 할 수 있는 퀘스트로 키우던 닭들이 늑대와 같은 짐승들에 놀라 달아났다고 한다. 닭은 겁이 참 많고 멍청하다. 오죽하면 겁쟁이 게임을 치킨 게임이라 했겠는가. 우리는 멍청하고 겁 많은 닭을 농장으로 돌려줘야 한다.

닭을 잡는 일은 매우 쉽다. 이 퀘스트는 반복 퀘스트로 22시간마다 수행할 수 있다. 세계 곳곳에는 닭이 참 많고 많다. 닭을 잡아넣으면 다시 나오나 보다. 닭에게 세상은 참 쉬워 보일 거다.





디아블로 2 - 닭은 잡히지 않아

때는 2000년대 초반, 월드컵의 열기가 한풀 꺾이고 월드컵 때문에 파행운영을 하던 K리그가 시즌을 종료했을 때도 '디아블로2'의 인기는 여전했다. 특히 트레이드하기 위한 'tradeXX' 방은 카우방, 바알방에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했다.

트레이드를 위해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 아무도 약속하지 않았지만,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액트 1 마을, 로그 캠프의 닭을 쫓아다녔다. 이 닭은 캐릭터와 일정한 거리를 무조건 유지하기 때문에 절대 잡히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를 이용해 닭 몰이를 하고 다녔다. 멀리는 스토니필드까지...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 - 저 여자야! 저 여자가 닭 폭탄을 던져버릴 거라고!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에는 묘할 정도로 많은 닭이 등장한다. 스팀 도전과제에 닭을 우리에 잡아넣는 항목도 있을 정도로 말이다. 수렵을 할 수 있는 게임이지만, 닭을 수렵하지는 못한다. 다만 우리에 집어넣을 수 있다.

게임 내 닭은 잡아넣는 용도뿐만 아닌 터트릴 수 있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바로 '닭 폭탄(chicken bomb)'이다. 혼자 터지는 게 아니라 주위와 함께 산화한다. 라라는 아버지와 일찍이 이별했는데 그 영향인지 고고학뿐만 아니라 사격술과 생존술 그리고 폭탄 제조까지 능통해 버렸다. 여자 혼자 살기 힘든 세상, 고생이 많았다.




▲ 치킨 차차(출처: 다이브다이스)

치킨 차차 - 닭은 사람의 기억력을 끌어올려줄 수도 있다

닭의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인 '머리 나쁨'. 그래서 기억력이 나쁜 사람들에게 '닭'이라는 별명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를 정반대로 사용한 게임이 있다. 바로 보드 게임 '치킨 차차'다. 치킨차차는 독일 조흐(Zoch)사에서 만든 기억력 게임으로 1997년 발매되어 20년 가깝게 사랑받고 있다.

간단한 게임 규칙과 아기자기한 블록 익살스러운 일러스트가 특징이다. 같은 그림 맞추기와 꼬리잡기 게임이 결합한 이 게임은 기억력이 좋은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그림을 찾아내고 전진할 수 있어 기억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확장팩 '치칸 차차 란 안 디 페던(Zicke und Zacke Ran an die Federn)'도 존재한다. 닭은 기억 못 하지만 플레이하는 사람은 기억한다.





젤다의 전설 - 닭을 건들지 말았어야 됐다. 그러다 다친다

약하고 멍청한 닭만 있는 게 아니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에는 역습하는 닭이 존재한다. 닭은 링크가 퍼즐을 풀 때 사용하거나 활강하는 정도에 사용하는 유순하기 이를 데 없는 동물이지만, 계속된 구타에 화가 나면 도리어 당신을 공격한다.

닭은 평상시에 건드리지 않으면 온순하다. 그러다가 몇 번 얻어맞으면 울부짖으며 링크를 공격한다. 그것도 단체로 말이다. 시리즈 전통의 요소이기 때문에 해외 게임쇼를 다니다 보면 코스튬 플레이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닭이 궁지에 몰리면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경험이다. 멍청하지만, 성격은 있다.





기어즈 오브 워3 - 치느님 앞길에는 꽃 길만 펼쳐져 있기를

일반적으로 닭은 화가 나도 그냥 저런 온순한,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나 '기어즈 오브 워 3'의 닭은 무려 불을 내뿜는다. 게다가 그냥 닭도 아니고 황금 닭이다. 마커스의 '안녕ㅇㅇㅇㅇ~'이라는 말에 튀어나온 닭은 랜서 기관총에 맞고 황금 닭으로 변신하고 전방을 향해 무작위로 불을 뿜는다. 게다가 이동 속도나 체력 등이 몬스터보다 강력하기에 장난삼아 불렀던 닭 때문에 게임 오버를 겪고 눈물짓는 플레이어도 존재했다.

일제 사격을 통해 쓰러트리면 꽃을 뿌리며 '펑' 하고 사라진다. 동물을 함부로 아무 이유 없이 괴롭히면 어떻게 되는지 교훈을 전달해 주는 훈훈한 장면이다. 그래서 가는 길에 꽃을 뿌려줬나 보다. 치느님의 앞길에는 꽃길만 있기를….





터치! 구데타마 -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닭의 해에 닭은 수난을 겪고 있다.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같은 철학적, 생물학적 질문을 차치하더라도 계란은 닭과 아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최악의 조류 인플루엔자로 계란 값이 치솟고 있는 이때, 게임에서나마 계란을 많이 만날 방법이 있다.

'터치! 구데타마(さわって!ぐでたま)'라는 게임은 일본의 주식회사 굿럭쓰리에서 개발한 스마트폰 게임으로 계란 요리를 만드는 동안 탁상 위에 올라와 있는 구데타마를 연신 터치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은계란을 얻게 된다. 금계란은 유료 아이템이며 하루에 하나씩 지급해준다. 비싸다고 계란찜도 안 해주는 아내보다 게임이 더 관대하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닭은 소중한 런닝메이트란 말야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인질 구출 미션인 'CS_Italy' 우중앙 시장부에는 도움이 되는 닭이 상주하고 있다. 이 닭은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처음 접하는 유저들에게 훌륭한 과녁이 되어준다. 둠, 언리얼, 퀘이크와 다른 FPS 착탄군 시스템을 가진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격발에 적응할 수 있게 도움이 되기 때문. 다시 말해 자신의 몸 하나 불살라 당신의 실력을 연마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이다.

과거 '카운터스트라이크'는 PC방 서버와 같은 로컬에서 구동되곤 했는데 같은 공간에서 총 쏘기가 두려웠던 이들은 닭에게만 총질하기도 했다. 자신을 해칠 위험이 없으면서도 뭔가 욕구를 풀 수 있는 무엇으로 닭은 최고였다.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각이 없는 닭은 그들에게 소중한 러닝메이트였다. 물론 자신이 러닝메이트였는지도 모르겠지만.





파이널판타지14 - 친구가 없어서 닭을 친구로 삼았다

파이널판타지5편에서 처음 등장하는 엔키두는 길가메시와 함께 시리즈의 개그를 담당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 '파이널판타지14'에 등장하는 길가메시와 엔키두도 예외는 아니다. 14편에서 엔키두는 닭으로 등장한다.

실은 실제 엔키두는 아니고 길가메시가 엔키두를 그리워하다가 닭에 초록색 페인트를 발라 엔키두인척 하는 거다. '캐스트 어웨이'의 윌슨과 같은 역할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윌슨보다 매우 시끄럽다는 정도. 당신이 길가메시의 마법에 걸려 작아지면 이 닭이 미친 듯이 돌진해와 위압감을 형성한다. 그런데 지나고 나면 그냥 닭일 뿐이다. 커져 봐야 한순간이다. 닭은 좋은 안주라는 생각만 하고 있다면 그냥 그저 그런 몬스터일 뿐이다. 겁먹지 말자.





리니지 레드나이츠 - 이 닭이 안 귀여워? 일단 거울 좀 봐바

리니지에는 닭과 비슷한 코카트리스가 몬스터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 무시무시한 코카트리스가 '리니지 레드나이츠'에 들어와서는 귀여움을 어필하고자 완전히 닭으로 둔갑했다. 원작에서는 석화 효과를 불러오는 레이저를 사용하지만, '리니지 레드나이츠'에서는 존재감만으로도 귀여움을 유발한다. 아 물론 '리니지 레드나이츠'에서도 석화 레이저를 쏜다.

특히 프로모션용으로 제작한 영상에서는 터지는 매력으로 누나들마저 '리니지 레드나이츠'로 불러들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귀여운 캐릭터는 2015년에 SD 피규어로 제작된 바 있으며 대부분의 리니지 마법 인형들이 그러하듯 엄청난 속도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여담으로 이 캐릭터가 뭐가 귀엽냐고 동료 기자가 물어왔고 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들이밀었다. 그는 곧 수긍했다.





디아블로3 - 닭살(鷄矢) 맞는다

디아블로는 두 작품이 이름을 올렸다. 디아블로3에 등장하는 활 '닭살'은 공격을 하면 일정 확률로 닭이 뛰쳐나간다. 공격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악마 사냥꾼이 사용하는 무기이기에 '꼬꿱꿱'하면서 나가는 닭들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닭 울음소리를 듣다 보면 묘하게 귀가 간지러운 현상이 나타난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 바람을 불어준다면 100% 닭살이 생긴다. 이게 닭살(활)의 진짜 특수 효과다. 억지 같다고? 아니다. 지금 당장 옆에 여자 친구에게 해봐라. 아니면 연이 끊겨도 아쉬울 게 없는 얼굴만 아는 동성 친구에게 해보던가….





메탈기어솔리드5 - 사실 스네이크는 진짜 겁쟁이다

닭은 조롱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그래서 그런지 메탈기어솔리드에서 초보자 모드를 활성화하면 겁쟁이라는 의미에서 닭 모자를 쓰고 나온다. 그런데 이를 현실 반영이라고 하면 누가 믿을까? 용맹하기 그지없는 스네이크가 말이다.

스네이크는 헐벗은 콰이어트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동정으로 포장하고는 있지만 사실 경비병 입에 단검을 꽂고 자신을 모호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콰이어트가 무서운 거다. 또한, 노출도가 높은 의상이라 민망함에 시선을 두지 않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의 시선은 항상 콰이어트의 '검스'에 가 있다. 피부로 호흡하는 콰이어트는 조금 갑갑해졌고, 당신의 숨소리는 거칠어졌다. 닭 모자를 풀톤에 실려 보내면 두 사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왜 3편의 에바처럼 다가가지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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