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잔혹하게 아름답다, 생존 플랫포머 '레인월드'

기획기사 | 허재민 기자 | 댓글: 22개 |



귀여운 고양이 형 캐릭터와 부드러운 애니메이션 모션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레인 월드(Rain world)가 3월 28일 PS4와 스팀에 출시된다. 서바이벌 플랫포머 게임인 레인 월드는 킥스타터에서 2014년 1월부터 한 달간 목표치의 두 배가 넘는 63,225달러 모금에 성공했으며, 7일 만에 스팀 그린라이트 달성에 성공해 많은 기대를 모았다. 레인 월드가 어떤 게임이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먼저 트레일러를 한번 보자.

▲ Rain World Trailer

레인 월드의 개발팀인 비디오컬트(Videocult)는 단 두 사람으로 시작했다.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을 담당한 조알 제이콥슨(Joar Jakobsson)과 음악 및 사운드를 담당한 제임스 프라이메이트(James Primate) 이 두 개발자가 3년간에 걸쳐 완성한 레인 월드.



▲개발자 조알 제이콥슨(왼), 제임스 프라이메이트(오), 그리고 슬러그캣(아래)
사진출처 - 개발자 페이스북

두 개발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 신경 쓴 만큼 어두우면서도 아름다운 배경과 부드러운 동작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들은 출시 전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민달팽이의 외형과 고양이의 행동패턴을 조합해놓은 듯한 캐릭터인 슬러그캣은 그 독창성을 인정받아 아직 게임이 출시되지 않았음에도 인형으로 제작되는 등 유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 공식 컨셉 아트. 고양이 마니아라면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Ori and the Blind Forest)나 인사이드(Inside)와 같은 퍼즐 형 플랫포머 게임을 좋아해 온 유저들에게 레인 월드는 특히 기대되는 작품일 것이다. 매력적인 배경 디자인과 곳곳에 숨겨진 퍼즐, 그리고 귀여운 캐릭터와 부드러운 모션. 게다가 고양이라 하면 다들 있지만 나만 없다는 그 동물 아닌가. 비록 민달팽이를 좀 닮긴 했지만, 드디어 한 마리를 얻은 유저들은 과연 자신의 슬러그캣을 무사히 집까지 돌려보낼 수 있을까.



▲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을까?




■ 아름다운 폐허, 그 속의 가혹한 생존

레인 월드의 배경은 폐허다. 뼈도 부숴버리는 강력한 비가 내리는 레인 월드. 생명체들은 대부분 시간을 동면하며 지내고 짧은 건기에만 음식을 찾아 밖으로 나선다. 유저가 플레이할 주인공 슬러그캣도 이러한 생태계에서 살아남고자 고군분투하게 된다. 슬러그캣은 돌연변이 포식자들로부터 무사히 살아남아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다음 동면을 위한 충분한 먹잇감을 확보할 수 있을까?



▲폐허가 된 도시 문명

레인 월드에서는 생태계라는 배경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먹고 먹히는 먹이 사슬 중간에서 슬러그캣은 포식자이자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또한, 슬러그캣을 잡아먹는 포식자도 그들 위에 존재하는 상위 포식자가 있기 때문에 서로 맞물리며 살아간다. 이러한 먹이사슬을 이용하여 플레이하는 게 중요해지는데, 슬러그캣은 상위 포식자들을 이용해 적을 처리하기도 하고 하위 먹잇감을 먹으며 생존해 나가게 된다.

우리는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 세계에서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태생적으로 나쁜, 유저가 단순히 사냥하기만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보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고 있고
당신은 당신의 삶을 살아가는 식입니다. 세계에 적응해야 하고 살아남는 것입니다.
-개발자 제임스 프라이메이트




▲자주 만나게 되는 도마뱀. 잡아먹히면 안 돼!



▲상위 포식자는 때로 동료가 되기도 한다

레인 월드에서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생명체들의 먹이 사슬뿐만이 아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레인 월드 속 가장 위험한 요소는 '비'다. 생명체가 살아가기 불가능하도록 하는 비는 맞서 싸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닌 적응 해야 하는 대자연이다. '비'가 내리게 되면 그 압력 때문에 살아 돌아다니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비'가 내리기 전에 동면 준비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 게임의 목표이다.



▲위협적인 비. 옆에 죽어버린 슬러그캣이 보인다.

레인 월드의 세계는 1,600여 개의 방과 12종류의 다른 장소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곳곳에 고대 비밀들과 숨겨진 위협들이 존재한다. 스토리는 개발자가 플레이 했을 때도 10시간이 넘게 걸렸으며, 일반인 기준 맵 전체를 탐험한다면 16시간에서 20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먹이사슬과 위협적인 비, 그리고 곳곳의 퍼즐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아름답지만, 위험한 자연을 구현해낸다. 이러한 각박한 세계에서 플레이어는 작은 슬러그캣일 뿐이다. 세계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그 속에서 작은 생물체로 생존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 나게 해준다.



▲자연은 위험한 동시에 아름답다




■ 돌연변이이지만 귀여운 캐릭터들




레인 월드 속의 등장 생명체들은 파괴된 생태계 때문에 변화한 돌연변이들이다. 고양이인지 민달팽이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슬러그캣, 악어와 비슷한 모습으로 기어 다니는 포식자, 그 외에 박쥐, 새, 등등을 변형시킨 모양의 다양한 생명체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다양한 캐릭터들은 폐허가 된 문명의 배경에 분위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이다.



▲슬러그캣(Slugcat)

슬러그캣
유저가 플레이하게 될 캐릭터이자 게임 속 귀여움을 담당하는 민달팽이 모양의 고양이.
게임 개발 단계에서는 귀 모양 때문에 곰(The Bear)이라고 불렸지만, 고양이 특유의 행동 모습과 민달팽이를 닮은 외형을 통해 슬러그캣(Slugcat)으로 확정되었다. 포식자들보다는 조금 빠르지만, 힘은 보잘것없어서 숨거나 생태계를 영리하게 이용해 살아남아야 한다. 귀여운 외형 때문인지 가혹한 생태계에서 살아남고자 버둥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안쓰러워진다.



▲도마뱀 형태를 가진 포식자

도마뱀 모습의 포식자
도마뱀 모습의 포식자. 개발 단계에서의 이름은 악어(The Croc), 악어와 닮은 모습에서 따온 이름인듯하다. 스테이지 곳곳에서 조금씩 다른 색깔과 다른 습성으로 등장한다. 점프를 못하고 기어 다니지만 스테이지 후반으로 갈수록 색깔에 따라 벽을 기어 다닐 수 있거나 소리를 듣고 반응하거나 하는 좀 더 진화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게임 곳곳에서 등장하는 데다가 먹이사슬에서 슬러그캣 바로 위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캐릭터.



▲박쥐를 포획하는 슬러그캣

박쥐
맵 전역에 분포되어 있으며 빠르게 움직인다. 슬러그캣의 주 먹잇감. 화면 하단에 슬러그캣이 동면을 위해 필요로 하는 양의 먹이가 표시되며 상태에 따라 저장할 수 있는 먹이의 양이 달라진다. 꾸준히 잡아 먹어줘야 한다는 것.

그 외 상위 포식자와 독특한 캐릭터들
싸우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위 포식자들은 각기 개성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슬러그캣에게 분명 위험한 존재이지만 때로 재치있게 플레이하면 좋은 동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맵의 각기 다른 지역마다 발견할 수 있는 특이한 캐릭터들은 지역 분위기를 극대화 시켜준다.



▲물속의 포식자. 슬러그캣을 잡아먹던 도마뱀들도 한낱 먹이일 뿐.



▲토끼와 사슴을 섞어놓은 듯한 생명체



▲물 속의 생명체들과 거대한 새

레인 월드의 캐릭터들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먹이사슬로 통해 유기적으로 얽혀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슬러그캣을 잡아먹는 악어도 그 위의 새와 같은 상위 포식자가 존재하는 세상이라는 점이 포인트. 먹이사슬을 이용하는 현실적인 생존이 가능해지는데 슬러그캣에게는 악어와 새 모두가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지만 반대로 이들을 이용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슬러그캣의 도망치는 속도나 완력은 보잘것없어서 직접적으로 싸워 살아나가기는 힘들지만 자연 생태계를 이용해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레인 월드가 특별한 이유이며 재미있는 이유이다.



■ 부드럽게 움직이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어둡지만 아름다운 분위기가 극대화되어있는 레인 월드 세상. 여기서 눈에 띄는 게 또 한가지 있다면 그건 부드럽게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모션일 것이다. 레인 월드 속 캐릭터들은 몇 가지 정해진 동작 모션들을 모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입자들이 유기체처럼 모여 몸체를 이루는 식으로 만들어져있다. 따라서 캐릭터의 몸체를 이루고 있는 부분들은 각자 정해져 있는 무게감과 움직이는 범위에 따라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각 부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고양이처럼 움직이는 슬러그캣

게임 속 슬러그캣은 이러한 몸체 덕분에 자유자재로 구부러지면서 배경 구조물에 적응해 움직인다. 슬러그캣이 정말 고양이 같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이러한 모션 덕분인데, 고양이가 좁은 공간도 지나갈 수 있는 것처럼 몸을 움츠러트리면서 이동한다. 슬러그캣 뿐만 아니라 도마뱀이나 다른 캐릭터들도 자유자재로 구부러지는 부드러운 몸체를 가져 살아있는 생명체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이러한 몸체 덕분에 각 캐릭터는 고유의 무게감을 가져 게임 조작에 재미를 부여한다.



■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배경과 캐릭터 AI

12개의 다른 테마를 가진 지역들로 이루어진 레인 월드의 세계는 특유의 픽셀아트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붕괴한 문명과 그래피티로 가득한 벽, 숨겨져 있는 고대 유적들은 폐허 속에 존재하는 생태계의 어둡지만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킥스타터와 개발자 노트에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유저들에게 조금씩 공개된 장면들은 어떤 식으로 레인 월드의 배경과 캐릭터들이 탄생했는지, 그리고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 알려준다.

3차원적 픽셀인 복셀(Voxel)로 이루어진 레인 월드의 세계는 개발자 조알 제이콥슨이 직접 손으로 그려낸 픽셀 구조물들을 필터로 서로 어우러지게 편집해 만들어졌다.



▲하나씩 그려진 픽셀 아트

이렇게 따로따로 그려진 구조물들은 박스 타일과 복셀 타일로 만들어진 배경 프레임워크에 배치되고 필터를 통해 함께 어우러진다. 배경을 구성하는 박스 타일은 저용량이고 빠른 렌더링이 가능하기에 큰 틀을 담당하고, 복셀 타일은 입체적인 디테일들을 이용하는 데 쓰였다. 이 작업을 통해 레인 월드의 디테일이 풍부한 몽환적인 세계가 탄생한다.



▲구조물이 추가되기 전의 배경

곳곳에 표현된 배경 디테일과 생명체들의 디자인은 레인 월드의 어둡지만 아름다운 폐허의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또한, 화면이 16:9의 와이드스크린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그 세계의 분위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배경뿐만 아니라 유저를 제외한 다른 생명체 AI도 분위기 연출에 큰 역할을 한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레인 월드에서 캐릭터 AI는 살아있는 생태계의 모습을 구성해낸다. 유저가 플레이하는 슬러그캣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각자의 생명체들은 서로 먹고 먹히는 생태계에 충실히 움직인다. 도마뱀 포식자는 모두 슬러그캣을 잡아먹는 존재지만 그들 또한 그들 사이의 먹이사슬이 이루어져 있다. 초록색 도마뱀은 파란색 도마뱀을 사냥하고, 파란색 도마뱀은 겁이 제일 많으며, 분홍색 도마뱀은 두 도마뱀을 둘 다 귀찮아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각 생물들의 상호작용이 구성되어있다.

세계 안의 생명체들은 당신과 똑같이 먹이를 사냥하고자 하며 안식처를 찾고자 합니다.
당신과 마찬가지로요. 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당신은 당신이
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예를 들어 당신이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면 다른 생명체들도 당신에게
공격적으로 변한다든가 하면서 말이죠.
-개발자 제임스 프라이메이트

레인 월드의 세계는 배경 디자인과 캐릭터들로 진짜 하나의 세계가 된다. 물속에 존재하는 거머리나 거대 뱀, 잠겨있는 폐허와 뒤에 흐릿하게 보이는 구조물. 폐허 위에서도 꿋꿋이 자라난 식물과 먹을 수 있는 여러 생명체. 12개의 안식처. 함정과 열리는 문조차 정말 녹슨 기계의 느낌을 잘 표현하였다.



▲배경 기계들의 디테일을 보시라



▲생명체들의 디테일도 보시라




■ 레인 월드를 기다리며

레인 월드의 모든 요소는 유저로 하여금 그 세계를 실감하게 하고 또 그 속에서의 생존을 실감 나게 한다. 픽셀로 이루어진 세계이지만 그 속의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과 곳곳에 숨겨진 위협은 진짜 야생을 표현해낸다. 주인공 캐릭터가 싸우는 상대는 각각의 적이 아니라 생태계 속의 생존 그 자체이다. 또한, 생명체들의 부드러운 모션도 레인 월드 세계를 더욱 실감 나게 한다.

유저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서 생태계 속 생명체들이 유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점도 이 게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언더테일(Undertale)을 통해 느꼈던 놀라움과 아름다운 플랫포머 게임들을 통해 보았던 즐거움이 합해진 레인 월드. 그리고 아름답고 귀여운 세계지만 사실 각박한 생태계에서의 실감 나는 생존. 레인 월드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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