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조日記③] 뜨거운 바깥과 차가운 안쪽, '한국'을 바라보는 온도 차

기획기사 | 정필권 기자 | 댓글: 42개 |
이제 '덥다'는 표현을 하는 것도 지겨운 수준까지 도달했다. 140년 만의 폭염은 더위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타파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차이나조이2017 행사장의 아스팔트는 뜨거울지라도, 부스들이 위치한 행사장 내부는 에어컨이 잘 갖춰져 있다.

참 재미있는 점은 문 하나로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는 것. 문 하나를 건너서 온도 차가 10도 이상 나는 것 같다. 행사장뿐만 아니라, 여느 상점과 지하철 역을 가도 마찬가지다.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세워져 있듯이 시원함과 무더위가 양립한다.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신기한 경험이다 싶었다.



▲ 사람이 많으면 그마저도 미지근해지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안과 밖의 온도 차가 기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중국 게임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올해 초 THAAD 배치로 촉발된 '한한령'과 같은 민감하고 부정적인 기류들. 이러한 이슈들 탓이었을까? B2C관에서 몇몇 게임들이 큰 규모로 행사를 진행 중이었으나, B2B관에서는 국내 게임사들의 참가와 활약이 눈에 띄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온도 차가 존재했다. 우리가 하나의 문을 두고 폭염과 냉기를 번갈아가며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KOREA' 없는 한국 공동관을 들 수 있다. 차이나조이 시작 전, 운영 측에서는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고 'KOREA'라는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이번 차이나조이2017에서의 한국공동관은 ' KOREA PAVILION'이라는 명칭 대신, 'KOCCA PAVILION'이라는 이름으로 부스를 꾸리게 됐다.

작년까지는 KOREA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었고, 현재 다른 나라는 전부 국가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의미심장한 결과다. 심지어 대만도 'Taiwan Delegation'라고 국가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유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상황. 그렇다면 참가사들이 체감하는 차이나조이2017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 A와 V가 어울리기는 했는데, 매우 슬픈 상황.

몇몇 업체는 명칭이 바뀐 사실과 더불어 '매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시스템 상으로 중국업체와 미팅을 매칭해줘야 하는데, "다른 국가와 달리 시스템 상에서 매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의구심 섞인 시선을 던졌다. 매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지원사 직원들이 직접 다른 부스를 돌아다니며 미팅을 주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팅을 진행하기는 했으나, 이미 전부터 연락을 주고받던 업체들만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아니면 퍼블리싱을 하고 싶은데 게임은 모르는. 하지만 돈은 많다는 사람들까지 방문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아니면 중국 매체의 광고 담당자가 명함을 건네주기 위해 방문을 하거나.



▲ B2B 자체가 사람이 적은 편이기는 하지만, 상황 때문인지 더 쓸쓸해 보였다.

반면에 국내 게임의 콘텐츠 문제를 지적하는 업체도 존재했다. 한한령이 아니라 현재 중국 시장에서 한국 게임들이 갖는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차이나조이도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고, 중국 게임들의 질적 측면과 기술적인 측면 모두 성장했는데, 모든 것을 한한령 탓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다.

모바일 게임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다른 나라의 매출 순위와 실적을 파악하기 쉬워졌고,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국 시장에 성공할지를 미리 파악해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즉, 중국 시장을 노리고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므로, 중국 퍼블리셔들에게 한국 게임은 눈길을 끌 수 있을 만한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바로 앞에 중국 시장에 특화된 게임을 두고, 굳이 여기에 찾아올 이유가 있을까?란 물음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업체가 이런 해석을 내린 것은 아니다. 관계를 지속해 온 중국 쪽 네트워크를 통해 실제적인 상담을 진행한 업체도 존재하며, 스스로 부스를 돌아다니며 미팅을 진행하는 업체도 있었다. 심지어 판호 문제를 우회하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조만간 중국 내 자체 서비스를 계획 중인 업체까지. 적어도 하나의 사안을 두고 다양한 해석과 해결책을 내리고 있었다.



▲ 실적이 0 였던 것은 아니다. 관계자들도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중국 게임사들이 바라보는 '한국 게임'에 대한 시선은 어땠을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혹은 취재차 부스를 방문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내놓은 이야기의 결론은 항상 하나로 귀결된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메리트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으로 말이다.

실제로 중국 게임사들은 단기간 내에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해외 회사가 진출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것도 도움을 주었겠으나, 적어도 지금은 퀄리티와 지원 면에서 많은 발전과 정책적인 성장을 보여줬다. 소니의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B2B 유니티 부스와 에픽게임즈 쇼케이스 등을 통해서 소개됐다. 전폭적인 지원이었고, 그만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중국 자체 개발사들이 중국 시장에 특화된 게임들을 선보였다. 아니면 해외 IP를 사와 중국 시장에 퍼블리싱 하거나. 이제 중국은 방대한 규모와 유저 수만이 메리트인 소비재 시장이 아니라, 스스로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유가 분명한 KOREA의 사용불가.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 현상을 유발한 원인 외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과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매년 중국 개발자와 유저들의 시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은 체감되지만, 올해처럼 스스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며 고민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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