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차세대 게임으로 주목받은 HTML5 게임, 어디까지 왔나?

기획기사 | 윤서호 기자 | 댓글: 15개 |



"게임을 설치하지 않고도 다양한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다?"

2014년부터 등장한 HTML5 게임은 위와 같은 이유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존의 게임은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해당 플랫폼에 설치를 하거나, 혹은 게임이 저장된 외부 매체를 읽어들이는 과정을 필히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을 구동하는 데 있어서 플랫폼 간 제약도 있었다. 그러나 HTML5 기반의 게임은 이러한 제약에 구애받지 않는 특징을 갖췄다.

HTML은 원래 '하이퍼텍스트 마크업 언어'라는 뜻으로, 웹페이지를 구성하는 데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마크업 언어다. 최초에는 웹페이지 구성을 하는 정도에만 그쳤지만, 점차 버전이 업그레이드되면서 비디오, 오디오 등 다양한 부가기능과 최신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액티브X나 플러그인 없이 브라우저에서 쉽게 볼 수 있게 하도록 발전했다. 그 최신판인 HTML5는 2014년 10월 28일 웹표준 국제 컨소시엄인 W3C에서 표준안이 마련됐으며, 그 뒤로 개선을 거쳐서 2017년 12월 14일 5.2 권고안이 발표되는 등 꾸준히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있다.

업데이트가 진행되고 지원 가능한 기능들이 추가됨에 따라 게임 개발자들은 HTML5 게임의 가능성에 눈을 돌렸다. 특히 HTML5 게임은 디바이스 호환에 대해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웹이 구동 가능한 디바이스에서는 얼마든지 구동이 가능했고, 타 기종에서 구동하기 위해 빌드 변경을 할 필요 없이 동일한 빌드로 여러 디바이스에 동시 서비스도 가능하기 때문에 개발에 소모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HTML5 게임의 가능성을 높게 샀으며, 일각에서는 HTML5 게임을 차세대 게임으로 주목하기도 했다.



▲ HTML5 게임은 크로스플랫폼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HTML5 게임의 현 주소
업계의 기대와 유저의 반응은 냉정과 열정 사이

HTML5 게임의 확장성에 대해서 눈여겨본 곳은 SNS와 메신저였다.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한 개의 앱 안에서 HTML5을 사용한 별도의 앱 서비스를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국내외 SNS 업계에서는 HTML5 게임에 관심을 보이고 투자에 나섰다.

페이스북은 이미 2014년부터 페이스북 게임을 통해서 다양한 게임을 지원하고 있으며, 중국의 텐센트는 2017년에 HTML5 게임 개발 분야에 우리 돈으로 약 8천억 원에 달하는 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에서 카카오톡 내 '카카오 게임별' 서비스를 통해서 HTML5 게임 서비스에 나서고 있으며, 카카오프렌즈 IP를 활용한 게임을 통해서 유저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렇듯 HTML5를 활용한 게임들이 하나둘 개발되고, 서비스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과정도 진행 중이지만 국내에서 HTML5 게임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못하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게임만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초기의 HTML5 게임은 기술적 한계도 있었으며, 개발자들이 HTML5에 적응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단순한 구조를 갖춘 간단한 게임이 많았다.

현재 HTML5은 업데이트를 거듭하고 있으며, 게임 개발자들이 그 언어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단순한 캐주얼 게임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시장을 보면 현재도 HTML5 게임의 다수가 캐주얼 게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HTML5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 카카오톡 내에서 서비스 중인 '카카오 게임별'


HTML5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문제
웹게임에서부터 이어지는 부정적인 인식, '양산형'의 난립

접근하기 용이하다는 점이나 별도의 마켓 등을 거치지 않고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관심을 받은 것은 HTML5 게임이 처음은 아니었다. HTML5으로 업데이트하기 전 단계부터 존재했던 웹게임 역시도 설치 없이 웹브라우저를 통해서 간편히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 그에 따라 많은 개발자들이 관심을 가졌으며, 다양한 웹게임이 만들어졌다.

초기에 웹게임으로 출시된 게임의 종류나 장르는 한정적이었다. 그러나 2010년 퀘이크를 웹브라우저에서 구동할 수 있게 만든 퀘이크 라이브가 출시되는 등 웹게임은 발전된 모습을 보였으며, MMORPG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소화하기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웹게임을 서비스하는 포털들이 존재하며, 일부는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 퀘이크를 웹게임으로 이식한 '퀘이크 라이브'. 현재는 스팀에 출시됐다(출처: ULTRASEVENBrazil)

웹게임은 접근의 용이성 때문에 게임에 본격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유저층에게 어필했지만, 이후 불거진 여러 이슈 때문에 다수 유저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우선 웹게임은 사용자에게 특정한 URL을 부여하고 이 링크를 클릭할 때 해당 사용자에게 몇 가지 혜택을 주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이 혜택을 얻기 위해 방문객 많은 사이트 위주로 돌아다니면서 댓글이나 게시판에 링크를 거는 유저들도 있었으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당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유저들도 많았다.

또한 국내에서 출시된 브라우저 기반 웹게임들은 종류는 많고 리소스나 그래픽은 다르지만, 시스템이 유사한 이른바 '양산형' 게임들이 많았다. 아울러 웹게임도 수익을 내야 하기에 과금정책을 설계하게 되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현재 유저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는 뽑기 및 VIP 제도였다. 또한 일부 웹게임에서 치명적인 운영 이슈나 플래시를 기반으로 했던 일부 웹게임에서 랜섬웨어 등 보안 문제까지 등장하게 됨에 따라 웹게임에 대한 다수 유저들의 인식은 비판적으로 변하게 됐다.



▲ 점검 공지 후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유저들이 HTML5 게임의 현 상황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유 역시도 시장에 출시된 HTML5 게임, 특히 캐주얼 게임의 경우 스타일이 비슷비슷한 게임이 많다는 점에 있다. HTML5 게임이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개발에 뛰어든 신생 업체들이 늘었으며, 신생 업체들은 단기간에 자신들의 레퍼런스를 보여주기 위해 기존의 게임을 벤치마킹한 게임들을 선보였다. 이러한 게임들이 시장의 다수를 차지하게 되면서 유저들은 HTML5 게임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됐다.



▲ 기존 게임을 벤치마킹한 게임들 위주로 출시되면서 HTML5 게임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으로 변해갔다

아울러 HTML5 게임도 결국 웹게임의 카테고리 안에 있는, 좀 더 발전된 형태의 웹게임이기 때문에 웹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기도 하다. 개발자들은 HTML5가 하드웨어 렌더링이 가능해 구현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으며 보안 등도 강화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일반 유저들에게 이런 점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유저들은 게임의 내부의 코드 구성이나 구조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다만 HTML5 게임의 경우, 현재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등 SNS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보안 이슈나 소위 말하는 '먹튀' 문제 등에서는 유저들의 인식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페이스북 게임의 경우 2014년 8월에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페이스북 게임 서비스를 온라인게임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심사 받을 것을 요구해 페이스북이 국내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해외 HTML5 게임 중 한 축을 담당하는 페이스북 게임에 대해 접근이 어렵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 페이스북 게임은 현재 국내에서 이용할 수 없다


틀을 깨고자 하는 시도
미니 게임 수준을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와 다각화

현 상황에서 HTML5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인식이나 관심 수준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HTML5 게임의 가능성을 보고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7월 20일 야후는 스퀘어에닉스, 코에이테크모게임스 등 52개 유명 게임업체와 제휴해 39개 게임을 제공한다고 발표하면서 웹게임 서비스인 게임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히 게임플러스에서는 '파이널판타지13'과 '파이널판타지10 리마스터' 등을 웹게임으로 서비스하면서 일본 유저들의 관심을 받았다. 스퀘어 에닉스와 제휴를 통해서 서비스하는 게임플러스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일정 시간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이용료를 지불하고 일정 기간 동안 플레이할 수 있다.




▲ '파이널판타지13' 야후 게임플러스판, 10분 간 무료 체험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잔디소프트가 HTML5 기반의 MMORPG '매드월드'를 개발 중에 있다. '매드월드'는 클래스 구분 없이 무기에 따라 스킬이 바뀌는 독특한 시스템을 채용한 MMORPG로, 2D 아트스타일과 이를 기반으로 제작된 광대한 맵에서 전투와 채집 등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작년 7월 12일 공개된 전투영상을 통해서 유저들에게 알려졌으며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한시적으로 PC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할로윈 이벤트 버전을 공개했다. 공개된 콘텐츠의 양이 많지 않았으며, 테스트 중 서버 점검 등 이슈가 불거졌지만 무빙샷으로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역으로 공격하는 등 액션성을 보다 살린 구성은 호평을 받았다.

▲ '매드월드' 액션 트레일러

이외에도 업계에서는 기존 IP를 활용한 HTML5 게임 개발과 서비스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웹젠은 작년 8월 3일 중국의 HTML5 게임 제작 업체인 후딘과 계약을 체결했으며, 9월 29일 '뮤' IP를 기반으로 한 HTML5 MMORPG '대천사지검H5'를 중국에 출시했다.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는 작년 11월 6일 중국 게임업체 3곳과 '미르의 전설2' IP를 활용한 HTML5 게임 계약을 체결하면서 HTML5 기반의 게임을 준비 중에 있다.

MMORPG 외에도 FPS 분야에서도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11월 13일 드래곤플라이는 비엔에프게임즈와 협력해 제작 중인 '프로젝트 H5'를 공개했다. '프로젝트 H5'는 스페셜포스2의 IP를 활용해서 만든 HTML5 기반 FPS 게임의 프로젝트명으로, 스페셜포스2’의 오리지널 맵과 총기, 캐릭터를 활용해 폭파 및 개인전, 좀비 등 다양한 모드를 웹 브라우저를 통해 즉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다.

▲ 스페셜포스2 IP를 기반으로 한 HTML5 FPS '프로젝트 H5'


HTML5 게임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
유저의 인식을 변화시킬 계기를 만들어야

그렇지만 HTML5 게임의 현 상황은, 이전 단계인 웹 게임에서부터나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어진 유저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걷어내기엔 부족해보인다. 앞서 언급한 야후 게임플러스의 경우도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이후에는 유저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콘텐츠가 추가되지 않고 있으며, 최근 추가로 서비스하는 게임도 이전에 자주 업로드되던 캐주얼 게임이나 레트로 게임류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 야후 게임플러스에도 '파이널 판타지' 외에는 레트로, 혹은 캐주얼 게임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캐주얼 게임과 레트로 게임이 수준이 낮거나, 혹은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유저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자극적인 요소가 적고, HTML5 게임의 기술력을 어필하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HTML5 게임이나 웹게임의 기술력에 대한 유저들의 인식은 좋지 않은데, 이를 걷어내기 어렵다는 의미기도 하다.

여기에 국내는 고사양 PC에 대한 수요가 높으며, 고사양 PC와 네트워크 환경을 접하기 용이하다. 따라서 웹게임이나 HTML5 게임에 대한 관심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또한 마켓 등 제 3자가 인증하는 앱이나 클라이언트에 기반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기존의 경쟁자들 사이에서 자리잡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HTML5는 계속 업데이트가 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게임들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업계에는 쟁쟁한 경쟁자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 수많은 콘텐츠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유저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가 절실하다

이미 기존의 SNS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HTML5 게임이나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서 보안 문제 및 서비스에 대한 불안감은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저들에게 HTML5 게임의 기술력과 가능성을 어필할 수 있는 타이틀이 필요하다. 거듭 말하지만 유저는 게임 속 코드나 구조를 뜯어 보지 않는다. 그 결과물을 즐길 뿐이다.

이미 국내외 업체들은 새로이 생성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HTML5 게임에 관심을 기울이고 개발 중에 있다. 이들의 도전이 과연 2018년에 빛을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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