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스팀 하드웨어 통계로 알아보는 하드웨어 이모저모 - VGA편

기획기사 | 이형민 기자 | 댓글: 4개 |



코드네임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로 불리는 RTX 40 시리즈 출시가 어느덧 1주년을 바라보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RTX 40 시리즈였지만, 플래그십 기준 성능만 따지고 본다면 전작 대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단점을 짚지 않고 넘어가기엔 그 사안들이 중대했으니, 권장 소비자가 인상 및 메인스트림과 퍼포먼스 제품의 전작 대비 VRAM 대역폭과 성능 향상이 같거나 미미했으며, 12VHPWR 보조 전환 커넥터 녹아내림 현상에 이어 발화 이슈까지 터져 걱정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러한 결점들은 곧 게이머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줬고,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다수의 게이머에게 혹평과 곤혹을 치른 RTX 40이 그나마 선방한 점이라면, 그래픽카드 구매자를 대상으로 인기 게임 타이틀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으며,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AI) 시스템 열풍의 대표적 수혜자로 그래픽 연산 영역에서 성적을 낸 정도다.

RTX 40 시리즈는 정말 게이머들의 완전한 외면을 받은 걸까. 정성적인 조사 대신, 데이터 수집에 의존하는 정량적 분석을 위해 지난번 스팀 하드웨어 통계로 알아보는 하드웨어 이모저모 - CPU 편에 이어 VGA 편을 다뤄보고자 한다.

게임 ESD의 본좌급이라 불리는 스팀은 여러 서드 파티 업체들과 연계되고 여러 AAA 게임들을 비롯해 셀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취급한다. 또, 조사 대상이 국내 게이머뿐만 아니라 세계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기에, 스팀 통계는 순도 높은 정보가 된다.

뿐만 아니라, 기사 작성 시간 기준 스팀을 이용 중인 유저는 2,3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전 세계 게이머들이 많이 찾는 플랫폼이다. 특히 한국의 자정 시간부터 동시 접속자 수가 최대치에 달하는데, 북미와 유럽 권역의 사용량이 느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특수 끝", 풍파 맞은 노트북 시장
RTX 3060 Laptop 점유율 전달 대비 0.52% 하락




▲ 급락하는 RTX 30 랩탑, 상승폭이 적은 RTX 40 랩탑 시리즈

범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19는 우리의 생활 양식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됐으며, 재택 근무와 원격 수업이 본격적으로 행해졌다. 이 기간 동안 실내에서 소비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PC와 노트북 시장은 높은 성장을 거듭했다. 즉, 코로나19 특수 수혜를 제대로 받은 것.

3년 넘게 지속되던 코로나19 종식은 좀처럼 예상하기 어려웠으며, 결국 풍토병으로 굳어져 '엔데믹' 시대가 도래했다. 유행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건 아니지만, 사실상 경보 수준이 '경계' 단계로 떨어져 코로나19 기간 동안 이뤄졌던 모든 규제들이 슬슬 완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결과로 노트북에 대한 수요 둔화가 시작됐다. 위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듯, RTX 30 Laptop 시리즈가 장착된 노트북들이 가파르게 감소했다. 게이밍 노트북의 평균 수명이 3년이라는 점을 감안해 점유율 급락은 어찌 보면 예정된 수순이지만, 그에 반해 차세대 RTX 40 Laptop 시리즈 노트북의 점유율 상승폭은 미미하다.

또한,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노트북 출하량은 작년 대비 31%가 감소했다고 밝혀 코로나19 특수 수혜를 받은 게이밍 노트북 시장의 하락곡선은 지속되고 있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수명 다한 'GTX' 메인스트림 시리즈, 점유율 감소 시작
GTX 1660 점유율 전달 대비 2.04% 하락





엔비디아의 역작이라고 취급받는 GTX 10 시리즈, 파스칼 아키텍쳐. 가장 먼저 발표된 GTX 1080의 공개일은 2016년 5월이므로 어언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제품군이다. 그나마 뒤늦게 출시한 GTX 16 시리즈 또한 19년 10월에 소식을 알리고 어느덧 출시 4주년을 바라보며 노장 라인 합류를 바라보고 있다.

GTX 10 시리즈의 최대 장점이라면 전 세대 대비 성능 향상은 물론이고, 우월한 전성비까지 보여 많은 게이머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스팀 하드웨어 통계 차트 상위권에 등록된 GTX 10 및 16 시리즈는 순서대로 GTX 1650 (5.30%), GTX 1060 (4.60%), GTX 1050 Ti (3.50%) 등 오래된 생산연도가 무색할 정도로 준수한 점유율을 보인다.

또한, DX11 기반의 게임에서는 현역으로 평가받는 제품들과 경쟁해도 결코 나쁘지 않은 성능을 보여 퍼포먼스 이상 라인업, GTX 1070, 1070 Ti, 1080, 1080 Ti의 점유율은 차트 내에서 역주행이 가속되고 있다.

반대로 레이트레이싱, DLSS를 지원하는 DX12 기반의 게임에서는 메리트가 떨어진다. GTX 10 시리즈 GPU에 텐서코어와 RT코어 부재로 차세대 기술을 지원하는 최신 게임 플레이 시 퍼포먼스 하락 체감이 RTX 제품군에 비해 큰 편이다.

하지만 세월이 세월인지라 출시 직후 구한 VGA는 보증 기간이 남아 있지 않다고 봐도 무방하며, 심지어 GTX 10 시리즈는 단종 수순을 밟은지 이미 오래라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제품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러한 원인으로서, GTX 10 및 16 시리즈의 메인스트림 점유율이 하락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목받지 못하는 RTX 40 시리즈
다시보니 선녀같은 RTX 4070 Ti




▲ 랩탑에 밀린 데스크탑 점유율

서론에서 설명했듯, RTX 40 시리즈는 출시 1주년을 목전에 두고 있다. RTX 4090을 첫 시작으로, 현재 RTX 4060까지 베일을 벗었으며, 시리즈 중 로우엔드 제품인 RTX 4050만 남은 상태. 그렇기에 출시 초기 프리미엄 가격은 어느 정도 완화된 상태고 채굴 이슈나 달러화 강세 여파 또한 다 지나가 구매하기엔 나쁘지 않은 시기라는 것.

하지만 데이터 차트 상황은 그리 썩 좋지만은 않다. 노후화된 GTX 10 및 16 그리고 RTX 20 시리즈가 이탈함에 따라, 차세대 RTX 40 시리즈가 주목받아야 마땅한데 동세대 점유율이 가장 높은 그래픽카드는 RTX 4070 Ti (0.68%)으로 나타났으며, 심지어 뒤늦게 등장한 노트북용 제품군인 RTX 4060 Laptop (0.93%)이 데스크톱 점유율 보다 높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퍼포먼스 이상으로 급을 높일수록 차트에서 찾아보기 더욱 힘들어진다. RTX 4090 (0.65%)의 경우, 이제는 고대 유물이나 다름 없는 GTX 970 (0.64%)보다 0.01% 높아 간신히 체면치레했다. 또한, 디아블로4 번들 수혜를 받은 RTX 4070과 4080은 각각 0.55%, 0.47%에 그쳤다. RTX 40 시리즈가 차세대 제품으로 집중 조명을 받기도 모자란 판에, 증가폭이 현저히 둔화한 탓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압도적 성능을 갖춘 RTX 4090이라지만, 애초에 플래그십 제품으로 나온 터라 일반 게이머나 초심자에게는 오버스펙으로 취급받아 수요가 적은 탓이다. 그런 와중에도 간간이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제품이 바로 RTX 4070 Ti인 것.

RTX 4070 Ti의 탄생은 발표 이전부터 으레 짐작이 가능한 부분이었다. 기존 RTX 4080 12GB로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먼저 시장에 나온 RTX 4080 16GB와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사유로 취소되었다. 이후 RTX 4070 Ti로 탈바꿈하여 기존 스펙과 동일하게 출시됐다. 이전 세대 대비 낮은 메모리 버스(192bit)가 흠으로 꼽히지만, 제품 자체 클럭이 높아 DX11 환경에서 전 세대의 플래그십 제품인 RTX 3090 Ti와 엇비슷한 수준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유저들의 재평가가 끊이질 않고 있다.


단종 수순 밟는 RTX 30 시리즈, 점유율은 상승
정녕 기다림만이 답인가





최신형 그래픽카드 라인업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 속에, 울며 겨자 먹기로 생겨난 선택지가 있으니. 점유율이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RTX 30 시리즈 되겠다.

작년 10월부터 RTX 40 하이엔드와 플래그십 모델이 출시하며, RTX 30 단종은 본격화됐지만 이에 대한 점유율은 이상하리만치 슬금슬금 오르고 있는 추세다. 신제품이라면 판매하다 남은 재고에 해당될 것이고, 중고 제품이라면 구매자가 알 수 없는 위험 요소에 대한 부담을 전부 껴안아야 한다.

RTX 30 시리즈 중 눈에 띠는 제품은 전월 대비 0.27% 상승한 RTX 3070 (3.26%)이다. 이유를 해석해 보자면, FHD 해상도에서 현역과 비교해 봐도 전혀 밀리지 않는 성능과 전작 대비 4K 해상도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으며, 권장 소비자가가 낮은 덕에 접근성이 쉽다는 점이 있겠다.

또, 특정 환경에서 RTX 3060 Ti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RTX 4060 Ti라든지, 낮은 메모리 버스, 케이블 녹아내림 및 높은 가격이라는 단점을 가진 차세대 제품을 외면한 유저들이 RTX 40 시리즈의 대체재로 RTX 30 시리즈를 선택하지 않았나라고 풀이된다.


보여줄 때 됐잖아
여름도 다 갔는데, 가죽자켓의 계절은 언제올까





긍정적인 평가로 시작한 RTX 40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채굴 광풍, 그래픽카드 대란, 달러화 강세, AI 분야 집중 등. 게이밍 그래픽카드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요소가 한 둘이 아니기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이쪽 업계에선 그냥 질릴 대로 질려버려 "내키면 구매해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이번엔 얘기가 다르다. 가격도 가격인데 무엇보다 전체적인 성능이 아쉽다는 것.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게이머의 갈증은 언제쯤 풀릴까. 그나마 행복 회로를 굴려 보자면 RTX 40 시리즈의 상위 제품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존 RTX 40의 주요 약점으로 평가받던 메모리버스를 늘리고 대부분의 성능 또한 향상한다는 소식이다. 루머는 루머로 넘겨야 하는데, 시장 자체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괜시리 소문에 더 기댈 뿐이다.

경쟁도 이뤄질 법하다. RTX 40의 판매 부진이 이뤄졌다는 것 부터 판이 깔렸다 봐도 무방하며, AMD는 칠부능선을 넘은 셈이나 다름없다. 출시가 얼마 남지 않은 AMD RX 7800 XT, 7700 XT가 성능이나 가격 둘 중 하나라도 비빌 수 있을 정도로 잘 다듬어져 나온다면, 게이머를 위한 그래픽카드 시장 부활의 위대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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