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AMD 리사 수 CEO의 '마법', AI에서도 통할까

기획기사 | 이형민 기자 |



인공지능(AI)의 점진적인 발전은 비즈니스 생태계를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있다. 인공지능이란 인간이 갖춘 지능과 학습, 추론, 지각 능력을 자체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이다.

인공지능 발달에 앞서, 그 역사를 되짚어 보면 기술 자체에 대한 구상은 1950년대부터 존재했다. 이후 구체화를 위한 활발한 연구의 지속으로 완만한 발전을 이뤄옴과 동시에 저조한 투자,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 윤리 방면에서의 비판 등 외면 또한 공존해 성장과 지체 변동을 거듭했다.

새로운 AI 기술이 탄생하면 세상이 들썩이고 주요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등 여파가 따랐다. AI가 인간과 맞먹거나, 오히려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포트폴리오로 화두에 오르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6년에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격파하며, 그간 끊임없이 펼쳐진 인간과 AI 전쟁의 갑론을박을 사실상 종식시켰다는 걸 실감케했다.

그때부터였을까. AI 기술이 본격화되며, 전 세계에 걸친 다양한 산업에 4차 산업혁명 붐이 일어났다. 글로벌 시총 상위권을 달리는 빅테크 기업은 물론이고, 교육, 운송 기업 등 분야를 불문하고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후, AI 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선사한 사례가 있었으니.



사진 출처 - Google DeepMind

알게 모르게 AI는 우리 삶과 사회에 깊숙이 침투했다. 자율주행의 대명사로 불리는 테슬라 차량이 도로를 점거하고, 고객 콜센터로 전화를 걸면 고객의 음성을 인식해 텍스트로 변환한 뒤 상담을 진행하고, 고객 취향에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분석하여 안내하는 봇 등 AI가 다방면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가장 최근의 AI 화젯거리라면 단연 'ChatGPT'(이하 챗지피티)일 것이다. 오픈 AI가 개발한 생성형 AI(Generative AI) 챗지피티는 출시 이후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사용자가 1억 명에 돌파하고 개발사 오픈 AI는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만 회사 가치가 3배까지 폭등했으며, 검색 엔진 공룡 기업들의 적색 경보가 발령되는 등 다양한 산업 생태계를 향한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

초창기 챗지피티는 대화형 AI에 이어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를 생성하거나 인용해 콘텐츠 생산 면에서 무궁무진하게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AI 분야의 새로운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가 따랐다. 특히,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광범위한 전문 데이터를 갖춰 지식 수준도 높으며, 일반인도 쉽게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접근성 또한 뛰어난 수준이다.




챗지피티의 주요 성공 원인은 작업의 간소화와 생산성 증대다. 자료 수집, 검토, 오류 수정, 기안 작성 등 단 한 번의 명령으로 다수가 오랜 기간 작업해야 할 양을 대폭 줄여준다. 챗지피티의 선풍적인 인기 이후 여러 장르에 분포한 유저들을 위한 다양한 종류의 AI 툴도 파생되어 나오기 이른다.

AI 툴은 거대언어모델, LLM(Large Language Model)을 통해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학습하고 이를 대화형으로 적용하거나, 딥 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해 이미지, 음성 인식, 자연어를 처리한다. 원리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학습과 방대한 데이터 사이에서 연산 과정을 거치며, 딥 러닝은 인공 신경망이 저장 데이터와 결과 사이의 복잡한 관계와 특징을 스스로 학습하기에, 사용자가 원하는 답에 근접한 결과를 도출해낸다.

AI 개발 및 연산에 필요한 딥 러닝 서버는 동시(병렬) 연산 과정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를 필요로 한다.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서가 바로 'AI 칩'이다. 기존에는 CPU와 GPU가 AI 연산을 도맡았지만 CPU는 데이터를 병렬 처리가 아닌 순차적으로 처리(직렬)하며, 높은 전력 소비가 특징으로 처리량이 떨어져 AI에 적합하지 않는다.

GPU는 3D 그래픽 처리, 표현으로 게임 필드에서 필수로 자리 잡은 장치였지만 AI 학습에 필요한 병렬 연산에 유리한 아키텍처를 채택해 AI 분야로 범위를 확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대언어모델이 점점 복잡해지고, 스케일이 커짐에 따라 추론 성능이 곧 AI 제품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거대언어모델 기반 AI가 상승 가도를 달리며, 관련 반도체 업체도 덩달아 호황을 맞았다. 반도체 대장주로 일컫는 '엔비디아'는 게이밍 GPU 시장에서 맹위를 떨쳤고 생성형 AI의 성행으로 입지를 더욱 굳건히 다졌다. 특히 올해에만 약 200% 주가 상승을 맛봤으며, 반도체 업계 중 최초로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성장 결과 중심에는 챗지피티가 존재한다.

폭발적인 수요 증가는 곧 불균형을 이루기에 충분했다. A100 80GB GPU의 가격은 1만 달러(약 1,350만 원)에 불과했지만, 여러 산업 전반에 걸친 AI 전쟁의 본격화를 분기점으로 상승랠리가 뚜렷하게 나타나 가격 폭등이 이어졌다. 추후 출시된 텐서 코어 기반 플래그십 GPU H100 역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상황. 엔비디아 파운드리 위탁 생산을 맡고 있는 TSMC의 생산량만으로 감당키 어려워 제2의 수주 업체로 삼성전자가 떠오르는 점 또한 수요 과잉, 공급 부족이 간접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GPU 시장은 엔비디아 독점 체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엔비디아는 GPU 점유율을 80% 차지하며,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AI 관련 업체들은 뾰족한 수가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좁혀지는 선택지를 엔비디아로 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챗지피티의 등장 이후 생성형 AI의 발전은 실로 눈부셨다고 할 수 있겠으나, 최근에는 그 성장세가 한 풀 꺾인 상태다. 천문학적인 연구 개발 지속 유지비 및 GPU 가격 앙등 심화가 첫 번째고 이렇다 할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지 못한 것이 부차적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생성형 AI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 GPU 품귀 현상이 장기전으로 치닫자 생성형 AI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돈 먹는 하마로 양상이 바뀐, 소위 '자금력 싸움'으로 번져 생성형 AI를 향한 옥석 가리기나 거품론까지 나왔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GPU가 마약보다 구하기 힘들다"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업계의 갈증이 최고조에 달한다.




이에 따라, GPU 품귀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반도체 업체들의 동분서주가 한창이다. 특히 엔비디아 GPU 독주 체제에 도전장을 던진 AMD가 눈에 띈다. 엔비디아가 양분 중인 AI 판도를 흔들 조짐은 금년 초부터 시작됐다. AMD 리사 수 CEO는 금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CES 2023에서 세계 최초로 CPU와 GPU가 결합된 AMD 인스팅트 MI300 (AMD Instinct MI300) 가속기를 소개한 바가 있으며, 전력 소비와 AI 학습에 특화되어 모델링 프로세스 소요 시간을 압도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AMD 알베오 V70(AMD Alveo V70) AI 가속기까지 소개했다. 데이터 및 클라우드 구축을 위한 고성능, 에너지 효율적 AI 추론이 가능한 제품으로 클라우드 및 복잡한 워크로드에서의 효율성과 확장성을 언급했다. 이날 리사 수 CEO는 "반도체는 현대 생활의 필수 요소가 되었으며, AI의 성장과 함께 나날이 발전한다."라고 강조했을 만큼 23년 새해 벽두부터 AI에 대한 진심을 드러냈다.

AMD는 여러 반도체 업체의 아성에 완강한 면모를 보인다. CPU 분야를 향한 인텔과의 경쟁은 현재 진행형이며, 전선을 확장해 AI 반도체의 절대강자 엔비디아에도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연구 및 기술 개발에도 서슴없다. AMD의 금년 3분기 총매출은 54억 9,900만 달러에 해당하며, 기술 개발 투자는 14억 4,300만 달러로 밝혀졌는데, 총매출 대비 연구 개발에만 39%를 투자 중인 것이다. 높은 연구 개발비와 자일링스 인수 합병의 이유로, 영업 이익은 대폭 감소했다.

AMD의 과감한 R&D 투자는 위기 속 빛을 발했다. 최근에는 4세대 AMD EPYC 97X4 프로세서(베르가모)를 출시했으며, MI300X 가속기까지 발표했다. 특히, MI300X는 엔비디아의 H100보다 더 높은 HBM3으로 생성형 AI 워크로드에 필요한 컴퓨팅 및 메모리 효율성을 보인다. 독주를 잇던 엔비디아 입장에서 MI300X의 등장은 곧 가격 경쟁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당도한 것이나 다름없다.




기존에 주력하던 CPU 분야도 AI에 몰입하는 움직임이다. 경쟁업체 인텔은 14세대 메테오레이크 프로세서와 AI 기능을 결합해 전력 효율과 성능 강화라는 전략을 세웠으며, 이에 AMD는 '라이젠 AI 엔진'이라는 대응책을 마련해 맞불작전을 펼친다.

AMD는 CES 2023에서 라이젠 7040 시리즈를 발표했다. 해당 제품은 7000 시리즈 중 라이젠 AI를 최초로 탑재했으며, 7045을 포함한 다른 시리즈와 다르게 AI 개발 툴이나 윈도우 코파일럿, 스튜디오 이펙트,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등 여러 AI 앱과 플랫폼 환경과 어울려 일반 유저의 AI의 접근성을 낮췄다. 최근 이목이 집중되는 AI에 전문가용 데이터 센터 GPU뿐만 아니라, 일반 유저까지 잡겠다는 행보다.




AI에 대한 AMD의 집중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AMD가 공개한 AI 전망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글로벌 IT 리더 2,500명 중 68%는 AI가 업무 모델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67%는 직원 효율성 전반을 높일 수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AI 활용을 우선시하는 IT 리더 90%는 업무 효율성 향상을 이미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영원한 1등은 없다. 기자는 난공불락의 철옹성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봐왔다. 경영난에 빠진 AMD가 반도체 선도 주자 인텔을 절대 넘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리사 수 총괄 부사장 취임 이후 거짓말처럼 상황이 뒤바뀌었으니. 20년에는 인텔의 주가를 역전했으며, 그로부터 2년 뒤 인텔의 시총마저 뛰어넘는 드라마틱한 상황은 지금 봐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AI. 엔비디아가 AI라는 터에 거대한 깃발을 먼저 꽂았지만 역전이라는 달콤함을 맛본 이력이 있는 AMD이기에 그들의 멈추지 않는 추격은 더욱 돋보인다. AI를 향한 닥터 수의 '매직'이 판을 엎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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