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삼성은 왜 모바일 게임 플랫폼에 주목하는가?

기획기사 | 정필권 기자 | 댓글: 83개 |



지난 11월 초 진행한 SDC 2018(Samsung Developer Conference 2018) 행사에서 가장 이슈가 된 것은 폴더블 폰이었다. 하지만 이것 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전 세계 관련 개발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이후 내용 면에서는 관심을 둘만 한 다양한 요소들이 여럿 존재했다. 해당 행사는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는 새로운 기술과 개발 도구들, 그리고 지향점을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 부분은 삼성이 본격적으로 앱 마켓을 운영한다는 방향성을 밝혔다는 점이다. 갤럭시 스토어로 명명된 해당 마켓은, 파편화되었던 삼성의 기기들을 하나의 생태계로 모은다는 측면에서 전략적인 판단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갤럭시 스토어는 게임을 중심으로 두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든다는 포부를 밝혔다. 거대한 앱마켓의 영향력을 벗어나려는 현재 상황에서 이러한 전략은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SDC 2018에서 갑자기 놓인 삼성의 한 수, 갤럭시 스토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게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콘텐츠 유통의 통합
갤럭시 앱스, 기어 스토어, 빅스비를 하나로



▲ 스마트폰부터 웨어러블까지. 다양한 기기들이 있는 갤럭시 시리즈.

삼성 갤럭시 시리즈는 이제 기기 하나만으로도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만큼의 판매량을 달성했다. 시리즈 내에서 분화되는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고, 시장 점유율 또한 20%, 기기 수 7억 대를 넘기면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기 완성도 면에서는 잡음이 있기도 했으나, 적어도 전 세계에서 잘 팔린 기기임은 부정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이 갤럭시 시리즈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고 있는 상태다.

그렇기에 삼성은 이번 기회를 통해 흩어져있던 콘텐츠 플랫폼을 하나로 통합하고, 갤럭시 시리즈 내부의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갤럭시 앱스는 명칭을 '갤럭시 스토어'로 변경하고, 유저들에게 더 많은 노출 기회를 확보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파편화되었던 기기별 생태계를 갤럭시 스토어라는 하나의 틀 안으로 묶는다는 전략인 셈이다.

모바일 기기와 갤럭시 워치, 스마트 TV 등에서 이용할 수 있었던 갤럭시 앱스, 갤럭시 S7과 함께 공개됐던 삼성 게임런처 등 기존 기능들을 하나로 묶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미 시장을 점유한 '플레이 스토어', '앱스토어'와 같은 앱 마켓과는 차별점을 두려 한다. 이미 시장 점유율이 높은 갤럭시 시리즈에 특화된 앱들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하이엔드 기기를 사는 이유 - '게임'
모바일 게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협력

갤럭시 시리즈 특화로 앱이 개발되고 있으나, 하이엔드 디바이스를 원하는 소비층을 포섭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돌파구가 필요했다. 삼성은 하이엔드 기기에 대한 수요가 있는 소비층, 게이머를 타겟으로 기기의 경쟁력을 갖추고자 한다. 그간 경쟁사와 비교해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더 좋은 게임'과 '게임 플레이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개선하는 방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갤럭시 시리즈에서 선보인 기술들 또한 게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17년 삼성과 넷마블은 기술 제휴를 통해 '삼성 덱스(Samsung DeX)'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을 원활히 플레이할 수 있음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신 스마트폰 기기의 활용이라는 점. 그리고 게임사와의 본격적인 협력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불어 당시에는 이를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우면서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기기를 사는 사람들이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도 됐다.



▲ 새로운 기술이 게이머에게 있어 메리트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덱스'

이후 갤럭시 시리즈는 게이머에게 있어 '매력적인 플랫폼'이 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게임사들과 기술 협력을 꾸준히 진행하는 한편, 선탑재를 통해 게임이 설치된 상태에서 기기를 판매하는 정책도 펼쳤다. 기기 자체를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전략은 개발사에겐 유저들의 유입을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일종의 마케팅 지원이 되는 셈인데다, 최적화를 위한 기술적인 협력도 이루어지니 게임의 완성도를 올리는 선택지가 되기도 한다. 또한, 현재 게임 런처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여러 데이터들을 확인하고 활용할 수도 있다. 현재 게임 런처에서는 각 게임의 이용자 수 등 게이머 데이터 통계를 제공하고 있는 상태다.



▲ 여러 유저 데이터도 집계되고,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더불어,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를 필두로 '탈(脫) 구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한 점이다. 에픽게임즈는 자사의 배틀로얄 게임 '포트나이트'의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하며, 구글플레이가 아닌 홈페이지 전달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또한, 삼성과의 협력을 통해서 독점 스킨을 제공하거나, 먼저 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서로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렇기에 삼성은 이번 SDC 2018에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자리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곧 수 억 명 이상의 갤럭시 사용자, 개발사들에게 갤럭시 시리즈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안착했음을 공표하는 것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진행한 투자와 협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들이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한 셈이었다.


'게임 체인저'를 노리는 갤럭시 스토어
새로운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


삼성이 '게임 체인저'로 거듭나기 위해서 준비한 것은 크게 두 가지. 모두 갤럭시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판단하고, 전략적인 투자와 협력을 거치는 측면에서 진행된다. 첫 번째로는 개발자들이 더 나은 게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갤럭시 게임 데브 (Galaxy Game Dev)를 확장하여 준수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툴을 제공할 예정이다. 2016년 발표된 갤럭시 게임 데브는 개발에 도움을 주기 위한 다양한 기술과 마케팅 옵션을 제공하는 직·간접적인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갤럭시 스토어의 본격적인 오픈이다. 갤럭시 시리즈 기기들의 앱 창구를 갤럭시 스토어로 통합하면서, 게이머들에게 최신작을 제공할 예정이다. 마케팅 면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게임은 게이머들에게 더 자주 노출되고, 플레이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여기에 지난 7월 원스토어와의 협력을 진행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삼성전자와 원스토어, 두 회사는 '글로벌 앱마켓과 경쟁 가능한 시장 구축'을 목표로 게임 제휴 판매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원스토어에만 게임을 등록해도 두 마켓 모두에서 게임을 판매할 수 있게 만드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원스토어는 계약 체결 즈음 마켓 수수료를 최대 25% 인하하는 파격적인 유통 정책으로 큰 효과를 봤다. 9월 중간 성과 발표에서는 정책변경 이전과 비교해서 신규등록 앱, 게임의 수가 약 30%, 전체 거래액이 15% 증가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계약은 국내 시장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앞으로는 국내 게임의 해외 진출도 쉬워질 것이란 전망도 충분히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해외 유명 개발사와 엔진사 등과의 협업 및 파트너십도 이루어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에픽 게임즈의 포트나이트 외에도 게임 엔진인 유니티와도 직·간접적인 협력을 진행하기도 한다. 삼성 관계자들은 최근 몇 년간 유나이트 서울 키노트에서 세션을 진행하며, 자사 기기와 지원책 등을 청중에게 전한 바 있다.

스퀘어 에닉스, 나이언틱과 같은 유통 및 개발사와 긍정적인 협력을 진행 중이다. 해당 회사들의 관계자들이 SDC 2018에 자리하여 세션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삼성이 나이언틱에 4,000만 달러(한화 약 425억 원)를 투자해 독점 게임을 제작한다는 루머가 전해지기도 했다.

해당 소식을 처음으로 보도한 인콰이어러는 이번 삼성의 투자를 통해 만들어질 나이언틱의 신작 게임에 대해 삼성 스마트폰에서 독점적으로 구동하는 '해리포터' IP 게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해당 게임이 갤럭시 기기에 선탑재로 들어갈 가능성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까?
기기 기반의 앱마켓 '갤럭시 스토어'

삼성이 갤럭시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게임을 중점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앱마켓 전체에서 게임 카테고리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와이즈앱은 지난 9월, 1월부터 8월 말까지 한국 구글 플레이 앱 결제 금액을 2조 2,203억으로 추산하고, 약 94%의 매출이 게임에서 나오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현재 앱 마켓의 성장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게임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대부분의 매출이 게임을 통해 나오고 있는 상태. 현재 마켓의 수수료, 높은 시장 점유율로 말미암은 탈 구글 추세는 갤럭시 스토어에 있어서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대표는, 포트나이트 안드로이드 버전 공개 당시 "포트나이트를 플레이할 때 유저가 제3 배포자의 간섭 없이 직접 게임을 접할 수 있도록, 그리고 30%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현재의 상점 생태계를 바꾸기 위해서 이러한 결정을 했다"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 탈 구글의 포문을 연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이러한 탈 구글 흐름이 나오기 전, 갤럭시 스토어는 낮은 수수료로 개발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개발사와의 협력을 꾸준히 진행하는 등 그간 오랜 준비를 해왔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본격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시기 상으로든 스토어 내부에서든, 생태계 구축을 위한 포석은 이미 마련된 모습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갤럭시 스토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게임 앱 마켓 생태계에 변화가 찾아올 것은 분명한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오는 2019년 선보일 갤럭시 스토어, 과연 시장에 유의미한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족적을 남길 수 있을까? 삼성이 오랜 기간 준비한 한 수는 이제 반상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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