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확률형 아이템 = 청불" 정말 이렇게 될까?

기획기사 | 정필권 기자 | 댓글: 41개 |



지난주 일부 매체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에 청불 등급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도의 핵심적인 내용은 단 하나. 그동안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청소년들의 접근 방지를 고려 중이라는 보도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확률형 아이템이 이슈가 되기도 했었기에, 주목할 만한 소식이었다.

보도는 지난해 게임위가 연구용역을 발주했던 '확률형 아이템 청소년 보호방안' 보고서에 기반한다. 그리고 내용 일부를 공개하며, '게임물 등급 심의 과정에 확률형 아이템 보유 여부 반영'하는 방안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고서 자체가 놀라웠던 것은 아니다. 해당 보고서의 존재는 이미 지난해 9월부터 꾸준히 언급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게임위 신임 위원장으로 위촉된 이재홍 위원장은 간담회 현장에서 "청소년 보호 방안은 하반기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재 모호하고 추상적인 등급분류 기준에 대해서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검증 가능하며 과학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는 당초 2018년 연말 공개를 예정했으나, 결과적으로 연말 공개는 미뤄진 상태다.

그렇다면 정말로. 보도의 내용처럼 확률형 아이템이 '원천차단'될 가능성이 있을까? '확률형 아이템 청소년 보호방안'을 두고 예상해 볼 수 있는 질문과 쟁점들을 정리했다.




Q. 확률형 아이템, 정말로 청소년 이용불가가 되나?

그렇다면 보도대로 '원천차단'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성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게임위는 해당 보고서를 토대로 논의를 진행 중인 단계에 있다. 다만 결과는 아직 도출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논의의 단계이며, 현재 등급분류 상에 기준이 추가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원천차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임위 측이 등급 분류과정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고려 사항으로 추가한다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업계의 의견과 법적인 사항 등 많은 논의를 진행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 시점에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게임 등급분류에 기준이 추가되는 것치고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Q. 보고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논의가 진행 중인가.

현재 게임위는 해당 보고서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 보고서 자체가 청소년 보호 방안에 초점을 맞춘 만큼, 해당 주제를 가지고 이해관계자들과 그룹을 구성하여 대책 방안을 논의한다.

다만, 논의가 진행 중이기에 보고서와 논의의 세부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꺼리고 있다. 게임위 측은 "진행 중인 내용과 연구결과를 사전에 공개하는 것은 시장의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공개할 수 없는 이유를 밝혔다.


Q. 그렇다면 결론은 언제 나오는가?

아직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게임위 측은 "2월 정도에 방향성이 도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대략적인 기간을 밝혔다. 정확한 공개 시점은 언급되지 않았으나, 세부적인 내용이 정해지는 시점에서 게임위의 결론이 공개될 것이라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Q. 만약 '원천차단'이 된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확률형 = 청불'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있는 방안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청소년 이용불가로 판단하는 요인이 될 땐 현 모바일 게임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의 매출 순위권 게임들은 대부분 확률형 아이템을 수익 모델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지급하고 게임을 내려받는 유료 게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게임이 해당 사항에 속한다.




또한, 갑작스레 청불 판정이 이루어지면 특정 기종에서 서비스가 중지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성인 인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 구글 플레이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앱스토어의 경우, 현재 성인 게임의 앱스토어 출시를 제한하고 있기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애플은 4세, 9세, 12세, 17세 이상 이용가로 게임을 구분하고 있으며, 청불 등급의 게임은 앱스토어에 등록하지 못하는 정책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기존 게임이 청불로 전환될 때는 최악의 경우, iOS 서비스를 중지하는 선택이 나올 수 있다. 최근 iOS에 연령 인증 요구 윈도우가 팝업되며 성인콘텐츠 해제에 기대감이 있었으나, 실제 적용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청불을 피하고자 BM을 수정하는 선택지도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 사례들을 보면 이러한 선택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들이 이루어졌던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해당 국가에서 캐릭터의 획득 과정이 확률형 아이템 위주로 설계됐던 '파이널 판타지 브레이브 엑스비어스(이하 FFBE)'는 서비스를 종료하는 결정을 내렸다. 만약 확률형 아이템 유무로 청불 기준이 세워진다면, 쉽사리 BM을 변경하지 못하는 게임들은 서비스 종료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Q. 모바일 게임만 해당될까?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존재는 온라인과 모바일, 콘솔 게임 등에 전반적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국가에서는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시정명령이 전달되었고 이에 따라 게임들은 수익 모델을 변경해야만 했다.

당시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와 '하스스톤', '오버워치' 등의 게임은 루트박스 시스템을 삭제하는 과정을 거친 바 있다. 이외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 'DOTA2' 등 PC 게임에도 확률형 아이템 수익모델이 포함되어 있다.

패키지 게임 임에도, 추가 수익모델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된다. 이미 유럽에서는 'FIFA' 시리즈의 얼티밋 팀 모드 선수 획득 과정, 마켓을 통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배틀그라운드'의 스킨 상자 등도 확률형 아이템으로 판단한 전례가 있다.


Q. 청소년 이용불가 말고 다른 방법이 논의 중인가?

게임위는 현재 어떤 논의가 진행 중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을 불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 만큼, 다양한 방법이 논의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애초에 청소년 이용불가라는 결정은 어디까지나 선택지의 하나에 불과하니까.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은 자율규제를 통한 조절이다. 게임위 이재홍 위원장은 지난해 간담회에서 "제대로 된 확률형 아이템은 투명한 확률을 공개하고, 아이템에 대해 소비자가 기대하게끔 해 주머니를 열게 하는 과금 제도라 본다. 질서를 위해서 업계가 투명한 확률을 제시한다면, 유저도 만족할 것이다. 이런 게 자율규제의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자율규제와 관련한 고려 사항을 답변한 바 있다.

이외에도 법적 고려사항까지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도 자율규제를 선택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어떤 것을 확률형 아이템으로 규정할 것인지. 그리고 법제화를 할 것인지 정하는 고민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것이 아니다. 게다가 플랫폼마다 다른 월 구매 한도액 제한 등, 기존 제도와의 충돌을 예상하고 보완책을 고민해야 한다.

이렇듯 법제화 여부에는 많은 논의와 개념 토론, 업계의 의견까지 긴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시간 또는 협의 과정이 덜 소요되는 자율규제로 개선될 확률이 높은 상태다.


Q. 등급 분류 반영 대신에 자율규제를 선택한다면, 실효성이 있을까?

확률형 아이템을 등급 분류 기준으로 반영하는 대신, 업계가 자율규제를 통한 정보 공개를 선택하는 선택지도 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실효성으로 말미암은 논란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율규제의 실효성 문제는 이미 시작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만약 자율규제로 이루어진다면, 이용자들의 불신은 물론이고 외국게임사와의 차별도 추가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년간 자율규제 평가위원회가 공개했던 미준수 게임물 공개 목록을 보면 알 수 있다. 평가위가 공개한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은 대부분이 해외 개발사의 게임들이 차지한다.

물론, 현행 자율규제가 정보 공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국내 게임들은 확률 정보가 개선되는 것에 비해서, 해외 게임은 해당 사항을 회피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소규모 게임들이 아니라 해외 유명 개발사의 게임이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심각하다.

'슈퍼셀'의 클래시 로얄이 대표적인 사례다. 클래시 로얄은 자율규제 강령이 개정된 7월 이전의 공표 7회, 개정 이후의 2회 공표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강령 개정 이후 2회까지를 기존 모니터링의 연장선으로 본다면, 총 9회 연속해서 자율규제 강령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기에 자율규제로 제도가 개선될 경우, 실효성과 국내 게임사 차별 문제는 자연스레 따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