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콘솔의 꽃 '독점작', 이제는 옛말인가

기획기사 | 박영준 기자 | 댓글: 14개 |



콘솔은 PC와는 전혀 다른 노선을 걷고 있는 독자적인 플랫폼이다. 물론 지금에서야 다양한 미디어 시스템을 지원하고 간단한 커스터마이징, 주변기기 호환 등 옛날보다는 PC와 가까운 프로세서를 지향하고 있지만, 결국 큰 틀은 전혀 다른 제품이다. PC는 자유롭게 모든 작업이 가능하고 원하는 부품만 교체해 성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만, 콘솔은 오직 게임을 위한 전자 제품이며, 제품을 구매하면 다음 세대까지 동일한 사양으로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도 최근에는 사양이 높아진 고급 모델도 출시되고 있으나, 핵심적인 성능의 업그레이드는 불가능에 가깝다.

게임 부분에서도 다른 점이 있다. 하나는 세대가 변하면 기존에 구매한 게임을 즐길 수 없다는 점, 다른 하나는 콘솔별로 독점작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콘솔은 세대마다 내부 프로세서 구조가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보니 전 세대 기종의 게임을 지원(하위 호환)하지 않는 기종도 있다.

이렇다 보니 콘솔은 PC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부분이 많은데, 이를 상쇄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 중 하나로 독점작이 있다. 콘솔 시장은 한정된 파이를 계속 나눠 먹는 전쟁터이며, 자신의 팬을 만들기 위해서는 훌륭한 독점작을 내놓는 것은 주요 작전 중 하나이다. 물론 이 작전은 지금까지도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독점작을 계속 자사 제품에서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싶지만, 이상하게 또 그렇지만은 않다. 전 세대부터 콘솔 시장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콘솔의 강력한 무기라 할 수 있는 독점작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7세대까지는 말 그대로 '독점'
하고 싶은 게임에 따라 콘솔을 선택해야 했던 시기

소니의 PlayStation(이하 PS)과 마이크로소프트(이하 마소)의 XBOX는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다. 두 콘솔은 PS3와 XBOX 360까지만 해도 이전과 비슷한 경쟁을 이어 나갔다. 퍼스트 파티가 개발한 게임은 자신의 콘솔로만 즐길 수 있게 했다.

퍼스트 파티는 쉽게 말해 해당 회사의 산하 개발사라고 보면 된다. 대표적으로 PS에는 언차티드와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를 개발한 너티독, 갓 오브 워 시리즈를 개발한 산타 모니카,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를 개발한 폴리포니 디지털 등이 있으며, XBOX는 헤일로 시리즈의 343 인더스트리스, 포르자 시리즈를 개발한 플레이그라운드 게임즈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이유는 당연하게도 한정적인 시장에서 최대한 많은 파이를 뺏으려는 전략이었다. 독점작은 다른 플랫폼과의 경쟁력은 물론, PC 유저를 끌어들이는 매개체로도 작용했다. 그렇다 보니 소니와 마소는 서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준 높은 독점작을 개발했다.



▲ 콘솔은 제한적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 수준 높은 독점 IP 게임을 개발했다


우리 게임 PC로도 즐기세요
먼저 변화를 추구한 마소, 소니도 뒤이어

하지만 이러한 경쟁은 갑작스레 변했다. 변화를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마소였다. 8세대 콘솔인 XBOX ONE을 발매하면서 퍼스트 파티 게임을 PC로도 발매한 것이다. XBOX ONE 공개 당시, 단순 게임만 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닌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제품처럼 홍보했다. 아마 판매층을 단순 게이머가 아닌 '가족'이라는 부분에 집중해 시장의 폭을 더욱 넓히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퍼스트 파티 작품을 PC로도 동시 발매하는 'XBOX play where' 정책을 시행해 콘솔 시장의 변화를 주도했다.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콘솔 시장의 주 수입은 하드웨어 판매와 애드온 콘텐츠이며, 이후 디지털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 서비스 매출이 뒷받침해 준다. 하드웨어는 말 그대로 콘솔이나 주변기기를 판매해 생기는 수익을 말하는 것이며, 애드온 콘텐츠는 게임의 콘텐츠(DLC, 패스, 유료 상품 등)의 판매 수익을 뜻한다. 두 매출이 가장 큰 역할을 하는데 마소는 그중 하나를 포기한 셈이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순 없으나 PC로 확장해 애드온 콘텐츠와 디지털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서비스 매출을 높이는 한편, 대중성도 넓혀 고정 매출을 확보하자는 판단으로 보인다. 북미는 콘솔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PC가 차지하는 비율을 무시할 수 없기도 하고, 일부 해외 국가는 PC 유저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이나 미래를 고려하면 그럴듯한 판단이라 할 수 있다.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본 마소는 콘솔 최초 PC 개척이라는 업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큰 변화가 없었던 콘솔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곧이어 소니도 PC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소니는 8세대까지만 하더라도 PC는 큰 관심이 없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9세대 콘솔인 PS5 출시 직후, 몇 독점작을 PC로 출시했다. 이렇게 콘솔 게임은 PC에서 할 수 없다는 암묵적인 전통이 한 세대 남짓한 시간에 무너졌다.



▲ 소니의 20~22년 기업보고서를 보면 콘솔 매출 중 하드웨어/애드온 콘텐츠 비중이 높다



▲ 마소도 XBOX ONE 초창기엔 전용 독점작을 출시하긴 했으나



▲ 이후 PC로도 독점작을 즐길 수 있는 Play Anywhere 정책을 시행했다



▲ 소니는 한 세대가 지나서야 Epic store, Steam을 통해 PC로 독점작을 이식 발매했다


회사의 성격이 드러나는 PC 게임 이식
당장 함께 즐기세요 & 우린 기다려야 해요

재미있게도 독점작을 PC로 발매할 때도 회사의 성격이 드러난다. 마소는 XBOX 플랫폼으로 발매하는 게임을 PC로도 동시 출시한다. 마치 '우린 이것저것 준비했어. 네가 하고 싶은 걸로 즐겨'라는 느낌이 강하다. 모든 독점작이 말이다.

반면 소니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인다. PC로 게임을 출시하고 있긴 하지만, PS5로 출시한 지 몇 년이 지나야 PC로 발매하는 편이다. 그마저도 모든 독점작이 아닌 인기 있거나 유명한 게임 일부만 출시한다. 여기서 마소와 소니의 PC 시장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대충 유추해 볼 수 있다.

마소의 경우 MS Store와 Steam을 통해 자사의 독점작을 유통 및 판매를 이루고 있다. 또한 게임 패스라는 구독 형태의 스트리밍 플랫폼도 동시 운영 중이다. 마소는 게임을 최대한 여러 플랫폼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 라이트 비디오 게임 고객층을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반대로 소니는 철저하게 기존의 게이머를 대상으로 움직이되, 자신의 플랫폼을 구매한 유저를 조금 더 대우해 주는 움직임을 보인다.

즉 마소는 전체적인 큰 틀을 구성해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를 구축하려 한다면, 소니는 철저히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시장에 집중하며 기존의 고객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습이다.



▲ 마소는 XBOX 독점작을 출시할 때 MS Store에도 동시 판매했으며



▲ 이후 Steam, Game Pass도 독점작이 출시일 동시 등록되었다



▲ 반면 소니는 몇 년 후 PC에 이식 발매했다. 호라이즌 본편은 17년에 발매한 걸 고려하면 3년이 걸린 셈



▲ 일부 PS 독점은 PC로 발매하지 않기도 했다


그들은 왜 PC를 선택했는가
결국 모든 것은 '돈' 때문

그렇다면 두 회사는 왜 PC로 눈을 돌렸을까. 이 문제의 답은 당연하겠지만 '돈' 때문이다. 어느 기업이든 돈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똑같다. 하지만 거기서 조금 더 자세하게 뜯어봐야 몇 년간 보수적이던 게임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비디오 게임 시장의 규모는 매해 성장세를 이루고 있으며, 실제 매출도 오르고 있다. 다만, 그와 비례해 게임 개발비도 수직 상승 중이다. 게임 개발비는 이미 오래전부터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고질적 문제다. 게임을 개발할 때 요구되는 시간과 인력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게임의 가격 자체는 크게 오르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옛날에 어느 누가 '우리는 언제나 답을 찾을 것이다'라고 말했듯, 실제로 게임 회사는 떨어지는 수익을 상쇄하기 위해 다양한 판매 전략을 세웠다. 게임 가격 소폭 상승은 물론 시즌 패스 도입, DLC, 중고 방지 정책, 멀티플레이 코드(중고 방지 정책 일환), 킥스타터, 앞서 해보기, 유료 상품 등 말이다. 일부 정책은 실패해 과거의 유산이 되었지만, 대부분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게임의 매출을 높이는 방법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으로 늘어나는 개발비를 따라잡지 못해 추가로 매출을 높여야 할 방안을 찾아야 했다. 특히 엄청난 인력과 시간을 소모하는 AAA 게임 개발사는 치명적이었는데, 산하 스튜디오를 여럿 가지고 있는 소니와 마소는 더욱 골치 아픈 문제였다. 결국 콘솔에서 드라마틱한 매출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고 판단해 PC라는 새로운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 예전에는 게임 다운로드 횟수를 제한하는 정책도 있었으나 거센 비판으로 사라졌다. 대표적인 EA의 스포어



▲ DLC나 시즌 패스, 유료 상품 등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시스템도 있다



▲ 최근에는 게임 자체의 가격을 높이는 움직임도 보인다


PC 발매는 정말 돈이 될까?
매출 성장뿐 아니라 새로운 팬층 확보까지

그렇다면 PC로 발매한 게임들은 좋은 매출을 보여줬을까? PC로 발매하기 위해선 프로세서 구조가 다른 PC에 맞춰 이식해야 하니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계속 발매하는 것을 보면 꽤 괜찮은 매출을 보인다고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예상 판매량 보면 대부분 백만 단위의 판매량을 보인다. 할인 시 판매량도 포함되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매출은 조금 낮겠지만, 개발비를 크게 들이지 않으면서 유의미한 매출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PC 시장은 지속해서 투자할 가치가 있음을 증명한다.

또한 단순히 보면 돈이 되는 시장에 그치지만, 넓게 보면 새로운 팬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콘솔을 따로 구매해야 할 매력을 못 느끼거나 부담을 가지는 유저도 있고, 모드 불가나 네트워크 비용 지불, 어려운 컨트롤러 조작 등으로 입문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유저를 사로잡는다면 단순 게임 판매량도 많아지겠지만, 자연스레 기업 브랜드의 팬으로도 발생해 미래 가치 상승에도 기여한다.

물론 장기적으로 PC에 게임을 출시한다면 기기를 구매할 이유가 사라지는 위험성을 초래한다. 마소는 과감하게 큰 숲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방식을 채택했으며, 소니는 약간의 차이를 두어 콘솔의 가치와 매력을 유지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경우는 누구의 방식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런 시장의 변화는 비디오 게임 역사를 통틀어 이례적인 일이니 기업의 성격에 따른 선택이라 볼 수 있다. 하나 확실한 것은 독점작의 PC 발매는 확실히 매력적인 개척지이며, 유의미한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 헤일로 마스터 치프 컬렉션(좌)과 갓 오브 워(우) PC 예상 판매량 (데이터 출처: Steam DB)


앞으로도 PC에 독점작이 출시될까?
새로운 개척지, 새로운 경쟁의 시작

앞서 말했듯, PC 시장은 큰 지출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눈에 띄는 매출을 보여주고 있다. 정확한 판매량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예상 판매량도 전부 좋은 결과를 기록하고 있으며, 더욱 많은 유저가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 콘솔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독점작의 의미가 다소 흐려지긴 했지만, 유저의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니 서로 상생인 셈이다.

또한 2022년, 게임 업계를 뜨겁게 달군 마소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합병 소식에서도 약간의 힌트를 볼 수 있었다. 마소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더라도 대표 게임 중 하나인 '콜 오브 듀티' 신작을 닌텐도 기종은 10년 공급, 그 외로 Steam에도 동시 공급하겠음을 입장 발표했었다. 단순히 인수 합병을 위한 차선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반독점법을 위해 지속해서 PC에 게임을 유통할 것은 틀림없다.

현재 Steam 기준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가 24년에 출시될 예정이며 이후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리마스터나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등의 유명 후속작도 PC로 출시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MS도 기존과 동일하게 MS Store와 Steam을 통해 적극적인 PC 동시 출시를 이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 최근에도 신작을 동시 발매하거나, 준비 중이다. 앞으로도 충분히 독점작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예외도 있기 마련, 모든 회사가 PC를 보는 것은 아니다
규격 외 괴물은 자신만의 길을 걸을 뿐

마소와 소니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PC 시장에 뛰어든다고 해서 다른 기업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도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게임 회사도 있다. 이 글에서 한 번도 소개되지 않았지만 한 번쯤 생각했을 그 회사, '닌텐도'가 그 주인공이다.

닌텐도는 마소, 소니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회사다. 앞서 얘기했던 두 회사는 타협적인 가격에서 얼마나 강력한 퍼포먼스를 뿜어내는 제품인지, AAA급 독점작이 얼마나 많은지를 고객에게 어필한다. 하지만 닌텐도는 전혀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기기의 성능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누구나 흥미를 느낄법한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

또한 하드코어 게이머를 겨냥한 PS와 XBOX와 달리, 닌텐도는 남녀노소,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오랜 기간 개발해 왔기에 훨씬 넓은 고객층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 덕에 단순 게임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사랑받는 IP를 다수 섭렵했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포켓몬스터, 슈퍼 마리오, 젤다의 전설, 스플래툰, 커비, 메트로이드 등 다양한 IP가 있는데, 해당 게임은 물론 팝업 스토어, 굿즈, 미디어 매체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엄청난 수입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니 굳이 닌텐도는 PC 시장을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 닌텐도 스위치와 소프트웨어의 연간 판매량 보고서. 스위치 기기만 해도 평균 2천만 개가 꾸준히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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