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연구, 전세계 뇌과학 전문가 뭉쳤다

게임뉴스 | 윤서호,허재민 기자 |



게임문화재단(이사장 김경일)은 오늘(1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인터넷게임장애 국제공동연구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와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 게임물관리위원회(위원장 이재홍)가 공동으로 후원하며, 정신의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을 초청하여 그간의 국제공동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이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하도록 권고하기로 한 이래 국내 수용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격돌하고 있으며, 총리실 주재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미국정신의학회(APA)는 인터넷게임장애(Internet Game Disorder)를 추가 연구가 필요한 양태로 분류하고 질병으로 보기에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게임문화재단에서는 이와 같은 주제에 관해 좀 더 심도있는 연구를 공유하기 위해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아울러 심포지엄 개최에 앞서 김경일 이사장과 연사로 참석한 페리 랜쇼 유타대학교 교수, 드보라 유겔룬 토드 유타대학교 교수, 블라단 스타서빅 시드니대학교 교수가 미디어 간담회를 통해 심포지엄의 의의와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각자의 연구를 대략적으로 소개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 김경일 이사장 환영사



▲ 게임문화재단 김경일 이사장

"오늘 심포지엄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는, 우리 사회에서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정확히 봐야 하는 이슈가 있다는 점이었다. 각각 원인과 결과, 두 변수 간의 연관성이 있다는 뜻인데 이것이 혼용되고는 한다. 떄로는 원인과 결과가 아니고 상관관계인 것도 인과관계라고 여기거나, 혹은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 앞서 각 교수들의 연구들을 보고 종합하면서 게임 연구에도 이런 것들이 있지 않았나 싶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하는 연구 중 브레인이미징, FMRI 등 뇌를 직접 촬영하면서 진행한 연구도 있다. 이를 단순히 촬영하고 그치지 않고, 10년 정도 장기적으로 보면서 뇌와 행동의 연결고리, 영향력을 보는 연구였다. 그렇게 해서 뇌과학적인 측면부터 행동까지 보면서 인과관계를 파악하고자 한 시도인 ABCD(청소년 뇌인지발달, Adolescent Brain Cognitive Development) 연구도 진행이 됐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

그 외에도 치료자의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과몰입을 살펴본 교수들의 연구도 바라보면서, 게임 과몰입이나 이용 장애 등 중요한 문제를 단편적인 인과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좀 더 장기적,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이러한 연구를 공유함으로써 장기적인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요소와 원인까지도 훑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번 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됐다."



■ 뇌과학에서 본 게임 이용 장애, 그리고 진단 기준에 대한 지적



▲유타대학교 페리 랜쇼 교수

페리 랜쇼 유타대학교 교수는 지난 몇 년간 국제적으로 뇌와 인지행동과 관련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특히 뇌를 촬영하는 브레인이미징을 통해 뇌의 변화가 어떤 행동을 유발하거나 혹은 행동이 뇌의 변화를 유발하는지 관찰해왔다.

심포지엄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는 게임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장애를 겪거나, 이상증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브레인이미징을 통해 게임을 했을 떄 뇌에 어떤 화학적 변화가 있으며, 이를 분석해서 더 나은 치료 방법을 도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연구를 살펴보면 우울증 등 심리 장애를 겪거나 ADHD를 겪는 아이들이 대체로 게임에 더 과몰입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이런 문제를 앓고 있는 아이들은 말을 하거나 자신을 표현하는데 숙달되지 않아서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고는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단순히 게임에 과몰입하거나 이용장애의 측면이 아니라, 뇌과학적인 측면에서 연구를 통해 더 나은 치료 방법을 찾고자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그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자 한다.



▲ 유타대학교 드보라 유겔룬 토드 교수

드보라 유겔룬 토드 유타대학교 교수는 유타대학교의 신경정신의학과의 디렉터이기도 하며, 중독 및 과몰입을 야기하는 다양한 리스크 요소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특히 신경 및 뇌의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분석하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유겔룬 토드 교수는 청소년 뇌인지 발달에 대해 지난 10년 간 12,000명의 아동과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발표하고자 한다. 이 연구에서는 어떤 요소가 아동 및 청소년의 과몰입 및 뇌 발달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자 하며, 어떤 메커니즘이 건강한 뇌, 기능적인 뇌를 만들어가는지 파악하고자 한다.

아울러 뇌손상, 뇌가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가 무엇이며, 뇌에서 정보를 처리하거나 감성적인 부분이 뇌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분석해나갔다. 예를 들어 연구를 통해서 불안감이나 긴장감 등의 정서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이것이 이상 행동이나 발달 장애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그 외에도 게임이 인지, 감성적인 기능 발달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깊이 파고들었으며, 이것이 뇌에 미치는 메카니즘에 대해서 지난 10년 간 연구해온 것을 발표할 예정이다.



▲ 시드니대학교 블라단 스타서빅 교수

블라단 스타서빅 시드니대학교 교수는 중독과 과몰입 등, 태도 변화를 야기하는 여러 행동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그는 문제적인 게이밍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며, 특히 인터넷 게임 장애 및 게임이용장애의 분류 및 진단 기준에 대해 연구해왔던 결과에 대해서 발표하고자 한다.

스타서빅 교수는 발표에 앞서 개개인의 일반적인 게임 이용과 과도하게 플레이하는 문제적인 게이밍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뒤에 그는 용어적으로 혼용되었던 게임 이용 장애와 인터넷 이용 장애가 구분하는 것에 관심을 두었으며, 게임 이용 장애에서 과도한 게임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병리학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아울러 게임과 관련해 현재의 DSM-5와 ICD-11의 진단 기준이 모호하고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으며, 이에 대해서 심포지엄 강연을 통해 추가적으로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Q&A

Q. 드보라 교수은 12,000명의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층을 대상으로 했나? 성인을 대상으로도 진행했나?

그리고 게임문화재단 측에 묻고 싶은 게 있다. 이번 심포지엄으로 국제 공동 연구 성과를 발표할 텐데, 오늘 발표 이후에 앞으로 이런 연구 발표를 앞으로도 대중에게 널리 알려나갈 플랜이 있나? 또 WHO에서 이미 게임 이용 장애가 등재가 됐는데, 그 이후에 WHO에서 추가로 발표한 것이 있나 궁금하다


드보라: 내가 진행한 청소년기 뇌인지 발달 연구는 9세부터 10세의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해서 추적 연구를 해왔다. 동료인 랜쇼 교수는 아동뿐만 아니라 좀 더 나이가 있는 청소년층까지 포괄해서 연구를 진행했다.

김경일: 사실 이런 부류의 연구는 일단 첫 번째로 학계에 보고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게 해서 논문이 발표가 되면, 그 뒤에 논문을 확증하고 검증하는 후속 연구가 나온다. 이런 학문적인 작업은 모든 학계에서 당연히 진행되는 절차다.

그런데 단순히 코드화하고 등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의료화라고 하지 않나. 그냥 질병으로 분류해버리면 명확하게 파악이 되지만, 반면에 그 대상에 대한 생각의 깊이도 떨어지기도 한다. 질병으로 분류됐으니까 나쁜 것이다, 이런 인식만 시키게 되고 끝나게 되지 않겠나.

의료화하거나, 질병 코드로 분류하는 것은 법적인 힘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위험 때문에 섣불리 분류하는 건 위험하다. 그렇게 되어버리면 사회적인 인식에 대해서 깊이 파고들 여지가 없어지지 않나. 예를 들어 70년대 TV와 아동 행동의 관련된 연구를 보자. 그때도 TV라는 요인에 대해 긍정, 부정의 양론이 있지 않았나. 그런데 제일 중요한 요인은 부모였다. 부모와의 관계, 행동에 따라서 TV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이 달랐던 것이다.

이와 같은 식으로 게임 연구에서도 숨겨진 요인을 좀 더 보고자 한다. 게임과 아동의 행동, 혹은 일반인의 행동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을 우리가 놓치고 있지 않나 싶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서 선생의 지도나 부모의 요인, 문화적 요소 등등 여러 가지가 작용하지 않을까.

사실 약물 치료 등이 되는 인류 공통의 질병은, 어느 한 나라에서 연구한 것이 대체로 다른 나라에서도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문화적, 비신체적 요소가 강한 것들을 살펴보면 아닌 경우도 있다. 그래서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그 고민을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국가, 부모, 아이 등 다양한 층위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고민하고 있다.

게임문화재단에서는 이런 다양한 연구 내용을 쉬운 언어로 바꿔서 우리나라에 많은 계층에 쉽고 이해가 가능하게끔 하고자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하고자 한다.





Q. 실제로 게임 이용 장애 문제로 병원 찾는 환자들 중 다수가 WHO의 진단 요소와 맞지 않다는 보고가 있다. 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또 현재의 게임 이용 장애 진단 기준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보나?

블라단: DSM-5에서 분류하는 인터넷 게임 장애나, ICD-11에서 말하는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해서는 구분이 필요하고, 논의도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선 ICD-11을 보면, 일부 요소들이 임계치가 높다. 이를 달리 말하자면, 이 진단기준에 따랐을 때 일부 아이들이 과몰입이라고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WHO의 진단 기준이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개선될 요소는 있다고 본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강연에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DSM-5과 ICD-11에서 말하는 장애의 진단 기준은 다 다르다. 일부 요소가 꼭 나타나야 하는지 여부나 전체적으로 다 나타나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그 견해가 상이하다. 일단 ICD-11은 통제권을 잃거나 기능장애가 계속 되는 등 부정적인 여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게임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런 것들이 다 포함이 되어야만 과몰입 대상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DSM-5는 다소 다른 기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이 통일이 되거나, 혹은 더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Q. 최근에 게임을 어떻게 활용해서 교육 현장에서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느냐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에서는 게임을 통해서 우울증을 극복한다거나, 학습에 활용한다거나 그런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나 궁금하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방과후학습 등이 시도되고 있는데, 이게 천편일률적이지 않나. 교육 현장이나 교육부에서 게임을 양성적,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연구에 대해서는 생각해보고 있나 묻고 싶다.


드보라: 뇌인지 발달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뇌의 회복에 대한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비록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ADHD를 겪는 아이들의 경우, 아까 게임에 과몰입하기 쉽다는 부정적인 측면만 이야기했는데 반대로 긍정적인 여파도 있다는 연구도 있다. 학습참여도가 높아졌다거나 하는 그런 긍정적인 발전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혹은 사회성 강화나, 일부 감정의 완화를 돕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다만 앞서 말했듯 이런 연구는 시작 단계라 많은 사례가 보고되지는 않았다. 그간 게임 및 인터넷 매체의 활용에 대해서 악영향,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집중적으로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조금은 긍정적인 면모에 대해서 조명하고, 연구를 시작했다고 보면 되겠다.

아동뿐만 아니라 노년층도 비슷하다. 학습하거나, 치료를 할 때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노년층의 우울증 완화라던가 인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기도 하고. 이 분야에 대해서 최근 정부 지원도 있고,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김경일: 게임과 게임적인 요소를 좀 더 구분해서 말하고 싶다. 사실 우리나라의 학부모라면 모두 아이의 게임 과몰입을 어떻게 막을까 고민하지 않나. 이번 심포지엄은 그것에 포커스를 맞춘 자리가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앞으로는 기술이 발달하는 정도보다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고 인식하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스마트폰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그냥 피처폰처럼 쓰거나, 혹은 다양한 툴로 사용하느냐가 갈리지 않던가. 후자의 경우가 더 많아져야지 다양한 사회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적인 요소가 더 많이 활용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이를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 하지 않나. 예를 들면 아이들의 방과후 학교를 어떻게 게임처럼 재미있게 만드느냐, 그것이 게임문화재단에서 하는 고민 중 하나다. 게임하면 그냥 과몰입, 이런 게 아니라 그런 요소가 들어가서 여러 가지 시스템과 산업을 바꿀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청소년들이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할까.

우리나라 방과후 학교는 게임적 요소가 거의 없다. 콘텐츠가 나쁘다기보다는, 그냥 대학 수강신청과 같지 않나. 점수 따기 편한 과목을 노려서 광클하는 그런 편중적인 것들이고. 골고루 관심갖게 하려면 게임적 요소를 갖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걸 게임 자체를 가르쳐서 방과후학교를 재미있게할 수도 있겠고, 게이미피케이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게이미피케이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 교육에 대해서 많이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이 부분을 강화하면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관심사를 개발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으로 짤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그런 교사가 많은 학교 위주로만 그렇게 가고 있고, 전체적으로 동일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그 분야에 대해서는 좀 더 투자와 관심이 필요할 것 같다. 그냥 게임, 이렇게 말하면 부정적인 것부터 언급되는데 그런 것보다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봤으면 싶다.


Q. 아이들은 공부 외엔 다 좋아하지 않나. 여기서는 게임 과몰입에 대해서 다룰 것이고, 게임 과몰입 사례가 많긴 하겠지만 그 외에 만화나 춤, 케이팝 등도 과몰입이 되지 않나. 그렇게 과몰입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인지, 혹은 그 대상에 따라서 위험도가 달라지는 것인지 답변해주었으면 한다.

페리: 과몰입이라는 것 자체가 성별마다 약간 차이가 있고, 성별마다 편향된 경우도 있다. 비율로 보면 여자보다 남자가 좀 더 과몰입 성향과 진단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비슷한 식으로 ADHD 등 과잉행동 장애도 성별마다 비율이 다르다.

그 원인을 좀 더 깊이 살펴보면, 사회화의 영향일 수도 있다. 경쟁심이라던가 그런 요소들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다. 단순히 화학적 치료나, 분석만으로는 어렵다. ADHD를 추적 연구한 결과, 자극제나 약물을 투여했을 때 더 긍정적인 효과를 보기는 한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약물 때문에 파킨슨 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나왔다.

한국 같은 경우에는 수능 등 큰 시험이 있지 않나. 그 기간 동안 청소년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그 때문에 자극제나 약물을 투여받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그런 것들이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전체적인 생명주기까지 보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썩 좋은 건 아니라고 본다.

단순히 어떤 증상에 대해서 자극제, 약물 치료의 단기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그 장기적인 효과, 그리고 투여를 중단했을 때 나오는 현상과 이에 대한 방법론도 연구자가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동료 교수들과 다방면에서 연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 어중간하게 접근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블라단: 과몰입이라는 단어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본다. 과도하다고 구분하기가 정말 어렵고, 이 판단 기준이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과도할지도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별로 과도하지 않을 수 있지 않나. 특히나 콘텐츠 쪽에서는 그 구분이 더 어렵고, 그래서 흥미롭다고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RPG가 문제적인 게임 이용에 연관성이 더 깊다고 평가하고는 한다. 그런데 문제적인 게임 이용, 게임 이용 장애와 관련해서 봐야 할 요소들이 여러 가지다. 그냥 단순히 어떤 게임이 더 그렇다, 이런 식으로 간단히 볼 문제는 아니다.

일단 과몰입이다 아니다, 라고 먼저 구분을 짓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에 대해서 단순하게 말하자면, 부정적인 여파나 결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계속 하는 경우가 과몰입의 단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부정적인 여파라고 한다면 부모와의 대립이 심화된다거나, 학교 숙제나 과제를 무시한다거나, 수면 장애 이런 것들이지 않을까. 그것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한다면, 과몰입 단계로 넘어간 것이 아닐까 싶다.


Q. 페리 교수에게 질문하고 싶다. 한국의 게임장애 연구를 토대로 미국에서 연구를 진행했다고 하셨는데, 그 연구가 어떤 것인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줬으면 한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대상자를 찾기 어려웠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게임과몰입처럼 정신의학적 분야에서 국가별로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질환들이 있나?

페리: 답은 매우 간단하다. 우선 지금 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말하자면, 한국에서 처음 진행됐던 연구를 바탕으로 미국 내에서 그와 비슷한 대상자를 찾아서 진행한 것이다. 그 연구가 어렵다고 한 이유는, 한국 연구에서 표본으로 나온 학생들과 비슷한 강도의 증상, 혹은 비슷한 유형의 학생이 미국에서는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다.

블라단; 시드니에서도 비슷한 연구 대상을 찾는데 좀 어려웠다. 아마 문화적인 요소가 엮여서 그렇지 않나 싶다. 국가적인 차이도 있고, 가정 환경도 제각각이지 않나. 그 외에도 유전적인 영향도 있을 수 있고. 복합적이지 않을까. 이런 연구를 국가 단위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확대해서 보면 더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것 같다.

드보라: 좀 더 추가하자면, 사람이 태어났을 때는 백지상태의 뇌를 갖고, 자라나면서 경험이나 다양한 요소에 따라서 발달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물론 생리적으로 뇌에서 어떤 요소들을 갖고 태어난다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 외에도 경험이나 청소년기에 겪었던 다양한 요소, 그리고 어른이 되기까지의 과정도 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어떤 보상을 요구하는지, 적응력을 어떻게 키워나가고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런 것은 문화적으로도 큰 영향이 있다. 태생적으로도 영향이 있을 수 있기도 하지만, 아마 이런 다양한 것이 복합적으로 엮이면서 차이를 불러오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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