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이정 교수, "게임이용장애, 게임 외 요소도 생각해야"

게임뉴스 | 윤서호 기자 | 댓글: 3개 |


▲서울대학교 이정 교수

게임문화재단은 오늘(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인터넷게임이용장애 국제공동연구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와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 게임물관리위원회(위원장 이재홍)가 공동으로 후원하며, 정신의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을 초청하여 그간의 국제공동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강연자로 나선 서울대학교의 이정 교수는 어린이병원 통합케어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중앙대학교 한덕현 교수 등과 함께 ADHD와 인터넷게임장애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3년 간 추적 연구를 진행했다. 이정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ADHD와 인터넷게임장애의 상관관계 그리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이정 교수는 인터넷게임장애 개념에 대해서 아직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독 증상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고, 기존 물질 중독에서는 내성과 금단에 대해서 중시 여기지만 게임과 관련해서는 이것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그 증상이 자극이 더 센 것을 추구하는 형태인지, 아니면 게임에 더 시간을 쓰고자 하는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게임 이용은 다른 정신 건강 문제와 연관이 되어서 나타날 수 있다.

현재 WHO에 게임이용장애가 등재가 되고, 진단기준도 이야기가 되고 있다. 그렇지만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로, 게임 이용 수준이나 진단 도구, 기준도 명확하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게임이용장애를 일으키는 선행 요인이나, 그 결과에 대해서 심도있게 탐구하는 종적 연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임상 환경이 아니라 대체로 자기보고 설문지를 토대로 진행됐기 때문에 실제 환자의 특징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 아직 초창기이고, 진단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이정 교수와 연구진은 인터넷게임장애와 다른 증상의 연결관계, 특히 ADHD와 연관지어서 연구를 진행했다. ADHD는 우울 및 불안 장애와 더불어 게임장애의 흔한 공전 질환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해당 연구는 2013년, 2018년에 진행됐으며 2013년 진행된 연구는 중앙대학교의 정신과 외래 진료를 통해 모은 환자들 중 일부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는 인터넷게임장애만 진단 받은 환자와 ADHD까지 동시에 진단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 ADHD는 게임이용장애의 대표적인 공전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두 그룹의 비교를 통해서 ADHD를 가진 인터넷게임장애 환자가 동반질환이 없는 경우보다 회복률이 낮고 재발률이 높을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고자 했으며,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인터넷게임장애 증상 완화율도 낮아질 것이라는 추론을 확인하고자 했다. 또한 인터넷게임장애 증상 변화도 ADHD의 증상 변화와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도 체크했다.

실제로 연구 결과에 따르면 ADHD와 인터넷게임장애가 동시에 있는 그룹이 인터넷게임장애만 있는 그룹에 비해서 더 낮은 회복가능성을 보였으며, 증상완화도 더뎠다. 3년 간의 추적 기간을 통틀어서 확인한 결과 ADHD와 인터넷게임장애가 있는 군은 증상이 완화가 됐어도 게임에 다시금 과몰입할 확률이 5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 완화의 수준 역시도 공전질환이 있는 군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서 낮았다.



▲ ADHD 증상이 심할수록 인터넷게임장애 증상 완화율이 낮았다

이러한 결과를 보았을 때, ADHD와 동반한 인터넷게임장애는 회복률이 낮고 재발률도 높았으며, 증상 개선도 적어 인터넷게임장애이 만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ADHD 아동과 인터넷 문제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됐었는데, ADHD 아동이 약물치료를 하면 인터넷 사용률이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해당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약물치료로 인해 ADHD의 증상 중 부주의 증상의 정도가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서 인터넷 사용 문제도 완화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정 교수는 이 연구를 좀 더 심화해서 ADHD-인터넷게임장애 진단군을 모아두고 8주 간 약물치료를 병행했다. 그리고 8주 후에 증상이 호전됐나 확인했으며, 호전되지 않을 경우 치료를 연장했다. 해당 연구를 살펴보면 ADHD 증상이 심할수록 8주 안에 치료가 끝나는 경우가 적었고, 때로는 추가적인 치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연구들 이전에도 ADHD와 인터넷게임장애 간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기존 연구에서는 일반 집단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임상 연구 집단은 소수의 표본만을 바탕으로 했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이정 교수는 일반 집단 외에도 임상 연구 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그 수를 늘렸다. 첫 번째 실험만 살펴봐도 각각 127명, 128명으로 선정하고 추적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로 앞서 언급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며, ADHD 증상의 변화가 인터넷게임장애 증상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가로 ADHD 증상이 심할수록 인터넷게임장애의 증상이 높았으며, 이와 같은 증상은 ADHD-인터넷게임장애 진단군뿐만 아니라 인터넷게임장애만 있는 그룹에서도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이정 교수는 ADHD가 인터넷게임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으며, 치료 과정에서도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영향 관계에 대해서 ADHD의 증상을 분석하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ADHD는 흔히 일상 생활에 장애를 주는 부주의, 과잉행동 정도로 언급되지만, 이를 ADHD로 구분하기 위해서는 9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 ADHD로 진단하려면 9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 중에는 세부적인 면에 대해서 면밀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거나 다른 활동을 할 때 부주의한 실수를 한다/일을 하다가 다른 일로 쉽게 샌다/체계화해서 정리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등의 조건이 있다. 이런 요소를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ADHD 환자를 분석했을 때, ADHD 환자들은 어떤 일에 대한 보상 시점이 늦춰지면 반응을 안 하거나, 행동을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일상에서는 보상이 늦춰지는 경우가 많지만, 게임은 그와 다르게 즉각적인 반응이 온다. 예를 들어서 적에게 공격을 가하면 HP가 깎이는 것이 눈에 보인다. 적이 죽거나 하지 않더라도, 그런 시각적인 반응이 즉각적으로 전달이 되는 것이다. 어떤 행동을 하나하나 할 때마다 그에 따른 반응, 보상이 바로 오기 때문에 ADHD 환자가 흥미를 보이게 되고 게임이용장애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 보상이 늦어지면 반응이 없지만, 게임에서는 즉각적인 상호작용과 보상이 주어진다

또한 ADHD 환자들은 작업을 체계화해서 기억하는데 애로사항을 느낀다. 실제로 성인 ADHD 치료에서는 태스크를 세부적으로 쪼개고, 이를 나눠서 기억하게끔 하는 인지 훈련을 거친다. 그렇지만 RPG 게임을 예로 들면, 퀘스트가 세부적으로 나뉘어서 세세하게 유저에게 제공된다. 뿐만 아니라 기억할 필요 없이 상시적으로 유저에게 보인다. 즉 체계화, 조직화된 태스크 처리 능력이 부족한 ADHD군도 어떤 애로사항 없이 무난히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ADHD 환자는 이와 같이 여러 이유에서 인지적 결함을 갖게 되는데, 이 부족한 점을 게임에서 채워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ADHD 환자가 공부보다 더 게임에 흥미를 느끼고, 더 잘 하게 되고, 그러면서 계속 하게 된다고 보았다. 그 외에도 ADHD의 원인으로 도파민의 부족을 꼽는데, 게임을 하면서 도파민 분비가 활발해진다는 가설도 소개했다.



▲ ADHD 증상이 심하면 일을 체계화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만, 게임에선 알아서 해준다

인터넷게임장애는 단순히 게임을 문제로 삼고, 어떻게 해야지만 게임을 적게 하거나 의존하는 증상을 없애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렇지만 이번 연구를 토대로 이정 교수는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인터넷게임장애만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공전질환을 갖고 있을 때는 회복 및 재발률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게임장애에 대해서 단순히 게임을 못하게 막는 것만이 상책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에 앞서서 “왜 게임 외에 다른 것에 흥미를 못 보이고 있으며, 다른 걸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라고 조언했다. 게임이라는 요소뿐만 아니라 ADHD 등 다른 공전질환, 혹은 다른 요인도 게임이용장애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 게임이용장애는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도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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