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스태디아 게임 만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9개 |
올해 3월, 구글이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스태디아'를 공개했다. 기술 자체는 2010년 초부터 꾸준히 거론됐지만, IT업계를 선도하는 구글이 직접 서비스한다는 소식은 전세계 게임업계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굵직한 대기업은 물론, '스태디안 드림'을 꿈꾸는 중소규모 게임사들도 하나 둘 파트너십을 맺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슈는 됐지만, 직접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게임사는 없었다. 대규모 온라인 게임이 발달한 국내 게임사들에게 클라우드 플랫폼 진출은 그 자체로 위험 가득한 모험인 셈이다. 스태디아의 가능성을 보여줄 '선배', 혹은 '참고자료'가 먼저였다.

이는 우리가 엔웨이(nWay) 김태훈 대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다. 누리엔 공동 창업차 출신인 김태훈 대표는 글로벌 게임시장 진출의 꿈을 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가 엔웨이를 설립했다. 유니티 엔진을 활용해 '크로노 블레이드'와 '파워레인저: 레거시 워즈' 등을 선보이며 차근차근 개발력을 다졌다. 그리고 얼마 전, 최근 콘솔로 출시한 '파워레인저: 배틀 포 더 그리드'의 스태디아 이식을 선언했다.

즉, '스태디아 게임 개발 선배' 입장이다.




▲ 김태훈 대표가 미국에 있기에 화상 인터뷰로 진행됐다.





스태디아를 비롯한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은 현재 전세계 게임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태훈 대표는 언제부터 여기에 관심을 갖게 됐나.

누리엔에서 엠스타 개발한 시기가 2007년인데, 목표가 코어 게이머보다는 일반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는 캐주얼 댄스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언리얼 엔진을 썼는데, 요구하는 PC 사양이 높아 여러가지 제한이 생기더라. 하드웨어적인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관심이 생겼고, 2009년에 유니티 엔진을 접했을 땐 비로소 내게 맞는 엔진을 찾은 느낌이었다. 스태디아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하드웨어 사양과 무관하게 최상급의 게임을 즐길 수 있으니까.

또, 본사가 미국에 있다 보니, 간혹 예상치 못한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실리콘벨리 쪽 모 회사에서 투자가 들어왔다. 덕분에 스태디아 입성도 급물살을 타게 됐고. 그리고 클라우드진이라는 회사의 어드바이저였던 시절, '크랙다운3' 시연 버전을 본 적이 있다. CPU나 GPU를 크게 요구하는 부분을 클라우드 연결해서 처리하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게이머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갖게 됐다.


클라우드 게임이 그간 대중화가 이뤄지기 어려웠던 이유는 인풋랙(입력지연시간)과 그래픽 열화로 인해 코어 게이머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개발자 입장에서 과거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가.

예전과 비교하면 환경이 훨씬 좋아졌다. 5G가 미국을 비롯해서 빠르게 보급 중이고, 구글 역시 스태디아에 기술과 자본을 적극적으로 투입하면서 전세계 IT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덕분에 4K 그래픽 게임도 스트리밍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또, 지금 게임 시장은 e스포츠나 트위치 등이 대중화되면서 게이머들이 '함께 보고 함께 즐기는' 문화에 익숙해진 상태다.


실시간 대전 액션 게임은 지연시간에 특히 민감한 장르다. 이를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으로 개발한다는 것은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해 보이는데.

사실 내가 확신을 가진 건 아니다(웃음). 구글 쪽에서 우리 게임을 보고 먼저 연락을 해왔다. '파워레인저: 배틀 포 더 그리드'는 3vs3 플레이가 기본이다. 한 사람이 컨트롤하는 캐릭터가 3개라 동 장르 게임들과 비교해 진행 속도가 빠른 편이다. 한 마디로 다른 대전 액션 게임보다도 인풋랙에 더 민감하다. 구글이 우리한테 연락하면서 그러더라.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은 인풋랙 때문에 한계가 있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고. 남들이 보기에 제대로 안 될 것 같은 게임을 일부러 고른 셈이다. 스태디아의 퀄리티를 대중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올해 GDC에서 체험해본 결과, 스태디아의 인풋랙은 크게 우려될 수준은 아니었다.
(시연 게임은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스태디아 이슈가 큰 것은 사실이나, 아직 국내 게임사들 사이에선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선뜻 개발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아직은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형 게임사의 블록버스터 급 게임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곳이 한국 게임시장이다. 게임들의 평균 개발 비용 및 기간도 긴 편이다. 선뜻 들어가기엔 위험한 게 사실이다. 예상 유저층이 나온 것도 아니고.

스타트업을 비롯한 작은 게임사의 경우, '우리 스태디아 게임 만들겁니다' 하면 제대로 된 투자를 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처음부터 개발비에 여유가 있던가, 아니면 우리처럼 구글의 투자를 직접 받아야 하는데 한국 소재 게임사들은 현실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가 몇 개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엔웨이가 스태디아 게임 개발을 위해 특별히 신경쓴 부분이 있다면?

기존 출시작을 스태디아로 포팅만 하는 수준이라면 큰 메리트가 없다고 봤다. 이미 PS4나 XBOX One에서 하고 있는 게임을 굳이 돈 들여가며 스태디아로 또 할 이유가 없지 않나. 새로운 시스템을 추가하던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스태디아 버전을 만들면서 그런 점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관련 커뮤니티가 큰 것도 아니고, 참고할 게임도 거의 없다보니 생각보다 신경써야 할 게 많더라.


국내보다 인터넷 상태가 좋지 않은 국가들에선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의 빠른 보급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파워레인저: 배틀 포 더 그리드'는 글로벌 시장을 조준한 게임인데다 장르가 대전 액션이다. 개발자 입장에서 고민이 많았을 법 한데.

스태디아가 특히 마음에 든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넷 상태가 불안정해지면 인풋랙 발생이 아닌, 약간의 화질 감소로 대처한다. 4K 그래픽이었던 게임이 실시간으로 해상도를 낮춰 송출 부담을 줄이는 구조다. 프레임 레이트엔 큰 변화가 없었다. 미국 내 인터넷 속도가 빠르지 않은 지역에서도 게임플레이 자체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또, 5G 통신망은 모바일뿐 만 아니라 PC, 콘솔 및 TV로도 보급될 것이다. 연결 관련 이슈는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태훈 대표는 누리엔 시절부터 지금까지 PC 온라인, 모바일, 콘솔까지 사실상 현존하는 모든 플랫폼으로 게임을 만들었다. 이번 스태디아는 그런 김태훈 대표에게도 새로운 도전일 것 같은데, 개발하면서 힘들거나 예상치 못했던 부분은 없었나.

이제 막 선보인 플랫폼이다보니 보안이 철저하더라. 덕분에 커뮤니티 활동에 약간 제한이 있다. 오픈된 곳에서 스태디아 게임 개발자 간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이 힘들었다. 아까도 말했듯, 스태디아만 가능한 시스템이 분명 있는데, 참고할 만한 게 없다보니 직접 하나씩 테스트해보고 힌트를 얻어야 한다.


이후 작품도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으로 낼 계획이 있는지.

다음 작품 역시 클라우드로 낼 생각이다. 여기서 성공하려면 게임 디자인 초기부터 플랫폼 특성을 생각해야 한다. '파워레인저: 배틀 포 더 그리드'는 이미 출시된 작품이기에 포팅 이상의 경험을 주는 데 어느 정도 제한이 있는 게 사실이다. 반면, 시작푸터 클라우드 전용으로 게임을 만들면 이전에 없었던 획기적인 게임플레이도 가능하다. 차기작을 생각해 지금도 여러가지를 테스트 중이다.


클라우드 게임만에서만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어떤 게 있을까.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고 싶다.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의 발전은 스트리밍 기술의 발전과 함께한다고 생각한다. 스트리머가 방송 중인 게임을 보고 있는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게임 내 환경을 변화시킨다던가, 혹은 스트리머와 바로 함께 할 수 즐길 수 있도록 직접적인 접속 링크가 열린다던가. 기존에 이런 시스템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좀 더 직관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싶다. 일종의 리얼리티 TV쇼 느낌의 게임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게임이 대중화된다면, 그 쪽에 특화된 미디어 시장도 열릴 수 있고.


엔웨이 창립 이후 쭉 유니티 엔진을 사용해 게임을 개발했는데, 개발자 입장에서 유니티 엔진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처음 우리가 사용했을 당시에는 유니티 엔진의 풍부한 플랫폼 지원, 크로스 플레이 기술에 관심이 갔다. 그러면서도 엔진이 매우 가볍더라. 최근엔 다른 엔진들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만큼 고사양 렌더링 그래픽을 구현 가능하다. 게임 개발 외 커뮤니티를 비롯한 서비스도 풍부하다. 전세계 규모의 개발자 커뮤니티가 있다는 건 정말 큰 장점이다.


'파워레인저: 배틀 포 더 그리드'에 들어간 유니티의 핵심 기술, 그리고 스태디아 버전으로 포팅하면서 특히 요긴하게 사용된 기술이 있다면 무엇인가.

'배틀 포 더 그리드'의 스테이지를 만드는 데 유니티의 '터레인(Terrain) 툴'을 유용하게 사용했다. 유니티에서 제공하는 포스트 프로세싱을 통해 안개나 블룸 효과 등을 넣어 좀 더 긴장감있는 화면을 표현할 수 있었다. 또, 유니티 엔진의 타임라인 기술은 게임 내 시나리오 모드의 연출을 만드는 데 활용됐다.

우리가 대형 게임사가 아니기에 개발 리소스를 아끼는 게 중요했는데, 유니티 개발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여러 플러그인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또, 최근 유니티가 정식으로 스태디아 개발 빌드를 지원해주고, 게임 개발사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 "게임 내 영화같은 연출을 넣는 데 유니티 엔진의 타임라인 툴을 사용했다"


스태디아 게임 개발 선배 입장에서 이제 곧 따라오게 될 국내 게임 개발자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한다.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혁신과 변화를 거쳐온 곳이다. 특히, 부분 유료화 시스템은 고안해 전세계에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스트리밍, 클라우드 게임도 마찬가지다. 한국 게임사들은 온라인 게임 개발 경험이 많다보니,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을 선도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면 한국에서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 좀 더 과감한 생각... 예를 들어 MMORPG가 아닌, 그냥 액션 게임인데 MMO 수준으로 많은 인원이 동시에 즐기는 게임이라던가, 이런 걸 한 번 과감히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작품이 한국에서 만들어진다면, 구글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한국 게임 시장을 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이러한 도전은 스타트업에서 나올 것 같다. 신생 게임사 입장에선 어떤 플랫폼을 만들든 리스크가 있다. 다만, 대형 게임사와 비교해 기획 초기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끝까지 지키는 면에선 더 유리하지 않을까. 먼저 '클라우드 게임만의 경험'을 강조해 게이머들의 호감을 쌓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파워레인저: 배틀 포 더 그리드' 이후 여러가지 신작들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가 큰 회사는 아니지만, 클라우드 게임에 계속 도전해볼 생각이다. 일정이 구체화되면 채용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니, 많이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덧붙이자면 엔웨이의 다음 게임은 정말 새로운 형태가 될 것이다. 이것도 구글과 파트너십을 통해 만드는 건데... 기대해도 좋다(웃음).



▲ 엔웨이 김태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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