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스토브] 어렵고, 어렵고, 어려운 게임 '나트'

리뷰 | 김수진 기자 | 댓글: 4개 |
작정하고 '어렵게' 만들어낸 게임

이 게임은 정말 어렵다. 도대체가 얼마나 어려웠으면, 지금까지 해본 모든 게임 중에 가장 많은 시도 끝에 가장 적은 스테이지를 클리어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이렇게 많이 죽어본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방향치'인 나의 단점이 극한까지 드러난 것도 처음이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스테이지 하나하나를 클리어할 때마다 엄청난 희열이 내면에서 솟구친다. '나트'는 그런 게임이다. 사람의 컨트롤을, 피지컬을, 인내심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바로 그런 게임.



게임명: 나트 (Naught)
장르: 아케이드
출시일 : 2020년 12월 10일
개발 / 배급: WildSphere / WildSphere
플랫폼: PC(Stove, Steam)
태그: #액션 #아케이드 #플랫포머 #높은 난이도


어렵고, 어렵고, 어렵다


나트는 절대 쉽지 않은 게임이다. 아니, 정말 어려운 게임이다.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는 게 아니라, 맵 자체를 회전시키는 방식인데 정말 솔직하게 말해서 지금까지 해본 모든 게임 중에 제일 어렵다.

캐릭터가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순간 상황 판단력이 엄청 필요한데, 문제는 그 와중에 피지컬적인 요소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컨트롤도 컨트롤이지만, 오히려 2차원 물체가 회전되면서 나타날 결과를 예상해야 하기에 공간지각 측면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방향치가 아니어야 한다. 방향치에게 이 게임은 꿈도 미래도 없는 좌절만이 가득한 '뭔가'일 뿐이다. 화면은 휙휙 돌아가고, 캐릭터는 미끄러지고, 그런 와중에 어느 방향으로 맵을 돌려야 하나 따위를 고민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손이 먼저 움직여야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다.

컨트롤 요소만이 이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건 아니다. 모두 다른 형태의 40여 개의 스테이지 속 유저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치가 떨릴 정도로 다양하다. 어떤 스테이지에서는 산성으로 가득한 지역이, 어떤 스테이지에서는 뾰족뾰족한 나무 가시가, 어떤 스테이지에서는 괴물이 돌아다니며 또 어떤 스테이지는 미궁이 등장하기도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닿으면 죽는다.




사용하는 키가 총 4개밖에 없을 정도로 조작 자체는 심플하다. 왼쪽으로 돌리고, 오른쪽으로 돌리고, 180도 돌리고, 점프하고, 이게 끝이다. 하지만 그럼 뭐하나, 게임이 어려운데.

'조작은 단순하게, 하지만 난이도는 어렵게, 하지만 완성도 있게'라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무작정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건 쉽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완성도 있게 제작하는 건 힘든 일이다.

나트는 어렵다고 해서 무작정 깰 수 없도록 마구잡이식으로 꼬아둔 게임이 아니다. 물론 운적인 요소도 작용하긴 하지만, 대부분 몇 번 같은 장소에서 죽다 보면 어떤 방식으로 화면을 움직여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할 지가 보인다. 보이는 것과 진짜 플레이하는 건 별개지만.





살아 움직이는 흑백의 세계


나트의 세계는 전체적으로 완전한 흑백이다.

개발자에 따르면 이는 게임 스토리와 연결된 디자인으로, 주인공 나트가 죽기 전 그의 동반자였던 소녀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나타낸다. 소녀는 눈이 멀어 실루엣만을 감지할 수 있기에 나트는 그녀를 그림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계속해서 싸워나간다. 오로지 흑과 백으로 표현된 게임 속에서 색상을 가지고 있는 '파랑'과 '주황'은 이러한 나트와 그림자의 싸움을 나타낸다고 한다.

사실 이런 배경 스토리를 모르고 게임을 진행하더라도 나트 속 세계는 충분히 임팩트있게 다가온다. 하얀 배경 속 검정으로 일렁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그림자의 모습은 유저가 플레이하는 환경을 멈춰있는 2차원 세계에 한정 짓지 않는다. 이는 360도로 돌아가는 게임 시스템과 합쳐져 역동성이라는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

그렇다고 모든 그래픽이 흑백인 것은 아니다. 반드시 피해야 할 장애물들은 형광 주황으로, 부활에 필요한 아이템은 하늘색으로 표시해 절대 놓치지 않고 눈에 띌 수 있게 되어 있다.








피지컬의 한계까지 도전


스스로의 피지컬에 자신이 있다면 한 번쯤 꼭 도전해볼 만한 게임이다. 공간지각력과 순간판단력, 그리고 그걸 머리가 이해하기도 전에 손부터 움직이는 피지컬까지, 그야말로 스스로의 컨트롤에 대한 끝을 볼 수 있는 게임이다.

또한 '스테이지 클리어'라는 도전의식에 불을 지피는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도 한 번 한 번이 절대 길지 않기 때문에 들어가는 집중도에 비해 소모 시간은 매우 짧은 편이다. 그러나 동시에 짧은 시간 내에 계속해서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인내심에도 불을 지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걸 깜빡했는데, 화면이 휙휙 돌아가니 당연하게도 멀미가 올 수 있다. 평소에 게임 중 멀미를 자주 느끼는 유저라면 괜한 시도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하지만 이런 모든 산을 넘어선다면, 나트는 클리어에서 오는 희열을 몇 배로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수차례, 수십 차례의 시도 끝에 모든 컨트롤이 완벽하게 행해져서 맵 곳곳에 존재하는 장애물을 넘어서는 그 순간. 심장이 뛰고 손이 떨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게임 말이다.





나트의 비하인드 스토리


나트는 해외 인디 개발사인 Wildsphere에서 제작한 게임이다. 2009년부터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게임을 개발해온 만큼 게임 속엔 이들의 다양한 노하우가 집약되어 있다. 나트는 10년 전 모바일에서 출시된 작품으로, 다양한 부분을 개선하고 변경하며 PC 버전으로 돌아왔다.

개발진은 캐릭터의 컨트롤에 가장 집중해 게임을 개발했으며, 유저들이 계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어하도록 역동적이고 다양한 게임 플레이 방식을 설계했다고 한다. 게임은 미로 탈출을 위해 맵 자체를 회전시키는 독특한 조작 방식을 적용했는데, 이는 유저들이 좀 더 게임에 몰입하고 컨트롤 및 멘탈적인 요소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하려는 개발자의 의도가 담겨있다.

향후 20개의 새로운 스테이지와 10개의 플레이 레벨로 구성된 게임 팩이 출시될 예정이며, 이외에도 Zero Black Heart라는 신규 DLC 역시 디자인 초안 제작에 들어갔다. 작업 진행 상황 등은 개발사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뭐랄까, 나트는 사람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느낌의 게임이다. 같은 장소에서 순식간에 다섯 번 여섯 번 열 번씩 실패하다 보면 흔히 말해 '뚜껑이 열리는 기분'을 역력하게 느낄 수 있다. 애초에 죽지 않고 한 번에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건 초반부에도 불가능한 수준이다. 죽어가며 패턴을 외우고, 기회가 왔을 때 단 한 치의 실수도 없는 조작으로 완벽하게 게임을 클리어해야 한다.


장점

+ 높은 완성도의 '어려움'
+ 몽환적이고 임팩트 있는 흑백 그래픽
+ 스테이지마다 다른 배경음악
+ 클리어 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단점

- 너무 미끄러운 조작감
- 초반부터 과하게 높은 난이도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