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산 메트로배니아, 기대 이상의 재미

리뷰 | 정수형 기자 | 댓글: 13개 |

오랜 기다림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


게임이 정식 출시되기까지 참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게임이 아닐까 합니다. 2016년부터 텀블벅 펀딩을 시작으로 개발에 들어갔지만, 지지부진한 개발과 장시간 이어진 소통의 부재가 '먹튀' 논란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또, 톱뷰 턴제 전투 방식에서 사이드뷰의 플랫폼 액션으로 게임의 장르를 완전히 달라지기도 했죠.

한국 신화를 모티브로 만든다는 기대감과 개발사의 포부는 많은 게이머를 설레게 하기 충분했지만, 지금에 와선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따뜻했던 국은 짜게 식어버렸고 잇따른 이슈와 늦어진 출시에 팬들은 지치고 말았죠. 결국 게이머들의 생각을 다시 돌리기 위해선 오직 한 가지의 방법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사망여각'은 기다린 만큼 아니, 기대 이상의 재미로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게임명 : 사망여각(8Doors: Arum's Afterlife Adventure)
장르명 : 플랫폼 액션
출시일 : 2021.04.08.
개발사 : Rootless Studio
서비스 : 네오위즈
플랫폼 : PC

관련 링크: '사망여각' 오픈크리틱 페이지


톱뷰 턴제에서 메트로배니아의 전환은 성공적

원래 '사망여각'이 2016년에 처음 펀딩했을 당시엔 톱뷰 턴제 전투 방식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당시 인디계에서 초절정 인기를 누리고 있던 '언더테일'의 영감을 받았다고 했었죠. 게임이 흘러가는 모습도 그렇고 느낌도 괜찮았던지라 텀블벅에서 후원 금액의 681%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급작스럽게 노선을 바꿔 플랫폼 액션 장르를 기반으로 한 메트로배니아로 변경해버렸죠. 한국식 언더테일을 기대했던 기존의 팬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을 겁니다. 두 장르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플레이하는 팬층도 다르고 덩달아 개발도 안개 속으로 떨어져 버린 거에요.

결과적으로 개발 5년여 만에 메트로배니아로 정식 출시에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불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개발한 만큼 또 다른 불안함이 남아있죠. 재미있는지, 출시가 계속 미뤄지니까 급하게 갖춰만 놓고 출시한 것은 아닌지 등등 출시 전부터 많은 걱정을 주는 게임이 돼버린 겁니다.




작년 8월에 출시한 데모 버전에서 짧게나마 '사망여각'의 초반부를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데모 버전이었기에 게임의 모든 것이 준비된 상황은 아니었지만, 게임의 느낌만큼은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죠. 그때 느낀 감정은 무언가 애매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묘한 상황이었달까요. 동양화 느낌의 독특한 그래픽과 대비되는 다소 아쉬운 UI도 기억나네요.

특히, 개발 중간에 장르를 바꿔서 그런지 비슷한 장르의 유명 게임 '할로우 나이트'와 흡사한 모습이었습니다. 데모 버전을 플레이한 게이머들 사이에선 'K-나이트'라고 불릴 정도였죠.

이 때문에 정식 버전에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데모 버전 이후 약 8개월 동안 개발할 수 있는 분량에는 한계가 있고 처음 느낀 플레이에서 많은 부분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했으니까요. 그런데, 게임 진행이 데모 버전 이후로 넘어가니 조금씩 게임이 달라져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맵 곳곳에 숨겨진 요소가 많아 수상한 벽만 보이면 일단 비비고 보게 된다

턴제에서 메트로배니아 장르로 노선을 틀면서 완성도 측면에서 많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요. 메트로배니아의 장점인 맵 탐험과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 봤을 땐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스테이지별로 보자면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습니다.

'사망여각'은 맵의 중심에 있는 마을이자 포탈의 역할을 담당하는 사망여각을 기준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주인공은 사망여각을 중심으로 각 지역을 탐험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죠. 맵과 맵을 연결하는 통로가 사망여각이다보니 '할로우 나이트'에서 느껴볼 법한 맵 순환 구조를 볼 순 없었지만, 스토리 진행 측면에서는 분기점이 확실하니 매끄럽다고 생각됐습니다.

탐험 위주의 메트로배니아 보다는 스토리에 집중한 어드벤처에 약간의 메트로배니아 요소를 가미했다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네요. 어찌 보면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맵 탐험 구간을 간소화시켜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진입장벽을 완화했다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한편, 데모 버전에서 우려했던 '할로우 나이트'와의 차별점 역시 게임을 진행하다 보니 많이 다르다고 느껴졌습니다. 게임 진행 방식은 여전히 비슷합니다. 공격 템포와 좌우 회피 방식도 그렇고 맵 탐험에 쓰이는 대쉬, 이단 점프 등이 등장하니 더욱 비슷하게 느껴지죠.



▲ 공중 대쉬, 벽 짚고 점프 등 익숙한 플랫폼 점프 요소는 다 들어있다

반대로 전투와 이동 방식 외에는 전부 다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할로우 나이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가지의 무기로 전투를 펼쳤다면 '사망여각'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무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무기들은 저마다의 특징을 갖추고 있으며, 단순히 전투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퍼즐 요소로도 사용되죠.

가령 처음에 주는 무기인 낫만 들고 있을 땐 원거리 적들을 상대하기 어렵지만 검을 들고 있으면 투사체를 반사할 수 있습니다. 이걸로 멀리서 길을 막고 있는 적을 공격해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죠. 원거리 무기일 경우 무한으로 쓸 수 없고 특정 제한이 걸려있기 때문에 무기 간의 밸런스도 괜찮은 편입니다. 무기마다 역할이 정해져 있어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모든 무기를 한 번쯤은 다루게 됩니다.



▲ 얌생이같은 원거리 몬스터 딱 대!

난이도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메트로배니아 장르는 어쩌다 보니 난이도가 어려운 게임이 돼버렸습니다. 사이드뷰에 점프와 공격만으로 게임을 진행해야 하니 단조로움을 피하고자 갖가지 기믹을 넣어야 했거든요. '할로우 나이트'는 2D 다크소울이라 불릴 정도로 어려운 난이도를 자랑했으며, 오리 시리즈 역시 무지막지한 난이도 때문에 많은 게이머가 힐링 게임이라 생각했다 큰코다치기 일쑤였습니다.

'사망여각'의 난이도는 딱 평균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랫폼 액션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적당히 죽으면서 플레이할 수 있고 이쪽 장르를 처음 접해본다면 꽤 죽겠지만, 어떻게든 클리어는 가능한 난이도에요. 몬스터 배치가 악랄한 것도 아니고 보스들의 패턴이 반응도 못 할 정도로 무지막지하지도 않습니다.



▲ 진행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노가다로 돈을 벌고 상점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게임 내에 주인공이 성장할만한 요소도 존재하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강력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무기가 다양한 만큼 몬스터의 약점에 맞는 무기를 사용해 전투를 공략하는 재미가 있어요. 근거리에서 싸우기 어렵다면 멀리서 활 좀 쏘고 구르기 몇 번 해서 공격 피해 주면 됩니다.

플랫폼 게임에서 퍼즐 요소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망여각'은 생각보다 퍼즐이 쉬운 편입니다. 가시에 찔린다고 해서 캐릭터가 한 번에 죽는 것도 아니고 극한의 타이밍을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점프하고 구르면 돼요.

퍼즐보다는 액션, 특히 보스전에 많은 힘을 준 티가 납니다. 14종의 보스와 7종의 숨겨진 보스는 첫번쨰 페이즈와 두 번째 페이즈로 나뉘며, 보스마다 3개 이상의 공격 패턴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두 번째 페이즈로 넘어가면 돌진 공격을 하기 직전까지 주인공을 따라간다거나 연속으로 두 번 공격하는 등 달라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맵 탐험의 부담을 줄이고 보스전의 재미를 더한 방식으로 장르 입문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설계한 셈입니다.




한국 신화 기반의 스토리, 몰입하기 딱 좋다

기자는 악마성 시리즈부터 '할로우 나이트'와 오리 시리즈 등 메트로배니아 장르라면 대부분을 즐겨봤습니다. 국내에서는 이쪽 장르의 게임이 거의 나오지 않으니 해외 게임 위주로 즐길 수밖에 없었는데요. 매번 재미있게 즐기면서도 내심 스토리가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아마 위에 언급한 게임들을 해보신 분이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말 재미있는데 게임들의 스토리 전달 방식이 다소 난해한 편이었거든요. '할로우 나이트'는 영어 시절부터 정식 한글 지원 이후까지 총 3번 이상의 엔딩을 봤지만 여전히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오리 시리즈는 게임의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해주고 컷 신과 더빙으로 게임 상황을 해설해주니 이해하기가 쉬운 편입니다. 어쨌든 엔딩을 보면 전투가 이렇고 퍼즐이 저랬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 스토리가 생각나는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액션과 퍼즐이 워낙 재미있으니 플레이한 거지 스토리를 보고 한 게임은 아닌 셈이죠.



▲ 아, 시작부터 눈물샘 자극하네

개인적으로 '사망여각'에서 기억에 남는 요소를 한가지 꼽으라면 스토리에 손을 들고 싶습니다. 시작부터 간단한 컷 신으로 여행의 목표를 알려주고 게임 내 등장하는 NPC들이 끊임없이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해주거든요. 게임의 목표를 계속 곱씹어주고 흐름 또한 어색하지 않아 기승전결이 완벽하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지역에 가서 보스를 쓰러트렸습니다. 이후 사망여각에 들어오면 못 보던 NPC가 있거나 기존의 NPC들이 이전과 다른 대사를 내뱉습니다.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말리던 NPC는 "어떻게 살았어? 몸은 괜찮아"라고 안부를 물어보고 또 다른 NPC는 "수상한 남자가 그쪽으로 간 것 같다"라는 떡밥을 뿌리기도 하죠.



▲ 차가워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잘 챙겨주는 객주님, 사...사...사망여각!

한국 신화 '바리공주'를 각색해 만들었다고 하지만, 기자는 솔직히 '바리공주'가 무슨 내용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몰라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불편함이 없게끔 짜여 있습니다. 옛날 신화에 너무 몰입해 복잡한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현대적으로 각색하고 게임에 잘 융합한 것이죠. 빙빙 꼬아서 핵심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를 정도로 복잡하게 만든 스토리가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을 직관적으로 풀어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정말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후반부에 어떤 선택을 고르냐에 따라 엔딩이 3개로 나뉘기도 하는데요. 스토리가 재미있다 보니 다회차를 진행해서 나머지 스토리는 어떻게 끝날지 또 보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게임이 재미있던 만큼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요. 저승이라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회색 계통의 색감으로만 게임 그래픽을 표현하고 전체적으로 동양화 느낌을 살린 것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한정된 색으로 저승 곳곳을 세세하게 보여준다는 점은 장점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게임이 세련돼 보이진 않았습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호불호가 많이 갈려요.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색감으로 이어지니 완전히 새로운 곳을 탐험한다는 느낌을 주진 못했습니다. 특히, 인터페이스는 여전히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됩니다. 직관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봐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 더 신경을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 UI만 보면 돌아가고 싶다

앞서 난이도에서 퍼즐이 쉽다고 언급했었죠. 이 부분도 사람에 따라선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쉬운 만큼 후반으로 갈수록 단조롭게 느껴졌거든요. 가시를 피하고 움직이는 발판에 점프하고 사라지는 발판을 밟는 등 플랫폼 게임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기믹 외에 '사망여각'만의 플랫폼 퍼즐을 느끼긴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퍼즐에서 아쉽게 느꼈던 빈자리를 액션이 채워줬기에 게임 진행이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플랫폼 퍼즐보다 전투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오히려 플러스 요소가 될 것 같네요.

펀딩 이후 오랫동안 이어진 개발과 장르의 변경 등 논란을 불렀던 게임입니다. 2016년부터 국산 펀딩 게임하면 항상 빼놓지 않고 등장했었죠. 어쨌든 5년 만에 정식 출시된 '사망여각'은 기대 이상의 게임이었습니다. 그간의 히스토리를 싹 빼고 게임만 봤을 때 메트로배니아 장르로써 충분한 완성도를 보여줬어요. 전투 위주의 플랫폼 게임을 좋아한다면 분명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 아름이의 저승 정복기, 궁금하면 게임 속으로 GoGo
  • 액션 위주의 메트로배니아
  • 공략하는 맛이 살아있는 다채로운 보스전
  • 직관적인 스토리로 몰입도 UP
  • 퀄리티가 떨어지는 UI
  • 단조롭게 느껴지는 플랫폼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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