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서바이벌 호러로 탈바꿈한 '싱킹 시티2' 첫인상은?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GDC 기간에 맞춰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되는 ID@Xbox 행사에서는 매년 출시를 준비중인 다채로운 인디 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올해는 프로그웨어가 개발중인 '싱킹 시티2'를 비롯한 전 세계 인디 개발자의 게임이 행사장을 채웠다.

지난 7일 공식 트레일러를 처음으로 발표한 '싱킹 시티2'는 지난 2019년 출시된 원작 '싱킹 시티'의 후속작이다. 후속작을 개발한다는 소식은 꽤나 오래 전부터 알려졌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한 뒤 무기한 연기를 겪은 바 있다. 최근에야 다시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한 프로그웨어는 싱킹 시티2의 출시를 2025년 경으로 목표하고 있다.

현장에 참여한 개발자에 따르면 가까운 미래에 대중에게 시연을 선보일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ID@Xbox에 참여한 빌드 또한 내부 테스트용을 그대로 가져 온 것이었다. 현재 '싱킹 시티2'는 대략 30% 정도, 많게 봐도 50%가 넘지 않는 수준의 개발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부분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게임을 시연하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봤을 때도, 여러 부분에서 아직 정제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약 두 달 전부터 본격적인 프로덕션이 시작된 만큼, 스터터링 같은 기술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기 보다는 게임의 콘셉트와 핵심 게임플레이를 위주로 체험을 진행했다.




전작과 비교해 엿볼 수 있는 가장 뚜렷한 변화는 '서바이벌 호러'의 문법을 꽤나 적극적으로 차용했다는 점이다. 3인칭 액션 이라는 점에서는 다름이 없지만, 주인공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위치나 각도가 현 세대 서바이벌 호러 스타일로 변형됐다. 메뉴 창에서 볼 수 있는 맵의 모습도 우리가 흔히 접하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그것과 흡사해졌다. 직관적으로 공간의 크기와 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막힌 문과 열린 문을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기호로 된 맵을 생각하면 편하다.

장르에 변화가 생긴 만큼, 핵심 게임플레이 또한 전작과 달라졌다. 전작인 '싱킹 시티'는 셜록 홈즈 시리즈를 거듭해 오며 쌓아 온 '추리' 게임의 노하우를 크룰루 신화에 접목한 것으로 주목받았다. 오픈 월드 구성에 여러 장소를 탐색하며 사건을 추리하고, 종국에는 도시의 비밀을 밝혀내는 식이다.

2편은 서바이벌 호러 분위기를 강조하면서 전투 위주로 변모했으며, 추리 활동은 부가적인 요소가 되었다. 이제 주위의 단서를 짜맞춰 비밀을 파헤치는 것은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이다. 체험을 진행하는 도중 옆에서 친절히 설명해 준 개발자에 따르면 추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얻는 패널티는 존재하지 않으며, 추리를 성실히 수행하다 보면 부가적인 보상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런 보상은 아이템이 될 수도 있고, 숨겨진 통로의 위치가 될 수 있으며, 때로는 앞으로 만나게 될 보스의 약점이 될 수도 있다.



▲ 서바이벌 호러 특, 인벤토리 작음

현장에서 시연한 데모는 버려진 저택을 중심으로, 기괴한 문양이 그려진 문에 대한 퍼즐을 풀고 나가는 형태였다. 곳곳에 숨겨진 문양을 모두 찾으면 해당 문이 열리게 되며, 이를 통해 나가면 데모 빌드가 종료됐다.

그저 클리어만 목적으로 한다면 빠르게 문양을 찾고 게임을 끝낼 수 있지만, '싱킹 시티2'의 데모는 개발자가 의도한 바 대로 숨겨진 단서와 비밀이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은 개발자의 설명 없이는 스스로 찾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기도 했다.



▲ 추리 과정을 돕기 위한 공간도 러프하게나마 존재한다

전작에서 추리 요소의 한 축을 담당했던 '마인드 팰리스'는 조금 더 간소해진 형태로 메뉴에 존재하게 됐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은 단서들을 임의로 보드에 던져놓을 수 있는 구조다. 아무렇게 배치한 단서들 중 연관성을 가진 것들은 초록색 선으로 열결되고, 이를 통해 플레이어가 스스로 단서를 짜맞추고 비밀을 풀 수 있도록 유도한다. 단, 이번 데모 버전에는 단서를 서로 엮는 선이 작동하지 않아, 제한된 시간 내에 모든 단서를 찾아 비밀을 푸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였다.

이런 단서들을 자세히 읽어야만 게임에서 알려주지 않는 요소들을 파악할 수 있다. 가령, 주인공이 문을 열기 위해 찾아야 하는 문양들과 상호작용하면 30% 확률로 대미지를 입는데, 저택 주변을 조사하면 이러한 확률을 낮출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는 식이다.

또, 이런 단서들은 플레이어가 찾은 이후 발동되는, 트리거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 않다. 아무 단서를 읽지 않고도 운이 좋아 때려 맞출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번 데모 빌드에서는 맵 곳곳에 있는 작은 조각상이 그 열쇠였는데, 보이는 대로 총을 쏘는 플레이어라면 단서를 읽기도 전에 모든 조각상을 파괴해 문양으로부터 대미지를 입지 않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시연 도중에는 눈치챌 수 없었던, 개발자가 알려준 뒤에야 깨닫게 된 비밀도 꽤나 많았다. 단서를 찾다 보면 저택에 살던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를 차츰 알아갈 수 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단서들을 깊이 조사하다 보면 이들 가족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경로가 해금된다. 이러한 기믹의 경우 상당히 깊게 숨어있기 때문에 운에 의존해서는 게임플레이 도중 만나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바이벌 호러 특유의 전투 요소는 아직 개선될 여지가 많아 보였다. 전체적인 움직임도 안정적이지 않았으며, 타격에 반응하는 적들의 모습이나 총기 사운드 등도 만족스러울 수 없었다. 개발 단계인 만큼 감안해야 할 부분이지만, 전작 또한 전투 측면에서 혹평을 받았던 사례가 있는 만큼 개선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언리얼5라 그래픽은 좋은데, 전반적인 완성도가 낮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레벨 디자인의 경우에도 전작과는 다른 접근을 채택할 계획이다. 전작의 경우는 오픈 월드 구조를 채택했다면, 이번 작품은 세미 오픈 월드 형태의 경험을 전달한다는 것이 개발자의 설명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도시에 첨첨 차오르게 되는 홍수가 주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자는 "플레이어는 여러 구간으로 나뉜 지역을 오가며 게임을 진행하게 되고, 게임을 진행할수록 홍수가 차오름에 따라 같은 지역도 그 구조가 달라지게 된다"고 전했다. 홍수에 따라 이전에 방문한 지역을 더 이상 방문할 수 없거나 새로운 지역으로 가는 길이 열리는 식이다. 서바이벌 호러를 채택했다고 해서 완전히 선형적인 진행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임을 감안해도, 부가적인 요소로 변모한 추리 시스템이 꽤나 인상깊게 다가왔다. 오히려 부가 시스템이 되어서 그 매력을 한 층 더하는 느낌이다. 아무 단서를 찾기 않고 그저 총을 쏴 가며 엔딩을 보는 것도, 단서를 찾다 보면 내가 모르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두 방향에 대한 선택이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니 취향껏 취사 선택이 가능할 전망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 등 그간 프로그웨어가 선보인 추리물에 관심이 있는 게이머에게는 서바이벌 호러 모습이 생소할 수도 있다. 또 서바이벌 호러 팬들에게는 군데군데 꼭꼭 숨겨둔 비밀들이 영 거슬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장르를 경험해보고 싶은 도전 정신이 어딘가 남아있다면, '싱킹 시티2'는 두 가지 즐거움을 모두 충족시켜줄 게임이 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게임의 완성도가 보장될 때의 이야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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