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 셧다운제 연장, 근거인 보고서부터 '잘못됐다'

기획기사 | 정필권,이두현 기자 | 댓글: 42개 |


▲ 2018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 관련 평가 보고서 (이동섭 의원실 제공)

지난 4월 1일, 여성가족부는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의 제공시간 제한 대상 게임물 범위(고시)'를 통해서 소위 '셧다운제'를 유지한다고 결정했다. 2013년 적용된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다. 이번 연장으로 2021년 5월 19일까지 게임은 다시 셧다운제의 적용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번 연장을 두고 많은 의견이 오가는 상태다. 이는 2013년 셧다운제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이어졌던 문제기도 하다. 구체적인 판단 기준의 미흡함은 물론이고 게임의 주무부처 문화체육관광부와의 대립 등 많은 곳에서 문제점을 낳았다. 최근에는 보고서 수치를 조작했다는 기사까지 보도되며 다시금 업계의 이슈가 됐다.

올해로 6년째를 맞이하여 문제가 된 셧다운제. 이동섭 의원실이 공개한 '2018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 관련 평가'를 통해 셧다운제 연장의 근거를 체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종합 결과의 근본적인 수치보다는 연구의 항목 부분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 1. 평가 방식의 문제

해당 보고서는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대상 게임물 평가계획'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2016년 진행한 평가연구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전수 조사보다는 일정 기준에 따라 온라인게임을 선정하여 진행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평가 방식에서 큰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평가방식은 일견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평가 대상이 청소년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실제 조사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1.게임별로 숙련된 게이머를 모집
2. 게임을 하는 영상을 30~40분 녹화
3. 30명의 평가단이 녹화된 영상에 대한 내용분석을 진행
4. 평가 기준에 따라서 특성을 평가


이와같은 조사 및 평가 방식은 여러 지점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는 법적 취지와도 반대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제도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실제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했는지가 불분명하다. 법적 제도가 만들어진 이유가 '청소년 수면권 보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조사 범위도 한정되어 있다. 2018년 평가에서는 온라인 게임 60개와 모바일 게임 50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여가부는 게임시장과 이용환경의 변화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현재 한국 시장에 수많은 게임이 서비스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적은 숫자만을 검토한 것이 된다.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치고는 조사의 범위가 좁고 미흡하다.

게다가 조사 기간이 열흘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평가 과정이 녹화 -> 판단으로 이루어졌기에 깊이 있는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내용 평가 기간은 2018년 11월 30일부터 12월 8일까지다. 열흘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평가원들이 110개 게임의 영상을 판단하고 점수를 매겼다고 볼 수 있다. 법안이 가지는 무게감을 생각하면 매우 짧은 기간에 평가와 분석, 결론이 난 것이다.


■ 2. 평가단 선정 기준에 대한 의문

여성가족부가 인터넷 사이트 및 대학생 커뮤니티, SNS를 통해 모집했다고 밝히고 있는 평가단의 기준 또한 실제 이용자인 청소년과 괴리가 있다. 게다가 모집 기준도 의문을 남긴다. 30명으로 구성되었다는 최종 분석 평가단의 구체적인 모집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게임에 대한 지식이 너무 많거나 혹은 너무 적을 경우
2. 게임중독 경험이 없는 사람
3. 건전한 상식을 가지면서 게임을 할 줄 아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


기준이 지향하는 바를 해석하면, '게임을 적당히 즐기는 성인'으로 요약된다. 문제는 이 '적당함'이라는 기준에서 구체적인 지표와 기준을 제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우선 '너무 많거나 혹은 너무 적을 경우'라는 기준부터 모호하다. 구체적인 평균 이용시간과 같은 지표가 아니라 측정하기 어려운 개인의 경험을 기준으로 삼은 셈이다.




또한, '게임중독'에 대한 정의와 기준을 어떻게 잡았는지도 설명되어 있지 않다. 이는 평가계획의 의도를 더 파악해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정의를 내릴 수 없는 개념을 이용하여 평가단을 모집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건전한 상식'과 같은 세부 문항도 측정할 수 없거나 기준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평가단이 대학생 및 대학원생으로 한정되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셧다운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법안이다. 법안 발의도 청소년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만큼, 실제 조사에서 청소년의 이용 실태를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시연자 및 평가 또한 성인의 기준으로, 그것도 불특정 다수가 아닌 여성가족부의 기준을 통과한 사람들이 평가를 할 여지가 있다. 조사와 평가자의 객관성을 확보해야 하는 보고서에서 조직의 시선이 녹아들 여지가 남는 부분이다.





■ 3. 지표 문항이 가진 근본적 문제

지표의 객관성은 셧다운제가 출발한 2013년부터 제기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성가족부는 이를 계속해서 재활용하여 셧다운제를 위한 근거로 삼고 있다. 6년 동안 게임을 둘러싼 환경과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생각하면 현실과의 유리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장 지난 몇 년간 게임 시장은 커다란 변화들을 맞이했다. 온라인을 넘어 모바일 게임으로 국내 시장이 재편되었으며, 점유율이 낮기는 하지만 콘솔 시장도 싹을 틔우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이용자들이 게임을 소비하는 구조와 방법도 달라졌다. 같은 조사 기준을 사용한 2016년으로 한정해도, 지난 3년간 이용 행태가 바뀌었음은 쉬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항목에 대한 고민 없이 이를 재활용했다.

총 7개로 구성된 항목 또한 허점이 많기는 매한가지다. 게임 특성을 그대로 나타낸 부분은 물론이고 게임사들이 기피하는 현금거래도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에 사용된 평가 기준 7개의 구체적인 정보는 다음과 같다.

1. 게임 캐릭터의 레벨, 능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게이머들과 역할을 나누어 지속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게임인가.
2. 여러 명이 함께 임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게임 도중에 빠져나올 수 없고 장시간 함께 해야 하는 게임인가.
3. 게임이 끝이 안 나거나, 또는 원래 끝이 없는 구조로서 오랫동안 계속해야 획득한 보상이 유지 또는 강화되는가.
4. 1회 지속성이 길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향상시킬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가.
5. 게임을 하는 데 필요하거나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게임머니, 사이버머니 등을 얻기 위해 게임을 오래 하게 된다.
6. 아이템을 우연히 얻을 수 있거나 게임 중 아이템 이벤트 시간으로 인하여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게 되는가.
7. 게임 결과, 점수, 기록, 게임아이디 등을 공개하 실력을 인정받는 방식과 같이 경쟁심을 과도하게 유발하고 있는가.





평가 기준들은 측정 문항마다 존재하는 세부 항목을 평가원들이 총 4단계로 판단해 점수를 매긴다. ①전혀 그렇지 않다부터 ④매우 그렇다까지 항목마다 점수를 매겨, 평균을 도출한다. 이는 곧 게임의 근본적인 특성을 무시하는 설문지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이라는 매체, 콘텐츠의 기본 구성과 재미를 위한 설계를 부정하는 항목이다.

2018년 조사에서 사용한 평가 기준의 의도를 보면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평가 기준 1번에서 3번은 다수가 접속하여 플레이하는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질문부터 녹아들어 있다.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시간을 들이는 경우, 함께 플레이하기에 중간에 게임을 중단할 수 없는 경우, 끝이 없는 구조 모두 현재 대다수 게임이 해당하는 것이며, 게임 디자인의 근본이다. 그러나 평가 기준에서는 이를 있어서는 안 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보인다.

"함께 또는 역할을 분담해서 게임을 해야 하므로 내가 빠지면 함께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이들에게 비난받을 수 있어서, 또한 게임내용이 끝이 없어서 오래 하게 되거나 중단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게임 특성이 있는지 평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1번부터 3번 평가 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심지어 3번 평가 기준에서는 '게이머가 게임을 바꾸는 툴을 제공하고, 바꾼 게임을 다른 게이머들이 활용하는 방식 등이 적용되는 게임'을 예로 들고 있다. 유즈맵과 같은 형태, 유저들이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셧다운제의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4번부터 7번 평가 기준은 장시간 플레이하는 구조와 금전적 이득을 기준으로 삼는다. 4, 6, 7번 평가 기준은 시간과 보상,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라는 게임의 제작 문법을 완전히 부정하는 기준들이 된다. 아이템을 획득하는 게임 구조와, '우연히' 아이템을 얻는 방식, 결과와 점수를 기록하는 방식을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시간에 따른 보상과 이를 공유하고 경쟁하는 랭킹 방식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는 평가 기준인 것이다.

또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평가항목 5번이다. 5번은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게임머니, 사이버 머니 등을 얻기 위해 게임을 하는가?'를 질문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게임 재화의 현금화는 수많은 게임사가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사안이다. 현금거래는 게임사들이 약관에서 허용하지 않고 있는 존재다.

게다가 현존하는 현금거래 사이트들은 근본적으로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국내 행정 기준으로는 현금을 통한 게임 재화 거래는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는 요소다. 등급분류에서도 현금을 통한 경매장 이용이 들어간 게임에는 '유료 재화를 이용한 거래 시스템'을 아이템 거래 사이트 모사로 판단하여 청소년 이용 불가를 내리고 있다. 즉, 근본적으로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는 요소, 게임사들이 약관에서 부정하는 요소를 셧다운제를 위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



▲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는 현금 거래를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판단 기준을 적용한 보고서

결국, 2013년 셧다운제의 시작부터 제기되었던 평가 기준은 2019년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그간 셧다운제의 법적 타당성을 주제로 작성되었던 보고서들에서도 꾸준히 지적되었던 문제다.

2012년 9월, 여가부가 행정 예고했던 중독성 판단 척도에서 '우월감·경쟁심 유발', '뿌듯한 느낌', '도전과제의 성공'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가 비판에 직면하여 수정한 것이 현재의 7개 문항과 4점 척도이기 때문이다. 해당 척도는 2016년 연장을 위한 척도로 사용되었고 현재까지 이어진 셈이다.

따라서 2019년 현재에도 같은 비판과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현실과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여가부 주도로 판단한 것이 셧다운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전 법제처 법제관인 홍승진 변호사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른 인터넷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홍승진 변호사는 셧다운제가 가진 근본적 문제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적용유예대상 게임을 근대로 적용제외 게임으로 적용했다는 점', '게임 산업계의 실태를 외면한 고시'라는 점. 그리고 '비영리, 개인정보수집 없는 게임물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입법의도와 맞지 않는 고시'라는 것. 마지막으로 '적용여부 결정의 합리성'을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같은 기준을 사용한 지금의 보고서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 결국, 근거로 활용된 보고서부터 문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결국, 셧다운제의 평가 기준이 된 이번 보고서의 근본적인 문제는 명확하다. 기준이 모호하고 주무부처의 시선이 녹아들 수밖에 없는 평가 기준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평가 기준마다 매겨진 수치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를 잃는다. 평가 기준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기에. 그리고 시작부터 문제점이 많은 조사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면, 이를 바탕으로 적용된 셧다운제의 존재에 물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비정상적이고 문제가 많은 판단 기준을 사용해 제정된 '셧다운제'. 근본적으로 이를 추진한 여성가족부가 고민하고 답할 차례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