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북극한파와 함께 한국 찾은 애니비아의 화신, 1세대 유체미 프로겐을 만나다.

게임뉴스 | 김경범,석준규,현우용 기자 | 댓글: 42개 |
올해 한국의 겨울은 춥기 그지없습니다. 북극에서 내려온 무시무시한 한파 때문에 기온이 영하 15도 밑으로 떨어지는 날이 흔할 정도로 올겨울은 마치 애니비아의 궁극기에 휩싸인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추운 계절에 한국을 방문한 선수를 상징하는 챔피언 역시 애니비아입니다. 그의 이름은 바로 “프로겐” 헨리크 한센. LoL 초창기 유럽을 상징하는 미드 레이너이자 애니비아의 장인, 아니 애니비아의 화신으로 불리는 선수죠.

프로겐은 지난해까지 NA LCS의 에코폭스에서 활동하다가 계약 기간이 종료된 이후 아직 소속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인데요, 개인 훈련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애니비아의 화신답게 영하 12도의 날씨임에도 차가운 빙수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며 자신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한 프로겐. 지금 같이 만나보시죠!




▲ 영하의 날씨에도 빙수와 함께하는 애니비아의 화신 프로겐






Q.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Henrik Hansen입니다. 프로겐으로 알려져있는 미드 레이너입니다.


Q. 팀 단위 전지 훈련은 흔한 편이지만 개인 단위로 오는 건 희귀한 일인데, 어떻게 한국에 방문 하셨나요?

현재 제가 소속된 팀이 없어서 최고의 방법으로 연습을 하고 싶었습니다. 예전부터 '조이럭' 윤덕진 대표의 JL FACTORY가 선수들의 에이전시나 해외 팀들의 한국 전지훈련에 많은 도움을 줬는데, 저도 그를 통해서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Q. 한국에선 어떻게 지냈나요? 혹시 LCK 경기장을 직접 찾아가봤다거나...

한국에 온지는 이제 13일째네요.(인터뷰가 진행된 29일 기준) 아직은 솔랭만 주로 했어요. 그리고 LCK를 직관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주 정도에 가볼 계획입니다.


Q. LCK 경기를 직관한다면 어떤 팀의 경기를 볼 생각인가요?

아직 대진표를 확인하지 않아서 어느 날 경기를 보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오늘 중에 경기 일정을 확인해보려고요. SKT T1의 경기는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더 기대됩니다. 재미있을 것 같네요.






Q. 프로겐 선수 하면 애니비아로 유명합니다. 본인에게 있어서 애니비아는 어떤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에게 있어서 애니비아는 큰 의미가 있는 챔피언입니다. 애니비아를 통해서 LoL을 시작했으니까요. 옛날엔 카운터 스트라이크만 하던 게이머였습니다. LoL은 제 형제가 하는 것을 1-2개월정도 보기만 했었고요. 근데 그가 애니비아 원챔이었어요. 저보고 LoL을 시작하라고 계속 꼬셨는데, 막상 시작했을 때 알고 있는 챔피언이 애니비아 하나 뿐이라서 애니비아만 하게 됐습니다. 그게 제가 오랜 기간 애니비아를 하게 된 이유입니다.


Q. 그 형제분도 프로겐 선수처럼 게임을 잘 했나요?

생각해보면... 엄청 잘했다고 하긴 좀... 잘 모르겠네요. 제가 롤을 시작하고 반년 가량은 저보다 잘했던 것 같습니다.


Q. 현재 메타에서 애니비아는 어떤 챔프일까요?

굉장히 약하죠. 라인전 단계가 너무 취약한데, 애니비아를 들고 다른 프로 선수를 상대하다 보면 손해보면서 게임을 한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최근 유저들이 탑과 봇의 외곽 라인에 대한 다이브를 많이 연구하고, 그런 플레이를 많이 하지만 애니비아는 알고 있어도 그런 플레이를 막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라인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애니비아는 6레벨 찍기 전까지는 가만히 라인을 지키고 있다가 마나가 바닥나면 귀환하는 식으로 왔다 갔다 하는 플레이를 반복해야 합니다. 챔피언이 아예 못 써먹을 정도로 안 좋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유저를 상대할 때는 정말 불리한 입장에서 플레이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애니비아가 마스터나 챌린저 티어에서만큼은 별로인 챔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낮은 티어에서는 승률이 좋은 편이라고 알고 있어요.


Q. 그렇다면 현재 메타에 적합하려면 어떤 버프가 필요할까요? Q스킬의 투사체 속도를 좀 더 빨라지게 한다거나...

음... Q를 더 확실하게 맞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의 애니비아가 어떤 버프를 받게 된다면 OP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버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애니비아는 초반에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하는 챔피언인데, 미드의 성장이 더디면 외곽 라인의 아군이 고생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기동성이 낮은 챔피언을 상대로는 강한 편이지만, 요즘 주류가 되는 미드 챔피언을 보면 대부분 대쉬기를 가지고 있어서요.

시즌 2까지만 해도 원딜을 빼면 대쉬기가 있는 챔피언이 드물었기에 애니비아를 플레이하기 좋았죠. 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챔프가 대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한숨)


Q. 그렇다면 애니비아에게도 대쉬기가 필요할까요?

저는 애니비아의 디자인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 어떤 스킬도 바꾸고 싶지 않네요. 지금 애니비아의 스킬들은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잘 맞는 편입니다.




▲ 메타와는 맞지 않는 편이지만 지금의 애니비아에 만족한다고...


Q. 유럽과 북미 두 지역에서 선수로 활동해 보셨는데 두 지역의 차이점은 어떤가요? 경기에서의 메타는 어떻게 생각하시고요?

저는 최근에 주로 NA LCS와 LCK만 보고 있어서 EU LCS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네요.

현 메타는 게임이 굉장히 긴 편이죠. 선수 건 일반 유저건 후반 지향 픽을 주로 합니다. 원딜러가 타곤산을 들기도 하고요. 지금 메타에선 다양한 챔프를 꺼낼 수 있는 선택권이 별로 없어요. 미드와 원딜은 (누킹이 강한 챔피언보단) 지속딜이 좋은 챔피언을 써야 하는데, 사실상 꺼낼 수 있는 챔피언이 3-4개 정도로 제한됩니다.


Q. NA LCS가 다전제에서 단판제로 바뀐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변화인 것 같아요. 요즘 5~60분 가는 경기들이 많으니까요. 한국에서 3판 2선으로 붙는 걸 보면 재미있지만 북미는... 좀 난장판이 되는 상황이 많아서 한 경기만 해도 될 것 같아요. 적어도 북미는 말이죠.


Q. 최근 논란이 많은 초시계 아이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성능이 너무 좋다고 불만을 느끼는 유저도 많은 편인데요?

멋진 아이템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이 아이템에 대해 화를 내는 건 공짜로 킬을 먹을 상황이라고 달려들었다가 초시계의 절묘한 활용 때문에 실패해서일거예요. 그들은 메타와 아이템에 적응하고 거기에 알맞은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대체 왜 이딴 아이템을 추가한거야?”라고 반응하는 거죠.

초시계는 소유자에게 엄청난 안정성을 줍니다. 하지만, 일회용 아이템이라서 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Q. 초시계를 매우 좋아하시는 것 같네요. 본인도 애용하는 아이템인가요?

네. 저는 미드와 원딜만 플레이하는데 두 포지션 모두 할 때마다 초시계를 사용합니다.




▲ 의외의 변수가 되곤 하는 초시계


Q. 현재 소속팀이 없는 상태인데 서머 때 다시 선수로 뛰는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요?

오퍼나 예전 계약 등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선수로 계속 뛰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북미 지역에서요.


Q. 한국에 와서 많은 솔로 랭크 게임을 플레이하신 것으로 아는데, 한국의 솔로 랭크 분위기는 어떤가요?

솔랭에서는 일단 20분까지는 뭘 해도 상관없어요. 그동안 10번 죽어도 말이죠. 근데 20분이 지나고 나서는 바론이 생성 되니 굉장히 조심조심 플레이해야 해요. 만약 그때 죽으면 욕먹을 준비를 하세요.(웃음) 바론이 나와 있을 때는 절대 죽으면 안돼요. 한국 서버 유저들은 거기에만 신경 쓰더라고요. 실제로 죽으면 그냥 미드 오픈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리고 후반 지향 챔피언을 많이 선호하는 편입니다. LCK를 보고 픽을 따라해서 그런지 솔로 큐에서 많은 주류 픽들과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북미에서는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는 편이었거든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에서 랭크 게임을 하려면 무조건 대세 챔피언을 골라야 하겠더라고요.




▲ 연습을 하는데 한국 서버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Q. 한국 서버에서 만난 유저 중에서 인상 깊었던 사람이 있었나요? 프로게이머라거나...

도인비 선수요. 이 선수는 게임을 하면서 항상 타이머 핑을 하더라고요. 그 누구도 채팅할 수 없어요. 채팅이 타이머로 도배가 되어서.(웃음) 천 번도 넘게 하는 것 같던데, 팀원들이 서로 욕을 하지 못하게 그러는 것 같아요.(웃음)


Q. 최근 골든글루 선수도 한국에 홀로 와서 전지 훈련을 했는데, 한국 지역으로 전지훈련을 왔을 때 얻는 장점은 무엇인가요?

솔랭 경험이 가장 큽니다. 개인 피지컬 향상에 큰 도움이 되죠. 북미에서는 솔랭에서의 반응 속도가 60ms정도로 느린데다가 한국에서처럼 뛰어난 실력을 갖춘 유저들이 많지 않습니다. 북미에서는 그냥 자기 하고 싶은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게임의 난이도도 높고,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Q. 과거 프로겐 선수가 경기 부스 안에서 피규어를 들고 있는 장면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시즌 2 때엔 애니메이션을 많이 봤습니다. 2012년에 OGN 대회에서 결승전을 치르기 전, 대만의 TPA 숙소에서 연습했었죠. 그리고 그 기간 동안 굉장히 많은 피규어들을 샀습니다.

그리고 결승전을 치르기 위해 한국에 온 저는 가장 좋아하는 피규어를 경기장으로 들고 갔었고요.


Q. 아직도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는 편인가요?

한 3년 정도 안 본 것 같네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질린 것 같아요.




▲ 하루, 그레이스 이전에 프로겐이 있었으나... 어느덧 탈덕 3년차라고



Q. LoL 1세대 프로로서 오랜 기간 활동을 해왔습니다. 현재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것 같아요. 처음 프로가 되었을 무렵만 하더라도 프로게이머로 활동한다는 게 굉장히 큰 모험이었어요. 초반에는 대회에서 이기고 그 상금이 수입 전부였으니까요.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OGN 대회를 나갔을 때, 이 일이 얼마나 큰 위험부담을 안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고요.

하지만 이젠 제 선택에 굉장히 만족하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젠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느끼고 있고요.


Q. 자신의 프로 생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얼라이언스 팀에 소속된 시기요. 그 팀의 시작이 굉장히 안좋았었는데, 흐름을 뒤집고 EU LCS 서머에서 우승을 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죠.


Q. 그럼 이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앞으로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나요? 어떤 사람이 된다거나, 아니면 이스포츠라는 영역에서 어떤 인물로 남고 싶다거나...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생각 중이긴 하지만 확실하진 않네요. 지금 저는 게임을 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은 아직입니다. 하지만 코치를 하는 것은 좀 흥미가 있어서 나이가 들고 경험이 더 쌓이면 해보고 싶어요. 굉장히 어려운 직업인 것 같기도 하고요.

나이 많은 프로 선수들이 코치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은데, 게임 경험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코치가 되기 위해선 단순히 게임 경험이 전부가 아니라고 봐요. 만약 제가 코치를 한다면 그 직업에 관련된 교육을 받고 도전하지 않을까 싶네요.


Q. 한국에 있는 동안 만나고 싶은 LCK 선수가 있나요?

제가 좋아하고 만났던 LCK 선수들은 많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과 잘 지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았을 때는 고릴라, 프레이 선수와 많은 게임을 했어요. 그 두 선수는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다시 만난다면 즐거울 것 같아요.







Q. 최근 한국 서버에서 20위 안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쉽게 티어를 올릴만한 챔피언을 추천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지금 마스터나 챌린저라면 LCK에서 사용되는 챔피언을 추천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렇게 티어가 높은 편이 아니라면 하고 싶은 챔피언을 하라고 얘기하고 싶네요. 다이아 정도까지는 어떤 챔피언을 하더라도 갈 수 있어요. 게임은 즐기는게 가장 중요해요. 아니면 금방 질리게 되니까요.


Q. 프로겐 선수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 1위를 달성하는 것을 볼 수 있을까요? 이미 많은 선수와 비교해도 높은 점수지만요.

굉장히 어려울 것 같지만, 도전해보겠습니다.(웃음)


Q. 한국에서도 계속 개인 방송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방송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제 방송을 주로 보는 시청자들과의 시차가 있다는 게 어려운 점이네요. 그리고 여기서 방송을 할 때는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면서 플레이를 가르쳐주는 것보다는 제 플레이에 중점을 두면서 하는 편입니다.


Q. 꽤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올해 목표와 팬들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될 수 있는 한 최고가 되고 싶어요. 매일매일 성장하고 싶어요. LoL뿐만 아니라 그 외의 것들에서도 말이죠.

그리고 늘 저를 응원해주고 따라와 주시는 저의 팬 여러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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