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발표 후 반 년, 오버워치 리그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게임뉴스 | 김경범 기자 | 댓글: 160개 |
지난해 블리즈컨에서 블리자드의 새로운 e스포츠 생태계인 "오버워치 리그"(이하 OWL)가 발표되었다.

시카고 불스, LA 다저스와 같이 프로 스포츠에서 자주 보이는 지역연고제를 주요 요소로 내세운 OWL. e스포츠를 프로스포츠의 영역으로 가져온다는 이 내용이 공개되자 많은 오버워치 팬들의 화제가 되었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었다.

하지만 애초 2017년 시작을 목표로 한 OWL이 한 해의 절반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심지어 핵심 사항인 지역 연고제도 어느 국가의 어느 도시가 선정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공개되지 않았다.




▲ 야심차게 공개했지만 추가된 내용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ESPN에서는 흥미로운 기사를 냈다. OWL에 참가하기 위한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서 스폰서들이 나서길 꺼린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이러한 이슈가 퍼지자 블리자드 측에서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자신들은 흥미로운 오버워치 e스포츠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현재 존재하는 팀들과도 소통하고 있다며, 근거없는 루머에 신중히 대응할 것을 당부한 것이다.

그런데도 팬들의 반응은 미지근한 상황이다. 새로운 리그는 기대하지만 여전히 알려진 내용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디그니타스를 포함해 기존 여러 팀이 선수와의 계약을 종료하거나 해체한다는 이슈까지 겹치면서 향후 진행될 리그 자체가 제대로 운영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있다.

블리자드가 야심 차게 준비하는 OWL 과연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 지난 15일 기존 오버워치 선수들과의 결별을 선언한 디그니타스



◆ 2017년 시작한다는 오버워치 리그, 그러나 공개된 내용은 없다.

일단 지금의 오버워치 e스포츠 상황을 살펴보자.

지난해 블리즈컨에서 진행된 오버워치 대회는 팀 단위가 아닌 국가별 대항전 개념인 월드컵이었고,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다. 선수 선발을 투표로 하는가, 선수 선발 권한이 있는 국가대표 위원회를 투표로 하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 올스타전이라는 기본적인 형태 자체는 다르지 않다.

도타 2의 The International이나 LoL 월드 챔피언십같이 전 세계의 팀들이 겨루는 형태의 대회는 아직 없는 상태이기에 팬들의 아쉬움은 남을 수 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분명 화제가 되는 경기지만 월드 시리즈 경기만큼 중요도가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팀 게임인 오버워치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팀은 어딘가?"라는 의문을 해소해주기에 월드컵은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오버워치 e스포츠는 국가별로 진행되는 대회를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중국의 프리미어 시리즈나 한국의 APEX 같은 대회가 대표적인데, 그나마 국제전 성격을 가미한 APEX도 몇 개의 해외 팀을 초청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역기반 대회의 밑바탕이 되어줄 수 있는 중소규모 대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 EnVyUS, Rogue를 초청해 8개 팀으로 진행되는 APEX 시즌 3


물론 히어로즈 오브 스톰이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에 비해 핑에 민감한 FPS라는 특징 때문에 온라인 대회에는 어려움이 많다. 실제로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던 많은 대회에서 디스커넥트나 핑 문제로 몸살을 앓았고, 오프라인 대회인 APEX에서도 서버 문제로 게임이 중단되는 상황이 종종 일어나곤 했다.

하지만 단순히 핑 문제만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현재의 관전 시스템은 개발자가 개선을 언급할 정도로 직관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으며, 이는 빠른 게임 템포와 겹쳐 게임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 옵저버의 수도 적고, 리플레이도 힘든 소규모 대회에서 게임의 향방이 결정되는 후방 교란이나 자리야의 궁극기를 방어 매트릭스로 흡수하는 장면 같은 중요 포인트를 모두 잡아줄 수는 없다. 해설이 이런 부분을 다 짚어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대회의 주요 장면들을 놓치고, 그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도 얻지 못한 시청자는 "보는 재미"를 느끼기 힘들어진다. 트레이서나 겐지 같이 게임을 휘저을 수 있는 영웅에게 시점이 고정되어 캐리하는 장면을 보여주거나, 위도우메이커의 연속 저격 성공 같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면 말이다.




▲ 다양한 스킬을 활용한 싸움은 매력적이지만, 그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집중하기 어렵다.


이러한 가운데 OWL은 아직 세부적인 방향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말 블리자드의 글로벌 e스포츠 디렉터 네이트 낸저가 "3분기 이내에 시작될 것"이라는 발표를 했지만, 아직 OWL의 핵심인 지역연고제의 연고 팀이 어떻게 구성될지조차 나오지 않는 중이라는 것이다.

블리자드는 미식축구의 예를 들어 많은 시청자와 매출을 올리고 있으니 우리도 그러한 수익을 올릴 잠재력이 있다라는 달콤한 미래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e스포츠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많은 팀이 "과연 우리가 투자를 했을 때 충분히 수익을 얻을 구조인가?"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미지수이며, 리그를 구성하게 될 선수 입장에서도 "과연 저 체제가 도입 되었을 때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상황이다.




▲ OWL의 미래를 우려하는 공식 홈페이지의 게시물




◆ OWL의 또 다른 불안요소, 체계가 적용된 후 저변을 유지할 수 있는가?

어쨌거나 블리자드가 OWL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명확하다. 블리자드가 주도적으로 e스포츠 생태계와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OWL을 처음 발표할 때 언급된 지역연고제나 중계 수익 분배 등 "비지니스" 측면은 NBA나 MLB, NFL 같은 프로 스포츠를 연상시킨다. 이것은 e스포츠를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의 종목으로 추진하는 움직임과 닮아있다.

이러한 움직임 자체는 놀이의 연장선에 그쳤던 e스포츠를 보다 전문화하고 선수의 안정적인 활동을 보장한다. 선수나 팀의 이름은 상표 가치가 되고, 그들을 후원하는 기업에게는 보다 명확한 광고 효과를 가져줄 것이라 기대되는 점이다. e스포츠 방송은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에 직접적인 방송 수익이나 중계권 사업 등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블리자드는 자신들이 만든 게임의 가장 큰 대회를 주도적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거듭해왔다.




MLG을 사내 부서로 편입해 본격적 준비를 하고 있지만...


다만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를 도입과 함께 많은 선수의 이탈을 불러온 스타 2나, 최근 글로벌 챔피언십 서킷으로 체제가 바뀐 후 지역별 결승이 사라져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처럼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하스스톤은 컵 대회나 와글와글 하스스톤 등 소규모 대회가 활발하고, 이렇게 얻은 포인트로 챔피언십 투어에 참가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낫다. 그러나 운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게임 특성상, 매해 상위에 입상하는 선수가 달라지면서 스트리머가 아닌 선수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다시 OWL로 돌아가 보자. 블리즈컨에서 공개된 OWL의 방식은 자본이 있는 오너에 의해 팀이 구성되는 형태인데, 의욕 있는 선수들이 뭉쳐 크고 작은 대회에서 성적을 내고 후원 업체를 얻는 기존의 방식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기존 방식이라면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두더라도 변변한 후원사가 없어서 팀이 해체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적어도 OWL의 방식대로라면 소유주와 선수의 계약을 통해 리그에 포함된 선수들의 안정성은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경우 지역 연고팀에 소속되지 못한 기존 팀이나 선수의 경우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지금처럼 중소규모 대회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상금 수익을 얻기는 힘들 것이고, 기존에 이런 대회를 지원하던 기업 입장에서도 블리자드가 밀어주는 공식 대회인 OWL 쪽에 서브 스폰서로 들어가는 게 더 효율적인 상황이 되는 것이다.

블리자드에서 OWL의 하위 리그를 별도로 편성해 운영한다면 다르겠지만, 다시 원론적인 문제로 돌아가게 된다. 현재까지는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공개된게 "아무 것도 없다"




▲ 실질적으로 수익이나 관심 등 모든 요소는 지역 연고팀의 오너에게 집중되는 구조이다.


만약 하위 리그가 구성되어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충분한 비전을 줄 수 있는가도 문제다. 먼 미래에도 유지될 것이 분명한 주류 스포츠와 달리 게임은 그 수명이 제한적이고, 선수가 전성기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은 그보다 더 짧은 게 현실이다. 메이저리그를 바라보며 고통을 감내하는 마이너리거와는 달리, 현재까지 공개된 OWL의 내용은 저변 유지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 신비주의는 그만! 더 많은 정보와 기반 대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블리자드도 허송세월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미 작년에 MLG를 인수해 자사의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있으며, CEO인 마이크 모하임 역시 한국에 방문해 APEX 경기 현장을 찾는 등 오버워치 e스포츠를 위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 최근 한국을 찾은 마이크 모하임 CEO. OWL과 관련된 뭔가 새 소식이?


그렇기에 아쉬움이 더더욱 남는다. 스타크래프트 1이 어떻게 e스포츠라는 판을 만들었는가? 명확한 수익 모델이나 투자자, 연고 지역이 있어서가 아니라 게임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만들어 낸 것이다. 플레이어들이 즐겁게 게임을 즐기는 과정에서 서로의 실력을 겨루고, 이러한 대결을 다른 사람들이 보며 새로운 재미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풀뿌리처럼 e스포츠 문화는 생겨났다.

결국, 게임이 롱런하고, e스포츠가 롱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반이 얼마나 튼튼히 다져졌는가가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의 OWL을 보면 이런 부분을 다소 가볍게 여기지 않나 하는 느낌을 준다. 마치 높은 건물을 짓는데 휘황찬란한 지붕부터 먼저 올리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며칠 후면 오버워치가 출시한 지 1년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야심차게 발표한 OWL은 아직도 불확실하게 표류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과연 블리자드는 어떠한 모습으로 OWL을 우리에게 선보일 것일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지금처럼 불확실한 바다에 선뜻 뛰어들고자 하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 전 세계가 지역을 대표하는 대결 자체의 포부 자체는 좋다. 그걸 실행하는 방법이 문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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