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폭풍저그 홍진호, 세계정상 LoL에 도전장 내밀다

게임뉴스 | 김경범 기자 | 댓글: 149개 |
게임이 e스포츠화(化)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면 바로 “승부”일 것이다. 그리고 승부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영광을 거머쥐는 승자가 있고, 승자의 뒤에서 씁쓸한 미소를 지어야 하는 패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역사는 승자들만의 기록이다”라고.

하지만 그 어떤 승자들보다 더욱 위대한 패자가 e스포츠의 세계에는 존재한다. 언제나 중요한 순간에서는 1등의 자리를 남에게 내줬지만 2등의 자리가 결코 낮은 자리가 아님을 보여준, 이제는 전설의 수준을 넘어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e스포츠 세계에 큰 획을 그은 선수. 바로 폭풍저그 홍진호 선수이다.






[ ▲ 그의 은퇴 소식이 알려진 순간에도 2위... 이젠 숫자 2와 떼놓고 생각하기 힘들다.(이미지 출처 : 포모스) ]



지난해 스타크래프트 1에서 은퇴 후, 스타크래프트 2에 도전하는 모습이 방송에 소개된 적이 있었지만 코드 A 진출을 위한 예선전에서 탈락한 이후 한동안 소식이 잠잠했기에 “은거 상태로 다시 스타2 리그에 도전한다”, “방송인으로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냐” 등 팬들 사이에서는 많은 루머들이 돌던 상황.

그리고 다시 나타난 그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프로게이머의 모습이 아니었다.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의 신생 프로팀, “제닉스_스톰”의 감독을 맡아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 관련 기사 : 새로운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팀, 제닉스_스톰 창단


이미 스타크래프트 2에서는 oGs팀의 박상익 감독이나 Slayers팀의 임요환 플레잉 감독처럼 선수 출신의 e스포츠 감독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그 종목에서 이름을 날리던 선수가 코치/감독직을 하던 것과 달리 전혀 다른 종목의 감독을 맡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그 주인공이 사상 최고의 2위라고 불리는 e스포츠의 아이콘 홍진호라는 점은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태동을 학창 시절부터 지켜보면서 수많은 올드 게이머들의 발자취를 알고 있던 기자에게 있어서도 이번 제닉스_스톰팀의 창단과 “황신” 홍진호의 새로운 도전은 상당히 충격적인 소식. 그와 함께 수많은 의문점들이 있었는데, 이러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 관련 기사 : 남들과는 다른 조합을 연구한다! 신생 LoL 프로팀 제닉스_스톰 인터뷰


그렇게 인벤에서는 제닉스_스톰팀의 초청을 받아 현재 선수들이 합숙을 하고 있는 인천의 연습실을 방문, 홍진호 감독과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 취재를 가던 중 실제 마주친 간판. 인터뷰 전부터 묘한 징조가? (이미지 출처 : 다음 로드맵) ]







『제가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나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라는. 이 새로운 도전이라는 게 어떠한 것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스타크래프트 2라거나 방송 등 여러 가지를 많이 했었죠. 사실 LoL도 광고 영상을 찍게 되면서 접하게 된 것인데 잘 알고 지내던 전직 게이머들이 많이 하길래 “도대체 이 게임이 뭘까? 왜 이렇게 많이 하는 걸까?”라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고 완전히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사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게임에 빠져들다 보니 공백기 아닌 공백기가 되어 버리더군요.(웃음)』


제닉스_스톰팀의 연습실에 찾아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기자가 던진 “스타크래프트 2로 전향했다는 이야기 이후 한동안 소식이 없었다”라는 말에 LoL에 빠지게 된 계기부터 설명하기 시작한 홍진호 감독.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에서 상당한 업적을 남긴 그도 북미에서 시작하는 게임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고 했다.






[ ▲ 신생 LoL 프로게임팀 제닉스_스톰의 홍진호 감독 ]




『사실 그때 가장 어려웠던 게 말이 안 통한다는 거였어요. 아예 초보이다보니 국내 카페나 공략 사이트 같은 것도 몰랐고, 기술이 전부 영어로 나와서 해석할 수가 없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그때 잠깐 포기하기도 했는데, 주위에서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하고 마침 한글 패치가 나온 덕분에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한글 패치가 나오고,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를 하기 전까지 언어의 장벽에 많은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에 새삼 공감하면서 넌지시 국내 서비스 이후에도 많이 플레이 했는가를 묻자 당연하다는 듯이 “많이 하고 있다”라고 답하는 홍진호 감독이었다.


『지금 랭크 게임을 600게임쯤 한 것 같은데 여전히 심해죠. 1400점대에 살짝 걸쳐 있는데 거기서 안 올라가요. 이게 징크스가 있는데 1380~1390점 정도에서 “한 판만 이기면 되는데...”하고 하면 거기서 한 판을 못 이겨요. 이게 스트레스가 너무 받는 거예요. 결국 자기 실력이 아닌 팀을 탓하게 되더라고요. “나는 왜 막판만 하면 이런 팀만 만나나”하고』


LoL을 즐기는 유저라면 대다수가 느낄 랭크 점수의 벽에 한탄하는 홍진호 감독의 모습은 그동안 알고 있던 폭풍저그나 황신의 모습이 아닌 게임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유저였다. 랭크 게임을 위해 전 포지션을 연습하고 있다며 “리븐이 재미있다”라는 이야기를 한 그는 “주위에서는 ‘콩’이니까 우‘콩’(오공)을 하라고 하더라”라면서 스스로를 디스(?)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정도로 게임을 좋아한다면 선수로 도전을 하는 길도 있었을텐데 굳이 감독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가 (프로)게이머의 입장이었잖아요? 좀 더 나은 게임 플레이를 하고 싶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도 많았어요. 사실 지금도 어느 정도 그런 생각이 남아있고요. 그런데 막상 게임을 하면서 느낀 게 “예전과는 다르다”, “힘들다”라는 거였죠. 주변에 같이 게임을 하는 올드 게이머가 많은데, 예를 들어 (임)성춘이 형 같은 경우만 해도 저보다 높아요. 나도 열심히 하는데 나보다 잘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자존심이 상하곤 하더라고요. 그런걸 보면서 “아, 너무 뛰어넘으려고 욕심을 부리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이쪽 분야에서 좀 더 잘하고 싶은데...”하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LoL이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마치 스타크래프트 초창기 같은데, 사실 선수라는게 혼자 크기 힘들어요. 끌어주는 사람이 있고 끌어주는 곳이 있어야 서로 조합이 되어 커 나갈 수 있거든요. 저 같은 경우도 스타 초창기에 끌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지금 (프로)게이머가 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제가 끌어주는 역할을 해보자라는 마음이 들어 이렇게 감독을 하게 됐습니다.』






[ ▲ 스타2에도 선수로 도전했던 홍 감독. 하지만 이젠 다른 선수를 이끄는 역할이 되고 싶다고...
(이미지 출처 : 곰TV 프로젝트A) ]




홍진호 감독이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현재 스타크래프트 2의 프로팀 oGs의 황규훈 단장의 권유가 많이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로 같은 1세대 프로게이머로 서로 친하게 지내던 중 LoL에 심취한 홍진호 감독을 보고 관심이 생긴 황규훈 단장이 서로 의기투합한 결과라는 것.



『게임 자체를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스타크래프트가 단기간에 성장을 했던 것처럼 LoL이 성장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럴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도 느꼈고요. 지금 e스포츠는 약간 침체기랄까? 꼭 스타크래프트가 아니더라도 LoL이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면 그 나름대로 이 분야에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스타크래프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e스포츠의 주요 종목으로 자리매김 했던 것처럼 LoL을 통해 그 시절의 열정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다는 홍진호 감독은 스타크래프트와 LoL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스스로가 초고수가 아니다보니 컨트롤 측면을 언급하긴 어렵지만, 순간적인 마이크로 컨트롤에서는 스타크래프트나 LoL이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봐요. 저 같은 경우 리븐 같은 챔피언으로 치고 빠지기를 할 때 공격을 하러 들어가는 순간 자신의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생기곤 하는데 이런 일이 없으려면 집중도가 많이 필요합니다. 한타 싸움을 벌일 때는 자기 챔피언을 잘 봐야 하는데 이게 안 되니 1400점대를 못 넘는 것일지도요.(웃음)』






[ ▲ 복잡한 난전 상황에서의 컨트롤은 일반 RTS 이상으로 복잡해질 수 있다. ]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하 RTS)에 못지않는 순간 집중력과 반응을 요구하는 것이 LoL이라는 설명. 아무래도 오랜 기간 RTS인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를 플레이 했기에 이질감이 있진 않았냐는 질문에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저 같은 경우는 RTS 장르를 스타크래프트로 처음 접했고, 그 전까지는 RPG류를 주로 즐겼습니다. LoL은 처음 해보는 AOS 게임인데 장르가 달랐지만 너무 재미있었어요. 스타크래프트 2로 전향했을 때는 새 게임인데 너무 익숙해서 노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LoL를 했을 때는 그 10년의 역사가 마치 세례라도 받은 것처럼 없어졌어요. 새로운 도전을 하는 기분이었고, 신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였죠.』

『LoL이 팀플레이인데 내가 잘 해서 캐리(팀을 주도해서 승리)하면 이기기도 하고, 그러다 지면 적보다 같은 팀원이 미워지더라고요.(웃음) 어떻게 보면 LoL은 이런 승부욕? 승부근성? 그런 것을 건드리는 게 많은데 이 자체의 매력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이러한 매력 때문인지 주위 올드 게이머들도 많이 즐기고 있다고. 실제로 League of Legends the Champions Spring 2012 같은 대규모 정규 대회가 개최될 정도로 LoL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 ▲ 국내에서 정규 리그로 처음 개최되는 온게임넷의 LOL Champions ]




『이번에 처음으로 공식 대회가 시작되는데 상금 규모가 상당한 편입니다. 이게 시작이라고 봐요.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온게임넷이나 인벤, 그리고 다른 곳에서도 다양한 대회가 많이 열리게 될 것이고,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대회에서 제닉스_스톰팀이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홍진호 감독에게 약간은 민감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바로 선수 시절부터 끝없이 따라다니던 “2위 징크스”가 감독을 맡은 제닉스_스톰팀에도 따라다니지 않을까라는 것. 어찌 보면 그동안 농담 소재로 많이 이용되고, 심적으로도 많은 부담이 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홍진호 감독은 오히려 초탈한 모습이었다.


『제가 2위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것도 사실 한 두 번 해서 생긴 게 아니잖아요? 10년이라는 역사가 있기 때문에 지금 제가 2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처음 2등 하는 것은 오히려 기쁜 일이죠. 처음 준우승을 했다는 것은 결승에 갔다는 의미니까요. 아마 (팀이 2등을 한다면) 그 자체로 만족할 것 같아요. 물론 계속 2등을 한다면 슬프겠지만.(웃음)』

『그리고 팀 선수들 입장에서도 2등을 하면 오히려 자기들이 미안할 거예요. 아니, 2등 때문에 제가 더 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웃음) 이 친구들도 자기들이 뜨기 위해서는 1등을 해야 해요. 당연히 이번 정규 대회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우승입니다.』






[ ▲ 목표는 우승! 24일 오프라인 예선에 대비해 맹연습 중이라는 제닉스_스톰팀의 선수들 ]




팀이 2등을 하면 오히려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거라며 1등이 되기 위한 각오를 다시 한 번 밝히는 홍진호 감독. 이미 한 명의 프로게이머로 1등 보다 값진 2등의 가치를 보여주었던 그는, 어찌 보면 생소하다고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또 한 번 도전을 시작하고 있었다.

은퇴 후 공식적으로 “두 번째”가 되는 홍진호 감독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많은 지망생과 후배들에게 당부하는 솔직담백한 조언을 마지막으로 들으며, 그의 경기에 열광하던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가 그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게 된 기자였다.



『스타크래프트 건, LoL이건 모든 게임에서 프로를 지망한다면 동등하게 적용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후배들 같은 경우 10대 초반에서 20대 초반까지가 대부분이잖아요? 사실 게임이라는 게 다가가기는 참 쉬운데 자기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나머지 삶이 판가름이 나거든요. 이러한 소중한 시간이 낭비되지 않게 단순히 게임이 재미있어서 하려는 건지 정말로 절실히 원하는 것인지 잘 생각해줬으면 합니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화려함만 강조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만 보니까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거든요.

하지만 현재의 생활을 포기해서라도 하겠다는 의지와 절실함이 있다면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각오가 되어있다면 남들이 겪지 못할 경험과 얻지 못할 무언가를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통해 얻을 수 있고, 그런 선수들이 성공할 수 있으니까요.』




■ 인벤 유저들을위한 홍진호 감독의 영상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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