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러분, 생방송이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리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3개 |

"이봐, 그냥 방 치우려고 거기 들어갔다는 건 잘 알아.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상황이 이러니 네가 오늘 뉴스 생방송을 좀 맡아줘야겠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영국식 억양의 목소리는 이내 생방송을 송출하는 방법을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아직 이전 방송의 크레딧이 올라가는 중이니 설명할 시간은 충분하다며 주인공을 안심시키지만, 곧바로 방송을 준비하라는 카운트가 시작되죠. 온 에어(On Air) 램프에 불이 들어오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1분, '낫 포 브로드캐스트'의 첫 스테이지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 가장 기본이 되는 생방송 송출 원리, 참 쉽죠?

데이브(수화기 너머 직장 동료)가 누누이 얘기하듯, 처음에는 생방송 송출이 그렇게 복잡하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크게 세 개 나뉜 스크린 중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것이 시청자들이 보게 될 화면이고, 가운데 있는 마스터 스크린은 송출 담당자가 주시해야 할 화면이죠. 왼쪽에 있는 네 개의 작은 스크린은 스튜디오에 배치된 카메라가 촬영한 각각의 화면을 표시합니다.

송출 담당자로서 주인공의 가장 큰 역할은 왼쪽에 보이는 네 개의 피드 중 송출하고자 하는 영상을 선택해 마스터 스크린에 띄우는 것입니다. 마스터 스크린에 뜬 영상은 약 2초 뒤 전파를 타고 전국 각지로 생방송된다는 점을 감안해 필요한 장면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죠.

온 에어 램프에 불이 들어온 순간부터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물론 방송 사고를 내지 않는 것입니다. 목청을 가다듬는 중인 앵커의 보습을 송출한다든지, 스튜디오를 준비하는 스태프들의 모습을 담게 되면 시청률은 곧바로 떨어지게 되니까요. 처음에는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인터뷰 장면을 송출하는 순간부터 고민할 거리가 많아지게 되는데, 시청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같은 장면을 10초 이상 송출하지 않기, 중간중간 인터뷰어의 리액션 담아내기 등 기본적인 규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카메라 교차 송출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생방송 도중에는 때때로 신호 간섭이 발생하는데, 때문에 영상의 품질이 떨어져도 시청률과 이후 방송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콘솔 오른쪽의 단추를 조작해 올바른 신호를 맞춰야 하고, 출연자가 욕이나 비속어를 쓸 경우 삐-처리도 해줘야 하죠.



▲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콘솔에 전기가 통해도 생방송은 계속된다(?)

이처럼 뜬금없이 생방송 송출을 담당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는 '낫 포 브로드캐스팅'의 핵심 게임플레이 매커니즘은 플레이어에게 만족스러운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새빨간 카운트다운 숫자부터 시청률 하락에 따른 경고음, 그리고 사소한 실수도 곧바로 방송 사고로 직결된다는 직업적 특성이 한 데 모이니 스릴러가 따로 없어요. 중간 광고를 송출할 즈음이면 잠깐 숨을 돌릴 수 있지만, 그마저도 1분 30초 정도로 정말 숨만 쉬면 끝나는 느낌이더라고요.

생방송이 끝나고 난 뒤에는 시청률과 자신의 송출 결과에 따른 등급을 받게 되는데, 생각보다 높은 등급을 받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단 0.5초 같은 장면을 더 오래 잡았다고 해도 감점 사유가 되고, 제때 비속어를 삐-처리 하지 않거나, 잡음을 제거하지 않으면 점수가 사정없이 깎이기 때문이죠. 방송이 끝나고 나면 그동안 녹화된 비디오를 다시 틀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이를 통해 자신이 내보낸 영상의 결과도 확인할 수 있어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느 정도 공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 스토리는 중간중간 텍스트와 선택지로 진행되고는 합니다

만족스러웠던 핵심 게임플레이와 달리, 스토리 진행에 대해서는 약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프로파간다 심(시뮬레이터)'라는 장르를 표방하며 출시된 게임인 만큼, 개발자들은 플레이어가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에서 달라지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현실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들어가는 것이 불가피하겠지만, 그래도 너무 풍자에 치우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죠.

이번 플레이에서 알 수 있었던 게임 속 주요 스토리는 '어드밴스'라는 과격 진보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한 가상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두 명의 공동 수상 체제로 임기를 시작하는 '어드밴스'당은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하죠. 새로운 국가 권력이 선거 공약에도 없었던 과격한 정치 행보를 보이는 사회는 이제 막 뉴스 생방송 송출을 담당하게 된 주인공에게 여러가지 고민거리를 던집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이 선택지들 중 하나를 고르는데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사뭇 아쉬운 점으로 다가옵니다. 생방송 단계에서 플레이어는 대기업에 새로 부임한 젊은 CEO의 학구적인 모습을 강조할 것인지, 아니면 카지노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선택할 수 있고, 또 정부에서 꼭 방영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광고 영상을 꼭 내보낼 것인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개 이런 선택들에 고민이 많이 필요하지 않는 점은 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 전개가 웃음과 풍자에 집중되어 있어 비롯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 대충 정부가 공익 광고를 강요하는 세계관... 하지만 진중함은 좀 떨어지는 편

얼리액세스 단계인 만큼, 에피소드 1 이후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도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다시 말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플레이어가 송출한 생방송의 내용이나 선택지에 따른 결과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아무리 얼리액세스임을 감안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스토리에 큰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의 정식 출시가 기대되는 이유는 현재 출시 단계에서 약 세 차례만 플레이할 수 있는 생방송 송출이 상당히 인상깊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한 번이라도 방송국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다면, 또 메인 카메라 뒤편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궁금했다면 게임을 즐기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 앉아있게 될 것입니다.

게임을 한 번 클리어하고 나면, 플레이어는 영국의 인디 개발사인 낫 게임즈(Not Games)의 감사 인사 영상을 확인하게 됩니다. 지금 버전은 그저 얼리액세스 단계의 콘텐츠일 뿐이고, 앞으로 보여드릴 것이 더욱 많다는 내용의 인사말이죠.

이어서는 앞으로 추가될 에피소드2의 단편적인 장면을 모아놓은 예고편이 재생됩니다. 더욱 갈등이 심해지는 정부와 사회, 그리고 결국 폭발해 버리는 뉴스의 메인 앵커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라건대 플레이어가 그동안 선택한 것들의 결과를 곧 확인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에피소드2에서는 선택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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