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게임 질병화'에 대한 심리학자들의 입장은?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댓글: 10개 |



금일(23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개최된 제73차 한국심리학회 연차학술대회 심포지엄 이튿날에는 게임중독 질병화코드 도입에 관한 토론이 진행됐다.

'게임중독, 질병인가?'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마음산책 심리상담센터의 센터장인 조성민 박사와 심리상담센터 감사와 기쁨 대표 이형초 박사가 발표를 맡아 게임중독 질병화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두 발표자는 게임 중독을 질별목록화 하는 의료계의 시도에 대해 각각 반대와 찬성의 입장의 근거를 제시하며, 나아가 심리학계가 준비 또는 대응해야 할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게임 장애 질병 목록화, 병인론/병리론적으로 모두 타당하지 않다"



▲ 마음산책 심리상담센터 조성민 박사

첫 번째 주제에 대한 발표를 맡은 조성민 박사는 '게임중독, 질병화만이 답인가?' 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나갔다. 그는 이번 발제의 목적부터 '게임중독 질병화'가 가진 용어의 문제, 그리고 게임중독을 하나의 질병으로서 목록화시키는 것에 대한 타당성에 관한 이야기를 주어진 발표 시간 동안 풀어나갔다.

"중독문제에 대하여, 질병 모델에 기반을 둔 지나친 의료적 접근에 대항하는 한국 중독심리학회의 심리학적 입장을 확인 및 공유하고, 나아가 게임중독 문제에 대한 심리 사회학적 개입의 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함"이라고 발제의 목적을 전한 조성민 박사는 ICD-11이 발효되는 2022년 1월 이후, 통계청이 KCD를 개정할 때까지 이 분야에 관한 추가적인 연구와 논쟁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살면서 운동중독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고, 무언가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에 대해 중독이라고 이야기하고는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심리학 전문가들 또한 중독이라는 용어를 질병이라고 개념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조성민 박사는 먼저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게임 장애 질병 목록화에 대한 용어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독'이라는 용어 자체가 질병이라는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며, "하지만 사실 중독은 질병에 대한 진단적 용어가 결코 아니며, 그저 심각한 수준에 이른 다양한 행동을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마도 진단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는 의료계의 시스템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진단이 없어도 문제에 관한 규정을 하고 치료적 접근을 할 수 있다. 중독이라는 용어와 질병이라는 용어를 구분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조성민 박사는 게임중독을 질병목록화 하는 타당성에 대한 문제를 짚고 넘어갔다.

그는 어떤 현상을 '질병'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병의 원인에 대한 연구와 함께, 병이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한 연구 모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즉, 병인론과 병리론 두 가지 근거가 있어야만 질병(Disease)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두 가지 근거 중 한 가지만을 성립할 때는 질병이 아닌 장애(Disorder)라고 부른다. DSM 체계에 실린 대부분의 심리학적 증상을 하는 이유 또한 정신과적 진단명을 가진 많은 증상이 병인 또는 병리적으로 모두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는 것이 조성민 박사의 설명이다. 참고로, 병인, 병리적 근거가 모두 없는 증상은 신드롬(Syndrome) 이라고 부른다.




이어서 조성민 박사는 게임중독 질병목록화에 대해서, 병인론적 및 병리론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며 발표를 이어나갔다.

그는 병인론적으로 근거가 부족함에 대해 우선 질병목록화에 필요한 기준에 부합되는 연구가 부족함을 지적했다. 게임중독 질병목록화는 물질중독 및 도박중독 기준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문제적 게임 이용의 증상학과 평가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콘텐츠진흥원은 올해 게임중독에 대한 정의가 16개나 혼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병리론적 근거 부족에 대해서 조성민 박사는 진단기준에 부합하는 이용자가 있다는 연구가 아직 존재하지 않고, 국내에서 진행된 조사 결과가 불일치함을 내세웠다. ICD-11 에 명시된 게임 장애는 같은 증서를 1년 이상 보일 경우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하였는데, 와인스타인( Weinstein)이 2017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진단기준에 부합하는 사람 중 같은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국내 유병률 연구 와 폐해 연구 또한 부족하다고 전했다. 2017년경 정보화진흥원과 콘텐츠진흥원에서 각자 유병률 조사를 했는데, 정보화진흥원의 조사 결과는 유병률이 30.3%가 나온 반면 콘텐츠진흥원의 결과는 2.6%로 격차가 현저했다. 조성민 박사는 "일반적으로 유병률 연구는 어떤 문제든 통상 전 인구 대비 4% 내외의 결과를 보이는 것이 통계학적 통설"이라며, 30%가 넘는 것은 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조성민 박사는 게임중독을 질병목록화할 경우 따라오는 문제를 언급하며 발표를 이어나갔다. 그거 처음으로 주장한 효과성의 문제는 바로 상당수의 청소년들에게 '정신질환자'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그는 게임중독을 질병목록화해 병원에서 치료받게 된다면, 병원이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치료방법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입원을 통해 게임 이용 기회로부터 일시적으로 격리하거나, 약을 처방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의학적 접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중독에 있어 유일한 치료법은 당사자들이 절대 포기하지 않는 자가관리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자기결정권과 결정 능력,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고 유지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야 하는데, (증상을) 병으로 규정짓는다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더 이상 회복하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고, 또 자신에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게 될 것이다"

조성민 박사는 "치료를 위한 다양한 옵션이 많이 있을 때 접근성과 가용성을 높인다"며 "게임중독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보다 더 다양한 옵션이 주어져야 하는데 의료적 접근만이 유일한 것처럼 접근하게 되면 오히여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조성민 박사는 게임중독에 대한 질병목록화 대신 가능한 대안을 이야기하며, 치유 접근에 있어 여러가지 모델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를 축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존재한다"



▲ 감사와 기쁨 대표 이형초 박사

"물론 지금까지 게임 중독에 대한 상담을 해 오면서, 우울증이 심하다든지 공존 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생각해봐야 할 것은 그 증상이 정말로 심각한 사람들의 경우는 어떨까에 대한 것이다. 정확하게 인과관계를 밝힐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의 삶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게임이라면 어떤 식으로는 영향을 미쳤으리라 추론해볼 수 있지 않을까."

다음으로 발표를 맡은 심리상담센터 감사와 기쁨의 대표 이형초 박사는 실제로 약 20년간 게임중독으로 고통받아 온 내담자들의 사례를 설명하며 게임중독 질병목록화가 필요한 근거와 심리학적 접근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형초 박사는 게임을 하기 위해 병원에 불을 지르고 탈출해 PC방을 간 환자의 사례, 유아를 굶어 죽일 정도로 게임만 하던 부부의 사례 등 비교적 극단적인 사건을 사례로 들며, 이러한 일이 실제로 벌어짐에도 게임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느냐며 발표를 이어나갔다.




그는 일반적으로 게임중독에 대한 상담 과정을 이야기하며 청소년의 경우 부모와의 상담, 미디어 교육, 그리고 생활 관리 순으로 치료가 진행된다고 전했다. 또한 게임을 제외한 대안활동을 제시하게 되는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활동을 찾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의 이형초 박사의 설명이다. 게임만큼 순간적인 재미를 제공할 수 있는 매체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형초 박사는 증상이 심각하면 약물을 복용하게 되는데, 의료적인 도움을 받는 부분이 많지 않지만 심각할 경우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 내담자는 게임을 '동네 친한 건달 형'이라고 비교했다. 즐거움을 유도하며, 자신이 이를 따라가게 되니 '형'처럼 느껴졌고, 게임을 하지 않으면 왠지 외로울 것 같고, 혼자서 뭘 하도록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아 건달처럼 느껴졌단다. 그럼에도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하면서 즐거웠던 시간을 생각하면 '친근함'이 느껴진다는 것이 그 내담자의 설명이었다"

다음으로 이형초 박사는 게임 중독 질병 목록화가 심각한 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는 이들과 사회에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전하며 발표를 이어나갔다.

그는 먼저 게임 이용 장애 진단이 등재됨으로 말미암아, 게임이 중독을 유발할 수 있을 만큼 유해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똑바로 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형초 박사는 특히 요즘 게임에 만연한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사행성 요소가 청소년에게 도박중독과 같은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그는 게임 중독 질병 목록화가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한 연구의 증가를 불러올 수 있으며, 나아가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한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사례로 이형초 박사는 셧다운제가 처음 실시될 당시 청소년의 게임 이용에 대해서 경각심의 목소리가 커졌던 것을 들기도 했다.




"게임중독에 대해서, 치료받아야 할 정도의 심각한 어려움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2~3%에 불과하다며, 이들 때문에 게임 산업의 제동이 생겨서 되냐는 주장도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의 가족이 게임 때문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 그 때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이 자리에 계신 분들에게 당신의 자녀가 하루에 7시간씩 게임을 즐기고 있어도 이것이 문화이고,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여쭤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형초 박사는 게임 이용 장애 질병 등재에 대해 심리학자의 입장에서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앞서 조성민 박사가 이야기한 것처럼 의료적인 방법으로 행위 중독을 치료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심리학계에서 상담사 교육 및 양성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게임 자체에 대한 연구와 개별 게임이 가진 중독성에 대한 지수, 그리고 게임 과의존에 대한 종단적 연구 등이 이뤄져 종국에는 4차 산업 혁명을 대비하는 심리학적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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