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20] 스팀에서 내 게임 더 잘 파는 방법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댓글: 6개 |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게임이 새로 출시되는 명실상부 PC 최대 콘텐츠 유통 플랫폼 스팀. 언제나 무슨 게임을 살지 고민하는 소비자들만큼이나, 개발자들 또한 넘쳐나는 게임들 속에서 자신이 만든 게임이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디 게임 디자이너이자 마케팅 컨설턴트이기도 한 크리스 주코스키(Chris Zukowski)는 GDC 2020 버추얼 토크를 통해 자신이 스팀에 게임을 출시하고 겪었던 일과, 이를 통해 배우게 된 점들을 유쾌하게 설명해 나갔다. 그가 스팀 상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신이 처음 출시한 게임이 잘 팔리지 않은 데서 비롯했는데, 당시 그는 '도대체 스팀에서 게임을 사는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게임을 구매하는것인지 궁금했다"고 전했다.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가 한 것은 실제 소비자들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었다. 전직 UX 디자이너이기도 했던 그는 '사용자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기 전에 디자인하지 말자'는 자신의 철칙을 지켜 실제 소비자들이 스팀 상점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조사를 위해서 그는 디스코드를 통해 전세계 참가자를 15명 가량 섭외하고, 원격 화면 공유를 통해 게이머가 상점 페이지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또 왜 그렇게 사용하는지 1:1 대면 인터뷰와 함께 진행했다. 각각 한 시간 정도 조사 분석을 통해 총 15시간 가량 스팀 상점 이용 행태에 대해 분석한 그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놓았다.


스팀 상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8가지 단계

크리스 주코스키는 자신의 분석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공유한 화면을 통해, 참가자들의 마우스가 스팀 상점 페이지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부분에서 고민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스팀 상점 페이지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마우스를 움직이며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게임의 정보를 검색하게 된다.



▲ 첫 이미지는 무조건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1. 브라우징하기

스팀 상점 검색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행동으로, 상점 메인페이지에 있는 여러 가지 게임들을 한 눈에 둘러보는 단계다. 이 때, 주로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게임이거나, 아트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경우 마우스를 올려 추가 정보를 확인하게 된다.


2. 호버링(Hovering)

추가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마우스를 특정 게임 위에 올려놓는 행위다. 마우스를 가져다 대면 게임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정보가 팝업되며, 총 네 가지 이미지가 번갈아가며 나오는데, 크리스 주코스키는 이 과정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호버링 과정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는 최대한 그 게임이 어떤 것인지 나타내는 것이 좋은데, 그럴수록 소비자의 관심을 더욱 높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마찬가지로 게임이 어떤 장르인지, 태그는 어떤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긍정적인 리뷰는 얼마나 달렸는지도 호버링 과정에서 알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부터 전반적으로 게임의 특징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추가적으로 크리스 주코스키는 게임에 추가하는 태그 또한 해당 게임이 가진 특징을 최대한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고르는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인디' 태그는 어떤 정보도 전달하지 못하는 가치 없는 것으로, 대신 게임의 장르를 더 특정할 수 있는 태그 다섯 개를 먼저 고르는 것이 좋다. 반면, '메트로베니아'나, '소울라이크' 등의 태그는 그 존재 자체로 어려운 게임을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기피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 젤다 정도 되면 이런 네 가지 이미지도 아주 준수하지만



▲ 각각 게임이 가진 요소를 알려주는 것이 조금 더 좋은 이미지 선택이다


3. 클릭

호버링 과정에서도 게임이 마음에 들었다면, 소비자들은 해당 게임을 클릭해 진짜 페이지에 들어오게 된다. 크리스 주코스키의 따르면 이후 소비자들은 가장 크게 1)게임의 아트와 2)태그, 3)짧은 소개글 이후 바로 4)리뷰를 보게 된다.


4. 게임 미디어 관찰

게임 페이지에 들어온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게임의 스크린샷이다. 주로 스팀 페이지에는 영상 콘텐츠 몇 개와 스크린샷 여러 장으로 구성된 미디어 칸을 확인할 수 있는데, 크리스의 분석 결과 처음부터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은 없었다.

스크린샷을 모두 확인한 소비자들은 그 다음에야 영상을 시청하는데, 전부를 보지 않고 재생 바를 여기 저기 클릭해 실제 게임 플레이가 어떤지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데 그쳤다. 스팀 페이지에는 시네마틱 영상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게임플레이 영상을 노출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된다.

한편, 크리스의 실험에 참가한 한 명의 소비자는 상점 내 스크린샷에 UI가 표현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UI는 대략적인 게임의 장르를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지표가 된다. 예를 들어 두 개의 체력바와 제한시간 UI가 있다면 대부분 대전격투 게임을 떠올리며, 화면 가운데 조준선과 하단에 총이 표시되어 있다면 FPS라고 자연스럽게 판단할 수 있다.



▲ 의외로 UI는 많은 게임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5. 태그 체크하기

스크린샷과 영상을 통해 게임의 전반적인 모습을 파악한 이후, 소비자는 태그를 체크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임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앞서 언급했듯 소비자에게 정보제공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인디' 같은 태그는 불필요하니 지우는 것이 좋으며, 자신의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명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태그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6. 간략 소개글 읽기

스팀 상점 페이지 우측 상단, 게임에 대해 짤막한 소개글을 통해서 소비자들은 실제 플레이어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동사(Verbs)를 확인한다. 크리스 주코스키는 간략한 소개글에 게임의 세계관이나 스토리를 적기보다는 실제 플레이어가 어떤 플레이를 기대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 소개글은 플레이어가 무엇을 하는지 '동사'를 쓰는게 좋다

7. 긴 소개글 읽기

실험 결과 긴 소개글을 읽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8. 부정적인 리뷰 읽기

크리스에 따르면 간략한 소개글을 읽고 난 소비자들은 바로 리뷰를 읽기 시작하는데, 그중에서도 부정적인 리뷰를 가장 먼저 읽어본다. 다만, 이 과정은 게임의 흠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며, 사람들이 불만을 표한 계기가 자신의 게임 성향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은 소비자가 스팀 상점 페이지에 들어온 뒤 약 90초만에 끝난다. 따라서 판매하고자 하는 게임이 아주 눈에 띄기 쉽도록 상점 페이지를 준비하는 것은 더없이 중요하다.


내 게임의 장르가 무엇인지 정확히 하자

강연을 이어간 크리스 주코스키는 다시 한 번 판매하고자 하는 게임의 장르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팀 상점은 해당 장르를 싫어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페이지가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돋보이도록 노력하는 페이지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크리스 주코스키는 자신의 실험에 참여한 참가자들 모두가 자신이 상점에서 본 게임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며, 다음과 같은 사례를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상점에서 게임을 찾아볼 때면 무심결에 장르가 비슷한 다른 게임과 비교했으며,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그는 아마존에서 소설을 판매하는 인디 로맨스 소설 작가들의 사례를 들어 더욱 자세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현재 아마존에는 약 800만 권이 넘는 인디 로맨스 소설이 독자의 눈에 띄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들은 과연 어떤 방법을 취하고 있을까?

놀랍게도 상반신을 탈의한 근육질 몸매의 남성이 등장하는 표지는 모두 똑같지만, 거기서 통용되는 언어를 알면 표지만으로 이 소설이 어떤 장르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 크리스 주코스키의 설명이다. 인디 로맨스 소설에는 여러 가지 서브 장르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1)하이랜더 로맨스와 2)시프터 로맨스, 그리고 3)역하렘물이다. 그리고 각 장르를 판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다 똑같아 보여도 나름 장르를 명확히 얘기하는 중

하이랜더 로맨스물의 책 표지는 스코틀랜드 스타일의 타탄체크 무늬를 걸친 남성이 칼을 들고 있으며, 동물이 멋진 남성으로 변신하는 시프터 로맨스물의 책 표지에는 남성과 동물의 모습이 같이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역하렘물의 경우 여성이 가운데 있고, 그 뒤로 근육질 남성 여러 명이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더 깊이 들어가면 하이랜더-역하렘물같이 특징이 섞인 책 표지도 등장하게 된다.

크리스 주코스키는 이러한 인디 로맨스 소설 시장에서 배워야할 점으로, 지극히 클리셰에 가까워 보이지만 자신의 장르를 표지부터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 꼽았다. 이미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는 게임도 많다. 유로트럭이나 파밍 시뮬레이터 같은 게임들은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차량을 전면에 내세우고, 대부분 FPS게임들도 군인의 모습을 표지로 삼는 것이 다 같은 맥락이다.



▲ 사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스팀 할인 기간을 잘 이용하자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 소비자들이 해당 게임이 정말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면 바로 구매 버튼을 누를까? 아쉽지만 아니다. 크리스 주코스키는 대부분 스팀 이용자들은 바로 게임을 구매하지 않고 할인 기간을 통해 여러 게임을 한 번에 구매한다고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특별히 할로윈 세일 기간에도 위와 같은 사회적 실험을 진행한 그는 참가자들 대분이 세일 기간중 찜목록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들은 현재 판매가보다는 할인율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자신의 찜목록에 언제 추가했는지 모르는 게임들이 들어있다고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크리스는 게임 개발자들이 바로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찜목록에 들어간 게임을 구매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대신, 상점 페이지를 계속 신선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도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되고 있는 게임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크리스는 상점 페이지에 업데이트 목록을 주기적으로 올리고, 세일 시즌에 맞춰 새로운 이미지를 배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지사항을 꾸준히 올리는 것 또한 개발자가 그 게임을 잊어버리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 소비자는 당신의 할인 기록을 다 알고 있다

할인율과 가격 또한 중요한 문제로, 사람들은 해당 게임이 과거에 얼마에 판매되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외부 사이트를 이용할 줄 알며, 그간 어느 정도 주기로 할인이 진행되었는지 기록들을 찾아보기도 한다.

따라서 너무 자주 할인을 진행할 경우, 사람들은 최저가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시기에는 절대 게임을 구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이는 각 개발사 및 퍼블리셔의 판매 전략에 따른 것이므로 자신의 전략에 맞게 세일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크리스 주코스키의 설명이다.


기존 구매자를 홍보대사로 만들자



▲ 친구의 의견은 게임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장바구니에 담긴 게임을 구매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크리스는 장바구니 또한 제2의 찜목록이나 다름이 없다며, 실제 구매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실제로 참가자 중 한명은 장바구니에 넣은 게임을 구매하기 전, 친구에게 문자로 그 게임을 사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이렇듯, 친구의 추천 여부는 사용자의 게임 구매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게임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 개발사의 이름이나 퍼블리셔의 이를 자주 참고한다. 유명한 개발사의 경우 이름만으로도 어느 정도 신뢰도를 얻게 되는 셈인데, 인디 개발자의 경우에는 조금 힘들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크리스는 여기에 대해 자신이 개발한 첫 번째 게임이 성공하지 못 했다고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개발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간다면 그만큼 신뢰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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