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서머] "주입한다고 실력이 되진 않더라" HLE '바이퍼'의 리더십

인터뷰 | 김병호 기자 | 댓글: 9개 |



"제가 겪어본 팀 중에서 가장 착해요."

한화생명e스포츠의 주장을 맡은 '바이퍼' 박도현은 팀원들이 착하다는 말을 칭찬으로 하지 않았다. 그는 착하다는 게 리그 오브 레전드를 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성격은 아니라고 말했다. 스프링 시즌 초기부터 팀에게 가장 큰 문제였다는 그의 말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장으로서 '바이퍼'가 보여준 리더십도 꽤 이색적이었다.

다음은 '바이퍼' 박도현과 한화생명e스포츠, 주장의 리더십, 그리고 '바이퍼'가 생각하는 '프로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인터뷰이다.


Q. 팀의 주장을 맡고 있어요.

제가 주장인가요?


Q. 주장이라는 걸, 평소에 잘 인식하고 계시진 않은가 봐요?

아무래도 다 또래이고, 주장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고 생각해서요.


Q. 그럼 평소에 주장으로서 팀 내에서 무언가 역할을 해야 하는 일은 크게 없는 편인가요?

평소에는 다를 바 같이 같이 지내고 있어요. 주장이라고 해서 무언가를 더 하려고 하기보다는, 포지션에 맞게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어요.


Q. 평소 인터뷰에서 비치는 모습을 보면 앞에서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보다 개인의 의사를 더 존중하려는 성격으로 느껴져요.

맞아요. 저도 그게 더 편하기도 하고요. 제 포지션이 내 할 것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어야 100% 실력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게임 외적으로는 누군가를 끌어주는 역할을 해야 할 때나 팀이 하나가 되어야 할 때는 저도 망설이지 않고 이야기를 하는 편이에요.


Q. 바이퍼 선수가 생각하는 주장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은 피드백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견 차이를 좁히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그 과정에서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자기만의 플레이 방식이 있어서 의견 차이가 발생하기도 해요. 그걸 서로 이해시켜주는 중재 역할을 하기도 하고요. 제가 피드백을 해야 할 때는 더 열심히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Q. 피드백 과정에 참여를 굉장히 열심히 하는 편인가 봐요?

처음 프로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피드백이 필요할 때는 바로 말하는 스타일이었어요. 다른 선수들이 보기에는 말이 너무 많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답답한 건 무조건 다 이야기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Q. 인-게임 내용 말고도, 주장으로서 게임 외적인 부분을 신경 써야 할 때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최근 팀에서 이슈가 있었는데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요.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저희는 직업이 프로게이머잖아요. 외적인 부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저희가 준비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팀원들에게도 우선은 우리가 해야 하는 것들에 집중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Q. 팀원들은 대부분 잘 따라주는 편인가요?

보기와는 다르게 팀원들 심성이 되게 착해요. 그래서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에요.


Q. 팀원들이 착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선수로서 착하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거든요. 게임에는 고집도 있어야 하고, 치열하게 의견 다툼도 해야지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하던데,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맞아요. 스프링 때부터 나왔던 저희 팀의 문제점이었어요. 우리가 너무 착하다 보니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그래서 저희 플레이에 방해가 된다면 저는 그게 정말 좋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필요한 이야기는 서슴없이 하고, 풀건 서로 푸는 게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게임이 항상 잘 되는 건 아니잖아요. 약간의 실수가 나오기도 하고, 그러면 서로에게 갈증 같은 게 생기게 돼요. 그런 느낌을 받을 때마다 저는 서로 편하게 이야기하고, 각자가 원하는 걸 팀원들에게 인지시키기를 바라고 있어요.


Q. 지금은 그런 문제점이 잘 고쳐졌을까요?

스프링 시즌 초반과 비교해서는 굉장히 많이 좋아졌어요. 지금은 다들 자기 자아가 좀 강해진 것 같아요.


Q. 그럼 예전과는 달리 다투기도 하나요?

그래도 여전히 다투는 일은 많지 않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Q. 여러 팀에서 있었잖아요. 역대 팀들과 비교해도 선수들이 착한 편인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겪어본 팀 중에서 가장 착하고 서로 배려하고 그런 게 많이 느껴졌어요.


Q. 정글러 ‘그리즐리’가 최근에 합류했잖아요. 어린 선수이다 보니 자기주장을 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런데 정글러 포지션은 그러면 안 되는 포지션이잖아요. 혹시 이 부분은 조언해주신 게 있나요?

우선은 팀을 새롭게 꾸리게 되면 일단 친해지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팀에 적응도 빨리할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이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최대한 편하게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그런 분위기에서 자기 생각을 말하게 되고, 그게 옳든 틀리든 조정해 나가는 과정이 피드백이고요. 처음에는 팀에 적응하는 데 시간을 좀 썼지만, 지금은 자기 생각을 곧잘 말하는 듯해요.


Q. 바이퍼 선수 MBTI가 ENTP라고 들었어요. ENTP는 굉장히 개방적인 스타일이거든요. 본인이 어떤 스타일의 주장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MBTI를 믿고 있진 않지만, 개방적이라는 말에는 동의해요. 저는 이 게임은 모든 부분을 가르쳐 줄 수 없다는 게 제 철학이에요. 쉽게 말하면, 각이라고 해야 할까요? 본인이 각을 알고 있어야 이어지는 플레이가 많아서, 그런 모든 부분을 주입한다고 그게 실력으로 이어지진 않더라고요.

보는 각을 넓히는 데는 본인 생각이 제일 중요해요. 그래서 웬만하면 그런 부분은 터치하지 않으려고 해요. 너무 말이 안 된다 싶을 때는 살짝 토론하기도 하지만, 되도록 선수들의 자율성을 더 중시하는 게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지금 저희 팀원들이 경기에 많이 뛰었고, 경험도 풍부한 선수들이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가 패치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게임이라서 계속 시도해야 더 잘할 수 있어요. 그런 시도가 데이터가 되고, 데이터가 많이 쌓여야 실력이 오르거든요.


Q. 서머 스플릿도 이제 곧 플레이오프라는 굉장히 중요한 단계에 들어가요.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나요?

솔직히 말하면, 이번 서머 플레이오프는 굉장히 어려운 길이 될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저희 팀이 방향을 잘 잡고 있고 앞으로 실력이 오를 일만 남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잘하는 팀들이 워낙 많고, 아직 이겨보지 못한 팀도 많이 있어요. 지금 남아있는 정규 시즌 경기를 준수한 경기력으로 이겨낸다면, 충분히 결승전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성격상 주장으로서 팀원들에게 이야기하신 적이 많이 없을 것 같아요. (맞아요). 이번 기회에 주장으로서 팀원들에게 한마디를 꼭 해야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시겠어요?

지금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고, 남아있는 경기도 그렇게 많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해, 1년, 1년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오늘을 후회 없이 살아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프로게이머를 왜 시작했는지 다시 돌아보고, 그런 열정이 다시 불타올랐으면 좋겠어요. 물론, 지금도 다들 열심히 하지만 끝날 때까지 더 불타오르기를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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