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NOW] 시차, LoL 태극전사들의 바뀌어 버린 낮과 밤

칼럼 | 김병호 기자 | 댓글: 16개 |



아시안게임 출장을 하루 앞둔 늦은 저녁, 국제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들과 함께 항저우로 먼저 떠났던 한국e스포츠협회 직원의 전화였다. 그는 LoL 국가대표 선수의 요청이 있어 부탁했다며 특정 브랜드의 졸음껌 세 통을 요청했다. 현지에서는 도핑 우려로 인해 식제품 선택에 많은 제약이 있고, 선수가 이전부터 애용한 브랜드의 졸음껌을 빠르게 구하기 위해 이러한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대회를 치르는 동안 컨디션 관리를 위해 불가피하게 졸음껌이 필요했다고 한다. 이유는 아시안게임 경기가 현지 시각 오전 9시부터 진행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LoL 프로게임단 소속 선수들의 일과는 오전 11시에 일어나 새벽 1시에 종료된다. 또, 새벽 1시 이후부터는 자유 연습이 진행되어 대부분의 선수는 새벽 4시 혹은 5시에 잠에 든다. 그런 선수들에게 오전 9시부터 진행되는 아시안게임은 사실상 밤낮이 바뀐 셈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LoL 국가대표팀이 첫 예선전을 치른 25일에는 선수들이 오전 7시 30분에 경기장에 도착했다. 또한, 선수들은 7시 30분에 경기장에 도착하기 위해서 오전 5시에 일어나 경기장에 나설 채비를 했다고 한다.

카자흐스탄 경기가 종료된 후 인터뷰에 나섰던 탑 라이너 '제우스' 최우제와 서포터 '케리아' 류민석은 "아침 경기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괜찮지는 않지만 적응하는 단계"라고 말하며 중간에 자던 중간에 잠이 끊겨 힘들었다고 말했다. LoL 대표팀에서 미드 라인을 담당한 '페이커' 이상혁 역시 "아침형 인간은 아니다 보니 오전 경기가 힘들다. 그래도 적응하는 데 문제는 없다"라고 말했다.

LoL 국가대표 선수들의 오전 경기는 중국을 만나게 될 4강전 경기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가 배포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LoL 국가대표팀은 27일 오전 9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중국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4강전 경기도 28일 오전 9시에 열린다.

이렇게 오전 시간에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선수단과 선수단을 지원하는 단체 모두 아침 컨디션 유지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선수단은 입국 2일 전부터 오전 9시 경기를 기준으로 생활 패턴을 조정했다. 이는 선수촌 이외의 별도의 연습 공간을 꾸렸기에 가능했다. 선수촌 내부의 e스포츠 연습실은 훈련하기 위해서 별도의 예약이 필요하기에 원하는 시간에 맞춰 연습하는 게 어렵다. 또한, 다른 선수들과 같은 공간을 사용해야 해서 전략이 노출될 가능성도 있었다.

이 밖에도 별도로 준비한 훈련시설에는 경기장에 설비된 것과 동일한 책상, 의자가 설치됐다. 이는 김정균 LoL 국가대표 감독이 중국 현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염려했던 것으로, 자리에 앉아 키보드와 마우스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선수에게는 조금의 높낮이 차이도 선수 플레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정식 스포츠 종목이 된 e스포츠에서 금빛 메달을 따기 위해 아침잠과 싸우는 선수들의 노력은 중국과의 경기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그들이 바뀌어 버린 낮과 밤의 시차를 이겨내고, 최선의 결과로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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