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장 체감한 '페이즈' 김수환, "스프링 때 전 유치원생이었죠"

인터뷰 | 신연재, 김병호 기자 | 댓글: 19개 |
이보다 성공적으로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가 있을까. 경쟁이 치열하기로 소문난 LCK에서 강팀의 원거리딜러로 데뷔해 로열로더에 올랐고, 순탄하게 꿈의 무대인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까지 왔다. 환경도 받쳐줬지만, 본인이 가진 재능의 크기도 컸다. 환경과 재능의 시너지는 확실히 굉장했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있는 젠지의 막내 아들 '페이즈' 김수환은 이제 롤드컵에서 자신의 데뷔 시즌을 마무리한다. 롤드컵에 앞서 젠지 사옥에서 '페이즈'를 만나 그간의 경험과 롤드컵에 대한 기대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데뷔 첫 해를 아주 성공적으로 보내고 있는 듯 하다.
지난 스프링, MSI, 서머의 '페이즈'를 스스로 평가해보자면?


일단 프로게이머로서 마인드는 변함없이 잘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내 폼이 만족스러워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똑같다. 실력적인 부분에서 확실히 스프링보다 서머 때 더 좋아졌다. 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 잘 알게 됐고, 라인전이나 디테일면에서 더 성장했다고 느낀다.

스프링의 내가 유치원생이었다면, MSI 때도 똑같이 유치원생이었고, 서머를 마치면서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성장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히 서머 때 얻은 게 많다. 특히,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된 게 크게 와 닿는다.


스프링의 첫 우승, 그리고 서머의 두 번째 우승은 어떤 차이가 있던가.

첫 번째 우승이 더 기뻤다.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시리즈의 흐름 차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스프링 때는 우리가 2:0으로 이기다가 3세트를 졌고, 거기서 한 판 더 지면 기세가 역전될 것 같아서 걱정을 했다. 실제로 4세트에 게임 분위기가 안 좋았다. 그런 힘든 상황에서 우승을 해서 엄청 기뻤던 것 같다. 이번에는 깔끔하게 3:0으로 이겨서 기쁨이 이전보다는 덜 했지 않았나 싶다.


평생에 한 번만 탈 수 있는 신인상 수상도 굉장히 기쁠 듯 하다.
반면, 올-프로 퍼스트에는 아쉽게 들지 못했다.


신인상과 로열로더는 딱 한 번밖에 기회가 없기 때문에 다른 상보다 더 기분이 좋은 것 같다. 퍼스트를 놓친 건 처음에는 아쉬웠지만, 생각해보니 써드-세컨드-퍼스트 순서대로 올라가는 것도 괜찮을 듯 싶었다. 내년 스프링이 퍼스트에 오를 차례다.





1군에 합류한 이후 서머에서 우승하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처음 1군으로 올라와서 스크림을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따라가기 힘든 것도 있었고, 그냥 그때 내가 너무 못했다. 정말 모든 부분에서 못했다. 게임하면서 소통하는 방법도 잘 몰랐고, 팀원들과도 대화를 많이 안 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기도 하고, 형들이 되게 많은 환경이 어색했다. 워낙 대단한 형들이라 괜히 다가가기 힘든 느낌도 있었다. 주변에서는 누가 처음부터 잘하겠냐고 하면서 위로 같은 조언을 해주셨고, 실제로 계속 열심히 하다 보니까 실력도, 소통도 많이 늘었다.


평소 감정 기복이 크지 않은 편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장 떨렸던 순간은?

나는 사실 데뷔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는 떨리고 긴장된다. 또, 스프링 초반까지는 게임 안에 들어가서도 떨렸다. 이제는 경기장에서 하는 게 익숙해져서 게임이 시작 되면 긴장이 거의 풀린다. 다만, 가끔 내가 큰 실수를 해서 게임 흐름이 꺾일 때나 자신 없는 구도를 할 때는 여전히 조금 떨린다. 게임 복기 할 때 가끔 라인전에서 얼어있거나 움츠려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이상하게 한타에서는 잘 안 떤다.


킬 캐치 능력이 독보적이다. 올해 LCK에서만 588킬을 기록했다.
대체 비결이 뭔가.


웬만하면 내가 먹을 수 있는 상황에는 형들에게 달라고 한다. 당연히 원딜이 킬을 먹어야 하니까. 그리고, 운도 무조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탭을 눌러서 상대 방어 아이템과 우리 팀 아이템을 보면서 딜 계산을 해서 최대한 먹으려고 노력한다. 근데, 사실 급박한 상황에서는 그냥 쳤는데 먹어지는 경우가 많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어떤 스타일의 원딜을 지향하나.
본인이 생각하는 '잘 치는' 원딜의 기준이 궁금하다.


나는 육강형의 원딜을 지향한다. 라인전도 세고, 콜도 잘하고, 한타도 잘하고, 메이킹도 잘하고, 설계도 잘하는 그런 원딜러가 되고 싶다. 그 중에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한타다. 원딜이라는 라인은 한타를 제일 잘해야 하기도 하고, 그래야 멋있기 때문에 한타 능력치가 가장 욕심 난다.





두 번째 국제 대회이자 첫 번째 롤드컵이 기다리고 있다.
경기장을 옮겨가면서 대회를 치르는 건 처음인데.


그토록 뛰어보고 싶었던 대회인 만큼, 설레는 마음이다. 어떤 경기장은 나에게 맞을 수도 있고, 어떤 경기장은 안 맞을 수도 있다. 그건 대회를 뛰는 모든 선수가 겪는 일이기 때문에 상관 없다. 평소에는 돌아다니는 걸 안 좋아하는데, 대회를 뛸 때는 지역을 이동하는 게 재미있더라. 이번 롤드컵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전 MSI 경험을 통해서 국제 대회에 대해 배운 점이 있다면?

MSI를 하면서 시차 적응 같은 건 잘하는 편이라 문제 없었고, 연습하는 환경도 국내 리그와 거의 비슷했다. 연습실에서 게임하고, 대회장 가서 대회하고. 차이점이라면 상대하는 선수들이었다. MSI에서 처음으로 다양한 리그의 팀을 상대하면서 각 지역의 성향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게 이번 롤드컵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롤드컵을 위해 가장 채워야 하는 능력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스프링도, MSI도, 서머도 항상 라인전이 뭔가 아쉬웠다. 상성을 이겨내는 것, 딜 교환 방식은 물론이고 섬세한 라인 관리, 이기고 지는 타이밍을 아는 것 등 모든 걸 포함한 게 라인전이다. 개인적으로 스크림이나 대회를 하면서 느꼈을 때 '데프트' 김혁규 선수와의 라인전이 가장 까다로웠다. 이번 롤드컵에도 라인전을 잘하는 선수들이 되게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라인전을 더 단단하게 준비하고 싶다.


생애 첫 롤드컵에 임하는 각오로 인터뷰 마무리하겠다.

잘하는 상대가 굉장히 많다. 어떤 팀이든, 어떤 선수든 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할 거다. 이번에도 팀원들과 열심히 준비해서 꼭 좋은 성적 내도록 하겠다.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있기에 우리가 스프링과 서머를 우승할 수 있었다. 롤드컵 때도 좋은 기분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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