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탄생은 이제 그만" 강력하고 독특한 스토리 만들기

게임뉴스 | 김수진 기자 |


▲ Academy of interactive arts&sciences foundation Don Daglow회장

게임 속 스토리를 만든다는 건 어떤 일일까. 물론 제작 예산이 많다면 전문 작가를 고용해서 작업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인디 개발사나 스타트업에게 게임의 스토리를 짠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 최초의 그래픽 MMORPG인 네버윈터 나이츠로 에미상을 수상한 Don Daglow가 생각하는 좋은 게임 스토리는 무엇일까. 게임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극작가이자 소설가로서 많은 상을 수상한 그가 데브컴 2019 현장에서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력하고 독특한 스토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게임 스토리를 쓰는 사람들이 셰익스피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며 "대신 그들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되는, 영향을 미치는 스토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Don Daglow에 따르면 스토리를 작업할 때 다섯 가지 포인트를 지키면 훨씬 쉽게 플롯을 짤 수 있다. 그 다섯 개의 포인트란 바로 플레이어와 그들의 목표를 아는 것, 덫에 빠지지 않는 것, 종이를 구겨서 새로운 이야기를 생각하는 것, 스토리를 3막에 맞춰 심플하게 작업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뒷이야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우선 모든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개발자들은 본인의 게임을 도대체 어떤 사람이 플레이할지에 대해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플레이어들이 언제 게임을 하고 왜 본인들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건가에 대한 것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목표는 무엇인지, 그들이 게임을 하면서 원하는 건 무엇인지 역시 알아야 한다.

그래야 거기에 맞춰서 스토리의 얼개를 짤 수 있다. 스토리의 스케일이나 예산, 스케줄 등을 맞추는 일 말이다. 이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게임의 크기에 비해 너무 방대한 스토리가 들어가거나, 잡혀있는 예산을 초과한다거나 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하는 멀티플레이 게임이나 소셜 게임의 경우 개발자들은 굳이 스토리를 하나하나 전달하기 위해 억지로 NPC를 만들어서 넣는다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이런 게임 속 배우는 바로 플레이어니까. 그들이 직접 스토리를 만들고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스토리 작업자는 플레이어들의 역할만 잘 잡아주면 된다.




다음으로 스토리를 만들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건 바로 익숙함의 덫을 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대 캐릭터의 어떤 물건이 3에서 16조각 정도로 부서지거나, 혹은 3에서 16개의 장소로 흩어졌는데, 당신은 반드시 그걸 찾아 영웅이 되거나 악당이 그걸 찾는 걸 막아서 완전 망하는 걸 막아야해" 라는 스토리는 정말 낡고 지겨운데도 불구하고 여러 작업자들이 걸리는 함정이라고 강연자는 말했다. 이런류의 스크립트들은 앞서 많은 게임들에서 수십 년에 걸쳐 사용되었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피로감을 느낀다.

이미 유명하고 좋은 결과를 낸 것들을 게임 속에 넣는 방식 역시 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뭔가 독창적으로 보이려면, 매우 특별한 특성을 여러가지 가진 캐릭터를 만들어 넣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타노스 하면 인피니티 건틀렛과 보라색 피부, 가지런한 이빨이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영웅의 여정을 따라가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진부하다. 특히 이런 플롯은 정말 수많은 게임에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영화나 드라마, 소설과 만화 등에도 오랜 기간 단골손님처럼 등장한 내용이다.




다음은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는데, 좋은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종이를 구기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이는 진부한 생각을 버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꺼내기 위함인데, 실행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뭔가 아이디어가 생기면 아무리 작거나 단편적일지라도 반드시 종이 위에 쓴다. 그리고 그 내용이 이미 익숙한 것들이라면 지체없이 종이를 구겨서 휴지통에 버리도록 한다. 이후 살아남은 종이에 적힌 것들을 모아서 리스트화 시키는 것이다. 이 '종이 구기기'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꺼내기 위한 방법인데, 쉽게 말해서 기존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어지는 포인트는 '단순하게 생각하기'다. 강연자는 이 과정을 좀 더 쉽게 하기 위해서 3막으로 나눠서 작업하는 걸 추천했다. 우선 1막은 먼저 설명하는 구간이다. 이 부분은 길지 않아도 되지만 지겨울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어느 나라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라는 내용이 바로 1막에 들어가게 된다.

2막의 경우엔 플레이어들이 상황을 진행하는 구간이 된다. 예를 들어 검을 6개 찾아서 가져와라 이런 부분 말이다. 게임 스토리에서는 특히 이 구간이 매우 길게 들어가는 편이다. 그래야 게이머들이 게임에 깊게 빠져들고 스토리에 감정적으로 동화된다고 그는 말했다.

스토리는 절대로 그냥 단순하면 안 된다. 텐션이 올라갔다가 또다시 해소되었다가 다음 사건에서 또다시 텐션이 올라가고 해소되고, 이런 부분이 있어야 한다. 이걸 좀 더 쉽게 기억하는 방법으로 그는 '투르 드 프랑스'의 코스를 제시했다. 평지가 나왔다가 오르막이 나왔다가 내리막이 나왔다가, 이게 강도별로 계속 반복되는 투르 드 프랑스처럼 게임 스토리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 마지막 3막에서는 극적인 피날레를 만들어서 보여줘야 한다. 예산의 가장 많은 부분을 사용하는 것도 이 구간이다.

강연자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전개 과정을 통해 게임 스토리가 플레이어의 감정을 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 중 감정적인 측면을 많이 파고든 이야기들이 결국 기억에 오래가는 것처럼 말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캔디 크러쉬 시리즈를 예로 들면, 세 네개의 쉬운 레벨 이후 어려운 레벨을 플레이하면 순간적으로 짜증이 날 수 있는데 이것 역시 스토리로 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분노라는 감정을 건드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어서 스토리가 좀 더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뒷이야기를 잘 사용해야 한다고 강연자는 말했다. 예를 들어 그냥 '옆집에 인상이 좋지 않은 남자가 산다'라는 것보다 '옆집에 한니발 렉터가 산다'라는 게 훨씬 효과적이고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져온다.

이는 한니발 렉터의 뒷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니발 렉터가 옆집에 살고 있기 때문에 옆집에서 나는 작은 소음 하나도 허투루 들리지 않을 것이고, 옆집 사람이 커다란 봉투를 들고 나가면 공포에 떨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뒷이야기를 사용하면 스토리를 훨씬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이미 완성했다 생각하는 스토리에 대해 다른 사람과 반드시 이야기해 보는 것을 권장했다. 이 과정을 통해 놓친 서사적 측면이나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을 꼭 반드시 팀원이나 동료와 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을 이해시키거나 수긍하게 만들면 되기 때문에 전혀 게임에 대해 모르는 사람과 진행해도 된다.

마지막으로 Don Daglow는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은 반드시 게임이 '아트'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환경을 탐험하게 하고, 처음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오락적인 즐거움이나 감동을 얻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게임이 결국 사람들의 인생과 맞닿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스토리는 그 근본이 되는 콘텐츠이기에, 이를 작업한다는 것은 소중한 기회를 얻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항상 마음 한켠에 가져야 한다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현지시각 8월 18일부터 24일까지 독일 쾰른에서 데브컴과 게임스컴 2019 행사가 진행됩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들이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게임스컴 2019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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