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7] '오버워치' 아트 변천사: '오리사'는 어떻게 탄생했나

게임뉴스 | 김지연 기자 | 댓글: 36개 |



깜짝 공개였다. 영상이 끝나자 관객들은 모두 환호했고 여기저기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오버워치 신규 영웅인 '오리사(Orisa)'는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인 GDC2017에서 그렇게 첫 공개되었다.

블리자드 아트 디렉터인 '윌리엄 페트라스(Willam Petras)'와 어시스턴트 아트 디렉터인 '아놀드 창(Arnold Tsang)'은 금일(2일) '오버워치 아트: 유산의 진화(THE ART OF 'OVERWATCH': EVOLVING A LEGACY)' 주제로 진행한 강연에서 오버워치의 프로토타입 아트와 더불어 신규 영웅 '오리사'를 선보였다.

그들은 강연을 통해 '오버워치' 초기 개발단계에서 어떠한 도전을 했는지 이야기했다. 특히 워크래프트나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기존 블리자드 게임과의 연계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월드를 구축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희망적인 미래와 활기가 넘치는 세계를 어떻게 디자인했는지, 개발과정에서 '오버워치' 개발팀이 중점을 둔 핵심 요소에 대한 소개도 빼놓지 않았다. 나아가 '오버워치'의 영웅과 맵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받았던 요인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 '아놀드 창' 어시스턴트 아트 디렉터(좌), '윌리엄 페트라스' 아트 디렉터(우)



본격적인 게임 소개에 앞서 두 개발자의 간단한 이력이 소개되었다. 윌리엄 디렉터는 현재 오버워치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블리자드에 입사한 지는 15년 되었으며, 과거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아트 디렉터였다. 게임업계 전체 경력을 합산하면 25년에 달하는 베테랑 아티스트다.

'아놀드 창'은 현재 윌리엄 디렉터와 함께 오버워치 아트팀 소속이다. 본래 만화 업계에서 종사했으나 APB와 '파이어폴'의 리드 컨셉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게임업계로 입문했다. 그는 현재 블리자드 7년차로 '오버워치' 내 캐릭터 및 세계 구축에 관여하고 있다.




아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본래 '오버워치'는 '프로젝트 타이탄(Project Titan)'이라는 이름으로 블리자드가 야심 있게 준비하던 타이틀이었다. '프로젝트 타이탄'은 SF세계를 바탕으로 하며, MMOFPS와 RPG가 결합된 전혀 새로운 형식의 게임으로 개발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4년에 블리자드는 "타이탄의 개발을 취소한다"고 밝혔고, 블리자드가 만드는 새로운 장르의 신개념 게임을 기대하던 유저들은 엄청난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개발 리소스를 버리지 않았다. 프로젝트 취소 이후 핵심 멤버를 추려 소규모의 개발팀을 꾸렸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오버워치'이다.







영웅 기반의 슈팅게임을 가장 처음 제안한 건 '제프 카플란'이었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컨셉 아트팀과의 협업을 통해 캐릭터와 새로운 월드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한 슈팅 게임을 넘어, 영웅마다 스토리를 가미해 플레이어들이 각 영웅에 보다 많은 관심과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획했다.

소규모 개발팀을 꾸리고 가장 먼저 생각했던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비전을 명확히 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어떠한 작업을 해 나가야 하며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 지에 대해 팀원들과 공유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어떤 방향으로 디자인을 풀어갈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었다.




'오버워치'는 블리자드의 신규 IP였지만, 블리자드가 내세우는 핵심적인 아트의 가치를 담고자 했다. 핵심 가치로는 '가독성(Readability)'과 '과장된 비율(Exaggerated Proportion)', 깊이있는 이야기(Deep Story)', 몰입감있는 세계(Immersive World)', '수작업한 느낌(Hand Crafted Feel)' 등 크게 5가지로 분류된다.

'가독성'과 관련해 윌리엄 디렉터는 "아트는 커뮤니케이션 요소다"라고 설명했다. 잘 만들어진 게임 아트는 그 자체만으로도 플레이어에게 메시지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 읽기 쉬운 아트가 잘 만들어진 것이라고 그는 덧붙여 말했다. 또한 '과장된 비율'을 캐릭터에 가미해, 저마다의 특성을 보다 직관적으로 와 닿게 했다.







'깊이 있는 이야기'는 어느 게임사에서나 빼놓지 않는 중요한 요소이다. 여기에 '몰입감있는 세계'를 더해,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할 때 실제로 그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수작업한 느낌'을 아트에 더해, 고퀄리티 아트를 추구함과 동시에 플레이어들에게 잘 만들어진 게임으로 다가가는 것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블리자드의 핵심 가치는 개발에 있어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IP였지만, 기존 게임들을 열심히 연구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동료 중 한 명은 '우리가 어떤 게임을 만들던 간에 이 가치들은 담겨 있어야 한다'며 블리자드 게임 아트북을 쥐어주고 갔어요."

'스타크래프트'는 서구적인 느낌의 SF 게임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고유의 스타일이 담긴 판타지 세계가 펼쳐진다. '디아블로3'에서는 고딕 스타일의 세련된 월드를 구현했다. 지금까지 블리자드는 다양하고 멋진 세계관을 구축해왔고, 이에 윌리엄 디렉터는 '아직 우리가 가보지 않은, 시도하지 않은 세계는 어디일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는 해답을 '지구'에서 찾았다.







엘윈 숲이나 오그리마와 같은 판타지 세계도 아니면서, 완전히 동떨어진 먼 우주도 아니다. 고딕 스타일의 배경에서 악마가 나오는 세계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친숙한 '지구'가 블리자드가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였던 것이었다.

친숙한 배경이기 때문에, 게임 내 요소에 '다양성'을 가미할 필요가 있었다. 익숙한 배경에 다양성마저 없다면 자칫 게임이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발팀은 캐릭터의 모습이나 캐릭터에 사용되는 주요 색깔을 다양하게 배치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변함없이 플레이어들은 영웅에게 친숙함을 느끼고 그들을 환영해주기를 바랬다고 윌리엄 디렉터는 전했다.




또한 플레이어가 싸우고 싶어할만한 공간을 만드는 것도 목표 중 하나였다. '희망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싸울만한 동기가 될 수 있는 맵을 디자인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나아가 '오버워치' 개발팀은 '역동성'을 중시, 과장된 캐릭터의 실루엣뿐만이 아니라 움직임 역시 다이나믹하게 보일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텍스쳐를 수작업으로 했으며, 브러시 기술 등을 사용해 보다 현실감을 더하려고 했다.



▲ 클래식 아트 타입 영웅들

오버워치의 영웅 중 일부는 기존 블리자드 게임이 가지고 있던 특징과 블리자드 만의 핵심 가치를 더해 완성됐다. 이를 '클래식 아트 타입'으로 명명했다. '토르비욘'이 대표적인 클래식 아트 타입 캐릭터인데, 과장된 실루엣과 수염 등을 보면 '무라딘'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나아가 스타크래프트2의 '스완'과도 유사한 컨셉이라고 한다.

사실 '토르비욘'의 초창기 캐릭터 컨셉은 지금과는 다소 달랐다. 드워프에 긴 수염을 가지고 있는 건 같았지만, 몸집도 지금보다는 왜소했으며 등에는 파이프가 달려있지 않았다. '샘 와이즈'가 이를 보고 피드백을 주었고, 이를 통해 더욱 과장된 몸집과 뱃살을 표현했고 오렌지 색을 더 넣었다. 최종 컨셉에서는 이러한 여러 아이디어를 응축해 완성했다.













클래식 계열의 캐릭터 디자인 이후 개발팀은 두 번째로 다양한 컨셉의 신규 영웅을 추가했다. 기획 단계에서 캐릭터 별 컨셉을 들었을 때 "이 사람들 제정신인가?" 싶었다고 한다. 고릴라가 한 마리 있고, 얼음을 좋아하는 중국 여자에 프로게이머 한 명, 거기다 기계 로봇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 클래식 타입 이후에 개발된 신규 영웅들

그 중 '트레이서'를 디자인하고 게임 내에 도입했을 때 내부에서 모든 개발자들이 "멋져(Awesome)!"을 외쳤다고 한다. '윈스턴'에 대해서는 "오버워치의 정신이 담겨 있는 캐릭터"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윈스턴을 기반으로 새롭게 디자인된 캐릭터가 있다면서, 스물 네 번째 신규 영웅인 '오리사(Orisa)'를 발표했다.

[▲신규 영웅 '오리사(Orisa)' 스토리 영상]

'오리사'는 11세의 천재 발명가 '에피 올라델레'가 눔바니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OR15 방어용 로봇들의 잔해를 이용해 만들어 낸 4족 보행 기계 로봇이다. 눔바니의 영웅으로 탄생한 '오리사'는 동물적인 컨셉을 다소 가미해 디자인되었다. 개발팀은 오버워치 내에서 옴닉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오리사'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오리사의 주무기는 고속 연사가 가능한 '융합 기관포'로, 상당히 먼 거리에 있는 표적에게도 정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력자탄을 발사해 주변을 지나가는 적의 이동속도를 감소시키며, 일정 범위 내의 아군을 강화하는 빔을 발산해 아군의 대미지를 증가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오버워치'에서 구축할 세계관으로 개발진들은 전세계 흥미로운 곳을 배경으로 삼고 개발했다. 세계관 구현에는 '크리스 멧젠'과 '제프 카플란'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들은 게임을 하면 실제 현실 속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가령 유저들이 하나무라에서 플레이를 하면서 "언젠가 가보고 싶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현실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세계를 디자인했다.




게임 세계를 구축할 때 블리자드가 중시하는 4가지 요소가 있다. 세계관을 독특하게 보이게 할 요소를 가미해 '장소감(Sense of Place)'을 살리는 것이 첫 번째이다. 또한 빛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해당 장소의 분위기가 전혀 달라지며, 영웅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극적인 빛의 표현(Dramatic Lighting)'은 중요하다고 윌리엄 디렉터는 강조했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가 중요한 요소라는 건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것이다. 하지만 '오버워치'는 빠른 페이스의 액션 슈팅 게임이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스토리를 가미하는 것이 플레이어들에게 더욱 와 닿을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경치(Memorable Vistas)'를 만들어 플레이어들의 머리 속에 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윌리엄 디렉터는 '아이헨발데'의 스크린샷을 보여주며 "무엇이 저 배경을 독특하게 만드는가"를 파악해보라고 말했다. 사실 게임 속 세계를 구현할 때 적용되는 법칙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래서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는 그 속에서 독창성을 가미하고 판타지 요소를 넣어야 한다.

기획 단계에서 "성이 들어간 맵을 만들고 싶다"는 의견이 제기 되었고, 윌리엄 디렉터는 당시 숲 형태의 맵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논의 끝에 성과 숲, 두 개의 컨셉을 모두 아우르는 지역을 디자인했다. 그렇게 '아이헨발데'가 탄생했다.







'오버워치' 맵에서는 저마다의 특색을 표현하기 위해 각 지역별로 상징적인 '색상'을 지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색깔 스펙트럼을 결정했다. 가령 아누비스 신전은 사막 맵이고 이집트 문화와 관련 있기에 황금색 중심으로 디자인되었다.

하나무라는 과거 유적이 담겨 있는데, 이로 인해 플레이어들에게 칙칙한 느낌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에 개발팀은 일본을 상징하는 벚꽃을 가미해 분홍 계열의 색깔로 화사함을 잡았다.




이러한 개념을 기반으로 '오버워치'에서 처음으로 제작된 맵은 '아누비스 신전'이었다. 본격적인 맵 디자인에 앞서 개발팀은 기존의 블리자드 게임을 조사했다. '디아블로'에 사막 맵이 있으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도 사막은 있었다. 나아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과 '스타크래프트2'에도 사막 맵은 있었다. '사막'이 블리자드의 여러 세계관과 연계되어 있는 장소임을 알았고, 오버워치의 첫 맵으로 만들기 적합했다고 한다.

초창기 아누비스 신전의 프로토타입 버전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굉장히 심플한 지형을 먼저 설계했으며, 그 속에 디테일한 묘사를 더했다. 실제 최종본에서는 쓸데없는 디테일은 빼고 필요한 요소를 중심으로 디테일을 살리고 색을 칠해서 특색 있는 맵을 완성했다.











마지막으로 블리자드 아트팀 구성원은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화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오버워치' 아트팀이 중시하는 핵심 요소 4가지로 '다양성'과 '희망적인 미래', '역동성', '수작업한 느낌의 결과물'을 짚으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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