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8] 격이 다른 고급스러움, '도자기' VR 개발자를 만나다

인터뷰 | 김지연 기자 | 댓글: 8개 |

VR기기가 상용화되면서 대형 게임사 뿐만 아니라 여러 인디 개발사에서도 VR게임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저마다 다양한 컨셉과 아이디어, VR기기의 특성을 활용한 다양한 게임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참신한 소재의 타이틀을 발견했으니, 이는 바로 도자기를 굽는 게임 '도자기(DOJAGI: The Korean Pottery)'이다.

'도자기'는 흙을 토련기로부터 잘라내어 물을 묻혀가며 도자기를 빚는 이른바 “도자기 물레 성형” 자체를 시뮬레이션 하는 게임이다. 모양 자체를 만들어 내는 것 이외에도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조각 칼과 도장을 이용해서 도자기 표면에 무늬를 새겨 넣는, 실제 도자기 제작에서 사용되는 각종 도구와 기술을 게임에 반영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3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개최된 '게임 커넥션 아메리카(GCA2018)'에서 유티플러스 조중필 개발 디렉터와 이창영 프로그래머를 만나 '도자기'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듣고 시연해볼 수 있었다.



▲ 유티플러스 조중필 개발 디렉터(좌), 이창영 프로그래머(우)

가장 궁금한 점은 "왜(Why)?" 였다. 왜 하필 도자기였을까? 이에 유티플러스 조중필 개발 디렉터는 "현재 VR게임을 보면 기존의 게임들을 컨버팅한 것들이 많다. 해외에서도 보면 슈팅 장르나 웨이브 디펜스 게임 중심으로 개발이 되고 있고, 이를 볼 때마다 식상함을 느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하지 않은 새로운,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여러 컨셉과 아이디어 중 '도자기'를 택한 부분에 대해 그는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나 옛 기록들을 보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건 '도자기'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한국에서 도자기 게임을 만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거라고 보았다"고 덧붙였다.

실제 도자기를 만드는 것과 같은 리얼리티를 추구하기 위해 유티플러스는 이천시와 미팅을 가지고 '도자기' 게임에 대해 함께 논의했고, 유명한 도예가와 만나 직접 도자기를 빚어보면서 과정에 대해 배웠다.

"처음에 이천시에 가서 이야기했을 때 그들의 첫 반응은 '이게 게임이 되나?' 였어요. 지금까지는 이런 게임이 없었고 아무도 안 하는 시도였기 때문에 어색하게 보였을 겁니다. 그래서 도예가와 만나 직접 도자기 빚는 법을 배우고 이를 게임에 적용해 현실감을 가미하고자 했죠. 개발 과정에서 수시로 도예가에게 스크린샷과 동영상을 보여드렸고 좋아하시더라고요"




'도자기'에서는 컨트롤러가 양 손이 되며, 어디를 쥐느냐에 따라 도자기 모양이 변형된다. 도자기를 빚다보면 손의 수분이 줄어드는데, 수분 유지를 위해 손을 적실 수 있는 물이 담긴 대야를 화면 좌측에 배치했다. 흙이 묻은 손을 대야에 담그면 흙이 씻겨나가면서 물의 색이 황토색으로 변하며, 물 속에 흙이 떠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또한, 물레가 더러워지거나 도자기를 잘라내기 위해 실에 대한 물리를 구현하는 등 여러 부분에 현실성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도자기 자체를 만드는 것 이외에도 공방(Workshop)을 꾸며내는 기능도 구현되어 각종 가구나 가전 제품을 자유롭게 배치하고 색상을 변경하여 자신의 개성에 맞춰 공간을 꾸며낼 수 있으며, 가상 현실 속의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컴퓨터에 저장된 MP3를 듣고 이어폰으로도 감상할 수 있게 게임에 등장하는 사물에 대해서도 현실적 요소를 가미하였다.




"공방 안의 선반에는 스피커가 있어서 재생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나옵니다. 또한 이어폰도 구비되어 있어서, 이어폰을 끼게되면 그냥 들을 때와는 소리의 형태가 달라지죠. 스피커와 가까울 때와 멀리 있을 때의 소리 크기도 물론 달라지고요"

도자기를 다 빚고 나면, 완성된 도자기의 겉면에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며 음각을 새기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원하는 부분에만 원하는 색을 입힐 수도 있다. 다만, 도자기를 말리고 굽는 과정은 생략되었다. 이에 이창영 프로그래머는 "실제로는 말리는 것도 중요하고 구울 때 불 조절도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까지 게임 내에 도입하게 되면 게임이 지루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략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도자기를 제작하는 업체와 협력해서, 유저가 게임에서 만든 도자기를 주문하면 그 모양 그대로 집으로 배송되는 형태의 서비스를 도입하면 어떻겠냐는 피드백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사실 저희가 '도자기' 게임을 만들 때는 현실적으로 3D프린터를 위한 모델링 익스포트까지는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도자기를 만드는 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더라고요. 저희 포스터에 있는 이런 항아리를 만드는데 보통 500만원에서 최대 3억 원까지 소요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실제 도자기로 빚는 서비스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재 버전을 만들기까지 걸린 개발기간은 총 7개월. 이번 GCA2018에서 보여준 시연 버전에서 나아가 최종 버전에서는 도자기 겉면에 그림을 그리고 음각을 새기는 기능도 도입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소셜 미디어와의 연동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바로 SNS에 올릴 수 있는 기능도 계획중이다. '도자기'는 PC용 VR 하드웨어인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윈도우 MR을 모두 지원하며 스팀과 오큘러스 스토어를 통하여 2018년 여름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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