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LCK의 일원으로 오랫동안 함께 했으면" - 함예진 아나운서

인터뷰 | 신연재, 남기백 기자 | 댓글: 29개 |
지난 8일, 총 5세트로 진행된 LCK 일정이 끝난 야심한 시각. 롤파크 빌지워터 카페에서 함예진 아나운서를 만났습니다. 소위 말하는 '풀세트, 꽉 찬 경기'는 아니었지만, 경기 종료 후 진행되는 미디어 인터뷰까지 마치고 나니 어느덧 시간은 밤 11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죠.

꽤 늦은 시간, 게다가 긴 방송 후에 하게 된 인터뷰라 약간의 걱정이 앞섰으나, 그건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밝은 얼굴로 기자를 맞이한 함예진 아나운서는 인터뷰 내내 모든 질문에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긴 답변으로 화답했습니다. 중간 중간 게임에 대한 사담을 나눌 때는 여느 게이머처럼 '급발진'을 하기도 하며, 시간을 꽉 채워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복귀하려는 차에 한 팬이 조심스럽게 건넨 팬레터에 "이런 거 진짜 처음 받아 본다"며 한참 동안 감동과 기쁨을 드러냈던 함예진 아나운서. 어쩌면 약간의 수다스럽기도 했던 함예진 아나운서와의 인터뷰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본 인터뷰는 6월 8일 LCK 경기 종료 직후 진행됐습니다.




Q. 반갑습니다. 먼저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2023 LCK 인터뷰어로 활동하고 있는 함예진입니다.


Q. 서머 스플릿이 개막해 한창 바쁘실 것 같아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서머가 시작한 지 이틀 밖에 안 됐고, 저는 오늘 첫 방송이기도 해서… 그전까지는 MSI도 있었고,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아프리카TV에서 진행한 ‘The GLoLy’도 찍었어요. 그러면서 롤에 관련 된 것도 많이 배웠고, 촬영 끝나면 혼자 공부하고 하면서 보냈습니다. ‘울프’님 방송 보면서 서머에 어떤 챔피언이 주로 나올지, 또 그 챔피언들의 스킬을 전부 알아야 한타가 일어났을 때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거 위주로 공부했어요. 또, 함께 하고 있는 언니들한테 인터뷰 스킬이나 꿀팁 같은 것도 많이 물어보고 배우고 있어요.


Q. 첫 국제 대회이기도 했던 MSI는 어떠셨나요?

저는 그런 느낌을 가장 많이 받았어요. LCK에 대한 자부심이 막 끓어오르는 느낌? 혼자 집에서 경기를 볼 때도 LCK 팀, LCK 선수들 응원하고, LCK 선수가 잘하면 막 벌떡 일어나서 환호하고 그랬어요.

또, 일적으로는 MSI를 진행하면서 그래도 나름 스프링보다는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프링 때는 제가 방송 경력도 많이 없고, 생방송을 진행한 적도 드물다 보니까 어설펐던 부분이 많았는데, 스프링을 보내면서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느리지만 성장했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사실 MSI 때는 인터뷰가 없어서 조금 편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죠.





Q. 조금 아픈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면, 스프링을 거치며 많이 비판을 마주하셨어요. 그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 MBTI가 극강의 S에요. 진짜 현실적인 사람이거든요. 제 기준에서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에요. 그게 시청자의 반응이고, 피드백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잖아요. 또, 이런 피드백도 저에게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어서 해주시는 말이고요. 그리고 사실 저 같아도 화가 날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팀의 좋아하는 선수가 이기고 인터뷰를 하는데, 그걸 이끌고 가는 아나운서가 잘하지 못하면 화도 나고, 실망할 수밖에 없잖아요.

당연히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속상할 때도 있죠. 너무 상처가 되는 날도 있고요. 하지만, 시청자분들이 처음부터 저에게 ‘나가라’ 이렇게 말씀하신 건 아니잖아요.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해주시는 말이기 때문에 나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아요. 그런 피드백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Q. 라이엇 게임즈에서는 성장과 발전을 위해 어떤 도움을 좀 주셨나요?

처음 방송 들어가기 전을 먼저 이야기해 보면, 제가 연합뉴스TV로 출근을 하거든요. 그때는 월화수목금 매일 출근을 했어요. 근데, 롤파크가 엄청 가까워요. 도보 10분 거리 안에 있어서 롤파크로 퇴근을 했어요. 제가 게임을 잘 못하고 거의 처음 접하다 보니까 게임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같이 플레이도 하면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또, 항상 어려운 게 있거나 찾아보기 힘든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너무 거리를 두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면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셨습니다.

다른 아나운서 언니들도 진짜 많이 도와주는데, 스프링 내내 ‘이렇게 하면 어때? 이런 말을 자주 쓰는데 대신 이렇게 해보는 걸 어떨까?’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다 피드백을 줘서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주변에서는 진짜 다들 많이 도와주셔요. 근데, 제가 성장이 느려서 그분들의 도움이 빛을 발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 커요.





Q. 또, 개인적으로는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도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게임을 진짜 많이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어쨌든 제가 게임을 많이 해봐야 챔피언 스킬이나 게임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분석데스크를 진행할 때 당연히 분석관님들에게 어떤 장면을 볼 건지, 왜 그 장면을 볼 건지 여쭤볼 수 있지만, 저 스스로도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해요. 그게 제 역할이기도 하고요. 분석관님들은 얼마든지 물어보라고 하시지만, 항상 그렇게 묻기만 하는 사람이 되는 건 제가 싫어요. 또, 인터뷰도 마찬가지로 제가 이해를 하고 있어야 질문이 쉽게 나올 수 있잖아요. 그래서 게임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주로 탑 말파이트를 하신다고요?

원래는 서포터를 하다가 요즘 탑으로 포지션을 바꿨어요. 말파이트요. 근데, 또 한 가지 챔피언으로만 계속 하다 보니까 한계가 있는 거에요. 그래서 칼바람을 도전했는데, 너무 못해서 같은 팀한테 욕을 많이 들었어요. 안 해본 챔피언들도 하고 싶어서 칼바람을 했는데, 안 해봤으니까 못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최악의 애쉬였다는 말도 들었어요. 그래서 다시 협곡으로 돌아갔어요.


Q.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고 인터뷰 하셨던 것도 봤어요.

어렸을 때부터 테일즈러너, 카트라이더, 겟앰프드 같은 게임도 많이 했고, 마지막으로 즐겨했던 게임으로는 배틀그라운드와 오버워치가 있어요. 사실 롤을 처음 접한 건 되게 예전인데, 그때는 한 번 하자마자 너무 어려워서 접었거든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게임 중에 롤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았어요. 챔피언도 많고, 포지션마다 특징도 다르고, 아이템도 그렇고.

그래도 LCK를 준비하면서 다시 롤을 시작했어요. 랭크 게임은 아직 못하고 있고, 일반 게임을 많이 해요. 사실 라이엇 관계자분들과는 실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제 지인들과 주로 하는 편이에요.





Q. e스포츠는 아무래도 온라인 기반이고, 연령대도 낮아서 밈이 굉장히 활발하게 통용되잖아요. 이런 점도 어려운 요소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밈을 진짜 많이 알고 있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여기 와서 알았어요. 내가 알고 있는 밈은 밈이 아니구나. 방송에서 나오는 밈은 모른다 싶으면 전부 찾아보면서 따로 공부하고 있어요. 요즘 정보 사이트도 너무 잘 되어있어서 따로 밈을 정리해 놓은 것도 있더라고요. 깔깔깔 웃으면서 공부해요.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본 밈이 있나요?)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본 건 고동빈 감독님의… 콩라인 밈이요(웃음).


Q. 어떤 밈은 좋지 않은 의미로 출발했다가 좋은 의미로 변하기도 하잖아요. ‘좋습니다’ 라는 별명도 그렇게 발전시키고 싶으실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힘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클템’ 이현우 해설님께서 ‘나는 그게 좋은데, 왜 그렇게 생각하냐. 밀고 나가라. 나는 나쁘게 보지 않는다. 내가 다른 아나운서 방송은 안 봐도 네 건 본다. 재미있어서.’ 이런 말들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놀리는 걸 수도 있는데, 나쁘지 보지 않는 사람도 있구나 싶었죠. 그래서 그냥 제 걸로 만들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한 번도 안 쓴 것 같네요(웃음). 조금 의식했나 봐요.





Q. 그러고 보니 오늘 오랜만에 다시 인터뷰를 진행해보셨잖아요.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아직 모니터링을 못해서 어떤 느낌일지는 모르겠는데, 마음가짐은 확실히 달라졌어요. 이전에는 틀리지 말자, 버벅대지 말자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면, 이제는 선수들이 이야기하는 걸 듣고, 그에 따른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어요.

스프링 때는 틀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압박감이나 부담감이 굉장히 커서 선수들이 이야기하는 거에 집중을 많이 못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틀려도 좋으니 선수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걸 우선 순위에 뒀어요. 물론, 틀리면 안 되지만 일단은 선수들 말을 경청하면서 티키타카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Q. 이번 서머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신가요?

팬분들이 봤을 때 ‘얘가 정말 노력을 많이 했구나’ 혹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이런 말을 듣고 싶어요. 스프링 때 부족한 모습을 보여드렸고, 서머까지 기다려보자는 말씀도 많이 해주셨거든요. 그런 팬분들에게 꼭 발전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Q. 이제 질문을 살짝 바꿔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e스포츠 업계에서 일한다는 건 어떤가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게임을 업으로 삼는다는 게 신나고 기쁠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어려운 부분도 많더라고요. 그리고, 사람들이 e스포츠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 줄 몰랐어요. 예전의 저는 그냥 게임을 좋아했던 사람이었고, 리그에 대해선 잘 몰랐거든요. 팬층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느꼈고, 그만큼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Q. 그렇다면 예진 아나운서가 생각하는 e스포츠의 매력은 뭔가요?

가장 큰 매력을 제가 직접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덕분에 선수들의 힘든 과정이 더 잘 와닿고, 선수들의 플레이에 더 진심으로 감탄할 수 있어요. 어떻게 저런 플레이가 나오는 건지. 나는 할 수 없지만, 선수는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보면서 존경하는 마음도 생겨요. 보는 재미도 더 커지는 것 같아요. 그게 e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Q.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네요. 예진 아나운서만의 목표가 있다면요?

e스포츠 쪽에서 자리를 확실하게 잡는 게 목표에요. 떠날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어요. 인기를 얻기 위해 온 것도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해 온 것도 아니에요. 여기에 자리를 잡고 싶은 마음이 커요. LCK 하면 열 분 중에 한두 분은 제가 떠오를 수 있게끔 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팬분들에게 한 말씀 전해주세요.

스프링을 보내면서 저도 정말 많은 걸 느꼈고,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드리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공부를 해왔어요. LCK 현장에서 직접 뛰면서 느낀 건 모두가 피땀 흘려가며 만든 역사라는 거에요. 제가 더 이상 폐가 되지 않도록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여전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잖아요. LCK의 일원으로 오랫동안 인정받으면서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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