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행동으로 신뢰를" 한국e스포츠협회 김영만 회장

인터뷰 | 서동용, 남기백 기자 | 댓글: 2개 |



사단법인 한국e스포츠협회는 지난 12월에 공석이던 한국e스포츠협회장 자리에 김영만 회장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김영만 회장은 2000년부터 한국e스포츠협회의 전신인 '21세기프로게임협회'에서 초대 협회장으로 5년간 활동했었다.

다시 돌아온 한국e스포츠협회는 사실상 편안한 자리가 아니다. 전임자와 측근의 비리 의혹이 있어서 회장 자리의 공석이 발생했고, 협회의 도적적 해이에 대한 비판도 상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왔다. 김영만 회장은 책임감을 느꼈다고 얘기했다.

"지금 협회에는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이해력을 바탕으로, 협회 업무에도 감각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왔습니다. 긴 고민 끝에 결정했습니다. 15년 만의 복귀 아닙니까.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런데도 초대 회장으로서 책임감이 더 컸습니다. 한국의 e스포츠가 가장 많은 힘을 발휘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뒤처지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무거운 마음으로 협회장을 맡기로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행동하는 것이 신뢰를 다시 쌓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만 회장의 이력은 다채롭다. 한빛소프트의 대표이사였고, 다양한 협회의 수장을 맡았다. 벤처기업, 문화와 콘텐츠, 게임과 소프트웨어에서 다양한 사업적 감각을 보인 바 있다. 그렇지만 업계 관계자나, e스포츠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 수 밖에 없다.

"LG 소프트에서 11년 근무했습니다. 원래 제 전공은 전산, 프로그래밍입니다. 서체(폰트)를 개발하는 일을 80년도 후반부터 시작했습니다. 이후 게임, 음반, 영화 사업을 맡았습니다. 당시 실적이 좋지 않았고, 정부에서 대기업의 계열사를 줄이라는 권고가 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99년 1월에 한빛소프트를 창업해 스타크래프트를 국내에 유통했습니다."





한빛소프트가 유통을 시작한 스타크래프트는 엄청난 인기였다. 300개 정도였던 PC방이 99년 한 해에 1만개로 폭발적 성장을 보여줬다. 그러나 큰 문제가 있었는데, 그 것은 스타크래프트가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이었던 것이다. 김영만 회장은 통신윤리위원회에 찾아가 스타크래프트 이용연령을 15세로 낮출 수 있도록 설득했다.

"스타크래프트는 1년에 14만장을 팔았습니다. 당시 잘되는 패키지 게임이 4만장 정도 팔리는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PC방 및 게임관련산업은 사상 첫 호황을 맞게 되었으며, e스포츠의 시작인 소규모 게임대회들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2000년 2월에 사단법인 21세기프로게임협회 설립허가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아, 같은 달에 협회가 출범했습니다."

약 20년 전의 일이다. 당시 e스포츠 시장과 지금은 많이 다르다. 그 시간동안 한국e스포츠협회는 존재했고, 좋았을 때도, 좋지 않았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최근 몇 년간은 마냥 좋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전임 협회장의 공과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와 관련된 협회 내부 문제들은 정리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사내규정 정비와 외부감사 강화 등 운영 정상화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무사히 치러내는 등 기존 협회 구성원들이 충분한 e스포츠 실행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회장으로 온 입장에서, 바뀐 e스포츠 시장에 대해 이해하고, 이에 맞는 협회의 발전 방향을 현 구성원들과 잘 만들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만 회장은 협회의 현재에 대해 냉정히 평가했다.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예전 협회는 단지 선수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있었다면, 지금은 그 역할과 함께 정부와 소통하고 아마추어 선수들이 자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로는 정부, 아래로는 아마추어 그 사이에 한국e스포츠협회가 존재해 허리 역할을 맡아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 상황에서 협회는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 중심으로 구조가 이루어져 있어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의 프로화 입장에서의 역할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e스포츠라는 산업적 측면에서 다양한 회원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해야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더불어 재정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회원사들의 회원비와 사업별로 제한된 국고로 운영된다. 한정적인 재정으로 실패 위험이 있는 모험적이거나 독창적인 사업을 하기엔 부담이 있다. 궁극적으로 한국e스포츠협회가 돈을 벌어야 다양한 것들을 시도할 텐데, 협회의 재정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아시다시피, 회장이나 회원사에서 지원하는 회비에만 의지해서는 협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여러 수익사업을 준비함으로써 지속적인 재정 마련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그 중 일부는 아카데미나 부트캠프 사업이 될 것입니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는 e스포츠 프로 선수를 양성 하는데만 집중돼 있다면, 협회의 아카데미는 민간에서 할 수 없는 심판, 지도자,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 커리큘럼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2월 25일 '경기단체로서 협회 기능 강화를 위한 2018년 액션플랜'을 발표했다. 앞으로 협회는 이런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영만 회장은 지난 해 12월부터 e스포츠 업계 관계자들을 두루 만나며 협회 방향성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계속했다.





"액션플랜 중 하나는 방금 언급한 아카데미와 부트캠프 사업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대한체육회 가맹입니다. 지난 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대전시에서 임시로 가맹을 인정해줘 출전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대전을 포함해 부산, 경남, 전남시도의 가맹이 완료돼었습니다. 대한체육회 인정단체 가맹기준을 충족해 상반기 중에 대한체육회 가맹을 신청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9개 시도체육회 가맹을 서둘러 대한체육회 준회원 지위 획득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e스포츠는 협회뿐만 아니라, 종목사, 게임단, 방송사 모두 협업해야 산업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빠르게 발전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모든 관계자, 단체들이 함께 협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영만 회장은 바빠질 예정이다. 정부에 정책 연구, 법안에 대한 제안, 새로운 협회의 신규 사업, 기존에 하던 선수들에 대한 권익 보호, 프로게이머 등록제, 데이터 아카이브 정립 등 일은 많고 쉽지 않다. 그러나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행동으로 신뢰를 얻는다"라는 말을 다시금 되새겼다.

"인벤 독자들은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사실, 팬이 없으면 e스포츠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협회는 긴 호흡을 가지고 다양한 e스포츠 종목과 대회를 기획하겠습니다.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함께 e스포츠 종주국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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