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정말 비즈니스 헤드셋에 그칠까? '바이브 포커스3'

리뷰 | 박광석 기자 | 댓글: 2개 |




HTC의 신형 VR HMD '바이브 포커스3(HTC VIVE Focus 3, 이하 포커스3)'가 지난 8월, 국내에도 정식 출시됐다. 포커스3는 2019년에 출시된 HTC의 독립형 6DoF VR 헤드셋 'HTC VIVE Focus Plus'의 후속 기기로, 4896 x 2448 해상도와 인체공학적 설계, 그리고 고급 비즈니스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포커스3는 현존하는 올인원 VR 중 가장 뛰어난 디스플레이 스펙과 교체 가능한 고속 충전 배터리까지 갖춰 성능 면에서 큰 개선을 이뤘으나, 당장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2'가 처음 출시됐을 때 만큼의 시장 파급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VR을 사용해본 적 없는 일반인들도 쉽게 입문할 수 있는 '부담 없는 VR 기기'라는 포지션으로 접근했던 퀘스트2와 달리, 포커스3는 첫 공개 당시부터 기업 단위 고객을 위한 비즈니스형 모델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주렁주렁 거추장스러운 케이블 연결로부터 자유롭고, 특별히 다른 기기와 연결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VR 콘텐츠들을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나, 1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기기 가격은 일반 사용자들이 감수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말 포커스3는 기업 단위의 비즈니스 솔루션용으로만 활용되는 기기인 걸까?




▲ 헤드셋 본체와 컨트롤러, 여기에 충전용 케이블과 어댑터를 더한 것이 '포커스3'의 모든 구성이다

HTC VIVE Focus 3
종류 : VR HMD
디스플레이 : 듀얼 2.88" LCD 패널
해상도 : 2448 x 2448 픽셀 (4896 x 2448 통합 해상도)
주사율 : 90 Hz
FOV : 최대 120°
프로세서 : Qualcomm Snapdragon XR2
센서 : 트래킹 카메라 4개, G-센서, 자이로스코프, 근접센서
오디오 : 듀얼 마이크, 듀얼 드라이버 지향성 스피커 2개, Hi-Res 3.5mm 오디오 출력
배터리 : 탈부착 및 세척 가능한 26.6Wh 리튬 폴리머 배터리
연결 인터페이스 : USB 3.2 Gen-1 Type-C 포트 2개, 블루투스 5.2 + BLE, Wi-Fi 6
기타 : 퀵 릴리즈 헤드스트랩, IPD 57~72mm 지원

포커스3는 VR 전문가, 콘텐츠 개발자, 기업용으로 개발된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기본적으로 VR 입문자나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편의 요소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고가의 하이엔드 기기인 만큼 VR 콘텐츠를 접하기에 앞서 다양한 부속품이나 준비물을 갖춰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포커스3의 구성품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탈부착할 수 있는 리튬 배터리가 본체와 따로 분리되어 있을 뿐, 실제로 사용되는 구성품은 헤드셋과 두 개의 컨트롤러가 전부다. 기기 본체에도 전원과 음량 버튼, 충전을 위한 단자, IPD 조절을 위한 다이얼, 페어링 버튼 정도만 있으므로 따로 복잡한 설명서를 보고 공부할 필요도 없다.



▲ 바이브 포커스3의 모든 구성품이 담긴 상자 외관



▲ 헤드셋의 배터리가 별도로 보관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기 외형은 HTC의 기존 독립형 VR HMD 시리즈인 바이브 포커스와 바이브 포커스 플러스에서 이어져 온 특유의 디자인에서 탈피하여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꾸며졌다. 둥근 고글 형태의 전면부는 퀘스트2를 연상케 하고, 정면의 사물이 그대로 비춰 보이는 유광 디스플레이는 밸브 인덱스의 그것과 닮았다. 전면부에는 룸스케일을 위한 네 개의 트래킹 카메라가 자리하고 있어 전작인 포커스 플러스보다 일신한 사양을 한눈에 체감할 수 있다.

포커스3 헤드셋과 함께 동봉된 컨트롤러 역시 기존 시리즈보다 더 정교한 조작이 가능해진 신형 컨트롤러다. 조이스틱과 그립버튼, 아날로그 트리거, 시스템 메뉴 버튼에 'ABXY 버튼'이 더해져 게임 콘솔의 전용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것 같은 향상된 조작감을 갖췄다.

포커스3 헤드셋과 컨트롤러를 상자에서 꺼내고, 별도로 동봉된 리튬 배터리를 본체에 끼워 넣으면, 포커스3를 활용하여 VR 콘텐츠를 즐길 준비가 모두 갖춰졌다.



▲ 헤드셋의 전원을 넣고 컨트롤러를 쥐면 자동으로 페어링된다



▲ 포커스3를 사용할 준비가 모두 끝났다

VR 헤드셋을 머리에 쓰면 가장 먼저 룸스케일을 위한 공간 측정이 진행된다. 기존의 바이브 헤드셋처럼 풀트래킹용 베이스 스테이션을 따로 설치할 필요도 없다. 그저 컨트롤러를 쥐고 지면의 높이, 주위 여유 공간을 선을 그리듯 표시해주면 끝이다. 이때 헤드셋 전면부의 트래킹 카메라를 통해 '패스스루(Passthrough)' 기능이 지원된다. 헤드셋을 착용한 상태로 헤드셋 밖의 모습을 볼 수 있으므로, 주변에 가구나 장애물을 피해 여유 공간만큼 VR 콘텐츠를 위한 구역을 설정하기가 수월하다.

VR 콘텐츠를 플레이하기 위해 꼭 '2m x 1.5m' 가량의 여유 공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용 공간 측정은 포커스3의 전원이 다시 켜질 때마다 기본적으로 진행되는 절차이므로, 만약 플레이할 VR 콘텐츠가 앉은 자세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형태라면 앉아있는 자리 주위로 팔을 뻗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만 지정해도 사용에는 큰 지장이 없다. 다만 VR 콘텐츠를 플레이하는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가능하다면 충분한 여유 공간을 지정해주는 편이 좋다.




▲ '공간이 좁아서 VR을 할 수 없다'는 말은 옛말이 됐지만,




▲ 움직임이 많이 필요한 콘텐츠를 플레이할 땐 충분한 공간을 마련하는 편이 안전하다

포커스3를 가동한 뒤 가장 먼저 실행해본 앱은 라이브러리 기본 앱으로 포함되어 있는 'VIVE Sync(이하 바이브 싱크)'였다. 바이브 싱크는 가상공간을 활용한 직관적인 협업을 가능케 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의사소통의 편의와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가상회의에 최적화된 것이 특징이다. PPT부터 PDF, 동영상 등 다양한 포맷의 자료를 공유하며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것은 물론, VIVE 전 제품으로 사용 가능하며 QR코드 스캔만으로 협업 공간으로의 입장이 가능하므로 접근성도 좋다.

지난 2020년에 바이브 포커스 플러스 헤드셋으로 처음 접해봤던 바이브 싱크 역시 가상회의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 눈에 띄었는데, 최근 진행된 업데이트를 통해 더욱 깔끔한 모습으로 일신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바일 앱을 활용하여 미리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아바타는 더욱 정교해졌고, 회의 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 배경의 종류도 훨씬 다양해졌다. 따로 잡혀있는 회의 일정이 없어 사용할 수 있는 회의 도구들만 살펴보는 정도에 그쳤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정말 모든 현장 회의, 행사들이 가상으로 대체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바이브 싱크는 기본 앱으로, 누구나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 바이브 싱크 앱에서 입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배경의 회의 공간들



▲ 회의 속 중요한 정보를 필기하고, 준비해온 자료를 함께 보며 다른 참가자들과 소통하는 것도 가능하다

포커스3는 정교한 수준의 룸스케일 설정을 지원하므로, PC와 연결하면 더 높은 사양의 PC VR 콘텐츠를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하다. 헤드셋을 쓴 상태에서 직접 접근하는 바이브 앱스토어 내의 콘텐츠 외에도, 스팀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수많은 PC VR 게임들을 전부 플레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때 활용하게 되는 것이 'VIVE 비즈니스 스트리밍' 기능이다.

VIVE 비즈니스 스트리밍을 사용하면 컴퓨터에서 헤드셋으로 직접 SteamVR 호환 콘텐츠를 스트리밍할 수 있다. VR 콘텐츠는 컴퓨터에서 생성되어 헤드셋으로 전송되므로, 포커스3가 최고급 PC VR 헤드셋으로서 기능할 수 있게 해준다. 준비물은 PC와 헤드셋을 연결해줄 넉넉한 길이의 스트리밍 케이블, 또는 Wi-Fi 5 이상의 무선 라우터다. 끊김 없이 쾌적하게 고사양의 VR 콘텐츠를 플레이하고자 한다면 스트리밍 케이블을, '선 없이 자유롭게 즐기는 VR'을 포기할 수 없다면 무선 연결을 선택하면 된다.



▲ PC 콘텐츠를 즐길 때 활용하는 '바이브 스트리밍 케이블'



▲ 포커스3와 PC에 간단하게 연결할 수 있다



▲ 포커스3로 PC VR 콘텐츠를 플레이할 때 필요한 시스템 요구 사항을 꼭 체크하자

PC VR 콘텐츠를 플레이하기까지의 과정이 처음엔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필요한 준비물을 모두 갖췄다면 그 이후로는 간단하다. 먼저 PC의 경우, 스팀에서 'SteamVR'을 검색해서 설치하고, 바이브 공식 사이트에서 'VIVE Business 스트리밍' 소프트웨어를 받으면 끝이다. 다음으로 포커스3 헤드셋을 쓰고 기본 프로그램인 '바이브 비즈니스 스트리밍'을 실행하면 PC와 연동이 이루어진다.

포커스3 PC VR 실기 테스트에서는 지난 8월 25일에 출시된 최신 VR 게임인 'I Expect You To Die 2'를 플레이했다. 다양한 상호작용을 만끽하며 자연스럽게 VR 조작법에 익숙해질 수 있는 초보자 최적화용 퍼즐 게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외에도 '하프라이프: 알릭스'나 '파스모포비아', '비트 세이버',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등 스팀에서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게임들은 모두 바이브 비즈니스 스트리밍을 통해 간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포커스3는 전작의 스냅드래곤 835에 비해 약 2.6배의 성능을 자랑하는 커스텀 칩셋인 '퀄컴 스냅드래곤 XR2'와 함께 독립형 6DoF VR HMD 비교군 중 최고 사양이라고 할 수 있는 4896 x 2448 통합 5K 해상도를 지원하므로 PC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여타 하이엔드 VR 헤드셋에 뒤지지 않는 높은 수준의 VR 체험이 가능했다.



▲ PC VR 콘텐츠를 플레이하기 위한 절차는 정말 간단하다



▲ 최신 VR 게임 타이틀도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다

기기의 무게는 탈부착식 리튬 배터리를 모두 포함하면 785g으로, 전작인 포커스 플러스보다 약 100g 더 무거워졌다. 하지만 약 2배가량 크게 개선된 해상도와 세부 스펙을 고려하면 크게 체감될 정도로 무거워진 편은 아니다.

착용자의 얼굴이 직접 닿게 되는 얼굴 부분의 쿠션에는 외부의 빛을 확실히 차단할 수 있도록 돕는 고무 재질의 가림막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헤드셋을 착용한 상태에서 외부의 빛이 완전히 차단되어 VR 콘텐츠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패스스루' 기능을 언제든 자유롭게 작동할 수 있으므로, 필요할 땐 헤드셋을 벗지 않아도 외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실사용을 고려한다면 기기 세척의 편의성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포커스3는 자석 방식으로 탈착할 수 있는 얼굴과 후면 쿠션이 적용되어 땀을 흘린 뒤에도 피부에 직접 닿는 부분들을 쉽게 세척할 수 있게 디자인됐다.



▲ 빛이 들어오는 것을 제대로 차단해주는 안면부의 쿠션 커버



▲ 헤드셋의 쿠션 커버는 자석 재질로 되어있어 탈부착이 쉽고, 세척이 용이하다

올인원 VR 헤드셋의 최대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 지속시간 문제에는 '탈착식 배터리 탑재'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보통 올인원 VR 헤드셋은 2시간 정도의 지속 시간을 갖는데, 2시간 이상 VR 콘텐츠를 계속 플레이하고 싶다면 '충전 케이블을 연결한 상태로 플레이하는 것'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케이블 연결 없이 무선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 선 없이는 제대로 콘텐츠를 즐길 수 없게 되는 셈이다.

포커스3의 리튬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시간은 약 2시간가량에 그친다. 배터리의 지속 시간 자체는 여타 올인원 VR 헤드셋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탈부착 배터리' 모듈이 적용됐다는 부분에 있다. 포커스3의 리튬 배터리는 30분이면 50%의 충전이 가능하므로, 여분의 포커스3용 배터리 모듈을 갖춰두었다면 이론상 연속으로 몇 시간이라도 이어서 VR 콘텐츠를 플레이할 수 있게 된다.



▲ 뒤통수가 닿는 부분의 쿠션 커버를 열면 배터리 넣을 수 있는 방식

헤드셋 본체와 컨트롤러만으로 사용자의 움직임을 제대로 잡아내는 룸 스케일과 조작 경험이 개선된 신형 컨트롤러, 고사양의 PC VR 콘텐츠를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즈니스 스트리밍 기능, 여기에 VR 콘텐츠의 장시간 재생을 가능케 도와주는 탈착식 배터리까지 갖춘 포커스3는 기업 단위 사용자는 물론, 일반 사용자들에게까지 높은 수준의 VR 경험을 선사해주는 하이엔드 기기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감안해야할 것은 128GB 기준 153만 원에 달하는 기기 가격이다. 이정도 예산이 있다면 같은 가격대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지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헤드셋 구매에 앞서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높은 사양의 VR 게임 콘텐츠를 플레이하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닌 VR 영상 감상이나 가상회의 참여 등에만 의의를 두고 있다면, 100만 원 아래 가격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2'를 함께 고려해볼 수 있다. 만약 PS나 Xbox 같은 거치형 콘솔처럼 한 장소에 설치해둔 뒤 앞으로 출시될 고사양의 VR 콘텐츠를 플레이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면, 바이브 제품군 내에서도 '바이브 프로2' 등의 하이엔드 헤드셋 역시 하나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 HTC 바이브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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