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 읽어주는 남자] 잘 가라, 케이틀린

기획기사 | 박범 기자 | 댓글: 40개 |



리그 오브 레전드에 10.19 패치가 적용됐다. 라이엇게임즈는 공식 패치 노트 소개 글에 '월드 챔피언십 패치'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월드 챔피언십에 대비하여 케이틀린 등 일부 챔피언이 다른 챔피언 대비 너무 과도한 위력을 발휘하지 않도록 할 거라 명시했다. 획기적인 패치나 변화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소소한 패치들이 줄을 잇고 있음에도 다가올 롤드컵에서는 챔피언들의 티어가 다소 바뀔 전망이다. 직접 이름이 불린 케이틀린 뿐만 아니라 몇몇 챔피언들의 성능이 패치 내용보다 더 크게 변화할지도 모른다. 특히, 미드와 바텀 라인 쪽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드-바텀 챔피언 티어 지각변동?




아칼리의 Q스킬 오연투척검이 너프 됐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최근 버프 내용이 롤백 됐다. 지난 10.12 패치와 10.16 패치에서 오연투척검 연속 버프가 있었는데 그 이전 수치에 비슷해졌다. 스킬 기본 대미지가 10.12패치 때 받았던 버프 수준으로 돌아갔고 주문력 계수는 그 이전 수준이 됐다.

이번 패치로 아칼리의 등장 횟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칼리는 10.12 패치 적용 이후 4대 리그(LCK, LPL, LEC, LCS)에서 픽률이 많이 증가했다. 그만큼 오연투척검의 성능이 아칼리의 티어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아칼리의 라인 클리어 능력에 큰 영향을 주는 스킬이니까.

단, 아칼리의 후반 캐리력에는 너프가 큰 변화를 일으킬 것 같지 않다. 프로 씬에서 아칼리의 캐리력은 단순 대미지 뿐만 아니라 화려한 이동기, W스킬 황혼의 장막과 궁극기를 통한 어그로 핑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팀별 해석에 따라 아칼리가 그대로 기용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칼리에 대한 선호도는 10.12 패치 이전으로 돌아갈 확률이 더 높다고 본다.




많은 사람이 아지르에게는 궁극기를 활용하는 소위 '슈퍼 토스'만 있는 줄 안다. 하지만 아지르의 진정한 존재 이유는 W스킬 일어나라와 Q스킬 사막의 맹습을 통한 지속 딜링에 있다. 아지르가 무난히 성장하면 원거리 딜러 못지않은 화력을 자랑한다.

해서 이번 너프는 아지르의 핵심을 제대로 찌르는 너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 LoL에서 지속 딜링이라고 하면 공격 속도가 중요한데 이를 직접 타격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킬 자체에 붙은 공격 속도 옵션과 모래 병사 3명일 때 받는 추가 공격 속도 모두 너프를 받은 만큼 아지르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크게 줄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스킬 1레벨부터 수치가 줄어 아지르의 무난한 초반 라인전 구도에도 타격이 있을 거다.

아지르는 최근 메타에서 아칼리와 라인전을 치른 적이 많다. 아칼리가 너프로 이전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할 거라는 예상과 더불어 아지르 자체 너프까지 있어 아지르 역시 티어가 내려갈 수도 있다.




케이틀린의 전성시대에 마침표가 찍힐 예정이다. 이번 너프는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라이엇게임즈가 케이틀린에 보냈던 애정공세를 전부 거둬들이는 내용이다. 심지어 원래 있던 것마저 빼앗아갔다.

지난 10.15패치는 케이틀린 입장에선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오랫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케이틀린에게 기본 공격력 2 상승과 이동 속도 5 버프라는 선물이 내려졌다. 이후, 랭크게임에서 곧장 두각을 드러냈고 프로 씬에서도 선택률 상승을 경험했다. 이어진 10.16b 패치에서 이동 속도 버프 롤백이 발생했지만 케이틀린은 대회 성적과 별개로 꽤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하지만 이번 너프로 케이틀린은 10.15패치 버프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갔다. 심지어 공격 속도 증가량은 이전만 못 한 수준이 됐다. 케이틀린이 워낙 공격 속도 상승효과를 덜 받기도 하고 너프의 정도도 0.5% 수준이긴 하지만, 어쨌든 예전보다 더 안 좋아졌다고 봐야 하니 이걸 계속 쓸 팀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만약 쓰이더라도 매번 밴 되던 시기보다는 덜 주목받을거다.




세나는 최근 바텀 라이너로 활용된다. 첫 출시 때부터 라이엇게임즈가 꾸준히 서포터로 밀어줬던 챔피언이다. 라이엇게임즈는 10.12패치에서 세나의 안개 유령 획득률을 8.33%로 크게 상승시키며 세나를 서포터와 원거리 딜러 챔피언의 중간 정도 위치에 두고자 했다. 여기에 유저들의 연구까지 더해져 세나는 이제 완전한 원거리 딜러로 자리 잡았다.

이번 패치는 세나의 캐리력을 줄이기 위한 너프다. 세나는 챔피언 특성상 종종 생성되는 안개 유령을 수급해 자신의 능력치를 무한으로 증가시킨다. 안개 유령은 미니언 사망 시 랜덤하게 생기고 대형 오브젝트가 사망해도 나타난다. 챔피언을 죽여도 생성된다. 이번 패치에서 말하는 안개 유령 생성 확률은 그중에 미니언에서 튀어나올 확률이다.

현 10.19패치에서 적용된 4.166%는 세나 첫 출시 때보다 낮은 수치다. 당시엔 5.55%였다. 잠깐 1%대로 생성률이 낮아졌을 때를 제외하면 이번 패치에서 세나의 영혼 생성률이 가장 낮다. 그만큼 세나가 전장을 누빌 수 있는 시간대가 뒤로 밀렸다는 뜻이다. 지금처럼 세나를 바텀 라이너로 기용해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마냥 미니언 무리에서 안개 유령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것보단 적극적인 딜교환으로 영혼 스택을 쌓는 플레이가 필요해 보인다. 프로 씬에서 그런 장면이 몇 번이나 나올지는 모르겠다만.




사일러스의 후반 캐리력을 더 끌어올릴 버프가 적용됐다. 현재 사일러스는 초반 라인전 단계에서 약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진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챔피언이다. 스킬 매커니즘 상 레벨이 오를수록 강해지기도 하고, 특히 상대 궁극기를 강탈해 활용한다는 콘셉트 때문이다.

프로 씬에서 사일러스는 오른이나 갱플랭크, 아칼리 등 궁극기 의존도가 강한 챔피언들에 대응하기 위한 픽으로 꾸준히 활용됐다. 더욱이 LCK를 제외하면 오른과 갱플랭크, 쉔까지 자주 선택받는 챔피언이기에 사일러스의 가치가 자연스레 상승할 예정이었다. 이번 버프로 사일러스는 더 많은 인기를 누릴 전망이다.

사일러스에게 호재인 소식이 한 가지 더 있다. 이번 패치에서 사일러스는 버프만 받았고 너프 소식은 없었다. 여전히 사일러스의 초반 라인전 구도가 약점으로 작용하겠지만, 후반 캐리력만큼은 확실히 올려준 만큼, 어쩌면 사일러스는 이번 롤드컵 '핫 챔피언'이 될 수도 있겠다.


계속 나오거나 계속 외면 받거나




원거리 딜러 챔피언들은 사소한 기본 능력치 버프나 너프에 크게 휘둘리는 편이다. 공격력 2, 이동 속도 5도 이들에겐 소중하다. 단적인 예로 케이틀린과 미스 포츈이 있다. 이들은 위와 같은 소소한 버프 한두 번으로 티어가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공격력 증가량을 올려줬던 패치들은 대부분 효과가 미비했다. 카이사와 자야가 그랬다. 이들은 꽤 오랫동안 외면받아 라이엇게임즈에서 레벨당 공격력 증가량을 소량 증가시켜줬는데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아펠리오스도 이번 10.19 패치를 통해 공격력 증가량 버프를 받았다. 기본 능력치 치고는 꽤 큰 수치다. 0.4가 올랐다. 레벨이 상승할 때마다 증가하는 수치니까 유의미할 수 있는 버프다. 또, 이번 버프로 아펠리오스는 출시 직후와 비교해도 0.2 오른 공격력 증가량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아펠리오스가 단숨에 다시 대회에 자주 등장하게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유는 위에 설명했다. 아펠리오스가 자야나 카이사보단 낫겠지만, 이번 버프만으로 날아오르기엔 이미 너무 많은 너프를 당했다.




루시안은 10.13패치와 10.16패치에서 받은 연속 버프로 존재감이 크게 오른 챔피언이다. 바텀 라인으로 갔을 때도 유의미한 버프였는데, 탑이나 미드 라이너로의 가능성이 더 많이 증가했다. 많은 팀이 루시안을 탑 혹은 미드 라인에 배치했고 좋은 결과를 누렸다. 프나틱의 미드 라이너 '네메시스'는 대회에서 무라마나 루시안이라는 선택을 해 루시안의 후반 캐리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에 라이엇게임즈는 루시안의 솔로 라인 등장 확률을 낮춰 멀티 포지션에 대한 근거를 줄이고자 이번 너프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바텀 라인이 탑이나 미드 라인보다 경험치 수급량이 적으니 레벨당 공격력 증가량을 낮추면 이러한 문제(?)가 해소되리라 생각했을 터. 더욱이 케이틀린과 애쉬 등 사거리가 길어 루시안을 괴롭혔던 챔피언들도 너프된 만큼 바텀 루시안의 가능성이 점점 상승하는 상황에 맞물려 라이엇게임즈의 의도가 통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루시안은 이번 너프에도 여전히 강력한 초반 라인전을 구사할 수 있다. 레벨당 공격력 증가량 너프는 초반에는 그리 의미 없는 내용이다. 루시안의 후반 캐리력이 무라마나를 구매해도 예전만 못할 순 있겠지만, 그렇다고 루시안의 티어에 큰 변화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거리 긴 원거리 딜러 챔피언들의 전성시대가 조금씩 시들해지면서 시비르에 대한 평가도 슬슬 올라가기 시작했다.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이즈리얼의 카운터 픽이기도 하고 후반 캐리력이 생각보다 강력하다는 점, 라인 클리어가 너무나도 쉽다는 점 등 프로 씬에서 시비르를 기용할 이유도 언제나 존재한다.

시비르는 사실 비운의 챔피언 중 하나다. 작년 9.24패치에서 기본 공격력 2 상승이라는 버프를 받았지만, 여전히 빛을 보지 못했다. 사거리가 너무 짧다는 한계가 명확해 버프의 효과가 미비했을 거란 분석이 있다. 이번 이동 속도 상승 관련 버프는 지난 공격력 2 버프뿐만 아니라 최근 메타의 흐름을 보면 시비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롤드컵 등장 가능성에 대해 묻는다면 '글쎄'라고 답하겠다. 원거리 딜러 챔피언 다수가 밴 된 시점에서 상대가 이즈리얼을 꺼낸다면 카운터 픽의 개념으로 가끔 등장할 순 있다. 더욱이 프나틱이라면 말이다. '레클리스'는 예전부터 시비르에 대한 맹목적 사랑을 보였다.




아리의 보조 스킬인 W스킬 여우불이 상향됐다. 지난 패치에서 아리의 스킬 매커니즘이 다소 변경됐는데 추가적인 버프라고 이해하면 된다. 아리를 새로운 퀸으로 내세운 K/DA의 컴백에 맞춰 버프가 되는 것도 인상적이다.

지난 패치와 이번 패치를 분석해보면, 라이엇게임즈는 오랫동안 외면받아온 아리를 최근 미드 라인 트랜드에 맞게 바꾸려고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여우불에 이동 속도 상승효과를 크게 주는가 하면, 미니언을 빠르게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부가 효과를 넣어주기도 했다. '라인을 빠르게 클리어하고 정글러와 함께 소규모 교전에 참여해 스노우볼을 굴려라'고 라이엇게임즈가 사실상 아리 플레이에 기준을 잡아준 격이다.

하지만 아리의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아리는 언제나 스킬 매커니즘이 아닌, 대미지 부족으로 외면받았다. 지난 변화와 이번 버프 모두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는 못해 아리의 티어는 여전히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렐리아의 궁극기 대미지가 버프됐다. 이렐리아의 중반 이후 한타 능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렐리아는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편에 속하고 화려한 이동기에도 상대의 집중 견제에 무력화되는 경향이 짙은데 이번 버프가 이를 어느 정도 해결해줄 수 있을지가 포인트다.

하지만 이렐리아의 티어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렐리아는 이번 버프에도 여전히 초반 교전을 통해 킬 포인트를 수급해야 활용 가치가 생기는 챔피언임에 변함이 없다. 그런데 이번 버프가 이렐리아의 초반 능력을 끌어올려 준 것은 아니라서 이렐리아를 플레이하는 팀에서 짊어져야 할 리스크에는 변화가 없다.

이럴 가능성은 있다. 이렐리아는 한타보단 스플릿 운영에 특화된 챔피언이다. 이번 궁극기 대미지 증가로 스플릿 단계에서 상대를 좀 더 쉽게 암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다. 이 때문에 간혹 조커 카드로 기용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 역시 현재 이렐리아의 입지 그대로일 뿐이다.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경우엔 고민을 많이 했다. 이동 속도 버프와 너프의 영향으로 챔피언 티어가 크게 갈린 적도 많았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번 버프는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티어를 크게 바꿀 것 같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동 속도 5 감소는 로밍과 스플릿 운영 위주로 플레이하는 트위스티드 페이트에게 가혹할 수도 있는 너프다. 주력 스킬이라고 할 수 있는 W스킬 카드 뽑기도 일반 공격을 통해 발동시켜야 하기에 이동 속도 너프가 체감될 수 있다.

하지만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로밍형 챔피언이라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궁극기인 운명에 있다. 운명은 준 글로벌 스킬로 엄청나게 먼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하게 해준다. 그래서 다른 챔피언에 비해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이동 속도의 영향을 덜 받지 않을까 생각해 위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외에도 우디르와 아이번, 베인이 버프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버프를 고려하더라도 대회에 갑자기 등장할 만큼 성능이 좋지 않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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