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벌써 나오기 있어? DRX 앞에 또다시 등장한 최종 보스, 담원게이밍

게임뉴스 | 박태균 기자 | 댓글: 34개 |



소년 만화를 보면 스토리 중간에 최종 보스가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최종 보스는 따라잡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압도적인 힘으로 주인공을 제압한 후 '강해져서 돌아와라' 따위의 대사를 던지고 먼 곳으로 훌쩍 떠난다. 이후 악에 받친 주인공은 온갖 방법으로 힘을 기르며, 강적들을 차례로 꺾은 후 최종 보스와 재회해 끝내 승리하고 해피 엔딩을 맞이한다.

하지만, DRX가 주인공인 제목 없는 소년 만화는 이러한 클리셰를 깨고 주인공을 또다시 위기로 몰아넣었다. 2020 LCK 섬머 스플릿 결승에서 0:3 완패를 안겼던 최종 보스 담원게이밍을 2020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8강에서 다시 만나게 한 것이다. 지난 패배로부터 지난 시간은 불과 한 달뿐, DRX는 과연 담원게이밍을 잡고 해피 엔딩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상체의 각성, 하지만 하체가

2020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가장 놀라운 부분은 신인급 선수인 '도란'-'표식'의 각성이었다. '도란' 최현준은 누굴 만나든 뚫리지 않을 것 같은 묵직함을 뽐냈고, '표식' 홍창현은 날렵한 여우처럼 영리하게 움직이며 적들을 사냥했다. 하지만, 그 반대로 봇 라인이 아직까지도 흔들리고 있다.




두말하면 입 아픈 베테랑 '데프트' 김혁규와 그와 수많은 게임을 함께 하며 재능을 꽃피운 '케리아' 류민석은 분명히 DRX의 많은 승리를 이끌었다. 라인전 중 '케리아'의 날카로운 킬각 캐치는 다수의 킬을 올렸고, '데프트'는 홀몸으로도 적의 공격을 받아내며 팀의 유연한 플레이를 도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두 선수의 캐리 비중이 점점 줄어들더니, 요즘엔 챔피언 픽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특히 젠지나 담원게이밍, 탑 e스포츠 등 강팀들을 상대로 말이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탑 e스포츠와의 두 경기를 살펴보자. 첫 번째 경기에서 커리어 두 번째의 드레이븐을 기용한 '데프트'는 킬 캐치는커녕 제대로 파밍조차 못하며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했다. 이어진 리벤지 매치에선 케이틀린으로 초반 주도권을 잘 잡았으나, 다수의 핵심 아이템을 갖춘 후 나오는 폭발적인 후반 캐리는 없었다. 차례로 쓰레쉬와 바드를 꺼냈던 '케리아'는 중요 순간마다 논타겟 스킬을 헛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상대인 담원게이밍의 봇엔 '고스트' 장용준과 '베릴' 조건희가 버티고 있다. 이들 역시 DRX의 봇 듀오와 마찬가지로 때로는 공격적으로, 때로는 수비적으로 템포를 조율한다. 그러나 DRX와 다른 점은 일시적인 폼 하락도 없이 계속해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롤드컵에서도 마찬가지로 '고스트'-'베릴'은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한편, 봇 라인에 나서는 모든 선수가 최상위급 기량을 갖고 있기에 순수 2:2 구도에서 사고가 터질 일은 거의 없겠다. 하지만, 섣부른 딜 교환이나 작은 실수는 곧바로 한 쪽의 스노우볼로 연결될 것이다. 만약 DRX의 봇 듀오가 흔들리는 일 없이 되려 담원게이밍의 봇 듀오를 압박하는 그림이 그려진다면 승부의 행방은 한층 묘연해지겠다.


중요 무대를 앞둔 김대호 감독의 선택




김대호 감독은 밴픽에 있어 그 누구보다 메타를 적게 타는 것으로 유명하다. 상대에 따라, 무대에 따라, 실시간 밴픽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데, 2018 LCK 섬머 스플릿 결승에서 꺼냈던 두 번의 탈리야-판테온 조합이 이를 간단히 대변한다. 이러한 특성이 1티어 챔피언이 완전히 고착화된 2020 롤드컵 무대에선 과연 어떻게 작용될까.

DRX는 이미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어느 정도 다른 길을 걸었다. 탑 e스포츠와의 첫 경기서 퀸-드레이븐을 뽑은 것이 대표적이며, 플라이퀘스트를 상대로는 '도란'에게 탑 마오카이와 제이스를 맡겼다. 결과의 경우엔 성공도 실패도 있었지만, 김 감독이 본인과 팀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았다는 점만큼은 확실했다.

이에 2020 LCK 섬머 스플릿 결승에 이어 또다시 담원게이밍을 만난 김 감독의 선택에 많은 관심이 모인다. 보수적인 밴픽을 통한 정면 대결로 체급 차를 확인하는 것, 또는 DRX만이 가능한 상대 맞춤형 밴픽을 하는 것. 만약 8강 상대가 담원게이밍이 아니었다면 전자의 확률이 더 높았겠지만, 일찍이 최종 보스가 등장한 이상 김 감독이 그 어떤 판단을 하든 이상하지 않겠다.

한편, 지난 결승 대결이 있었기에 이번 대결의 밴픽은 볼거리가 상당히 많다. DRX가 또다시 '표식'에게 릴리아를 맡길지,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계속 밴하는 대신 '쇼메이커' 허수의 신드라를 풀어줄지, '도란'에게 방패, '쵸비'에게 칼을 맡길지 하는 것들 말이다. 담원게이밍의 경우 루시안-애쉬를 밴 1페이즈서 고정적으로 잘라냈었는데, 이번엔 어떠한 변화를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편 연재 원하는 DRX, 승산은 분명히 있다




지난 기록과 최근 경기력을 바탕으로 다수의 관계자와 팬이 담원게이밍의 승리를 점치고 있지만, DRX에게 승산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모든 선수의 잠재력과 경기력 고점은 이미 수없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적절한 밴픽을 통해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김 감독의 의도대로 경기가 풀린다면 담원게이밍도 분명 흔들릴 것이다.

또는 수많은 팀들을 무너뜨린 담원게이밍의 공격성과 노림수를 DRX는 역으로 삼켜버릴 수도 있겠다. 지난 7월에 진행됐던 2020 LCK 섬머 스플릿 정규 시즌 1라운드에서 DRX가 두 번의 역전승으로 세트스코어 2:1 승리를 기록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담원게이밍도 그때보다 훨씬 강해지고 날카로워졌지만, DRX의 간절함과 열망은 그조차 넘을 수 있겠다.

파격적인 스토리로 진행 중인 DRX의 소년 만화에서 담원게이밍은 페이크 최종 보스가 될까, 진 최종 보스가 될까. 한 가지 분명한 건 해당 만화의 작가이자 주인공인 DRX는 최대한 긴 연재를 원한다는 것이다.


■ 2020 LoL 월드 챔피언십 8강 1경기

담원게이밍 vs DRX - 15일(목) 오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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