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학생 작품이라고!?" 국내 스팀게임 판매 2위 '던그리드' 개발팀을 만나다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99개 |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들이 만든 한 게임이 유저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요. 이렇다 할 포트폴리오조차 없었던 그들이 1년 4개월 간 만든 이 게임은 3월 1일 기준으로 국내 스팀 게임 판매량 전체 2위, 전세계 스팀 게임 판매량 32위에 랭크되었습니다. 국산 인디 게임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성공사례를, 이름조차 알려져 있지 않았던 대학생들이 해냈다는 데 특히 관심이 갔습니다.

말 그대로 혜성같이 등장한 국산 인디 게임, '던그리드(Dungreed)'. 데뷔작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개발팀 '팀 호레이(TEAM HORAY)'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 좌부터 팀 호레이 한우경 아티스트, 문지환 기획, 안태현 프로그래머





박태학 기자(이하 박태학) - 팀명이 독특하다. '팀 호레이'가 무슨 뜻인가?

팀 호레이 - 아트 담당하는 우경이의 인터넷 닉네임이 호레이다. 사업자 등록하려면 업체명이 필요한데, 우경이 별명이 그거니 그냥 그렇게 가자 해서 지었다. 큰 의미는 없다(웃음).

박태학 - 먼저 축하한다. 처음 만든 게임이 이렇게 잘 될줄은 솔직히 몰랐을 것 같은데.

팀 호레이 - 전혀 몰랐다. 일단 스팀에 출시하고, 분명히 우리가 몰랐던 버그들 관련해 초반부터 피드백이 올테니까 그거 고칠 준비만 하고 있었다. 사실, 마케팅도 로그라이크 장르가 미국 유저들에게 친숙하니까 그쪽에 집중하려고 했다. 국내 유저 분들에게 유명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박태학 - '던그리드'가 어떻게 국내 유저들 사이에서 알려지게 된건가.

팀 호레이 - 풍월량 같은 인기 스트리머 분들이 많이 해주셨다. 방송 나가고 난 이후에 판매량이 확 오르더라.



▲ 스팀 게임 판매량 국내 2위, 전세계 32위에 랭크된 '던그리드' (2018년 3월 1일 기준)


박태학 - 텀블벅으로 개발 자금을 모았다. 개발팀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거의 없다보니 무사히 완성될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을텐데.

팀 호레이 - 사실 우리도 만들면서 조마조마했다. 우리는 1월 말에 출시한다고 했는데, 텀블벅에 선례가 있지 않나. 만든다고 하고 안 만든 경우, 그냥 개발이 쭉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린 최대한 일정 내 완성하는 걸 목표로 뒀다. 좀 급하게 만든 감이 있어서,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좀 더 다듬어서 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일단 후원자들의 믿음을 깨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

박태학 - 개발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팀 호레이 - 처음에는 나(안태현) 혼자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금방 한계가 오더라. 주어진 시간 안에 제대로 된 퀄리티를 보여줄 수 없을 것 같아, 친구 우경이(아트 담당)에게 연락했다. 이렇게 둘이서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고, 이후 기획 담당하는 지환이, 사운드 만드는 승탁이가 합류했다. 다 나이대가 비슷하다보니 편하다. 사업적인 관계라기보다 그냥 다 친구라서 그런 것 같다.

박태학 - 솔직히 로그라이크가 아직 국내 게이머들에게 친숙하다고 보긴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데뷔작으로 이 장르를 선택한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넘쳐보인다. 이걸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봐도 되는 건가.

팀 호레이 - 그런 확신까지는 없었다. 그냥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였다. '할로우 나이트', '모모도라' 같은 게임들을 많이 했고, '데드셀', '엔터 더 건전'이나 '바인딩 오브 아이작'도 인상깊었던 게임 중 하나다.

박태학 - 디자인 면에서 '로그 레거시'와 비슷한 느낌도 난다.

팀 호레이 -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게임인 게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많이 하기도 했고. '로그 레거시' 특유의 레벨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고, 우리도 이런 면을 배워보려고 했는데,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박태학 - 데뷔작인 만큼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을 것 같은데.

팀 호레이 - 다른 일도 그렇지만, 상용 게임을 만드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느꼈다. 예전에는 그냥 어떻게든 많이 작업하면 결국 다 될 거라고 봤다. 코드가 좀 조잡해도 나중에 시간만 들이면 다 해결될 문제라고 봤다.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거다.

막상 게임을 만들어 출시하고 나니 우리가 놓친게 무엇인지 보이더라. 일단 유저들이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의성이 부족했다. 가장 처음에 내놓은 패치에 키 재배치 기능을 넣은 것도 그 때문이다. 또, 여러 기술적 문제도 나왔다. 우리가 테스트할 땐 문제가 없었는데, 게임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을 만들어본 적이 없으니 발생한 문제였다.


박태학 - 이전에 게임을 만들어본 적이 정말 한 번도 없었나.

팀 호레이 - 고등학교 다닐 때 가벼운 습작 정도만 만들어봤다. 작년엔 가벼운 러닝 게임을 하나 만들기도 했는데, 뭔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태학 - 그런데도 반응이 좋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제법 판매량이 높고. 다 합해서 벌써 약 4만 장 정도 팔았다.

팀 호레이 - 오늘도 스팀 전세계 판매 순위 1페이지에 있더라. 최근에 AVGN으로 유명한 'Cinemassacre' 공식 유튜브에서도 우리 게임이 소개되면서 판매량이 또 올랐다. 여기에 영상 올라오고나서 외국 유명 게임 스트리머들도 방송 해주면서 탄력을 받았다.



▲ 'Cinemassacre'에 소개된 던그리드


박태학 - 데뷔작을 PC로 냈다. 인디 모바일 게임과 비교하면 개발 기간이나 비용 면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데, 시작할 때 부담은 없었나.

팀 호레이 - 불안감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게임이 PC나 콘솔 게임이라... 그냥 이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모바일 게임을 거의 안 한다. 그쪽으로는 잘 만들 자신도 없고.

박태학 - 인디 게임이 워낙 많이 출시되고 있고, 이때문에 게임 잘 만들어도 묻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던그리드'는 마케팅도 참 잘한 것 같다.

팀 호레이 - 작년 4월 쯤인가, 스팀 그린라이트가 폐지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시스템 변경안을 봤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그리 좋아보이진 않더라. 그래서 폐지되기 전에 '일단 올려라도 보자'고 하고 등록했는데, 다행히 그린릿까지 됐다. 일단 스팀에 출시할 수 있는 통로는 열어둔 셈이고, 이후에는 여러 인디 커뮤니티에 우리 게임을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일단 작년에 개최된 BIC에 참여했고, 외국의 '인디DB'나 'ITCH.io' 같은 커뮤니티에서도 '던그리드'를 소개했다. 나름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 "작년 BIC에도 출품해 유저들의 반응을 얻고자 노력했다"


박태학 - 몇몇 사이드뷰 게임도 있기는 하나, 대체로 로그라이크 게임은 탑뷰나 쿼터뷰로 제작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이드뷰를 채택한 것도 눈에 띈다.

팀 호레이 - 처음에는 탑뷰로 만들고 있었는데, 이후 합류한 우경이가 횡스크롤 액션 형태가 더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어느 정도 만들어놓고 보니, 이게 더 괜찮아보여서 그대로 개발하게 됐다.

박태학 - 캐릭터나 보스 디자인도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하다. 도트는 언제부터 찍었나.

팀 호레이 - 3년 전부터 찍었다. 원래 고등학교에서는 3D를 배웠는데, 크게 흥미가 당기진 않았다. 그래서 2D로 넘어갔는데 리소스 뽑기에도 2D가 더 좋아보이고, 무엇보다 작업 자체가 재미있어서 아예 이쪽에 더 집중하게 됐다. 만들고 나서 느껴지는 성취감도 이쪽이 더 크고.





박태학 - '던그리드'의 어떤 부분이 유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하나.

팀 호레이 - 심플한 시스템이 잘 통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실, '던그리드' 유저들에게 오는 피드백을 보면 생각보다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단적으로 말해 로그라이크를 오래 한 유저들은 아쉽다고 하고, 안 해본 사람들은 '던그리드'를 좋아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로그라이크 게임을 만들고자 했고, 최대한 직관적인 게임을 선보이고 싶었다.

로그라이크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유저들에게도 인정받고 싶다라던가 뭐 이런 건 아니었지만, 운이 좋게도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국내 PC 게이머들에게도 알려지게 됐다. 여기서 또 운이 좋았던 게, '던그리드'가 스토리 중심의 게임이 아니라, 로그라이크 특유의 재도전 심리를 자극하는 게임이다보니 방송을 본 유저들의 구매율이 꽤 높게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박태학 - 로그라이크 장르에서 콘텐츠는 곧 가짓수를 의미한다. 무기가 얼마나 많은지, 적 종류가 다양한지, 스테이지 구성이 다채로운지 등을 따져 보고 할게 많은지 적은지를 판단한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던그리드'는 아직 완성된 로그라이크 게임이라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팀 호레이 - 사실이다. 우리가 생각해도 출시 당시의 '던그리드'는 약 70% 정도만 완성된 게임이었다. 이제 업데이트로 남은 30%를 최대한 메워야 한다. 생각 이상으로 많이 분들에게 사랑받은 게임이니, 개발자 입장에서 그 이상의 보답을 해야만 한다.

박태학 - 앞으로의 업데이트 계획은 어떻게 되나.

팀 호레이 - 말한 것처럼 가짓수를 늘리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무기를 비롯한 아이템 숫자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아서 지금은 이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또, '던그리드'는 1층부터 최하층까지 내려가는 게 주목적인데, 지금은 그 내려가는 과정에서 큰 변수가 없다. 기껏해야 방 배치가 달라지는 정도다. 유저들도 이 부분이 아쉽다고 해서 여러가지 랜덤 인카운터를 넣으려고 준비 중이다. 그외 새로운 보스도 준비 중이고... 올해 3월에는 이런 볼륨을 채우는 업데이트 위주로 작업할 예정이다.





박태학 - 좀 먼 이야기지만, 이후 차기작 계획도 들어보고 싶다.

팀 호레이 - 아직은 다음 작품을 만들 계획이 없다. 굳이 한다면 '던그리드'와 같은 플랫포머 액션 게임을 도전할 것 같다. 이번에 만들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만큼, 다음 작품 때는 실수를 덜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지금은 '던그리드'의 업데이트가 최우선이다.

박태학 - 개발팀 나이대가 젊은 만큼, 이후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게임사에 취업할 생각인지, 아니면 인디 게임을 계속 만들 계획인지.

안태현 - '던그리드'가 잘 안 되면 게임사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첫 작품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성공을 해서... 난 우선 인디 쪽을 계속 파보려고 한다. 물론, 다음 작품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우리 게임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분들이 좋은 피드백을 많이 주셨다. 이걸 최대한 수용해서 다음 작품 만들 때 활용할 계획이다.

한우경 - 나도 태현이 생각과 비슷하다. 앞으로도 인디 게임을 만들고 싶다.

문지환 - 사실... 난 잘 모르겠다. 원래 게임사에 취업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던그리드'가 성공하면서 취업을 미루고 이것에 집중하고 있다. '던그리드'의 모든 업데이트가 끝나고 나면 어떻게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려 한다.

박태학 - 데뷔작으로 인정을 받은 만큼, 앞으로의 목표도 예전보다는 커졌을 것 같다.

안태현 -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땐 '딱 1만 장만 팔려도 소원이 없겠다'라고 생각했다. 그정도면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다고 봤으니까. 그런데 판매량이 예상보다 훨씬 잘 나오니까... 좀 건방지게 보일지 모르지만 욕심이 생기더라. 앞으로 팀 호레이 하면, '이 친구들 게임은 믿고 살 수 있다' 같은 말을 듣고 싶다. 아직은 한참 부족하다. 앞으로도 더 노력해야 한다.

한우경 - 개인적인 목표라면, 내가 찍은 도트 작업물을 보고 사람들이 '이거 우경이가 만든 거네'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도트 그래픽 쪽으로 더 많은 인지도를 쌓는 게 목적이다.

문지환 - 게임에 대한 즐거웠던 감정을 남녀노소 모두에게 전달하고 싶다. 게임에는 많은 의미가 있는데, 내게는 어릴 때의 추억과 즐거움이다. 내가 느꼈던 이 감정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우리가 만든 게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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