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렌 브랙 블리자드 사장, '우리의 근본은 PC 게임에 있다'

인터뷰 | 박태학,유희은 기자 | 댓글: 147개 |


알렌 브랙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사장


작년 10월 4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공동 설립자이자 대표인 '마이크 모하임(Mike Morhaime)'이 사임했다. 게임의 역사를 논할 때 최소 10 페이지 이상 할애 가능한 게임사의 대표 은퇴 소식에 전세계 게임업계가 술렁였다.

블리자드의 새 대표 자리에 누가 앉을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혹자는 그 자리를 '독이 든 성배'에 빗대어 말했다. 일반적으로 유럽 축구 명문팀 감독 자리를 가리키는 표현인데, 위치에서 오는 무게감 등을 놓고 본다면 충분히 공감되는 비유다.

우려하던 공백은 없었다. 마이크 모하임 전 대표의 사임 편지는 'J. 알렌 브렉(J. Allen Brack)' 대표의 취임 소식과 동시에 공개됐다. 2006년 1월 블리자드에 입사한 그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프로덕션 디렉터와 개발 총괄을 담당하며 능력을 입증했다. 막중한 책임을 짊어질 인재로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그게 다른 회사도 아닌 '블리자드'다보니 많은 우려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취임 이후 블리자드의 행보는 유저들의 바람과 어긋나있었다. 모두가 기다리던 차기작 소식 및 e스포츠 대회 운영 방침 조정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실망의 목소리가 나왔다. 물론, 알렌 브렉 대표가 취임하기 전 결정된 사안일 수 있지만, 그렇다 해도 그의 자리가 유저들의 날 선 비판을 회피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위치라는 건 변함이 없다.

금일(20일), 약 10개월 간 '블리자드 시즌2'를 이끌어온 알렌 브랙 대표가 처음으로 내한했다. 주요 일정은 한국의 블리자드 게임 e스포츠 관람이며, 대표 자격으로 한국 게임 미디어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됐다. 그가 한국 게임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또 블리자드의 향후 비전도 들어볼 수 있었다.





최근 인원 변동 소식이 연이어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 이용자들이 '개발 기조가 변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블리자드는 가치를 중요시하는 조직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란, '게임플레이 우선'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플레이어 우선', '커뮤니티 우선'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한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블리자드 경영진들은 이러한 가치를 중심으로 회사를 이끌어야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취임 후 지금까지의 행보를 돌이켜 본 소감은?

우리가 어떤 게임을 만들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지 고민했다. 일단 개발 인재를 확충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개발 인력을 충원할 예정이다. 콘텐츠에 대한 팬들의 수요가 크다고 본다. 프랜차이즈 전반에 걸쳐 계속 훌륭한 게임과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현재 디아블로 프랜차이즈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디아블로는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큰 프랜차이즈다. 커뮤니티에서도 열성적으로 응원해줬는데, 작년에 발표된 이모탈 관련 피드백을 보면 의견이 좀 엇갈리는 것 같다. 당시 '아, 이제 블리자드가 모바일 게임만 만들겠네'라고 생각한 팬들도 있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는 건, 블리자드는 PC 게임 개발사이며 앞으로도 계속 PC 게임을 만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모바일 플랫폼은 또다른 기회일 뿐, 우리 중심은 PC에 있다. 작년 블리즈컨 때 이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아쉽다.


게임스컴 불참 이유로 '현재 준비중인 작품에 집중하겠다'라고 했는데, 준비중인 작품이 무엇인지.

우리는 게임 개발을 마무리짓고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을 때 출시일을 발표한다. 오늘 이 자리에서 신작과 관련한 발표를 하긴 어렵다.


한국 e스포츠 현장을 직접 본 소감은?

공공장소에서 게임이 생중계되고 세계적인 프로게이머들을 볼 수 있다는 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다. 특히, 현장의 열기는 직접 가보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난 e스포츠의 열렬한 팬이고, 현장에서 경기 보는 걸 정말 좋아한다. e스포츠는 계속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앞으로 e스포츠를 어떻게 더 발전시킬 수 있는지 고민 중이다.


HGC 폐지로 국내외 많은 히어로즈 팬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리그 폐지와 더불어 공개된 업데이트 주기 변경에서 많은 유저들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우리가 가진 모든 게임을 다 살펴보고 우선 순위를 고민했다. 이 팀의 규모가 적절한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을 거쳤다. 또, 해당 팀이 다른 프로젝트에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는지 고민하고 결정했다.


올해 2월, 사내 총 개발인력을 20% 늘린다고 발표했는데 이와 관련해 더 자세한 대답을 듣고 싶다. 늘어난 개발인력이 PC 플랫폼 쪽인지, 그리고 기존 프렌차이즈 강화 목적인지 혹은 신규 프로젝트에 투입되는지 설명 부탁한다.

딱 한 가지 답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프랜차이즈마다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건 많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선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플랫폼, 게임마다 많은 개발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알렌 브랙 사장은 호드인지 얼라이언스인지,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주종족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난. 우리 자식들 다 똑같이 사랑한다. 단, 스타크래프트에선 평생 프로토스로만 게임했다.


와우 클래식이 출시 1주일 남았다.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2013년 블리즈컨 당시에는 기술적 이슈로 와우 클래식의 구현이 매우 어려웠다. 이걸 어떻게 완성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현재는 기술적 해결책을 찾았고, 커뮤니티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동시에 현재의 와우도 함께 운영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서서 클래식을 출시하게 됐다.


한국 PC방에 방문한 소감을 들어보고 싶다.

사실 한국 올 때마다 PC방은 매번 가본다. PC방 문화는 한국의 게임 문화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본다. 그렇기에 PC방 산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보고 이해하고, 이와 관련한 사회적 요소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양에선 이런 문화를 랜파티라고 부른다. PC방은 우리가 볼 때 대규모 랜파티와 같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유저수가 꾸준히 하락 중인데, 이에 대한 대책은?

약 300명의 개발인력이 열심히 일하는 중이다. 게임플레이 개선 및 새로운 콘텐츠도 끊임없이 만들고 있다.


마이크 모하임 전 사장과 연락을 하고 있는지.

자주 연락한다. 이번에 한국 오기 전에도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 블리즈컨 때 '이모탈처럼 공동개발 게임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했는데, 아직 유효한가. 또, 추가적인 공동개발 게임이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사실, 그 전에도 협업은 꾸준히 해왔고, 지금은 넷이즈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예전처럼 코어한 느낌이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이 부분은 블리자드도 고민일 것 같다.

그간 블리자드의 행보를 돌이켜봤을 때 특별히 캐주얼 게임을 더 많이 개발했다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생각에 캐주얼 게임은 매치3 퍼즐 게임 같은 것이다. 우린 PC 게임사이며, 게임플레이의 가치를 중요시한다.





블리자드의 e스포츠 관련 행보가 과거에 비해 소극적인 것 같다. 이와 관련한 결정에 액티비전이 개입되는지 궁금하다.

블리자드 하는 일은 모두 게임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파생되어 나오는 게 e스포츠다. 여기에 관련해 외부 영향이나 압력을 받지는 않는다.


오늘 PC 게임 관련 이야기를 들으니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블리자드 참 안 변한다'라는 생각도 든다. 25년간 PC 게임 업계에 종사한 입장에서 볼 때, 현재 PC 게임 시장이 직면해있는 문제가 무엇이고, 향후 PC 게임의 가능성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궁극적인건 '어떻게 하면 게이머에게 훌륭한 경험을 주는가'이다. 그들이 정말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PC 게임이 모바일 게임의 성장률을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PC 게임 분야엔 아직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와 관련해 전세계 게임산업계에서 반대하고 있고 관련 캠페인도 진행 중인데, 블리자드는 어떻게 동참하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다.

게임중독 관련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매우 복잡한 사안이다. 우리도 캠페인에 참여하고, 관련 기관들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노력할 것이다.


올해 1월 블리자드 사내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생겼는데, 대표 입장을 들어보고 싶다.

블리자드 사내 기조가 '사이좋게 플레이, 공정하게 플레이'다. 누구나 공정하게 근무하고,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당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직원을 검토할 때도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둔다. 블리자드는 인종차별, 성차별, 성희롱을 용인하지 않는다. 정치적 올바름 관련 이슈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권리가 있다. 이는 블리자드 사내 문화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이런 가치는 게임을 만들 때도 투영된다.


지난해 블리자드 주가가 80달러에서 90달러 정도였다가 블리즈컨 이후 50달러 미만으로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블리즈컨에 주가를 올릴만 한 큰 발표가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는데.

사실 블리자드가 게임 빠르게 만드는 회사는 아니다. 우린 시간과 노력을 들여 철저히 개발하는 쪽으로 알려져 있다. 블리즈컨도 마찬가지다. 이를 통해 게이머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지가 중요하다. 주식시장과 블리즈컨 활동은 무관하다 말할 수 있다.


한국 블리자드 커뮤니티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PC방에서 게이머들의 열정을 느꼈고 경기장에서 팬들의 열기도 확인했다. 한국에 와서 즐거운 시간 보냈고, 팬들의 사랑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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