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섬머] '쇼메이커' 허수가 말하는 승부욕과 자신을 지탱하는 것들

경기결과 | 석준규 기자 | 댓글: 12개 |



20일 종로 롤파크에서 진행된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섬머 스플릿 42일 차 1경기에서 담원 게이밍이 T1을 2:0으로 누르며 1위에 다시 등극했다. 담원 게이밍은 결승 직행까지 한 걸음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인벤은 오늘 승리를 견인한 담원 게이밍의 미드 라이너 '쇼메이커' 허수를 만나 베테랑 프로게이머로서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본 질문 기획은 연작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베테랑 프로게이머들에게 그들의 마인드 변화와 비결을 들어볼 계획이다.

다음은 담원 게이밍의 작은 거인, '쇼메이커' 허수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Q. 승리 축하한다. 독자들에게 인사 바란다.

안녕하세요, 담원 게이밍의 미드 라이너를 맡고 있는 ‘쇼메이커’ 허수입니다.


Q. 오늘 T1을 압도했다. 간단히 승리 소감 바란다.

우리가 1등 자리를 노리려면 굉장히 중요한 경기였다. 잘 이겨서 1등 싸움에서 유리해진 것 같다.


Q. 본인은 지금까지도 잘 해왔지만, 특히 이번 시즌에선 최상급 미드 라이너로 뚜렷하게 꼽히고 있다. 점점 더 높아지는 기대치가 부담스럽진 않나?

사실 팬분들의 기대치가 작년, 재작년부터 이미 굉장히 높았다고 생각해서 딱히 지금 부담감을 더 느끼진 않는다. 당연히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잘해야겠다.


Q. 기대치를 다루는 것이 신인 선수였을 때보다 더 익숙해진 것일까?

신인일 때엔 대회 나갈 때마다 ‘오늘 진짜 잘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문을 나섰다. ‘나 할 것만 잘하자’는 마음이었다. 그러다가 잘 안 되는 게임 때문에 속상한 적도 많았다. 이제는 경험도 쌓이다 보니, 부담을 신경쓰기 보단 팀이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생각하며 게임을 하게 되었다. 내가 어떻게 할지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말이다.


Q. 데뷔부터 지금까지를 회상해보면, 자신의 지금까지의 프로게이머 생활은 어땠던 것 같나?

만약 프로게이머의 운에 평균이 있다 하면, 나는 운이 굉장히 좋은 편에 속하는 것 같다. 아마추어 시절에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았고, 챌린저를 한 번 딱 찍었는데 프로가 되었다. 그때 내 라인에 서브도 없어 처음부터 바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팀원들도 다 잘했다. 나는 엄청나게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고 기억한다.


Q. 지금의 모습은 신인 시절에 꿈꾸던 모습에 가까운가?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가?


아마추어 시절에 꿈꾸던 프로게이머의 모습은 대회에서 혼자 하드 캐리를 하는 모습이었다. 팀원들이 다 죽어 있는데 내가 1:5로 다 이겨버리는(웃음) 철없는 상상을 했다.

막상 프로가 되고 나니 정말 어렵고 힘든 세계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 혼자가 아닌 다섯 명이 하는 게임이다 보니 팀 게임이 아주 중요하다고 느꼈다. 아마추어 시절엔 나만 잘하면 캐리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프로가 되고 나선 혼도 많이 나고 모르는 것도 많았다. 많이 배우면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


Q. 만일 신인인 자신을 만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나?

(웃음) 말 좀 많이 하라고 해주고 싶다. 내가 신인 시절에 말이 너무 없었다. 당시 정글러였던 ‘크러쉬’ 형이 내 콜까지 대신 하느라 고생 참 많이 했다. 고맙다.

그리고 ‘클로저’를 보면 아주 신인인데, 영상을 보다 보니 편집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네’를 많이 하는 것 같더라. 말을 많이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신인이 말을 하기가 참 힘들긴 하다. 하지만 한 명이 말을 안 하면 네 명이 고생을 더 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신인인 나를 만나면 말을 많이 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Q.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으나, 솔로 랭크만 봐도 본인의 승부욕은 여느 선수보다도 강한 것 같다. 본인에게 있어 승부욕이란?

나는 승부욕이 정말, 굉장히 세다. 어릴 때부터 바둑을 좀 했다. 3단까지 했던 바둑을 그만두게 된 것이, 대국에서 지게 되면 화가 정말 많이 나더라. 한두 판 졌다고 울 때도 있었다. 어릴 때부터 승부욕이 셌고, 그것 때문에 힘들어한 것이 바둑을 그만 둔 이유 중 하나였다.

프로게이머가 되고나선 대회에서 졌을 때 화가 많이 났고, 다시 해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심지어 솔로 랭크에서도 그렇다. 승부욕이 정말 강한 것 같다.


Q. 무엇이 프로게이머로서의 자신을 지탱한다고 생각하나? 들어보니 승부욕도 큰 기둥이 되는 것 같은데.

승부욕보단 부모님, 친구들, 팬분들의 응원이 1순위다. 내가 잘해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기쁘고 그러실 것이다. 나만 생각하지 말고 이런 사람들을 생각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낀다.

그리고 노력이다. 프로게이머가 기본적으로 재능은 있다. 여기서 얼마나 더 노력하는가의 싸움이다. 기본적으로 프로게이머라면 노력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프로게이머를 하며 힘든 순간도 많았을 텐데, 그때마다 힘이 된 말들이 있나?

직관이 가능했던 시절, 팬분들께서 잘했다고 해 주시는 말들이다. 예전 플레이오프에서 T1에게 3:0으로 졌을 때, 내가 잘하지 못했다. 그래서 팬미팅에서도 내내 슬픈 표정으로 있었다. 그때도 팬분들께서 걱정하지 말라고, 힘내라고 해 주셨다. 정말 속상했지만, 열심히 힘내야겠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Q. '좋은 프로게이머'가 되려면 어떤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재능이 있어야 한다. 노력도 중요하다. 그리고 행실, 태도를 프로답게 하며 생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게이머는 솔로 랭크에서 조용히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 것도 다 감수하며, 프로는 프로답게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최고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으로서, 오늘 이 인터뷰를 보는 이들에게 좋은 멘트 한 마디 부탁한다.

모든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며 엄청 힘들 때도 있고, 기쁠 때도 있듯 굴곡이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힘들다고 해서 자책하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면 좋은 사람들이 힘이 되어줄 것이다. 힘들어도 노력하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니까, 열심히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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