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꿀조이자 죽음의 조...TSM-프나틱-젠지-LGD 포진한 C조 분석

기획기사 | 신연재, 남기백 기자 | 댓글: 20개 |



세계 최강의 팀을 가리는 최고 권위 대회 '2020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본선 무대가 드디어 오는 3일 그룹 스테이지 경기로 막을 연다. 8일 간 펼쳐지는 그룹 스테이지를 통해 가려진 각 조 상위 두 팀은 넉아웃 스테이지로 진출하게 된다.

C조는 이번 롤드컵에서 가장 예측이 어려운 조로 꼽히고 있다. 다른 리그의 1, 2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받는 LCS의 TSM과 LEC의 프나틱이 포진하고 있고, 가장 강력한 3시드로 불리는 LCK의 젠지 e스포츠가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꿀조이자 죽음의 조, 가장 치열해서 흥미진진할 것으로 예측되는 C조다.

C조만이 가진 여러 타이틀도 이런 평가를 뒷받침한다. 먼저, 마지막 한자리를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뚫고 올라온 LGD 게이밍이 채우면서 C조는 유일하게 4대 리그로만 구성된 조가 됐다. 또한, 네 팀의 롤드컵 진출 횟수를 모두 합치면 총 24회나 된다. 그 중 프나틱과 젠지 e스포츠는 우승 트로피도 보유하고 있다.


* C조 TSM-프나틱-젠지 e스포츠-LGD 게이밍 롤드컵 진출 횟수

TSM(LCS) - 8회
프나틱(LEC) - 8회, 초대 롤드컵 우승
젠지 e스포츠(LCK) - 6회, 2014&2017 롤드컵 우승
LGD 게이밍(LPL) - 2회

※ 공통점 : 각 지역 리그의 최다 출전팀


가장 강력한 3시드, 젠지 e스포츠
전성기 맞은 '룰러'과 POG 1위 '비디디'




LCK 섬머 스플릿 포스트 시즌을 아쉽게 마무리하며 3시드로 출전한 젠지 e스포츠이지만,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봤을 때는 그 어떤 지역의 3시드보다 강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불변의 캐리 라인인 미드-원딜이 좋은 폼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일단, 젠지 e스포츠는 섬머 스플릿에 들어서 가장 큰 변화와 성장을 보여준 팀 중 하나다. 지루한 팀이라는 오명을 씻어낼 정도로, 전과 달리 교전 지향적인 플레이를 추구하는 게 눈에 보인다. 젠지 e스포츠의 근거는 오브젝트인데, 드래곤을 중심으로 전투를 계속 유도하며 빠르게 스노우볼을 굴린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미드와 봇 주도권이 깔려있다.

젠지 e스포츠의 단단한 허리를 책임지고 있는 '비디디' 곽보성은 뛰어난 라인전을 장점으로 하는 LCK 최상위권 미드라이너다. 젠지 e스포츠의 초반 스노우볼 운영은 보통 '비디디'의 힘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스프링과 섬머 스플릿에서 POG 포인트 1위 자리에 연달아 오를 정도로, 팀 내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룰러' 박재혁은 올해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다. 스프링 스플릿에 주춤하는가 싶더니, 폼을 급격하게 끌어올려 섬머 스플릿에는 말 그대로 전장을 지배했다. 압도적인 지표를 보유한 것은 물론이고, '라이프' 김정민과의 찰떡 호흡으로 라인 솔로킬을 만들어내는 장면도 다수다. 특히, 상성을 뒤엎는 라인전 능력은 섬머 내내 젠지 e스포츠에게 큰 힘이 됐다.

플레이-인 스테이지 동안 탑에 소위 말하는 '국밥' 챔피언이 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젠지 e스포츠에게는 호재다. '라스칼' 김광희가 섬머 스플릿 들어 다양한 스타일을 두루 잘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뭐니뭐니 해도 한타형 탱커 챔피언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든든한 탑과 날카로운 미드-원딜만큼 밸런스 좋은 조합이 없다.

변수를 찾아보자면, '클리드' 김태민의 기복을 꼽을 수 있겠다. 라인전이 강한 아군에게 더 힘을 실어주고, 주도권을 바탕으로 경기를 굴리는 능력은 분명 뛰어난 '클리드'는 '비디디'와 함께 초반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강팀을 상대로 존재감이 지워진다거나, 치명적인 타이밍에 잘리는 등 종종 저점을 보이곤 했다. 이 부분만 잘 극복한다면 젠지 e스포츠의 전력은 더욱더 상승할 것이다.


TSM, 북미의 자존심 지킬까
험난했던 포스트 시즌, 롤드컵에서도 반전?




1년을 결산하는 무대인 롤드컵에 오른 팀 중 스토리 없는 팀이 어디있겠냐만은, 특히 TSM은 LCS 1시드를 차지하기까지 참 힘든 길을 걸었다. '비역슨'의 캐리력에 의존해 스프링 스플릿을 힘겹게 5위(9승 9패)로 마친 TSM은 '더블리프트'를 영입하고, 정글 주전을 '스피카'로 교체하며 롤드컵 진출이 달린 섬머 스플릿을 출발했다.

하지만, 정규 시즌 결과는 스프링 스플릿보다 한 단계 나아진 4위. '비역슨'이 퍼스트 팀에 선정될 정도로 굉장히 좋은 폼을 보여주긴 했으나, '브로큰 블레이드'-'스피카'의 기복과 '더블리프트'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포스트 시즌에서도 1라운드 승자전서 골든 가디언즈에게 0:3 셧아웃을 당하며 1라운드 패자전으로 떨어졌다.

롤드컵 진출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 디그니타스전을 승리한 TSM은 2라운드 패자전에서 골든 가디언즈를 다시 만났고, TSM의 반전 스토리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1, 2세트를 내리 내주며 여기까진가 싶더니 패패승승승 대역전으로 골든 가디언즈를 꺾었다. 이후 3, 4라운드에 이어 결승까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승리를 차곡차곡 쌓아가 3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데 성공했다.




길고 긴 포스트 시즌을 보낸 TSM의 입장에서 고무적인 부분은 그간 기복에 시달리던 탑-정글이 경기를 치를 때마다 폼을 회복해 최종 결승에서는 만개한 기량을 뽐냈다는 점이다. 특히, '스피카'는 정글 쉔을 비롯해 다양한 챔피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밴픽 구도에도 큰 힘을 보탰다. 이대로라면 더이상 '비역슨'의 단독 캐리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각 지역 최고의 팀들이 모이는 롤드컵에서도 TSM의 상체가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해결하지 못한 봇 라인의 부진도 뼈아프고, 소위 '북미잼'이라고 불리는 운영 단계에서의 실수들도 국제 대회에서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1시드이지만, C조의 약체로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연, TSM은 이런 예상들을 뒤엎고 1시드로서 북미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혹시 했지만 역시, 2시드 꿰찬 프나틱
새롭게 떠오르는 유럽 최고 정글러 '셀프메이드'




프나틱은 G2 e스포츠와 함께 섬머 스플릿 정규 시즌 3/4위로 쳐지면서 주춤하는 듯 싶었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포스트 시즌에서 회복에 성공, 스프링 스플릿과 마찬가지로 나란히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하며 유럽의 양강 체제를 유지했다.

프나틱의 섬머 스플릿 여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TSM만큼은 아니지만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앞서 말했듯, 프나틱은 G2 e스포츠와 함께 오랜 기간 LEC의 정상을 지켜온 팀이다. 만년 2인자라는 이미지는 있긴 했지만, G2 e스포츠를 제외한 다른 팀들을 상대로는 기본적으로 한체급 위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스프링 결승전서 G2 e스포츠에게 0:3 압살을 당한 게 타격이 컸던 것일까. 섬머 정규 시즌의 프나틱은 확실히 많이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셀프메이드'와 '레클레스'가 분전하긴 했지만, 다른 라인이 영 힘을 쓰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시도한 새로운 밴픽 전략도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며 패배가 쌓여갔다. 결과는 9승 9패 4위. 그간의 프나틱을 생각하면 매우 아쉬운 성적이었다.




그렇게 진출한 포스트 시즌, 첫 상대는 정규 시즌 1위 로그였다. 당연히 로그의 우세가 점쳐지던 상황에서 프나틱은 3:0 완승이라는 반전을 만들어냈다. 에이스 '셀프메이드'에게 AP 성장형 정글러를 쥐어주며 정글 캐리 조합을 준비해왔던 게 제대로 통했다. 기세를 몰아 준결승 승자전서 G2 e스포츠에게 840여일만에 다전제 매치승을 따내고 결승에 안착했다.

비록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G2 e스포츠에게 우승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프나틱의 경기력은 어느 정도 제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구멍으로 불리던 '네메시스'는 이제는 확실한 1인분을 수행하고 있고, '브위포'와 '힐리생'의 폼도 점점 상승하는 중이다. 섬머 내내 팀을 지탱하던 '셀프메이드'와 '레클레스'는 여전히 듬직하다.

그룹 스테이지에 임하는 프나틱에게 관건은 '비역슨'과 '비디디'라는 걸출한 미드 라이너가 포진한 C조에서 '네메시스'가 얼마나 잘 버텨줄 것인지, 그리고 LEC 정글러 중 견제 대상 1순위로 꼽히는 '셀프메이드'가 얼마나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지 정도다. 이 두 선수가 제 역할을 해낸다면 넉아웃 스테이지 진출도 충분히 노려볼 만한 전력이다.


지옥에서 돌아온 LGD 게이밍
본선 무대에서는 어떨까




LGD 게이밍이 지옥에서 살아돌아왔다. 플레이-인 그룹 스테이지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조 최하위까지 쳐졌던 LGD 게이밍은 2라운드에서 6세트 전승을 달리며 본선에 합류했다. 자칫하면 매드 라이온즈와 함께 메이저 리그의 플레이-인 스테이지 최초 탈락이라는 오명을 쓸 뻔 했지만, 다전제로 펼쳐진 토너먼트에서 폼을 끌어올리며 체면을 살렸다.

당초 LGD 게이밍은 플레이-인 참가팀 중 가장 전력이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팀이었다. 현재 최강의 지역이라 불리는 LPL의 4시드이자 2018 시즌 챔피언 IG를 꺾고 올라왔기에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체급 차이를 보여주기는 커녕, 개인 기량과 팀 호흡 모두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패배를 거듭했다.

불행 중 다행히 최약체인 V3 e스포츠를 두 번 잡아내며 조 4위로 상위 라운드 진출의 기회를 잡았고, 다전제에서는 기존 예상대로 체급 차이로 라인전 단계부터 상대를 찍어누르며 무실 세트로 최종 2위 자리에 올랐다. 운영의 핵심인 '피넛' 한왕호의 폼이 살아났고, 자국 리그에서 번갈아 캐리롤을 맡았던 '랑싱'과 '시예'도 경기력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생존에 성공한 LGD 게이밍은 본 무대로 향한다. C조에서 기다리고 있는 팀들이 무적의 포스를 보여주는 팀들은 아니지만, LGD 게이밍이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이미 약점을 너무 많이 노출한 상황이라폼을 더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여기서 엔딩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주어진 연습 시간이 단 이틀이었다는 점이다.

LGD 게이밍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획일화된 오더로 한타에서의 합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본선에서는 플레이-인 스테이지 2라운드 때처럼 체급 차이로 라인전부터 압도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가장 불안한 모습을 연출했던 한타 페이즈의 문제를 무조건 해결해야 한다. LPL 선발전을 통과할 때의 그 기억을 되찾아야만, 더 높은 곳을 기대할 수 있겠다.


사진 : 라이엇 게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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