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BDR] "보드게임 개발자에 도움을 주는 행사" 우보펀앤런 정희권 대표 인터뷰

인터뷰 | 안슬기 기자 | 댓글: 1개 |
정희권 대표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모바일 게임으로 게임계에 입문해 보드게임 개발,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 아케이드 게임 개발을 거쳐 현재는 다시 보드게임 업계로 돌아와 '우보펀앤런'이라는 보드게임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 보드게임 디자인 라운드 테이블(이하 부산 BDR) 행사에서 만난 정희권 대표는 보드게임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부산으로 거처를 옮긴 이후, 그는 우보펀앤런을 운영하면서 얻은 것들을 속에 담아두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국내 보드게임 산업 발전에 힘쓰고 있었다. 그 노력은 어느 정도 열매를 맺어, 현재 국내 보드게임 개발자와 해외 퍼블리셔가 교류하는 부산 BDR 행사를 운영 중이다.

그렇다면 부산 BDR의 바람직한 미래는 어떤 방향일까? 그리고 향후 국내 보드게임 산업이 발전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정희권 대표는 보드게임 개발자이자, 한 명의 게이머로서 이에 대한 답변을 제시했다.




▲ 부산 BDR을 운영 중인 우보펀앤런 정희권 대표


Q.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아내 및 직원 한 명과 함께 '우보펀앤런'이라는 보드게임 퍼블리셔를 운영하는 정희권이다. 현재는 보드게임으로 사회에 이바지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단체 '사부작 놀이디자인협동조합'의 대표도 겸하고 있다.


Q. 모바일, 온라인게임 등 여러 곳을 거쳐 현재 보드게임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상당히 특이한 이력인 것 같은데.

신기한 것을 발견하면 금세 그쪽으로 빠지는 성향이 있다. 보드게임도 '세상에 이런 게임이 있으면 좋겠는데, 내가 해봐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 현재 보드게임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다음에는 만화 스토리 작가가 되고 싶다.


Q. 부산 BDR은 어떤 행사인가?

보드게임 사업을 배우다 보니 혼자서 무언가 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그 과정에서 부산시에 보드게임 창작자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를 이루기 위해 보드게임 컨벤션을 개최하고, 보드게임 창작자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며 지속해서 모일 수 있는 이벤트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부산 BDR은 이런 생각을 담아 국내 보드게임 개발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전달해주고자 개최된 행사다. 행사를 거듭할수록 예산 지원 규모와 참여하는 기업 및 개발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이 행사가 독일에도 소개되고, 대만 보드게임 개발자 대부분이 아는 행사가 되면서 점차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Q. 초기 부산 BDR은 해외 보드게임 퍼블리셔들의 강연 위주로 진행하는 행사였다. 올해부터는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 추가됐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강연을 하기 위해 해외에서 온 퍼블리셔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한편, 보드게임 개발자들에게는 퍼블리셔에게 자신이 만든 게임을 어필하는 시간을 제공하고 싶었다. 이 목적을 확실히 하기 위해 이번부터는 참관객을 위한 체험 행사와 개발자에게 도움이 되는 강연 일정을 날짜로 구분했다.


Q. 2014년 NDC에서 보드게임 관련 강연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5년 전과 현재 국내 보드게임 시장은 얼마나 달라졌나?

2014년은 개인 보드게임 개발자들이 해외에서 게임을 출판하거나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였다. 대표적인 사례는 프랑스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던 '고려'라는 게임이다. 그 이후에도 국내 보드게임 시장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고, 최근 몇 년간 인상 깊은 보드게임 기업이 등장하는 것이 고무적이다.

서양권에서는 1995년 돌풍을 일으켰던 '카탄'을 중심으로, 그와 관련된 문화적 배경에 기인한 보드게임이 다수 출시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들이 보기에 독특한 테마를 지닌 아시아 보드게임에 대한 수요가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이며 피드백을 받다 보면 국내에서도 참신하고 재미있는 보드게임이 다수 나오리라 생각한다.





Q.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즐긴 보드게임이 있다면?

시타델로 유명한 보드게임 회사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즈'에서 만든 '배틀미스트'라는 판타지 워게임이다. 지인에게 선물로 받아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재미있게 즐겼다. 이 게임은 내게 즐거움을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보드게임을 만들게 한 계기가 됐다.


Q. 보드게임 산업이 발전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이 문제는 보드게임 사업에 뛰어든 초창기부터 고민하던 부분이다. 이에 대한 모범답안은 독일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은 처음부터 보드게임 강국이거나 뛰어난 보드게임 개발자가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그러나 몇십 년 전부터 보드게임을 접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그 산물이 현재 세계 최대 보드게임 박람회로 유명한 에센 슈필(Essen Spiel)이다. 또한, 사람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선정하기 위해 슈필 데스 야레스(Spiel des Jahres, 올해의 보드게임)상을 수여하고 있다.

즉, 독일의 보드게임 산업은 어느 날 우연히 이뤄진 것이 아니라 뜻이 있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고민하며 일궈낸 시장이다. 우리도 이처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넓게 보면 부산 BDR도 국내 보드게임 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 정희권 대표의 인생 보드게임 배틀미스트(이미지 출처 : BoardGameGeek)


Q. 행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추구하는 부산 BDR의 미래는?

부산 BDR은 보드게임 개발자가 중심이 되고, 개발자에게 도움이 되는 행사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BG 페스타라는 보드게임 행사를 주관하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어봤기 때문에 단순히 규모가 커지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여력이 되는 한 인디 개발자들이 즐겁게 참여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본질에 충실한 행사로 만들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민과 관이 함께 주최하고 운영하는 보드게임 행사가 흔치 않은데, 행사를 주최하고 도움을 주시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에 매우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는 부산 BDR을 통해 동북아 국가 사이에 보드게임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좋겠다. 현재는 일본이나 대만의 보드게임 개발자를 만나려면 에센 슈필에 참석해야 하는데, 가까운 곳에 있는 개발자들이 독일까지 가서 만나야 하는 것은 심한 동선 낭비 아닌가. 아직은 큰 꿈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대만, 일본, 한국, 중국, 홍콩을 아우르는 보드게임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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